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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산 산행 전반부가 유적 답사라면 후반부는 본격적인 암릉 산행 구간이다. 뱀처럼 똬리를 튼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은 풍치가 그만이지만 올망졸망한 바위들을 타고 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
남산(南山·495m)은 경주의 '보물산'이다. 보물과 같은 산이라는 비유적인 의미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산 곳곳에 보물이 널려 있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는 별명답게 남산 전역에 흩어져 있는 절터만 150곳이고, 불상은 129기, 탑은 99기에 달한다. 남산에는 신라 천 년의 신비와 흥망성쇠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라의 시작과 끝이 모두 남산에서 이뤄졌다. 서남산 자락의 나정은 신라 시조 박혁거세의 탄생 설화가 깃든 곳이지만, 이곳에서 다시 남쪽으로 1㎞ 거리에 있는 포석정은 신라 말기의 경애왕이 후백제의 견훤에게 죽임을 당한 곳이다.
남산의 높이가 500m가 채 안 된다고 우습게 볼지 모르지만, 경주 지역이 분지임을 감안하면 이 일대에서는 우뚝한 산이다. 거미줄처럼 수많은 등산로가 얽혀 있어 답사코스만 70가닥에 이른다. 방향에 따라 산의 모습도 크게 바뀐다. 동편은 완만한 반면, 서편은 골이 깊고 가파르다.
'산&산'도 지난 100~102회 3차례에 걸쳐 남산을 답사한 적이 있다. 세 번으로도 남산의 유물 유적을 모두 담기에는 부족함이 많았지만, 반대로 당일 코스로 압축해 소개해 달라는 독자들의 요청도 꽤 많았다.
절터 150곳, 불상 129기, 탑 99기
답사 코스만 70가닥 다채로워
마애관음보살상, 신비한 미소
토종 소나무 구불구불 실루엣 운치
바위 타고 내려가는 하산길 색달라
이에 '산&산'은 남산의 대표적인 보물들을 두루 살펴보면서 동시에 남산의 정점인 금오봉(金鰲峰·467.9m)과 고위봉(高位峰·495m), 천태만상의 암봉과 스릴 만점의 암릉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를 꾸며봤다. 참고로 등산 지도와 이정표에 따라 '금오봉'과 '금오산', '고위봉'과 '고위산'을 혼용해 쓰고 있지만, 통상 산(山)은 평지보다 높이 솟아 있는 포괄적인 전체 영역, 봉(峰)은 그 산의 가장 높은 구체적인 지점을 이른다는 사전적 의미에 따라 '산&산'은 '금오봉'과 '고위봉'으로 쓴다.
답사 코스는 서남산주차장을 출발해 삼릉~불상군~상선암~바둑바위~금오봉~삼화령~이영재~백운재~고위봉~천우사를 거쳐 내남치안센터에서 끝을 맺는다. 총 거리 10.4㎞에 이동시간 3시간 50분, 휴식까지 포함해 5시간 30분쯤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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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릉 소나무 숲은 외래종 소나무에서 느낄 수 없는 토종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실루엣이 봉긋한 왕릉과 어우러져 한 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
기점은 경주시 배동 서남산주차장이다. 도로를 건너 삼릉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들어선다. 곧이어 첫 번째 갈림길에서 우측으로 꺾어 삼릉으로 간다.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영왕의 무덤이다. 삼릉 소나무 숲을 벗어나 산길을 오르면 본격적으로 불상군이 하나씩 자태를 드러낸다. 처음 마주치는 불상은 가슴을 넓게 펴고 당당하게 결가부좌를 틀고 있는 석조여래좌상이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억불정책으로 머리와 손이 잘려나갔다. 그 위로 '미스 신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애관음보살상. 알 듯 모를 듯 신비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입술이 연지를 바른 듯 붉게 보인다고 한다. 남산에 이처럼 보물급의 불상들이 운집해 있는 것은 신라에 불교가 전파되면서 숭산 신앙과 암석 신앙과 결합됐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산의 동쪽과 서쪽에 세워진 불상의 모습도 상반되는데, 귀족들이 많이 드나들던 동남산에는 화려하고 세련된 작품이, 백성들이 불공을 드리던 작은 절이 많던 서남산에는 질박한 불상이 많다.
석가여래좌상을 지나면 본격적인 오르막이다. 계곡과 점점 멀어지면서 길도 한층 가팔라진다. 자연석 계단과 데크 계단을 이어 타며 15분쯤 오르면 상선암이다. 상선암에서 마애석가여래좌상으로 오르는 길은 시설 보수 관계로 연말까지 출입이 통제돼 있다. 바둑바위까지 100m 남짓 우회해야 한다. 너럭바위인 바둑바위에 오르면 포석정, 대릉원 등 경주의 주요 문화유적과 함께 드넓은 경주 벌판이 발아래 펼쳐진다. 시야를 가리는 고층 빌딩이 없어 눈이 맑아진다.
5분 뒤 마애석가여래좌상을 내려다볼 수 있는 조망대에 이른다. 절벽을 뚫고 거대한 부처님이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불상은 석공이 깎거나 새기는 것이 아니라 바위에 숨겨져 있던 부처님을 드러내게 하는 것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이 조망대 뒤편에는 상사바위가 있다. 염라대왕의 궁전이라 할 만큼 기괴한 모습이 눈길을 잡는다. 능선을 15분 더 오르면 금오봉 정상이다. 깔끔하게 정비돼 있지만 밋밋한 둔덕으로 조망도 크게 기대할 건 없다.
그대로 직진해 내려가면 7분 뒤 임도인 남산일주도로와 만난다. 왼쪽으로 꺾어 이정표 상 통일전주차장 방면으로 내려간다. 5분 뒤 첫 번째 갈림길에 이르지만 그대로 직진이다. 우측 능선을 타면 곧바로 용장골로 빠져버리므로 주의. 가족 나들이를 겸한 산행이라면 용장사지 등 절터가 많은 용장골로 내려오는 것도 권할 만하다.
금오봉과 고위봉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삼화령을 지나 두 번째 갈림길에 이르면 임도를 버리고 우측으로 꺾어 고위봉 오르는 봉화대 능선을 탄다. 5분 뒤 이영재를 지나면 가파른 골 위로 거친 암릉 구간이 계속된다. 산행 전반기가 유적 답사라면 이제부터는 본격적인 산행 구간이다.
30분 뒤 안부. 우측은 다시 용장마을 내려가는 길. 고위봉은 직진이다. 토함산 서출지 등이 내려다보이는 조망바위를 지나면 봉화대 앞 삼거리다. 능선 옆 계곡을 건너 사면을 질러간다. 6분쯤 내려서면 백운재에 닿고, 다시 12분쯤 능선을 오르면 고위봉 정상이다. 고위봉 역시 둔덕에 가깝다. 높이로 따지면 고위봉이 남산의 주봉 격이지만, 금오봉에 비해 산꾼들이 몰리지는 않는 편이다.
하산은 천우사 북쪽 방면의 암릉지대 쪽으로 내려선다. 뱀처럼 똬리를 튼 토종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은 풍치도 그만이지만 올망졸망한 바위들을 타고 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로프에 의지해 내려서야 하는 깎아지른 바위들도 군데군데 막아선다. 35분쯤 암릉길을 이어가면 오르는 337봉은 최고의 조망처. 337봉에서 20분 뒤 천우사 이정표를 지나면 고운 흙길로 변한다. 15분 뒤 탐방객 계수대를 빠져나오면 왼쪽이 천우사다. 그대로 임도를 따라 20분쯤 내려가면 35번 국도 앞 내남치안센터가 산행 종점이다. 산행 문의:라이프레저부 051-461-4164. 전준배 산행대장 010-8803-8848.
글·사진=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그래픽=노인호 기자 no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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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남산 고도표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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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주 남산 구글 어스 (※ 사진을 클릭하면 더 크게 볼 수 있습니다.) |
[산&산] <430> 경주 남산 산행지도
[산&산] 경주 남산 가는길 먹을곳
■찾아가기
원점회귀가 안 되지만 접근성이 좋아 자가용, 대중교통편 모두 무난하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경주나들목을 빠져 나와 경주시내로 들어선다. 2분 뒤 오릉사거리에서 언양 방면으로 우회전한 뒤 3분쯤 더 들어가면 나정, 포석정을 지나 삼릉 입구 맞은편이 기점인 서남산주차장이다. 1시간 20분쯤 걸린다. 주차 요금은 소형 2천 원, 대형 4천 원.
대중교통은 노포동 부산종합버스터미널(1577-9956)에서 경주행 버스를 탄다. 첫차는 오전 8시. 오전 8시 30분 이후부터는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한다. 50분 걸리고, 요금은 4천800원. 경주에서는 걸어서 8분 거리인 내남삼거리 정류장에서 삼릉행 시내버스를 탄다. 500번과 505∼508번이 다 유효하다. 500번 버스는 25~30분 간격으로 있다. 18분 걸리고 요금은 일반 1천200원, 좌석 1천500원. 종점인 내남치안센터에서도 역시 같은 번호의 버스를 타면 된다.
자가용 이용자는 삼릉에서 내려 차를 회수하고, 버스를 이용하는 등산객은 내남사거리에서 내려 경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부산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타면 된다. 오후 6시까지는 매시 정각, 이후로는 오후 6시 40분, 7시 40분, 8시 40분, 9시 30분, 10시 30분에 버스가 출발한다.
■먹을 거리
종점 인근의 '용산회식당(054-748-2119)'은 단일 메뉴인 회밥만 판다. 양푼이에 담아내는 싱싱한 전어, 물가자미, 학꽁치와 초장 맛이 살아 있다. 서출지 인근의 '칠불암식당(054-620-0707)'은 콩과 들깨를 곁들인 우리밀칼국수가 이름나 있다. 자연산 추어탕, 손두부도 별미다. 박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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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점은 경주시 배동 서남산주차장이다. 도로를 건너 삼릉탐방지원센터를 지나면 울창한 소나무숲으로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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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릉은 신라 8대 아달라왕, 53대 신덕왕, 54대 경영왕의 무덤이다. 각각의 능은 둘레가 50~60m에 높이는 5m 내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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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릉 소나무숲은 외래종 소나무에서 느낄 수 없는 토종 소나무의 구불구불한 실루엣이 봉긋한 왕릉과 어우러져 한폭의 동양화를 연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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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 신라'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마애관음보살상. 알듯 모를듯 신비한 미소를 머금고 있는데 햇빛을 받으면 입술이 연지를 바른 듯 붉게 보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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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화좌 위에 결과부좌를 튼 석조여래좌상은 화려한 연꽃대좌와 광배가 인상적이지만 군데군데 복원 흔적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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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럭바위인 바둑바위에 오르면 포석정, 대릉원 등 경주의 주요 문화유적과 함께 드넓은 경주 벌판이 발아래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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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애석가여래좌상은 시설 보수 관계로 연말까지 출입이 통제돼 있다. 절벽을 뚫고 거대한 부처님이 튀어나온 것 같은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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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사바위는 염라대왕의 궁전이라 할 만큼 기괴한 모습이 눈길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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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봉 정상은 깔끔하게 정비돼 있지만 밋밋한 둔덕으로 조망도 크게 기대할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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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봉에서 직진해 내려가면 임도인 남산일주도로와 만난다. 이정표상 통일전주차장 방면으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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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오봉과 고위봉의 중간 지점에 해당하는 삼화령을 지나 두번째 갈림길에 이르면 임도를 버리고 우측으로 꺾어 고위봉 오르는 봉화대 능선을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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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봉화대 앞 삼거리 직전의 조망바위에 서면 토함산 서출지 등이 펼쳐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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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위봉 역시 둔덕에 가깝다. 높이로 따지면 고위봉이 남산의 주봉격이지만, 금오봉에 비해 산꾼들이 몰리지는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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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산길 암릉구간은 뱀처럼 똬리를 튼 토종 소나무와 어우러진 암릉은 풍치도 그만이지만 올망졸망한 바위들을 타고 내리는 재미가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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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37봉은 최고의 조망처. 골이 깊고 가파른 서남산의 진면목을 들여다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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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프에 의지해 오르내려야 하는 깎아지른 바위들도 군데군데 막아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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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전반기가 유적 답사라면 후반부 하산길은 스릴 넘치는 암릉 산행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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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방객 계수대를 빠져나오면 왼쪽이 천우사다. 그대로 임도를 따라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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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번 국도 앞 내남치안센터가 산행 종점이다. 버스정류장이 지척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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