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게 있어요?
큰 애야 창고에 가봐라 하나 남은 거 같더라
따라 오세요
창고로 쓰는 사무실에 알미늄 하얀 지게 하나 있다
하나 뿐이에요?
요새 지게 찾는 사람이 어딨어요.
나무 지게는 없어요?
누가 만든대요? 만들어봤자 팔리지도 않아요
발때는 없어요?
없어요. 저기 파란 천먹 사이로 가 보세요, 중국산 팔았는데 지금은 몰라요
멜빵이 아래에 걸린
두 다리 사이가 넓어 비좁은 사람 사이 걸려
지게를 지고 차도를 걸었다.
한 사나이가 차에서 내리더니
그 지게 어디서 샀어요
저 위 철물점에서 샀는디요
나도 하나 살라고 한디요
없다고 말해주지 않고 원협 주차장으로 걷는다.
풀망태 메고 다닐 때
논 있는 친구가 지는 지게가 부러울 때가 있었지
아버지가 만드셨는지 다른 누가 만들어줬는지
작은 지게를 처음 졌을 때
지게다리가 끌리기도 했지만
내 키가 쑥 큰 거 같았지
동주를 만ㄴ나 왜 순천에 나왔냐기에
지게 사러 나왔다 했더니
가파른 비탈을 한참 올라 고구마 지고 온 나의 애기를 한다.
아마 홍골 얻은 밭에서 고구마를 캐 온날 그가 우리집에 왔었나보다.
지게 지고 다니던 까까머리 소년이 정년퇴임 했다고 축하를 해 주었지.
지게에 뭘 짊어질 지 모르지만
순천 아랫장에서 지게를 사 오는 날
난 나의 어린 시절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