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서 뛰쳐나오는 그들을 제일 먼저 발견한 사람은 리비아
정보요원 압둘 모한이었다 그는 길가에 세워둔 차 안에 앉아 있
었는데 동료들은 제각기 주위에 흩어졌고 그는 마악 호텔 정문을
맡은 프랑스측과 연락을 하려던 참이었다.
「어 , 저기 , 마르텡이 .」
마이크를 쥔 그가 떠들썩하게 소리쳤다.
「이쪽 골목으로 나왔다!」
「어디야? 어디?.
대여섯 곳에서 일제히 물어왔으므로 그는 더욱 당황했다 게다
가 앞장선 마르텡이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는 것이다. 2차선 도로
를 뛰어건넌 그들은 주차된 모한의 차 앞을 지나갔다.
「놈들은 역 쪽으로 간다!」
그제야 모한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호텔 뒤쪽의 살린 카페 앞길에 있어!」
도로에는 차량의 통행이 많지 않은 편이었다. 피에르와 마르텡
은 이제 뛰는 것을 멈추고는 행인들을 헤치며 빠르게 걷고 있었
다. 동료와 함께 차에서 내린 그는 뒤를 따랐다. 이제 리비아와
프랑스 양쪽의 요원들이 몰려을 것이었다
「사거리에서 50미터 거리에 있다. 」
무전기를 입에 댄 그파 조심스럽게 말하자 지나는 행인들이 흘
낏거렸다. 그 순간이었다 피에르와 마르텡은 오른쪽 골목으로 꺾
어져 들어섰다. 그들과의 거리는 30미터 정도였으므로 모한은 조
급해쪘다. 옆을 따르던 동료가 먼저 뛰었고 그는 저둘러 무전기를
들었다.
「놈들이 오른쪽 골목길로 꺾어졌다. 」
「어느 쪽이 야?.
무전기에서 누군가가 물었으므로 그는 뛰면서 말했다.
「광장 쪽이 야!」
골목 안으로 들어선 그의 앞쪽에는 달려가는 동료만 보일 뿐 피
에르와 마르텡은 보이지 않았다. 모한은 허리춤에 끼워놓은 콜트
를 빼들었다. 동료의 뒤를 따라 골목을 왼쪽으로 꺾은 모한은 순
간 숨을 들이마시면서 발을 멈췄다 동료가 빈 골목에 쓰러져 있
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음 순간 모한은 앞쪽의 인기척에 머리를
들었다. 옆쪽 벽에서 모습을 드러낸 사내는 피에르였다. 그가 쥔
권총에서 섬광이 번쩍였고 모한은 충격으로 두 걸음을 물러나다
가 땅바닥에 넘어졌다
「이쪽으로.」
턱으로 오른쪽을 가리킨 마르텡이 앞장을 섰다.
「버스를 타는 것이 나아. 택시는 위험하다. 」
그들은 나일강을 건너 도키 지구의 번잡한 거리에 들어서는 중
이다. 저녁무렵이어서 인도는 행인들로 가득찼고 차량들은 차도
를 메우고 있었다. 버스 정류장에 멈춰선 그들은 곧 다가온 버스
에 올랐다. 발을 디딜 통도 없는 만원 버스였다. 피에르의 옆에
마짝 붙어선 마르텡이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웃었다
「이봐, 지금 나일론 끈을 당기면 볼 만하』31지?.
그가 잠자코 선 피에르의 어깨를 자신의 어깨로 슬쪄 밀었다
「프랑스나 리비아놈들이 바라는 일일 거야. 그렇지 않나?.
「닥쳐 .」
피에르가 눈을 부릅떴다. 버스가 한쪽으로 기울자 마르텡의 가
슴에 넣은 수류탄이 그의 어깨에 딱딱하게 닿았다.
「골목에서 네가 해치운 놈들은 리비아측 요원들이야. 프랑스는
리비아와 합동작전을 하고 있어 .」
마르텡이 그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거기에다 이집트 경찰까지 나서고 있을 거야, 피에르.」
「닥쳐 , 이 자식아.」
피에르가 마르텡의 팔목을 움켜쥐었다
「어쨌든 넌 빠져나갈 수 없어 , 나한테서 .」
랑제가 이렇게 화를 내는 것을 조레스는 처음 보았다. 철저하게
자신을 통제하는 사람으로만 알았던 랑제가 앞에 놓인 전화기를
던지고 커피잔을 밟아 부됐던 것이다. 방안의 요원들이 슬슬 피해
달아났으므로 남은 사람은 조레스와 국방부의 클로비스 두 사람
이다. 가쁜 숨이 가라앉은 랑제가 머리를 들었지만 두 사랑은 아
직도 긴장한 상태였다
「이봐, 조레스.」
그가 부르자 조레스는 상반신을 반듯하게 세웠다.
「예, 부장님 .」
「이집트 당국에 말해서 놈들의 사진을 텔레비전으로 방영토록
해 라.」
「텔레비전으로 말씀입니까?.
놀란 조레스가 홀낏 클로비스를 바라보았다.
「부장님 , 그렇다면‥‥」
「놈들과의 협상은 있을 수가 없어.」
자르듯 말한 랑제가 의자에 등을 기댔다.
「물론 그놈의 반발을 각오해야 되겠지.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그놈의 행동을 차단한다. 」
「알겠습니 다. 」
조레스가소리죽여 숨을뱉었다 피에르가숨어 있는호텔을 알
아낸 것은 리비아 정보요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은 프랑스 정보부는 다시 호텔의 정면공격을 맡았다가
피에르를 놓친 것이다. 손안에 다 들어왔던 놈을 놓쳤으니 랑제로
서는 땅을 칠 일이었다. 문이 열리더니 요원 하나가 서둘러 들어
섰다. 그가 테이블 위의 전화기를 가리켰다
「피에르 김한테서 전화입니다. 」
숨을 들이마신 랑제가 수화기를 들었다.
「여보세요.」
「랑제 씨 , 유감이오.」
피에르가 대뜸 말했다.
「간발의 차이로 우리를 놓쳐서 말이오.」
「넌 곧 잡힌다, 피에르.」
이제 랑제의 말투는 여유있게 들렸다.
「그전에 자수해라, 피에르. 마지막 기회를 주겠다. 」
「당신하고 말장난할 기분이 아냐. 내일 오후 다섯시까지 그 구
좌번호로 천만불을 입금시켜 .」
피에르가 때려붙이듯이 말했다.
「내일 오후 다섯시야. 만일 입금이 되지 않았다면 각오해야 될
거야. 당신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일이 커질 테러까.」
「이봐. 피에르!」
눈을 치켜뜬 랑제가 수화기를 귀에서 뗐다. 전화가 끊긴 것이
다. 요원 하나가 방으로 들어섰다.
「부장님 발신지는 도키 지구였습니다. 길가의 공중전화박스를
이용한 것 같습너다. 」
머리를 끄덕인 랑제가 방안의 사내들을 둘러보았다 이미 놈은
박스를 떠났을 것이었고 근처의 이집트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사
라진 지 오래일 것이다.
「앞으로 스물네 시간도 남지 않았군.」
그의 시선이 조레스에게 멈췄다.
「방송을 내보내 , 조레스.」
「이곳이 호텔보다는 안전할 거야.」
방에 들어선 마르텡이 저고리를 벗어 의자 위로 던졌다. 수류탄
이 담긴 저고리가 무겁게 떨어졌다.
「내가 은신처로 빌려둔 곳이니까.」
그는 털썩 소파에 앉아 피에르를 바라보았다.
「내가 네 도피처를 제공하다니 일이 우습게 되는군. 그래 .」
피에르는 창문을 열었다. 도키 지구 변두리 주택가의 단독주택
안이었다. 방이 세 개에 응접실에다 10평 정도의 마당이 딸린 단
층집이었다. 열린 창문으로 마당과 대문이 보였다.
「그렇다면 칼리파 조직원들은 이곳을 알겠군.」
피에르의 말에 마르텡이 머리를 저었다
「천만에. 어차피 그들과도 갈라설 처지였으니 이곳을 알려줄
필요는 없었다. 」
그는 입술만을 비틀고 웃었다
「내가 그 정도로 순진하지는 않아, 피에르.」
집안에는 그들 둘뿐이었다. 그러나 냉장고에는 마실 것과 음식
이 제법 쌓여져 있었는데 모두 마르텡이 준비해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상팡이 불리해졌을 때 이곳에서 은신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밤 10시가되어가고 있었다. 마르텡이 소파에서 일어나 주방 쪽으
로 다가갔다
「저녁준비도 내가 해야 할 것 같군.」
흘낏 그에게 시선을 주었던 피에르는 움직이지 않았다. 주택가
여서 주위는 조용했다 중류층 이상의 주민들이 모여사는 곳이었
다. 주방에서 무언가를 씻고 있던 마르텡이 머리를 돌려 그를 바
라보았다.
「천만불을 입금시키면 지난일을 잊겠다는 네 조건은 설득력이
없어 .」
「그자들은 확실한 보장을 요구할 것이다 예를 들면 내 녹음테
이프의 완전회수나 또는· .」
그는 가스레인지에 얹은 냄비 위에 야채를 넣었다.
「날 인수해야겠다는 조건을 내밀 거야?.
「네가 상관할 일이 아닌 것 같은데.」
피에르는 베레타를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
「내가 이 일을 너하고 상의한다는 것도 우스운 짓이고.」
「돈이 입금만 되면 찾는 건 어렵지 않아. 하이머한테 백만불이
빠져나가지 만.」
마르텡이 냄비를 저었다. 주방에서 구수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피에르, 돈을 받고 나서 날 어떻게 할 작정이냐?.
· ".」
「설마 날 넘기겠다고 약속한 것은 아니겠지?.
머리를 돌린 그가 눈웃음을 쳤다.
「네 파트너를 말이야.」
「그릴까도 생각하고 있어 . 네놈 하는 짓을 보고 마음이 변해간
단 말이다. 」
「어젯밤 탈출미수 사건은 오늘의 일로 만회한 것 같은데.」
「닥치고 있어 」
자리에서 일어선 피에르가집의 안쪽을 둘러보았다. 문을 모두
열어젖혀 놓았으므로 더욱 휑한 느낌이 들고 있었다.
밤 열한시 반이었다 주택가는 조용했고 골목에도 인적이 끊긴
지 오래였다 발소리를죽이며 다가온 술라이만이 카말의 옆에 붙
어섰다.
「카말,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놈은 이제 빠져나갈 수 없습니
.」
다
262 유라시아의 꿈
그가 속삭이듯 말하자 카말이 머리를 끄덕였다.
「앞뒤 양쪽에서 동시에 들어간다. 될 수 있는 한 소리는 내지
말도록.」
「이미 주의를 주었습니다. 」
「놈이 반항할 테니 없애버리도록. 하지만 마르텡을 다치게 해
서는 안 된다. 」
「물론이지 요.」
카말이 손목시계를 내려다보았다. 시계의 야광침이 11시 32분
을 가리키고 있었다.
「시간을 맞춰라. 11시 37분에 동시에 집안으로 들어간다. 」
「뭐 , 1,2초쯤 틀려도 상관없겠지요.」
술라이만이 어둠속에서 횐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는 칼리파
가 급파한 특공대 간부였다. 쿠바에서 1년 동안 게릴라전과 테러
교육을 받은 엘리트로 여덟 명의 부하를 데리고 온 것이다. 술라
이만이 골목을 돌아 집의 뒤쪽으로 사라지자 카말은 주위를 둘러
보았다. 앞쪽을 맡은 네 명의 부하가 담장에 붙어서 있었다
마르텡이 피에르에게 잡혀 있다는 소식을 들은 것은 어젯밤이
었다. 어떤 경로를 통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알제리의 칼리파에
게 정보가 전해졌고 스위스에 있던 그도 연락을 받게 되었던 것이
다. 카말은 허리춤에 찔러놓은 스미스 앤 웨슨을 빼들었다 그들
이 이곳에 숨어 있을지도모른다고 생각한것은자신이다. 피에르
김이라는 외인부대놈도 그렇지만 마르텡도 프랑스와 리비아 쪽에
서 본다면 당장에 죽여도 시원치 않을 작자였다. 따라서 마르텡이
자신이 마련해놓은 은신처로 피에르를 데려갈 수도 있을 것이라
고 짐작한 것이 적중되었다.
초침이 더디게 움직이는 것 같더니 12를 가리켰고 그 순간 카말
은 두 손을 담장 위에 얹고는 단숨에 담장 위로 올랐다. 그러자
부하들도 뒤를 따랐다 2미터가 겨우 넘는 시멘트 담장이다. 그들
은 거의 동시에 담 안으로 뛰어내렸다. 집안은 불이 꺼져 있었다.
그러나 30분 전까지만 해도 집안의 불을 환하게 밝힌 채 응접실을
오가는 두사람의 그림자가 보였었다. 서너 발짝 만에 마당을 건
넌 카말은 현관에 붙어섰다. 그 순간이었다. 뒤쪽에서 유리창 깨
지는 소리와 함께 문짝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술라이만이 들어
서는 중이었다. 카말은 발길로 현관문의 손잡이 부분을 힘껏 걷어
찼다. 나무 조각이 떨어져 나가면서 문이 열어젖혀졌고 유리창이
깨졌다 권총을 겨눈 카말은 몸을 굴려 집안으로 들어섰다. 옆쪽
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났다. 부하들이 들어서고 있는 것
이다.
유리창깨지는 소리가 들린 순간 피에르는 벌떡 침대에서 일어
섰다. 잠을 청하려고 불을 끈 채 누워 있던 참이었다. 옆에 내려
놓은 권총을 집어든 그는 문가에 붙어섰다
「마르텡 , 일어나라.」
낮고 다급하게 말했으나 마르텡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현관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집안에 어지러운 발자국
소리가 났다. 이를 악문 피에르는 문을 열었다. 그리고는 곧장 복
도로 몸을 굴렸는데 그에게로 플래시의 불빛이 어지럽게 쏟아졌
다.
「퍽 , 퍽 , 퍽 , 퍽 .」
그 순간 둔중한 울림의 총소리가 들렸고 플래시를 내던지며 사
내 두 명이 쓰러졌다. 피에르가 쏜 총에 맞은 것이다.
「01쪽01다!」
외침소리와 함께 총탄이 빗발처럼 쏟아졌다 복도 끝쪽에서 그
를 겨누고 쏜 것이다. 퍼에르는 화장실쪽 벽으로 몸을 굴렸다. 아
직 집안은어두웠다 화장실의 오목한 공간에 들어선 피에르는 곧
상반신을 세우고는 앞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퍽 , 퍽 , 퍽 .」
저쪽 총탄은 벽을 맞고 튕겨나갔지만 이쪽의 총탄은 다시 사내
두 명을 쓰러뜨렸다. 그 순간 복도의 불이 켜졌다. 이어서 옆쪽
응접실의 불도 켜졌다. 벽에 붙어선 피에르는 응접실에서 뛰쳐나
오는 사내를 겨누어 쏘았다. 불을 밝힌 상태여서 사내는 단 한 발
로 이마가 례뚫려 넘어졌고 뒤를 따라 모습을 보인 사내는 가슴을
맞고 벽에 부딪쳤다. 그 순간이었다 뒤쪽에서 총성이 들리더니
피에르가 상체를 벽에 부딪치며 휘청거렸다. 다시 날아온 총탄이
피에르의 옆머리를 스치고는 벽에 맞아 튀었다 피에르는 복도로
상체를 내밀면서 쓰러졌다. 그러자 주방에 선 두 사내가 보였다
그 순간 다시 총탄이 날아왔고 쓰러진 피에르도 그쪽을 향해 쏘았
다.
「퍽 . 퍽 , 퍽 , 퍽 .」
연거퍼 발사된 네 발의 총탄에 두 발씩 맞은 사내들이 식탁을
넘어뜨리면서 쓰러지자 집안은 잠시 정적에 덮였다. 피에르는 잇
새로 낮게 신음했다. 총탄은 어깨와 가슴 두 곳을 관통한 것이다.
상처에서 쏟아져나온 피는 이미 상반신 전체를 피범벅으로 만들
었다.
그때였다. 뒤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곧 구듯발이 그의
팔목을 밟았다. 기력을 잃어가던 피에르가 겨우 머리를 들자 마른
체격의 사내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과연 대단한 놈이군. 흔자서 여덟 명을 해치우다니 .」
그는 발끝으로 피에르가 움켜쥔 권총을 차서 던졌다.
「하지만 네 운도 이젠 끝이다. 그렇지 않소?.
피에르의 머리에 권총을 겨눈 카말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마르텡 , 구하러 왔으니 어서 나와요. 나 카말이오.」
그 순간 방문이 열리더니 마르텡이 나왔다. 흘낏 복도의 처참한
장면을 훌어본 마르텡이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카말, 역시 네가 와주었군.」
「서둘러 왔습니다. 」
마르텡이 주위를 둘러보았다.
「남은 사람은 너 하나뿐인가?.
「유감이오, 하지만 당신을 구했으니 목적은 달성한 셈이오.」
머리를 끄덕인 마르텡이 엎드려 있는 피에르를 내려다보았다.
「이놈은 죽었나?.
「아직 . 그래서 내가 숨통을 끊어줄 생각이오.」
그러자 한 걸음 다가선 마르텡이 손을 내밀었다.
「내가 숨통을 끊게 해주게 . 이놈한테 당한 빛을 갚아야겠어 .」
「그렇게 하시든지 .」
권총을 받아쥔 마르텡이 피에르를 내려다보았다. 시선이 마주
치자 마르텡이 빙긋 웃었다.
「잘 가거라.」
순간 총소리와 함께 배를 움켜쥔 카말이 한 걸음 물러섰다. 두
눈을 부릅뜨고는 고통으로 입을 딱 벌렸지만 소리는 뱉지 않는다.
마르텡이 다시 권총을 겨누었다
「날 배신한 건 네놈이야, 카말. 날 놈들에게 넘기고 내 몫을 가
로채려고 했지 , 네놈은.」
다시 총소리가 났고 가슴을 뚫린 카말이 뒤로 벌렁 넘어졌다.
마르텡이 카말을 향해 다시 한 발을 쏘았다.
「네놈 따위가 내 일거양득의 수단을 알 리가 없지 .」
그의 시체를 향해 뱉듯이 말한 마르텡이 몸을돌려 피에르를 바
라보았다.
「안됐다, 피에르. 이 렇게 헤어져서 .」
그는 다시 얼굴에 웃음을 띠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구나, 피에르. 이번에도 다시 살아나 나
를 쫓아보거라.」
한동안 피에르를 내려다보던 마르텡이 머리를 저었다.
「가망이 없는 것 같구나, 피에르. 지난번보다 상황이 더욱 나쁘
다. 」
터커가 나일강가의 선착장에 도착했을 때는 12시 45분이었다.
짙은 어둠에 덮인 선착장에는 서너 척의 목선만 물결에 흔들릴 뿐
인적이 끊겨 있었다.
「이거 으스스하군요.」
핸들을 쥔 브리튼이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는 2년 경력의
신참이다.
「터커 씨 , 이곳이 확실합니까?.
「입 닥치고 주위나 잘 살펴 , 브리튼.」
터커는 긴장하고 있었다. 차는 선착장 입구에 세워져 있었으므
로 어느 쪽에서도 눈에 띌 것이었다. 터커는 혀를 찼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피에르 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것이 30분쯤 전이었다. 그는 도
키 지구의 화물선 선착장에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혹시 여객선 선착장이 아닐까요?.
하고 주위를 둘러보기에도 지친 듯이 브리튼이 말했을 때였다. 터
커는 옆쪽에 쌓여진 드렁통의 일부분이 흔들리는 것같이 느껴
졌다
「브리튼, 차를 돌려서 옆쪽의 드럼통을 비춰봐.」
브리튼이 차를 후진시키더니 익숙한 솜씨로 우회전을 했다. 그
리고는 전조등을 켜자 앞쪽이 환히 드러났다. 그 순간 그들은 거
의 동시에 숨을 멈췄다. 드럼통에 기대앉은 피에르가 똑바로 이쪽
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백지장처럼 탈색된 얼굴이었고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는 것이 시체 같았던 것이다. 서둘러 차에서 내
린 그들은 피에르에게로 다가갔다. 그러자 저고리 안쪽이 온통 피
범벅이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다가간 터커가 피에르의 저고리를
들쳤다.
「피에르, 맞았구나.」
「심한데요.」
뒤쪽에 선 브리튼이 불안한 목소리로 말했다. 피에르는 눈을 껌
벅이지도 입도 열지 않았으나 숨만 가늘게 뱉고 있었다. 터커가
결심한 듯 브리튼을 바라보았다.
「브리튼, 거들어라. 차에 싣자.」
「싣고 갑니까?.
브리튼은 대꾸도 않는 터커를 거들어 피에르의 한쪽을 들었다.
피에르가 낮은 신음소리와 함께 입으로 한웅큼의 피를 쏟았다.
「누구한테 당했을까요?)
피에르를 안고 가면서 브리튼이 물었으나 대답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불안했기 때문에 입을 연 것뿐이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재밌네요!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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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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