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김석계 그림/초현
20 산은 외롭고 강은 사연을 간직하다
이제 동녘 하늘이 어둠을 걷고 아침 먼동이 트고 있었다.
사람 사이는 싸움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법이고 무엇보다
황유정의 장평을 보는 시각이 어느새 목화솜처럼 부드러워져
있었다.
잠시후 두 사람이 헤어졌고 장평 또한 그의 소축으로 되돌아
왔다.
장평이 창문을 한껏 열고 실내를 청소하다보니 창문가에
놓여진 말리화 화분이 눈에 띄었다.
화분의 꽃이 생기가 없어 보여 장평이 물을 주니 물을 받은
꽃은 금방 싱싱하게 살아나는 듯 했다.
화분의 말리화꽃이 아직 세상에 정착하지 못한 그 자신인 듯
했고 황유정의 선물이 아니었더라도 벌써 정이 든듯했다.
잠시후 장평이 세면을 마치고 시간에 맞추어 아침 식사를
하기위해 내원 별원으로 들어가니 넓은 대청에는 모두가 모여
식탁 앞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보고 모두가 아는체 했다.
장평 역시 예의를 차리고 식탁의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니
공교롭게도 어제 낮과 마찬가지로 황유정의 옆자리였다.
마치 식구들이 알아서 그녀의 옆자리를 비어놓는 듯 했고
그녀 또한 개의치 않는 듯 했다.
괜히 장평만 속으로 민망해 했다.
식사 도중에 가족들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열어놓은 창문 사이로는 옅은 꽃향기가 스며들었고 따스한
햇살에 강과 하천이 많은 강남특유의 채소와 향료를 겻든 물
고기 요리의 내음은 여지껏 산속에서 간소한 식사만을 하던
장평의 입맛을 돋우었다.
마침 대화중에 황유정이 옆자리의 열심히 음식을 먹고 있는
장평을 돌아보더니 맞은편에 앉아 있는 부친인 황대녕에게
말했다.
“아버지, 장평소협을 먼저 유천무관에 다니게 하지요”
황대녕이 돼지고기를 맵게 다진 동파육 한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다가 그녀의 말에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정색
을 한채 대답했다.
“너희들이 다니는 유천무관은 구대문파의 우두머리중 하나
인 화산파를 등에 업고 있는지라 입관비뿐만 아니라 매달 들
어가는 경비가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물론 뒷배경이 없는
평범한 사람은 입관조차 거부되는 것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세 자녀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던 터라 이참에 부모의
자식 키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새삼 강조하는 듯 했다.
“유천무관은 항주를 포함한 절강, 강서성 각지에서 몰려든
관원들에게 무술을 가리키는 무관일뿐만 아니라, 힘있는
관리들이나 무림세가 자제들의 친목장소이기도 하다.
물론 구대문파중 화산파의 힘을 등에 업고 강남의 무림을
이끄는 힘있는 무림세력중 하나인 것은 너희들도 잘알고
있을 것이다.
이미 유천무관 출신의 관원들이 이곳 항주와 절강성 그리고
멀리 북경에까지 진출하여 동문을 이루고 있음도 이곳 항주
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그러기에 당연히 다른 무관보다
두세배나 비싼 교습비를 받고 있고 이 아비 역시 너희 세 명
에게 드는 돈이 한달에 결코 작은 돈이 아니다”
이제 훈계의 시선이 그의 두 아들들에게 향했다.
“너희 둘도 그러니 이제 더 이상 꾀를 부리지 말고 평소에
도 네 누이처럼 열심히 하여 세인들에게 부끄럽지 않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딸 사랑은 아버지가 한다지만 그의 두 아들에 비해 장녀인
황유정에게 향한 정은 각별했다.
물론 황유정은 그에게 있어 큰 자랑일 수밖에 없었다.
자신뿐만 아니라 표국의 식구들 그리고 유천무관뿐만 아니라
하늘과 통하는 신선들이 사는 화산파의 명숙들에게서도 인정
받는, 그래서 어린 나이에 벌써 화산파의 속가제자로 선택된
그녀는 분명 장래 화산파의 뛰어난 여걸이 되어 황씨 가문을
빛낼 것이다.
그에 비하여 장남이나 둘째는 아직 세상 물정을 모른채 설익어
있었고 더구나 익기전에 벌써 밥이 되어 무공에 있어서 건방과
겉치례만 늘고 있었다.
첫댓글 즐감
사교육비가 이때도 장난아니네요ㅋㅋ
예리한 눈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