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화 개 짖는 소리가 요란해!
12 지신 오디션도 끝점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무대에는 독수리 5형제가 올라와 노래를 불렀다.
존 래논의 <이매진(Imagine)>과 그룹 퀸의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를 부르고
내려가자 쟌이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올라왔다.
“여러분!
독수리 5형제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부탁합니다.”
독수리 5형제는 무대를 내려가다 다시 올라와 청중을 향해서 인사를 하고 내려갔다.
“여러분!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도 결정되었습니다.
이번 투표 결과는 상상 이상의 변화가 있었습니다.”
쟌의 말을 듣고
어린이들이 이곳저곳에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무엇이 상상 이상이라는 거야?”
“모르겠어!”
“여러분!
닭을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 상으로 어떤 동물이 결정되었을까요?”
“가오리!”
“갈매기!”
“타조!”
어린이들의 목소리는 천상을 향하고 있었다.
“여러분!
조용히 해주세요.
이번에 새로 12 지신으로 결정된 동물은 타조입니다.”
“와!
가오리가 떨어지다니.”
“갈매기도 떨어졌다.”
“타조의 전설이 어린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아.”
“맞아!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것이 사실이라면 정말 타조가 12 지신 상이 돼 자격이 있어.”
많은 어린이들은
12 지신으로 뽑힌 타조의 전설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그림 김지원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여러분!
지금부터는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 오디션을 시작합니다.”
쟌은 무대를 내려갔다.
“달콤한 솜사탕이 천 원!
한 시간 뒤에는 달콤한 솜사탕이 공짜!”
“한 시간 뒤에
솜사탕이 공짜라고 해.”
말랑코의 목소리를 들은 어린이들이 비웃기 시작했다.
“말랑코가 장사를 잘하는 거야?”
어린이들이 비웃어도 말랑코는 계속 말을 했다.
한 시간 뒤에는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도 불이 꺼지는 것을 말랑코는 안다.
“달콤한 솜사탕이 천 원!
한 시간 뒤에는 달콤한 솜사탕이 공짜!”
말랑코 목소리를 들으며 어린이들이 모두 자리에 앉았다.
심사위원들이 모두 들어와 자리에 앉고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 후보들이 무대에 올라왔다.
“와!
물개다.”
물개는 하얀 조끼를 입고 꼬리에 노란 스카프를 둘둘 말은 패션으로 무대에 올라왔다.
“조명이 비추니까 물개가 더 귀엽다.”
“바다에 있는 것보다 더 귀엽게 보인다.”
어린이들은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무대에서 물개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야크다!”
높은 산에서 사는 야크가 투덜투덜 무대를 걸어갔다.
몸집이 크고 털이 길어서인지 무섭게 느껴졌다.
야크는 도시가 덥지 않아서 옷도 안 입고 오디션에 참가했다.
“사슴이다!”
마지막으로 사슴이 무대에 올라왔다.
뿔에 파란 리본을 달고 노란 조끼를 입은 사슴은 정말 신비스러운 동물 같이 보였다.
머리 위에 커다란 뿔이 루돌프 사슴을 보는 기분 같았다.
후보들이 모두 자리에 앉자
심사위원들이 무대로 올라왔다.
심사위원들도 피곤한 기색이었다.
“물개는 왜 12 지신 상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육지에서 사는 개가 그동안 12 지신으로 있었으니
미래에는
바다에 사는 물개가 새로운 12 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물개가 꼭 되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봉황이 다시 물었다.
“지구에 70% 이상이 바다입니다.
그래서
바다에 사는 동물들이 새로운 12 지신에 많이 뽑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바다에 사는 생물들이
그동안 12 지신으로 뽑히지 않은 이유는 뭘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옛날에는
바다의 소중함을 모른 것 같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바다를 이용하고 물고기를 잡아먹으면서 바다의 소중함을 이제야 깨달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12 지신으로
바다에 사는 동물 중에서 누구를 추천하고 싶은 가요?”
“고래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고래는 바다에서 가장 큰 생물이기 때문입니다.”
“물개 대신
고래가 새로운 12 지신이 되어도 될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그건 싫습니다.
고래는 우선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개는 고래가 물개 대신 새로운 12 지신이 되는 것은 싫었다.
“야크는
다른 동물에 비해서 어떤 장점이 있는 동물인가요?”
봉황이 물었다.
“야크는
높은 산을 좋아하고 추운 겨울을 좋아합니다.
또 인간들의 무거운 짐을 옮겨주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야크는 인간과 매우 친한 동물인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히말라야에서 등산을 하는 사람들의 짐을 옮겨 주기도 합니다.
또 높은 산악지대에서 농사를 짓고 사는 농부들을 도와주기도 합니다.”
“척박한 환경에서 잘 버티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환경이 척박해도 야크는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입니다.
산속 어딘가에는
나무와 풀이 자란다는 것을 알고 찾아다니는 의지도 강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척박한 환경에서도 야크는 잘 살아남는 것 같습니다.”
야크는 추운 겨울이나 높은 산에서 잘 살았다.
인간들을 위해서 무거운 짐을 날려주기도 하지만 추운 겨울에는 따뜻한 우유와 털도 제공해 준다.
그림 김지원 계원예술고등학교 미술과
“사슴은 왜 12 지신이 되고 싶은가요?”
봉황이 물었다.
“동물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동물이 사슴입니다.
그래서
이번 오디션에서 사슴도 새로운 12 지신이 되어야 합니다.”
“아름답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12 지신이 될 수 있을까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자기 취향에 맞는 동물은 다 아름답습니다.
어떤 관점에서 보는가에 따라서 싫어하는 동물도 있고 좋아하는 동물도 있습니다.
사슴의 전설을 아는 어린이라면
분명히
새로운 12 지신이 될 수 있도록 투표할 것으로 믿습니다.”
“사슴의 전설이란 어떤 것인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어린이들이 조현묵 작가의〈잉카 견문록〉이라는 책을 읽었다면 사슴 전설을 알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읽지 않은 어린이들은 사슴 전설에 대해서 모를 겁니다.
잉카 문명에 나오는 전설에 의하면
사슴은 오래전에 인간이었다고 합니다.
형 뚜이와 동생 호세라는 두 형제의 이야기에서 비롯된 사슴의 전설은
착한 마음을 가진 동생에게 축복을 내려주고 나쁜 마음을 가진 형에게 형벌을 내리는 이야기입니다.
부자가 된 동생의 보물을
모두 빼앗으려는 의리 없고 욕심 많은 형에게
바위 신은 그의 머리에 뿔을 붙였고
초원의 신은 그의 머리카락을 잘랐습니다.
그리고
고원의 신은 그의 엉덩이에 꼬리를 붙였다고 합니다.
그 뒤로
형은 집으로 돌아가
아내에게 잡혀 갇혀 있다가 도망쳐
지금의
산속에서 사는 사슴이 되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럼
사슴은 원래 사람이었다는 건가요?”
스핑크스가 물었다.
“그렇습니다.
잉카 문명에 의하면 사슴은 원래 사람이었습니다.”
“와!
사슴이 사람이라니?”
여기저기서 어린이들이 소곤거렸다.
“머리에 난 뿔은 언제까지 자라는 건가요?”
봉황이 물었다.
“사슴뿔은
오랜 시간 자라게 되면 무거워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됩니다.
이것을
녹용이라고 하고 인간들이 약재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인간이 되고 안 되고는 신의 뜻입니다.
지금
사슴으로 사는 것도 행복합니다.”
“만약
인간이 될 수 있다면 다시 인간이 되고 싶은가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인간이 되고 싶습니다.
뚜이가 살았던 잉카 문명지에 가서 동생을 찾고 싶습니다.”
사슴은 가끔 머리에 자라는 뿔이 무거울 때마다 인간이 되고 싶었다.
또
대한민국의 시인 노천명이 쓴 시를 읽을 때마다 인간이 되고 싶었다.
사슴 / 노천명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잃었던 전설을 생각해 내고는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고 먼 데 산을 바라본다.
무대 중앙에 있는 모니터에
대한민국의 노천명 시인의 <사슴>이라는 시가 올라왔다.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믿거나 말거나 서커스 장이나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텔레비전으로 보고 읽을 수 있었다.
“슬픔 짐승이라고 생각하나요?”
봉황이 다시 물었다.
“인간이 사슴이 되었으니 슬픈 짐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세월이 흐르면서 살아온 사슴들은 슬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높은 족속이라는 말은 받아들일 수 있는가요?”
켄타우로스가 물었다.
“높은 족속이라는 말은
곧
만물의 영장을 의미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사슴을 높은 족속이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관이 향기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켄타우로스가 다시 물었다.
“머리에 난 뿔에서는 향기가 납니다.
인간에 비유한다면
귀족 같은 의미를 가지고 이런 표현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사슴에 대한 전설은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지금까지
이런 사슴에 얽힌 전설을 모르는 어린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오래전에 사슴은 사람이었다니 정말 믿어지지 않았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원령공주〉라는 애니메이션에서도
사슴은 숲 속의 신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것을 보면 사슴은 높은 족속이었나 싶었다.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을 뽑는 오디션도 끝났다.
무대에는 마린과 코코로가 등장해서 연주를 시작했다.
불갑산 호랑이도
마지막 외줄 타기 공연을 하기 위해서 무대로 올라왔다.
“정말 놀라운 전설입니다.”
봉황이 말하자
“저도 사슴에 대한 전설은 처음 듣습니다.”
스핑크스가 말했다.
“사슴이
숲 속의 신 같은 존재로 등장하는 이유를 이제 알 것 같습니다.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이
욕망을 버리지 못하고 이런 불행한 일을 겪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들에게
큰 공부가 될 것 같은 사슴의 전설이었습니다.”
켄타우로스가 말했다.
“욕망을 조절하지 못하는 인간은 스스로 큰 수렁에 빠질 겁니다.
그리고
천당과 지옥이 왜 있는지도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러므로
인간은 서로 이해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케르베로스의 말을 끝으로
개를 대신할 새로운 12 지신을 뽑는 오디션도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