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건진 시 - 고목
비교적 쉽게 좋은 시를 하나 건졌다.
사연인즉-----
미주알고주알 부딪히는 고향인 시골에는 말도 많고 탈도 많다.
그래서 이향離鄕이라는 패러다임이 생기고 크립토나이트라는 말이 생겼다.
성질 죽이면서 길게 보고 견뎌낸다.(내가 생각해도 기특!)
또 인신공격을 받아 상처를 입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못 들은 척 내색 않고 마음속 즉흥시를 하나 썼다.
<똥물 맞은 강>
똥물을 퍼부어도 강은 흘러간다 //
굽이굽이 흐르면서 똥물도 품어주고 //
그 똥물 실은 똥배도 둥둥 띄워 함께 간다
이튿날
그 또래의 고향 선배가 “예수도 고향에서는 욕하는 사람이 있었어.”라며 차 한잔하자며 불렀다.
지하철 3호선 미남역에 내려 건널목에 섰는데
인도에 몸통이 울퉁불퉁 못생긴 벚나무 몰골이 눈에 잡혔다!
인파에 시달려 온몸에 성한 곳이 없는 품새다.
“잘라서 목각을 하면 예술이겠네.”
혼자 중얼거리다 잠시!!!!!!!!
“아, 상처도 곱게 아물면 예술이 되는구나!!!”
즉시 시 한 수 구상이 ’그려졌다‘.
한 그루 나무의 생애를 조망
파노라마처럼, 강과 나무, 사람의 한 생애------------
등등은 내가 이미 익히 해 온 이중노출의 연상법
*거친 껍질 = 파도 = 상처 – 흉터
나무의 무늬 = 물결
자존감을 살려서 --- 이왕이면 고목/당산목으로!! ㅎㅎㅎ
마음에 맺힌 게 짙어서 그랬는지 시정이 술술 풀렸다.
<나 자신 = 나무 = 강>의 이미지 복합적 오버랩(O.L)하여 나를 객관화 ==
이후 몇 군데 섬세한 퇴고를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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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낙동강․476
상처도 곱게 아물면 예술이 되는구나
바람 물결 일렁이는 당산목 거친 몸피
겹겹이 제 살을 저며 추상화 한 점 새겼다
여울목 마디마다 세월의 옹이가 맺혀
살점이 패인 둠벙, 혹으로 솟은 둔덕
굽은 등 처진 어깨에 뭉개진 손등 발등
잎잎이 뒤척이며 속울음 삼킨 밤을
푸른 피 버무려서 목각으로 굳은 상징
촘촘한 곁가지들은 휜 등골 뜻을 알까
저 흉터 뒤집어보면 속살은 또 성할까
오래 살다 보니 나무도 강을 닮는지
파도를 칭칭 휘감아 허연 물길로 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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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말 == <노인>처럼 온갖 용을 써서 만드는 시도 있고
<고목>처럼 순식간에 되는 시도 있다.
--이래서 시는 ’순간적 서정의 형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