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존유감(惠存遺憾)
9반 전 명 수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편 두편 써오던 글들을 묶어 한권의 문집을 펴내어 그동안 음으로 양으로 도와주시며 가까이 지내던 일가, 친·인척, 친구, 동료 선·후배 직원들에게 우편 또는 직·간접으로 보내 드렸다. 처음 출판 기념회 때에는 미리 준비를 하지 못하여 그냥 ‘저자 증정’이란 고무인만 찍어드렸지만 그 뒤로는 받는 분의 성명다음에 혜존(惠存)이라 쓰고 날짜와 필자의 성명을 쓰고 일가 친인척의 아랫사람들에게는 이름 다음에 ‘간직 하여라’ 라고 써 보냈다. 이미 몇 차례 지인으로부터 직접 책을 받아본 적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惠存(혜존)이라 씌어져 있었다. 언젠가 국어사전에 혜존의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받아 간직하여 주십사’의 뜻으로 ‘자기의 작품을 증정 할 때 상대방의 이름 아래에 씀’ 이라는 말까지 확인 해 보았기 때문에 아무런 의문이나 의심 없이 그렇게 한 것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 어느 후배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내 놓으며 혜존이란 말이 본래의 의미와는 바뀌어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 해주며 오히려 미안한 표정을 짓는 게 아닌가. 그 후배의 용기가 대견하거니와 진정으로 날 위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어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그날 바로 혜존의 본래 의미를 찾아보았더니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그 후배의 말대로 혜존이란 용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음에 확신을 가지게 되었고 동시에 자신의 무지와 신중하지 못한 처신에 부끄럽기도 하고 점차 당황의 지경까지 이르게 되었다. 이미 잘못 사인하여 배부한 문집이 오백여권이나 되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아무리 고심을 해보아도 묘안이 떠오르지 아니하여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 마음이다.
한일문화어울림연구소 이윤옥 소장의 혜존이란 용어의 설명을 요약하여 발췌해 보면 이렇다. 2009.2.16 자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는“혜존”에 대한 말이 일본말이라는데 써도 되느냐는 네티즌의 질문에 국립국어원에서는 “일본말이라는 것은 근거 없는 이야기이며 자기의 저서를 남에게 줄 때 받는 사람 이름 옆에 써서 ‘잘 받아 주십시오.’ 란 뜻으로 쓰인다.” 라고 마무리를 하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는 말이니 그냥 써라”는 말이다. 문제는 이 답변에 어느 네티즌이 이에 대하여 이의를 제기하였는데 그 논리가 정연하다. 혜존(惠存)은 <한국문집총간> 자료에서 20여 곳에 나타나는 말로 <이 책을 받는 것이 은혜로워‘惠’ 잘 보존‘存’하겠다>는 뜻이며 한자로는 <受此冊爲感惠故保存以重>이라는 예문을 제시하고 있다. 즉 우리나라 선비들이 오래전부터 써 왔던 말로써 책을 받은 사람이 ‘귀한 책을 주셨음으로 잘 읽고 보존하겠다.’는 뜻으로 쓰였다는 것이다. 옛날 선비들의 보통 문집은 책 제목이 없는데 이를 받은 사람이 겉표지에 문집 이름을 적고 속표지에는 누구에게서 언제 받았는지를 적은 다음 책을 준 사람의 이름 끝에다 <은혜롭게 주시기에‘惠’ 잘 보존‘存’하겠다>는 뜻인 <혜존>이라는 말을 적어 고마움을 나타내던 것이 우리겨레의 “혜존”이었다. 그러던 것이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말이 생겨난 어원과 흐름, 의미, 용처를 챙기지 못하는 과정에서 일본말의 영향을 받아 “이 책을 드리오니 잘 보존해 주시면 고맙겠다.”라는 일본식 “혜존” 을 따르게 되었으니 거꾸로 되어 버린 것이다. 이치로 따져보아도 자기가 쓴 책을 잘 보존해 달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심하게 말하면 건방진 부탁이다. 일본의 문화에 영향을 받아 저자마다 속표지 첫 장을 넘겨 일본 사람들이 하듯 “제 책을 잘 보존해주시오" 라는 뜻의 ‘혜존’을 마구 남용하였으니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겨레는 남에게 자신의 저서를 잘 보존하라고 할 만큼 뻔뻔하지 않았다. 나라를 잃다보니 조상이 쓰던 좋은 말들을 내어주고 이상한 말들을 들여다 쓰면서도 아무런 반성이 없는 게 또한 우리의 모습이다. 일반 국민들이야 모르니까 이해를 한다지만 이를 바로 잡고 순화시키며 고운 우리말을 장려해야 하는 국립국어원에서 ‘이 말이 일본 말이라는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으며 남에게 책을 줄 때 써도 무방한 말이다.”라는 견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기 짝이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확인을 하고보니 얼굴을 둘 수 없으리만치 부끄럽고 자신도 모르게 뻔뻔스럽고 건방진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이야 다시 주어 담을 수 없는 노릇이다. 기회 있을 때 마다 문집을 보내 드린 분과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전해주어야 하겠고 앞으로는 혜존이란 말이 아닌 다른 말로 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직언을 해준 후배에게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 전하고 싶다.
첫댓글 정말 어려운 말을 알기쉽게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아무튼 귀한 책 잘 읽고 잘 보관하겠습니다.
차 선생님 반깁니다. 재미도 없는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명수친구 아니 송하가좋겠네요 그냥지나치기쉬운 ...일상생할의한부분도 잘챙기고 생각해보면 잘못사용되고 잘못이해되는 부분이 많지요 아르켜주어 고맙읍니다 ...... 산세베리아가 누구신가 했드니 아 이쁜이 애자님이시네 여기서 만나뵈니 더 반갑네요 항상 밝고 미소짓는모습아름답읍니다 건강하시고요 6반 가곡함게하는정현입니다
늘상 찾아주시어 고맙습니다. 부그럽기 짝이 없는 세월을 보내고 있습니다.
좋은 글 알여주셔서 감사합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고운 걸음 해 주시어 고맙습니다. 날마다 행복하게 지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