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晩秋)
-밤 비
-가을 편지
<1>
만추(晩秋)
정성영
만산홍엽 산마루에 서서
바람이 전하는 가을을 읽는다
푸르름이 스쳐간 시간 위로
붉은 선혈이 뚝뚝 떨어져 날리네
가늘게 떨리는 햇살은
맑고 푸른 하늘에서 빛나고
가을이 떠나기 전의 아쉬움은
모두 초조한 발걸음을 서두르네
꽃피던 시절은 구름이었나
푸른 청춘도 바람인 것을
풍요로웠던 지난 들녘에
새벽 찬 서리 내려 겨울을 재촉하네
밤은 길고 바람은 소슬한데
빛나는 별 달 밝은 하늘 길에
기러기 울며 날고 귀뚜라미 숨어 울제
심란한 마음 호수 물결이 이네
<1편 끝>
<2>
밤 비
정성영
칠흑같은 어둠 하나로
빈 방 가득 채운 밤
귀 기울여 세상을 엿듣네
베갯 머리 들 창 너머로
알 듯 모를 듯 정겨운 소리
영혼을 흔드는 은밀한 언어들
까맣게 잊었던 얼굴
빗소리 타고 찾아 들어
홀로 깨어 잠 못 이루네
긴 밤 지새워 가며 소곤 소곤
남들 다 곤히 잠든 시간
밤비는 또 무슨 청승인지---
<2편 끝>
<3>
가을 편지
정성영
공원 벤치에 앉아
가버린 날들 기억 속에
못 다한 말 마저 전하고 싶다
낙엽 지는 이 가을에
외로움만 남긴 채 너는
내 곁을 떠나 멀리 가 있네
그리움에 지쳐
바람이 가는 길에 띄워 보내는
하고 많은 간절한 이야기들
소리없이 앉아 울던
다시 찾은 그때 그 자리
마음 전할 길 없어 편지를 쓴다
<3편 끝>
정성영: 1941년 경기 용인 출생. 방송 통신대 졸업, 월간<한국수필> 신인상. 계간 <창작산맥> 詩 신인상. 한국 문인협회, 한국 수필가협회,
창작산맥 문학회, 서울 강서문인협회 회원. 서예대상전 초대작가, 저서 수필집,<동진이 사람들>, <한 밤중에 찾아온 손님> 기타 공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