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소싸움대회
우리나라 민속소싸움대회의 투우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진주 소 싸움장으로 달려갔다. 얼마전 의령소싸움대회에 갔으나 멋진 장면을 촬영하지 못해 재차 도전하는 것이다. 오늘 개천절이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개천절은 법정공휴일이다. 우리나라 법정공휴일은 10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90%는 그 의미도 모르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어찌하던 3일간의 황금연휴를 맞이하여 진주 개천예술제의 일환으로 열리는 진주소싸움대회에 많은 인파가 몰렸다.
의령 투우장에 비해서는 초라하지만 그런대로 모양새를 갖추고 있다. 그런데 투우장과 관람석과의 중간에 나무편스를 이중으로 막아 놓아 촬영하기에는 불편하였다. 얼마 전 의령에서 촬영하였는지라 신기함은 덜했다.
홍코너 청코너에 나온 소들은 상대방의 기를 죽이기 위해 앞발로 모래를 차서 하늘로 날리며 무서운 모양으로 상대방을 위압한다. 싸움소를 가까이 다가서면 심판이 호루라기를 불면 시작이 된다. 시작과 동시에 주인은 소고삐를 코에서 뺀다.
싸움소 주인은 소 주의를 돌면서 밀어 붙어! 받아! 엎어! 등의 구호를 외치며 소와 같이 빙빙 돌면서 싸움하는 소보다 더 신경을 쓴다. 어떤 소는 붙어보지도 못하고 꽁무니를 빼고 도망가기도 하고, 아예 접근조차 하지도 않는다.
해설자는 소싸움의 흥을 돋우기 위해 박수를 요구하지만,
싸움소는 다르다.
어제 10여분 가량 싸워 힘이 빠진데다, 상대편이 나보다 덩치도 크고 힘이 억세보이기에 주눅이 들어 죽을 맛이다. 2~3분 만에 끝난 소는 그래도 홀가분한 마음으로 돌아가지만 주인을 생각해서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다짐한 소는, 코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꼬리에서는 누런 똥을 연방 질질싸고 불알은 축 늘어져 있다.
아바디, 그만두고 싶어요! 라고 말하고 싶으나
미련한 소는 주인의 충성심이 강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해설자는 또 한 번 외쳐 된다.
“ 박수를 치세요, 그러면 소가 힘이 나서 달려듭니다.”
박수 소리에 심판은 호루라기를 불어 데고, 주인은 닥달을 한다.
더디어 한 마리의 소가 꽁무니를 빼고 도망을 간다.
관중들의 박수 소리에 창피한 마음을 달래며 움메, 움메 목 놓아 울어대며 퇴장한다.
그것이 무엇이 좋다고 카메라맨은 찰깍찰깍 세터를 눌러댄다.
나도 그 중의 한 사람으로 넘 나무랄처지가 아니다.
중간에 흥을 돋우기 위해 흥겨운 트롯트 장단에 관중들을 유도한다. 거제 고현 같으면 동조를 하지 않겠지만 여기는 농민이 많고 아직 순수하여 다 같이 동참한다. 식당과 간이음식점에는 동네 사람들이 붐비고 오고가는 막걸리 한 사발에 농촌의 정이 묻어난다. 오랜만에 정겨운 시골 냄새에 취해본다.
잠시 휴식을 취할겸하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싸움소 허리에 ‘성포’라고 쓰여져 있다. 아마 거제소인 것 같다. 주인을 찾으니 역시 성포 사람으로 싸움소를 10마리 다리고 출전하였다고 한다.
‘반갑습니다, 이 소중 제일 비싼 소는 얼마나 값이 있는지요?’
‘ 뭐, 천하장사 되었을 때는 1억 주겠다고 하여도 팔지 않았습니다.’
‘전국 소싸움대회는 몇 번이나 있으며 수지타산은 어떠하신지요?’
‘전국에는 20여개 대회가 있고, 수지타산을 따지면 언제나 적자지요.’
‘그런 왜 계속하시나요?’
‘ 뭐 취미나고나 할까, 당신도 마찬가지 아니유.’
조금 더 촬영하다 돌아오다 생각해 보았다.
한국인과 소는 어떤 의미일까?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식구 외에 같이 사는 노비를 생구(生口)라 했습니다. 사람과 똑같은 대우를 받았던 동물 존재가 바로 소(牛)입니다. 노역(勞役)을 대신해 주는 소는 그만큼 소중했기에 대접을 해주었습니다. 노비를 사고파는 인신매매를 할 때 그 단가가 소 한 마리 값으로 매겨져 20대 전후의 건장한 사내종은 황소 한 마리 값, 건강한 계집종은 새끼를 잘 낳는 암소 한 마리 값으로 흥정되었습니다.
소는 선조들에게 있어 사람값과 맞먹는 엄청난 ‘재물(財物)이였습니다. 소는 농경사회에서 가장 소중한 동물이며 그 활용도가 다양했습니다.
소는 최고의 먹거리로서 즐거움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우리 한국사람은 날로 육회를 쳐서 먹고, 구워 먹고, 삶아 먹고, 볶아 먹고, 고아 먹고, 조려 먹고, 포 떠먹고…… 30가지나 되는 많은 요리방법이 있습니다. 내장은 물론 머리에서 꼬리까지, 그리고 족발, 선지, 뼛속에서 등골까지 빼먹습니다. 도가니는 말할 것도 없고 쇠가죽 뒤에 붙은 수구레, 사골국을 끓일 수 있는 뼈까지 고아서 먹지요. 몇 년 전 시끄럽게 달구었던 미국쇠고기 파동도 그런 흐름에서 벌어졌다고 볼 수 있지요.
우리 조상들은 소에게 여덟 가지의 덕이 있다고 하였다.
일덕(一德)은 서두르지 않고 꾸준한 것이다.
이덕(二德)은 돌밭이건, 진창이건 가리지도, 피하지도, 머뭇거리지도 않고 가는 것이다.
삼덕(三德)은 자신이 하는 일을 되새겨 그 잘못을 반성하는 것이다. 소는 먹이를 먹은 다음 조용히 반추하며 되씹는다.
사덕(四德)은 자애로움이다.
오덕(五德)은 재물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육덕(六德)은 불행과 병을 몰아오는 귀신을 막아주는 것이다.
칠덕(七德)은 잡다한 세상사에 초연하게 유유자적함이다.
팔덕(八德)은 초월자의 과정을 인간에 교시하는 것이다.
인간은 개에게도 배울 것이 많지만 소는 더욱 본받을 바가 크다. 인간이 인간이기를 포기한 현대사회에서 한번쯤 소의 경외(敬畏)로움을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정지용의 시 향수 중 '얼룩빼기 황소'나 옛말에 '호랑이와 싸워이긴다'라고 하는 소는 바로 칡소이다. 박목월의 동요 '엄마소는 얼룩소 엄마 닮았네' 이는 모두 칡소를 말함이다.
그리고 1954년 이중섭이 그린 흰소를 보면 아마 옛날에는 변종으로 흰소도 있었는 모양이다.
소가 앞발로 모래를 차 올리거나 드려누워서 용트림 하는 것은 모두 과시용이다.
왼쪽은 황우(누렁소), 오른쪽은 칡우(칡소)이다. 우리나라 전통소는 황우, 칡우, 흑우 3종류니나 어떤이는 백우도 잇다고 한다. 거제도 칠전도나 가조도에도 이조시대에는 흑우를 많이 길렸다.
첫댓글 우연한 기회에 경기를 본 적이 있는데
일행은 재미있다 하더만 나는 왜 그리 무 재미 ㅎㅎ
잘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