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4월 16일, 월요일, Tana Toraja, Rantepao, Pia's Poppies Hotel (오늘의 경비 US $55: 숙박료 99,000, 아침 30,000, 저녁 65,000, 맥주 29,000, 관광 250,000, 입장료 40,000, 환율 US $1 = 9,000 Indonesian rupiah) 어제 밤에는 악몽을 꾸었다. 깨어서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경이었다. 나는 두 가지 악몽을 가끔 꾼다. 왜 꾸는지 모르겠는데 그런데 대한 해답을 위해서 심리학 같은 학문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첫째 악몽은 대학에서 과목을 신청해 놓고 제대로 강의에 나가질 않아서 시험을 포기해 버리고는 안타까워하는 꿈이다. 그러다가 “아, 나는 지금 더 이상 그 대학에 다니질 않지.” 하고 안심하는 꿈이다. 이 꿈은 아마 내가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와 University of Utah에서 컴퓨터 공부를 시작했다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끝내질 못했던 것 때문에 꾸는 꿈인 것 같다. 오래 전 일인데 그 꿈을 자꾸 꾸는 것을 보면 실망이 컸던 것 같다. 두 번째 악몽은 직장에서 해고되는 꿈이다. 나는 35년 동안 미국 IT 업계 직장에 다니면서 다섯 군데 회사를 다녔다. 한 회사에 평균 7년 정도 동안 다닌 것인데 미국 IT 업계 평균 정도인 것이다. 다섯 회사 가운데 내가 자발적으로 떠난 회사가 세 곳이고 정리해고를 당한 회사가 두 곳이다. 첫 번째 정리해고는 1998년 한국에서 당했다. 미국회사의 한국지사에서 당했는데 IMF 사태 때문에 생긴 것이다. 미국 본사로부터 아주 두둑한 퇴직금을 받았고 한국지사 직원들의 따듯한 환송을 받으면서 떠났다. 나는 당시 높은 연봉을 받고 있었는데 내가 회사를 떠남으로서 젊은 직원 3, 4명이 정리해고를 면할 수 있어서 나는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다. 두 번째 정리해고는 2001년 9.11 사태 때문에 당했다. 중국 상해 출장을 마치고 미국에 돌아가서 주말을 지내고 월요일 아침에 출근하니 회사 직원의 3분의 1이 이틀 전인 금요일에 회사를 떠났고 나도 그 중의 한 명이었다. 나는 해외 출장 때문에 이틀 늦게 월요일 아침에 해고통지를 받게 된 셈인데 아침에 출근한 다음 한 시간 안에 책상을 정리하고 회사 문을 나서야했다. 혼자 쓸쓸하게 회사 문을 나서는 심정은 매우 찹찹했다. 2년을 일했는데 고작 2주치 봉급을 퇴직금으로 받고 함께 일하던 직원들과 인사조차 제대로 못하고 떠났다. 그렇게 35년의 미국 IT 업계 직장 생활을 마감했다. 그 후 6개월 동안 새 직장을 찾아보았으나 미국 IT 업게 불황 때문에 실패하고 이미 나이가 만 60세가 막 넘었을 때라 자연스럽게 은퇴로 이어졌다. 나중에 그때 나처럼 IT 업게 정리해고를 당했다가 후에 다시 직장을 얻은 사람들을 여럿 만났는데 대부분 3년씩이나 기다려야 했었단다. 당시 미국 IT 업계 불황은 아마 1950대에 IT 업계가 생긴 후로 최악의 불황이었을 것이다. 정리해고를 당하는 악몽은 두 번째 정리해고 때문에 꾼 것 같은데 오래 전 일인데 왜 계속 그 꿈을 꾸는지 모르겠다. 오늘 그 꿈을 꾸고 난 다음에는 갑자기 여행을 그만두고 내일 당장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장기 여행을 하다가 힘들거나 지치면 가끔 나는 생각인데 조금 시간이 지난 다음에는 말끔히 없어지는 생각이다. 이번 여행도 좀 길었나보다. 여행을 시작한지 4개월 반이 지났는데 2, 3일 후에는 인도네시아 여행을 끝내고 말레이시아의 Borneo 섬으로 간다. Toraja 구경은 오늘 하루 가이드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이곳 가이드들은 돈독이 올랐는지 기회만 있으면 바가지를 씌우려 한다. 오늘 가이드도 아침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관광을 하는데 가이드 비용 250,000 rupiah, 입장료 40,000 rupiah, 오토바이 70,000 rupiah, 장례식 선물비용 100,000 rupiah 등 360,000 rupiah를 요구했다. Lonely Planet에 오토바이 포함해서 200,000 rupiah로 나와 있는 것을 보여주고 입장료는 내가 직접 내겠다고 하고 250,000 rupiah에 흥정해서 다녀왔다. 나중에 보니 장례식 선물비용은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Toraja 지역 전통마을 한 군데, 공동묘지 3군데, 그리고 장례식장 한 군데를 다녀왔다. 전통마을 건축양식은 지붕이 배 모양으로 된 것인데 Sumatra 섬 Lake Toba에서 본 건축양식과 흡사했다. 그래서 가이드에게 물어보니 Lake Toba 지역 사람들과 Toraja 지역 사람들이 같은 종족이란다. 약 3천 년 전에 동남아에서 이주해 왔는데 일부는 Sumatra 섬의 Lake Toba 지역으로, 일부는 Sulawesi 섬의 Toraja 지역으로, 그리고 일부는 필리핀에 정착했단다. 3천 년 전에 일어난 일이라는데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지 모르겠다. 아마 언어가 유사한 모양이다. Tana Toraja 지역의 종교는 90% 기독교인데 그것도 Lake Toba와 마찬가지다. 기독교는 1950년경에 Tana Toraja에 들어왔다는데 Lake Toba에도 그때 들어온 것인지 모르겠다. Tana Toraja는 “Toraja 사람들의 땅”이라는 뜻이란다. Tana Toraja 지역은 독특한 장례문화 때문에 외국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오늘 구경한 장례식에도 외국 관광객이 수십 명이나 보였다. 오늘 장례식은 이 지역의 어느 유지의 장례식이란다. 자식들이 Jakarta에서 경제적으로 성공을 해서 매우 성대하게 치르는 7일장인데 오늘이 3일 째란다. 산속에 한국의 웬만한 절 규모로 임시 건물들을 지어놓고 치루는 장례식이다. 손님들이 수백여 명이 와 있었는데 7일 내내 매일 그렇게 많이 온단다. 그 많은 사람들을 하루 세끼 식사 대접을 하기 위해서 수많은 소와 돼지을 장례식장 옆에서 잡는데 장례식이 성대할수록 잡는 동물의 숫자가 늘어난단다. 오늘 본 장례식에서는 7일 동안 소 40여 마리와 돼지 천여 마리를 잡는단다. 믿기 힘든 숫자다. 이곳 사람들은 잡는 동물 숫자가 많을수록 망자가 천국에 가는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단다. 대부분 기독교 신자들인데 어떻게 그런 것을 믿는지 이해가 잘 안 된다. 어제 숙소에서 만났던 San Francisco에서 온 여행객이 소와 돼지를 잡는 장면을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너무 참혹해서 한 장만 보고 말았다. 사진 몇 장 찍은 다음에 가이드에게 가자고 했더니 좋은 구경거리를 안 보고 간다고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오늘도 어제와 비슷한 오후 2시경부터 어제와 같은 장대비가 한참 동안 내렸다. 오늘 저녁은 숙소 음식점에서 돼지고기 구이 요리를 먹었는데 참 맛있었다. 어제 먹었던 대나무 통 닭고기 요리보다 더 맛있는 것 같다. 이 숙소 음식은 하나 같이 정말 5성 호텔이 아니면 먹을 수 없을 정도로 잘한다. 이번 여행을 시작한 후로 제일 잘 먹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읽던 박경리 소설 "토지"를 그만 읽기로 했다. 너무 읽기가 힘이 들었다. 경상도, 함경도 사투리 대화를 읽는 것도 힘들고 줄거리 진전이 별로 없어서 너무 지루했다. 대신 미국의 발명가 Edison의 전기를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 만한 것 같다. 킨들을 가지고 다니니 책 읽는데 참 편하다. 내일은 시내에 가서 인도네시아를 떠나서 말레이시아 Borneo 섬의 Kuching으로 가는 항공권을 사려고 한다. Singapore나 Kuala Lumpur를 거쳐서 가는 방법과 인도네시아 Borneo의 Pontianak으로 날아가서 (Jakarta 경유) 육로로 Kuching으로 가는 방법이 있는데 어떤 방법을 택할지는 내일 여행사에 가서 알아본 다음에 결정할 생각이다. 어쩌면 이곳에서 하루 이틀 더 묵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곳 날씨도 좋고 숙소도 편하고 음식도 좋고 숙소주인 부부와 종업원들이 아주 친절해서 며칠 더 있어도 좋을 것 같다. 오늘 구경은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물이 많은 고장이다 논농사를 많이 짓는 곳인데 한국의 논농사는 아마 까마득한 옛날에 이쪽 지역에서 온 것 같다 전통 마을 건축양식이 Sumatra 섬의 Lake Toba 지역과 흡사하다 어느 부잣집의 장래 장례식을 위해서 미리 건물들을 짓고 있다 장례식을 이곳처럼 거창하게 하는 곳을 못 봤다 창고 건물들이란다 화려하게 치장을 해놓았다 보이는 산이 묘지다 절벽에 묘를 만들었다 인형을 많이 사용한다 시체가 들은 관은 땅에 묻지 않고 산 절벽에 이렇게 매달아서 보관한다 또 다른 산 절벽 묘지다 역시 많은 인형을 사용했다 어린이 묘지란 표지판이다 어린이 묘는 나무 안을 파고 만들었다 너무 물이 많은 곳이라 땅에 묻지 않는 것일까? 장례식장 입구 모두 장례식을 위해서 미리 지어둔 건물이다 망자의 사진 망자 가족 외국 관광객도 많이 보인다 7일장에 돼지를 천여 마리나 잡는단다 소도 40여 마리를 잡는데 "알바이누" 병이 들어서 백색 피부를 가진 소는 한 마리에 수천만 원을 호가 한단다 2012년 4월 17일, 화요일, Makassar 밤 버스 (오늘의 경비 US $26: 아침 38,000, 저녁 65,000, 맥주 29,000, 버스 100,000, 오토바이 택시 5,000, 5,000, 환율 US $1 = 9,000 Indonesian rupiah) 오늘 아침에 시내로 나가서 오늘 밤 9시에 Makassar로 떠나는 Bintang Prima 버스표를 샀다. 내일 아침 5시부터 6시 사이에 Makassar 공항 근처에 도착이란다. 공항으로 들어가는 길에서 내려서 오토바이 택시를 타면 공항까지 10분 정도 거리란다. 선택 여지가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못하고 골머리를 앓게 된다. 오늘 아침까지도 내일 오전 버스로 떠나나, 밤 버스로 떠나나, 다음 목적지인 말레이시아 Borneo 섬의 Kuching까지 Kuala Lumpur나 Singapore로 해서 가나, 인도네시아 Borneo 섬의 Pontianakan으로 해서 가나, 비행기 표를 미리 구입하나, 비행장에 가서 구입하나, Makassar 공항 근처 호텔에서 하루 밤을 자야 하나, Jakarta에 가서 하루 밤을 자야하나 등 여러 가지 선택을 놓고 고민하면서 결정을 못하다가 오늘 밤 버스로 Makassar로 떠나기로 결정하고 나가서 버스표를 사버렸다. 버스가 호텔 앞으로 지나가는데 오늘 밤 9시에 호텔 앞에서 버스에 오른다. 그리고 Kuala Lumpur로 해서 가기로 했고 비행기 표는 공항에서 사기로 결정했다. 미리 예약을 하면 또 비행기 시간에 맞추어서 가는 것을 걱정하게 된다. 그래서 조금 비싸게 사더라도 공항에 가서 사기로 했다. Makassar 공항에서 Jakarta로 떠나는 비행기는 많으니 공항에서 사는 것에 문제가 없을 것이고 Jakarta에 도착해서 Kuala Lumpur 경유해서 Kuching에 가는 비행기는 말레이시아 항공편이 많은 것 같은데 잘하면 내일 늦게라도 Kuching에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좀 번거롭지만 Jakarta에서나 Kuala Lumpur에서 하루 밤을 자면 된다. Makassar 버스표를 사고 나니 마음에 후련해진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으니 그대로 행동에 옮기면 된다. 오후 1시까지 방을 비워주고 식당에 앉아서 인터넷이나 하다가 아침에 주문해 놓은 저녁을 밤 7시에 들고 밤 9시경에 버스에 오르면 된다. 며칠 전 Tana Toraja에 타고 온 버스인데 좌석이 대형이라 자는데 큰 불편이 없을 것 같다. 내일 밤은 어디에서 잘지 미정이지만 인도네시아 여행은 오늘로 끝났다. 제법 긴 여행이었는데 갑자기 끝난 것 같고 좀 섭섭한 기분까지 든다. 인도네시아는 부자 나라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잘사는 나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필리핀은 못 봤지만 동남아에서는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 두 나라가 (싱가포르와 브루나이는 빼고) 제일 잘 사는 나라 같다. 사람들이 제일 행복해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