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다룰 이 소설은 제가 충격과 공포를 먹은 소설이기도 합니다. 전 애서가(고딩 야자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책이나 읽었죠. 졸업식날 왠 문상을 주더라고요. 책 많이 읽었다고...)이고, SF를 좋아합니다. 어느날 모스크바에 사는 20대 꼬꼬마(게임은 드럽게 싸면서 모스크바 집값은 드럽게 비싸다고 하는...)에게 '이 책 드디어 한국어로 나와서 질러서 봄 ㅋㅋㅋ' 하니까 그 꼬꼬마가 하는 말 '야 그거 의무(Responsibility)로 봐야 하는 거잖아?' 책을 의무로 본다니... ㄷㅅㄷ... 지금도 저거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대한민국 책중에 20대가 저렇게 말할 정도로 의무로 봐야할 책이 있을까요?
이번 책은 농담안하고 넘사벽급 입니다. 영화로도 만들어졌고(수면제 중간급이지만요. 대한민국에선 스토커라고 하기 뭐하니까 잠입자로 나왔습니다.), 클리셰 메이커에다가 현실을 실제 예언했으며, 또한 러시아어 단어 하나를 바꿔버렸습니다. 그리고 시어도어 스터전이 서문을 써주고 어슐러 K. 르 귄은 추천사를 써줬습니다. 추천사 내용이 걸작입니다. 추천사 내용중 한마디만 꼽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필자가 가장 높이 평가하는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업적은 그들이 이념에서 벗어난 듯 글을 썼다는 점-서방 민주주의 국가에서 활동하는 많은 작가들에게도 어려웠던 일-이다. 그들은 자유인이 글을 쓰듯 썼다'
네, 스투르가츠키 형제의 '노변의 피크닉'(Пикник на обочинеm, Roadside Picnic) 이라는 책입니다.
내용은 퍼스트 컨택트 소설입니다. 외계인이 지구에 들렀다가 특별한 6개의 ‘구역 Зона’ (혹은 ‘방문 구역 Зона Посещения’)을 만들고 그냥 인류가 있든 없든 마치 길가에서 피크닉 즐기고 당연히 쓰레기 같은걸 무단 투기하고 사라집니다. 문제는 그 쓰레기 같은게 영구기관이라던가, 혹은 전기 자동차의 배터리라던가 그런 용도로 쓰이거나 혹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물건일수 있다는거죠. 가이거 계수기를 갖고 손도끼로 생각한다던가 말이죠. 노변의 피크닉의 배경 장소는 하몬트(Хармонт)라는 '구역'에 어느정도 먹힌 대영연합제국 도시(캐나다라 생각되는)에 사는 레드릭 슈하트(Рэдрик Шухарт)의 삶을 따라 진행됩니다. 레드릭 슈하트는 스토커(сталкер)입니다. 잠입자, 또는 밀렵자라는 영어 뜻의 Stalker에서 채용한 것으로, 추상명사 сталкинг(탐색, 탐사), сталкерство(발굴)까지 확장해버렸죠.
그래서 러시아어에서 스토커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질질 따라오는 사람이 아니라, 첫 뜻이 '잘 알려지지 않고 종종 생명을 위협하는 장소를 찾고 탐험하는 데 열정적이며 그러한 장소를 안내하는 사람'의 뜻으로 처음 나타납니다.
소설은 레드릭 슈하트의 일대기를 그립니다. 처음엔 저 '구역'을 연구하는 외계문명국제연구소 직원이었다, 자기가 친구를 죽였단 자책감으로 나와서 불법 스토커로 삽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엔 소원을 이뤄주는 아티팩트(Wish Granter) 이야기입니다.
스트루가츠키 형제 작품에 등장하는 자의어와 신조어는 미래 또는 현실과 동떨어진 세계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절한 언어장치로 쓰입니다. 스토커 같은 경우가 말이죠. 또한 실제로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폭발 사고로 프리피야트 시민들이 긴급 대피하고 못챙긴 것들을 장물아비 하기 위해 그 '구역'으로 레이드를 벌였고, 사람들은 충격과 공포에 빠졌죠...
마지막 챕터에서 형제들은 이솝의 언어(러시아 문학의 특징인데, 제정 러시아 / 소련 등 검열을 피해서 다르게 말하기 방식의 특별한 형태), 알레고리에 대한 독해를 독자들의 몫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이제까지 이런일들이 있었고, 이제 레드릭 슈하트 맘속에 있는 것들을 풀 시간이겠죠? 마지막에 나오는 '모두에게 행복을 드려요! 공짜로 드려요!'는 소련 체제를 까면서, 동시에 여러 방향으로 풀어버립니다.
왜 제가 첫 제목을 좋은 사냥이 되길, 스토커! 라고 적었을까요? 클리셰 메이커이기 때문입니다. 스토커란 단어에서 보다시피 네, 우크라이나 게임 시리즈인 스토커 시리즈(저도 스토커 시리즈로 이 책을 알게 되었죠...)와 더불어 핵전쟁과 생물무기등으로 망해버려서 모스크바 지하철에서 이리저리 잘 노는(?) 메트로 시리즈의 직업이기도 합니다. 즉, 위험한 곳으로 가서 거기서 뭔가 탐험한다는걸 처음 제시한 소설입니다.
그리고 당연히 사람들이 미친듯이 이 책에 대해 연구하고, 또한 주석도 진짜 많은 책이기도 합니다. 대한민국에선 책 출판 이전에 논문이 지어진 책이기도 하구요.
여튼간에, 전 이 형제의 출간된 책 중 한 책을 꼽으라 하면 이 책을 꼽겠습니다.
그럼, 좋은 사냥 되시길, 스토커 여러분!
참고문헌
- 홍정현.(2009).러시아 과학환상소설에 나타난 어휘적 특성 고찰.노어노문학,21(2),127-150.
- 이희원.(2017).SF와 이솝의 언어, 스트루가츠키 형제의 소설 『노변의 피크닉』.외국문학연구,(68),91-111.
첫댓글 이번 신작에도 시도르비치 볼수 있을지 기대하고 있습니다 ㅎㅎ
저도 기대됩니다. 과연 그 아조씨 (처음 Cordon 지역에서 다른 데로 안가고 5000루블을 모으면 AK74 탄을 쏠수 있는 그로자를 준다고 카는데...)가 과연 나올까나...
여튼 네, 스토커 시리즈의 원작이 이것입니다. SoC를 해보신 분 같은데, SoC의 소원을 이뤄주는 아티팩트가 이 소설에 나와서 집어넣은거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스포일러는 후략합니다 ㅋㅋㅋ;;; 전 스토커 시리즈로 처음 스팀에 들어왔네요 쿨럭...
대충 이 글로 왜 S.T.A.L.K.E.R. 시리즈가 이런 설정을 지니게 되었는지, 왜 아티팩트와 Wish Granter와 드러운 이상현상이 나타나게 되었는지 파악하게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쿨럭... 아 참고로 '구역'으로 인한 몬스터는 게임을 위해 넣은겁니다. 원래 책에선 동물들이 눈치까고 하나 없는 '구역' 이라고 나옵니다. 그리고 그 '구역'내에 연구소가 없고 말이죠.(구역 변두리에 연구소가 존재하다고 책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좀비(혹은 죽음에서 돌아온 자)는 책에도 나오구요... 레드릭 슈하트가 지 아버지가 무덤에서 일어나자 끌고갈려는 연구소 직원들 다 조져버리고 집으로 끌고왔죠.
팬으로서의 입장에서는 버그는 많지만 AI 면에선 드럽게 뛰어난 X-Ray 엔진(자체 엔진)을 버리고, 언리얼 엔진으로 가버린 것이 좀... 그렇다고 생각하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