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주제: 『주역』은 세계가 변화하는 대상이라고 분석하는 한편, 변화 속에서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원리 역시 존재함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은 변화하는 사회에서 기존의 규범을 유지해야 하는지, 규범이 거기에 맞게 변화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와 연결될 수 있다. 오늘날에는 이민과 문화적 교류가 확대되면서 서로 다른 종교와 생활방식이 하나의 사회 안에서 충돌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프랑스에서는 무슬림 학생의 히잡 착용을 둘러싸고 종교적·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이를 제한하면 안 된다는 주장과, 공립학교에서는 종교적 중립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세속주의적 입장이 충돌해 왔다. 프랑스에서는 1989년 이후 공립학교에서 히잡 착용을 둘러싼 분쟁이 반복되었고, 학교마다 허용과 제한의 기준을 다르게 적용한다는 문제도 나타났다. 이에 프랑스는 2004년 공립 초·중·고등학교에서 히잡을 포함하여 종교적 소속을 현저하게 드러내는 표지와 복장의 착용을 제한하는 법률을 제정하였다.
이처럼 사회 구성원의 문화적 배경이 다양해지면서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규범 역시 변화의 요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사회의 구성원이 변화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규범까지 함께 변화해야 하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오히려 구성원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프랑스 공립학교는 무슬림 학생의 종교적 자유와 문화적 정체성을 존중하기 위해 히잡 착용을 허용해야 하는가, 아니면 모든 학생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세속주의 원칙을 유지하기 위해 히잡 착용을 제한해야 하는가?
저는 프랑스 공립학교가 히잡 착용을 허용해야 한다고 고 생각합니다. 『주역』에서는 세계가 끊임없이 변화하지만 그 안에 변치 않는 이치가 내재한다고 말하는데, 이때 불변하는 것은 구체적인 규칙이 아니라 음양의 상호작용이라는 원리입니다. 이는 세속주의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세속주의의 원리는 국가의 종교적 중립과 양심의 자유이고, '학생 복장에서 종교 표지를 제거한다'는 것은 특정 시대 상황에서 만들어진 구현 방식일 뿐입니다. 이민과 다문화라는 새로운 국면에서는 원리를 지키기 위해 방식을 조정하는 것(시중, 時中)이 『주역』의 변화관에 부합합니다.또한 『주역』에서는 음과 양이 대립하면서도 서로에게 의존하여 조화를 이룬다고 말하는데, 여기서 조화는 음을 없애 양으로 통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사회의 공통성과 특수성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공통의 시민성은 차이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차이가 공존할 수 있는 틀이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주역』에서는 태극에서 양의, 사상, 팔괘로 이어지는 변화를 내부의 기운이 스스로 나뉘고 낳는 과정으로 설명합니다. 이는 문화의 변화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히잡 문화의 성차별 문제는 그 사회 내부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이며, 타국이 학교에서 이를 금지하면 자발적으로 착용하는 학생의 종교의 자유와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게 됩니다. 따라서 불변의 원리인 중립과 양심의 자유를 지키는 가장 적절한 방식은 금지가 아니라 허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