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여름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집안에서 시원한 선풍기나 에어콘을 틀어놓고 더위를 이겨내던지 좀 더 활동적인 사람이라면 산과 바다를 찾아 휴가를 떠났을 것이다.
하지만 찌는듯한 태양 아래서 농구 하나로 더위를 이겨내는 사람들이 있으니 바로 전국의 길거리 농구 매니아 들이다. 이 농구 매니아들이 1년이나 기다리며 갈고 닦은 실력을 드디어 뽐낼수 있는 기회가 왔다. 나이키와 함께 전국의 가장 권위있는 아디다스 길거리 농구가 바로 그 무대. 부산을 첫 번째로 시작된 2003 아디다스 길거리 농구대회가 7월 25일 금요일에는 광주 패밀리랜드에서 펼쳐졌다.
시작 전부터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팀들에게 전화를 걸어 참가 의사를 미리 물어본 결과 참가한다는 대답은 NO! 였다. 이유를 파악해보니 광주 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아디다스 길거리농구의 참가 제한수가 적은데 올해는 광주 이외에도 전라도의 많은 팀들이 미리 참가를 해버려 참가하고 싶어도 마감이 되어 참가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오전에 펼쳐진 조 예선에서 지난해와 달리 새롭게 선보이는 팀들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조 예선 대학/일반부 경기에서는 꾸준히 광주지역에서 입상을 해오던 형과 아우가 가볍게 예선을 통과했다. 또한 전남지역에서 농구를 하는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들어보았을 목포의 강자 노가대 역시 첫 번째 경기에서 약간 불안한 출발을 하였지만 유감없이 실력을 보여주며 예선을 통과했다. 고등부에서는 광주의 대표적인 고등부 팀인 대한민국 그리고 순천에서 올라온 나가리 연합 팀들이 예선을 통과하였다.
먼저 펼쳐진 대학/일반부의 본선에서는 노가대가 가드 노신욱의 현란한 드리블과 양해용
김승규가 골 밑을 장악하며 결승전까지 진출하였다. 형과아우 역시 과거 많은 입상을 해본 탓일까? 고비때마다 외곽슛으로 승부를 결정지으며 결승에 진출했다. 누가 이길것이라고 예상치 못한 결승전이었기에 재미는 배가 되었다. 노가대는 젊은 패기를 앞세워 경기에 임했고 형과아우는 그동안에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경기를 펼쳤다.
노가대의 노신욱이 경기 시작과함께 기선을 제압하는 외곽슛을 성공시켰고 이후 김승규가 골 밑에서 파워 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며 6:1로 노가대가 앞서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형과아우의 추격도 만만치 않았다. 형과아우는 점수차가 벌어지자 특유의 외곽슛으로 점수차를 좁혀갔고 경기는 10:8 외곽슛 한방이며 동점이 될 수 있는 상황까지 되었다. 하지만 경기의 승부를 결정지은 것은 화려한 슛이 아닌 자유투였다. 양해용은 좋은 탄력을 이용해 계속된 돌파를 시도했고 형과아우는 이를 파울로 제지하며 다시 공격권을 얻으려했다. 하지만 얻어낸 자유투를 100% 성공시키며 경기는 12:8로 노가대가 형과아우를 누르며 대학/일반부 우승을 차지했다.
중등부 경기는 솔직히 대학/일반부나 고등부에 비해 그 재미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확실한 지도를 받고 체계적인 팀플레이를 하는 것 보다는 동네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볼을 던지는 실력을 보여주었기 때문에 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볼 하나를 차지하기 위해 보여준 투지와 집념은 성인 길거리 농구인들에 전혀 뒤지지 않았다.
결국 중등부는 동네에서 같이 농구를 해온 Virus A 팀이 우승을 차지하게 되었다.
다른 행사가 다 끝나고 가장 흥미있는 고등부 경기에서는 광주의 대표적인 길거리 농구 팀인 대한민국이 완벽한 팀 플레이를 펼치며 고등부 노가대 팀을 준결승에서 6:0으로 가볍게 이기며 결승에 올라 강력한 우승 후보가 되었다. 다른쪽에서는 순천에서 올라온 나가리 연합 팀 들중 나가리1 팀이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패자 조 6경기를 연속으로 악착같이 이기며 결승해 진출해 진정한 승부근성이 무엇인지를 보여주었다.
결승전 시작 전 많은 관중들이 대한민국의 우세를 점쳤고 경기는 시작되었다. 선취 득점은 나가리1의 센터 김하영의 골 밑 슛으로 시작되었으나 곧 바로 대한민국의 선수들이 연속된 돌파를 시도하여 2득점을 얻어내 경기는 2:1로 뒤집어 졌다. 이후에도 경기는 계속 대한민국의 페이스로 흘러갔으나 준결승에서까지 대 활약을 펼친 대한민국 2번 선수가 갑자기 결승전에 부진하였다.
경기가 막바지에 접어들었을 때 3:2로 뒤지고 있던 나가리1의 해결사 서현창이 현란한 드리블에 이은 미들슛으로 동점을 만들었고 곧바로 센터 김하영에게 멋지게 연결시킨 앨리웁 패스가 성공하며 경기는 4:3으로 역전되었다. 10득점 정도는 넘을거라 예상했던 경기는 선수들이 긴장감 때문인지 파울로 얻어낸 자유투를 연이어 실패하며 결국 점수를
지킨 나가리1 팀이 고등부의 최강자가 되었다.
뜨거운 열정 그리고 승리의 욕망을 위해 지칠줄 모르고 뛰었던 광주 전남 지역의 모든 농구인들 하지만 달콤한 승리대신 그들에게는 패배의 쓰라림과 온몸에서 멍이들고 피가나는 고통도 느낀 하루였다.
하지만 오늘 그들 중 단 한명도 오늘 하루를 후회하는 사람은 없었다. 경기중에는 정말로 치열하게 싸웠던 상대방이라도 경기가 끝나면 친구가 되었고 비록 패배는 했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도전과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굳은 의지를 심어준 하루였기 때문이다.
광주에서 펼쳐진 2003 아디다스 길거리 농구대회는 하루라는 것이 아쉬운듯한 광주지역의 길거리 농구인들에게 소중히 간직될 추억으로 남으며 다음 목적지인 대구로 향했다.
아디다스 대회는 비록 끝이 났지만 광주 지역에서는 아쉬운 길거리 농구인들을 위해 7월 26-27일 양일간 나이키 배틀 그라운드가 조선대학교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