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년은 한글날이 564돌을 맞는 해이다.)
10월9일은 564돌을 맞는 한글날이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한글을 돌아보면 외래어, 비속어, 축약어 등이 난무하며 적잖이 훼손되어가고 있다. 세계화다 뭐다해서 외국어 배우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어떻게 우리 것을 바르게 알지 못하면서 남의 것을 바르게 알 수 있을까.
우리의 유산이며 전통인 한글, 우리가 지켜야 하고 우리가 바르게 사용해야 한다.
한글날이라서, 한글날만이 아니라 항상 바른 한글을 사용해야한다. 이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글을 바르게 알고 사용하기 위해서 거창한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습관처럼 사용하는 단어 하나에서부터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그것이 한글을 알아가는 과정이 아닐까. 화창한 한글날, 바다를 바라보다가 ‘바다’란 어휘에 대해 궁금해졌다.

(바다는 처음부터 '바다'라 불렸을까?)
명사 ‘바다’는 ‘지구 위에서 육지를 제외한 부분으로 짠물이 괴어 하나로 이어진 넓고 큰 부분’이란 뜻을 가지고 있으며 한자어로는 해(海), 영어로는 Sea, Ocean이다. 그리고 바다의 어원은 어떻게 될까. 포털 검색창에 ‘바다의 순우리말’이라고 쓰고 검색해 봤다. 많은 사람들이 바다의 순우리말을 ‘아라’라고 알고 있었다. 과연 ‘아라’가 바다의 순우리말일까? 국립국어원은 “‘아라’와 ‘바다’의 관련성을 설명할 만한 객관적인 근거 자료를 찾을 수 없습니다.”라고 응답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그리고 포털에 널리 퍼진 정보와는 달랐다.
그렇다면 ‘아라’라는 단어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에 국립국어원은 ‘아라’가 아닌, ‘아리’의 형태가 ‘물’의 뜻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를 참고의 의미로 알려주었다. ‘아리수’란 단어를 알려 주었는데 내용은 다음과 같다.
[압록강의 고명은 아리수다. ‘압록(鴨綠)’이 ‘아리’의 전사(轉寫)라 여겨진다. 송화강 하류에 ‘아리문하’가 있고, 대흥안령에도 ‘아리하’가 있다. 또 광개토대왕비문에는 ‘엄리대수’가 나오는데, ‘엄리’가 ‘아리’와 비교되는 지명이다. 아리는 ‘물(水)’의 뜻이다. 아리수의 수(水)는 강 이름에 붙는 말이다. 강(江), 하(河), 수(水)를 붙여 강 이름을 만든다. 신라의 알천(閼川)의 ‘알’과 아리수는 비교된다. ‘알’의 본뜻은 물(水)의 뜻을 지닌다고 하겠다. 광개토대왕비문에는 한강을 아리수라고 적었는데 ‘아리’도 역시 본뜻은 물의 뜻을 다고 하겠다. 아리수의 어근 ‘알’도 물의 뜻에서 강, 내(江, 河, 川)의 뜻으로 분화한 것이라 하겠다. 아리수는 ‘아리’와 ‘수’로 나뉘는데, 모두 물의 뜻을 지니는 말이므로 합성어이다.] (출처: 서정법(2000), <<국어어원사전>>, 보고사.)

(한강의 옛 이름은 '아리수'이다)
내용을 보면 ‘아라’를 파생되게 만든 근원이라 추측하는 ‘아리수’란 단어는 압록강의 고명이며 광개토대왕비문에 적힌 한강의 고명이었다. 강 이름과 물의 뜻을 담고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드러났지만 여전히 바다와의 연관성은 없어 보인다. 단지 바다의 고유어를 찾고자 하는 이들이 ‘아리’라는 단어를 통해 추리했으리라 짐작만 해본다.
‘바다’의 어원에 대한 국립국어원의 응답은 다음과 같았다.
[‘바다’의 어원에 대해서는 ‘바다’가 ‘바닿/바랄(모음은 아래아)’의 형태에서 온 것으로 보기도 하고(출처: 국립국어원 누리집), <<표준국어대사전>>), ‘바다’의 형태 변화를 ‘받[平]+알(모음은 아래아)[접사]→바다ㅎ/바랄(모음은 아래아)→바다와 같이 보기도 한다.(출처: 김민수(1997), <<우리말 어원사전>>, 태학사.)] 세기별 어휘의 출연 여부는 아래 도표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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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세기 |
16세기 |
17세기 |
18세기 |
19세기 |
20세기 |
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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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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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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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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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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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ㅎ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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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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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자세히 알아보자.
‘바다’의 15세기 형태는 ‘바’형과 바다ㅎ형이 있었다. 이 두형태는 17세기까지 함께 쓰이다가 18세기부터는 ‘바다’형만 쓰여 현대국어에 이르고 있다고 한다. ‘바’과 ‘바다’의 관계는 동일한 하나의 어근에서 음운 변화 과정 중에 나타난 두 형태로 보는 경우와, 쌍형어 간 내지는 동의어로 보는 경우가 있다. 전자의 경우는 첫 음절이 같고, ‘ㄷ→ㄹ’의 교체 현상이 국어사에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접근한 경우이다. ‘바다’가 ‘바’에서 변화해 온 것이라고 한다면 ‘바→바→바라→바다’의 과정을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들 형태들은 15세기에 모두 나타난다.
후자와 같이 ‘바’과 ‘바다ㅎ'를 쌍형어 간으로 보면 이들이 동일한 의미를 가지고 쓰이면서 서로 경쟁관계를 형성하다가 18세기 이후 ’바다‘형이 경쟁관계에서 우위를 차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18세기에는 ’바‘형태는 몇 개에 불과하고 모두 ’바다‘의 형태를 휘하고 있다. 15세기에는 합성어 형성에서도 ’바‘과 ’바다‘가 서로 경쟁 관계를 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합성어에서의 이런 경쟁 관계는 17세기까지 지속되다가 18세기 이후에는 ’바다‘형태로만 나타난다. (출처: 국립국어원, 21세기 세종계획, 한민족 언어 정보, 국어 어휘의 역사)
이렇게 바다의 어원과 변화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아라’는 바다와 연관시키기엔 연관성이 부족한 단어였고 ‘바다’란 단어는 18세기부터 굳어져 쓰이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머리는 조금 지끈거리지만 기분은 좋다. 한국인이 돼서 한글에 대해 아는 것은 당연한 것인데 조금 어색한 느낌이 들었다. 영어문법 줄줄 외울 줄만 알았지 한글을 학습하던 습관은 없었기 때문이다. 조금 부끄럽다.
한글은 다들 알듯이 우수하고 아름다운 언어이다. 그러나 세계도 인정하는 한글을 우리는 홀대하고 있다. 외국어에게 값비싼 가치를 부여하고 한글은 가볍게 여기는 경우를 시내에 즐비한 간판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어느 나라가 자국어를 보호하고 바르게 쓰자는 캠페인을 하겠나. 있더라도 대한민국 같이 심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글은 대한민국과 국민을 지탱하는 중심이며 기둥이다. 지키고 올바로 써야할 의무가 있는 것도 우리 국민이다. 지겹도록 듣는 말이지만 그래도 해야 할 말. 한글을 사랑하고 소중히 다루고 애면글면 바르게 쓰는 국민이 되자. (애면글면은 어떤 일을 이루려고 애쓰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문의/ 출처/참고 : 국립국어원 http://www.korean.go.kr)
바다야사랑해 블로그기자 2기 김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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