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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오린 집안의 장원에서 일어난 사건 제 삼막과제 사막 사이에 이년이 경과한다-
[막] 제1막
(소오린가 영지의 정원의 일부 관객석으로부터 뜰 안쪽 호수로 통하는 넓직한 오솔길은 가정극을
하려고 임시로 지은 무대에 가리워져 있어 호수는 보이지 않는다 무대의 좌우에는 덤불이 우거져 있다
의자 몇개 작은 탁자가 하나 해는 금새 졌다 무대에는 드리워진 막 너머에 야아꼬프, 기타의 일군들이
있어서 기침소리와 무엇을 두들기는 소리가 들린다 산보에서 돌아오는 마아샤와 메드베젠꼬
왼편으로부터 등장)
[메드베젠꼬] 당신은 어째서 늘 검은 옷만 입고 다니세요?
[마아샤] 이건 제 삶에 대한 상복이예요 전 불행하거든요
[메드베젠꼬] 어째서 그래요?(생각한다) 알수없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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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건강한데다가 춘부장께서는 부자까진 못되지만 생활은 넉넉한 편인데요 당신에 비하 나야말로
얼마나 쪼들리는 형편인지 몰라요 한달에 겨우 이십삼루블밖에 받지 못하면서 퇴직적립금을 떼버려요
그래도 저는 상복같은 건 입고 다니지 않습니다(같이 앉는다)
[마아샤] 돈 문제가 아니예요 가난한 사람이라고 행복하지말란 법은 없어요
[메드베젠꼬] 그건 어디까지나 이론에 지나지 않고 실제로는 이런 문제가 있읍니다 곧 저와 어머니와
두 여동생과 어린동생 이렇게 많은 식구에 봉급은 겨우 이십 삼루블 입에 거미줄을 치고는 살수없지
않겠어요? 차와 설탕도 있어야 살지요? 담배도 있어야 살지요? 이래서 야단이라는 겁니다
[마아샤] (무대를 바라보면서) 곧 연극이 시작될 거예요
[메드베젠꼬] 음 연극에 자레예치나야가 출연하고 각본은 꼰스딴진.가브리일로비치가 쓴겁니다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이니 오늘은 두사람의 영혼이 같은 예술적 형식을 표현하려는노력에
녹아들게 될거요 그렇지만 나는 당신의 영혼에는 접촉점이 없읍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있읍니다
그래서 번민 때문에 집에 들어백혀 있지못하고 매일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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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 베르스따나되는 길을 걸어와서는 다시 육 베르스따를 걸어가곤 해요 그런데 당신은 무관심한 태도로
나를 대해 주실 따름입니다 당연한 일이기도 해요 내게는 재산이 없고 식구가 많으니---먹을것도 없는
사람에게 쉽사리 올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마아샤] 별 말씀을 다하세요(입담배 냄새를 맡는다) 전 선생님의 사랑에는 마음이 움직여요
그렇지만 같은 감정으로는 대답하지 못하겠어요 그저 그렇구 그래요(그에게 담배곽을 내민다) 드세요
[메드베젠꼬] 별로 생각없읍니다(사이)
[마아샤] 무더워요 밤에 벼락이라도 칠것 같애요 선생님은 늘 철학적인 말씀을 하시거나 돈에
관해서만 말씀을 하시네요 선생님께서는 가난보다 더한 불행이 없는것처럼 말씀하시지만 제생각
같애서는 누더기를 입고 지내는게 몇천배 더 편할것 같애요---그러나 선생님께서는 이걸 이해 하지
못하시겠지요---
(소오린과 뜨레예쁠레프 오른쪽에서 등장)
[소오린] (지팡이에 기대서서) 나는 말이지 여보게 어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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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선 살지 못하겠어 아무래도 정이 들지않아 어제는 열시에 자리에 들고 오늘 아침에 아홉시에
눈을 떴지만 너무 오래 잤기 때문에 뇌가 머리통에 들어붙은 것 같은 그저 그런 기분이란
말이야(웃는다) 근데 점심을 먹고 나 또 꾸벅꾸벅 졸음이 오니 지금의 나는 기진맥해지고 마치
악몽이라도 보는것 같은 기분이란 말이다 결국---
[뜨레예쁠레프] 정말 외숙은 도시에서 살아야 돼요 (마아샤와 메드베젠꼬를 보고) 아아 여러분
시작할때부르겠읍니다 지금은 여기 계시면 안돼요 미안하지만 저리 좀 비켜나 주세요
[소오린] (마아샤에게) 마리야 일리이니이치나씨, 미안한 말씀이지만 당신 아버지에게 개를 놓아
주도록 말씀해 주세요 짖어서 큰일입니다 여동생은 어제도 한잠 못잤읍니다
[마아샤] 아버지에게 직접 말씀 드리세요 저는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양해해 주세요(메드베젠꼬에게)
갑시다!
[메드베젠꼬] (뜨레예쁠레프에게) 그럼 시작하기전에 알려 주십시오(두사람 퇴장한다)
[소오린] 그럼 또 밤새도록 개가 짖게 된다 말인가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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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단이로군 시골에서 난 여태껏 뜻대로 살아 본 일이라곤 없이 때때로 이십팔일 간의휴가를 얻어
가지고는 한숨 거들 심산으로 만사를 제쳐놓고 와 보지만 오기만하면 어찌도 시끄러운지 도착하는 길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부터 앞서곤 했어 (웃는다) 그래서 언제나 서슴치 않고 내빼군 했지---허지만
퇴직한 뒤론 갈데가 없단말이야 좋건,궂건 여기서 사는 도리밖에 없지---
[야아꼬프] (뜨레예쁠레프에게)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씨, 저희들 잠깐 멱을 감고 오겠읍니다
[뜨레예쁠레프] 좋아 그렇지만 십분뒤에는 각기 제자리에 가 있어야 하네(시계를 본다) 곧 시작
할테니까
[야아꼬프] 알겠읍니다(퇴장)
[뜨레예쁠레프] (무대쪽을 흘끗 쳐다보고)이제 극장도 완성이예요 우선 막이 오르고 이어 제일장,
다음이 제이장이고 이어 아무것도 없는 넓직한 공간입니다 배경은 전연 없읍니다 호수와지평선의
원경이 직접 전개되는 거지요 꼭 여덟시간반에 달과 함께 막이 오르게 됩니다
[소오린] 그럴싸한 생각이로구나
[뜨레예쁠레프] 그러니 혹 자레예치나야가 지각하게 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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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모든 효과를 잃게 됩니다 인젠 올때도 됐는데 아버지와 계모에게 감시를 받는 몸이 집을 빠져
나오기가 마치 감옥을 뛰쳐 나오는 것 만큼이나 힘이 들어요(외숙의 넥타이를 고쳐준다) 외숙 머리와
구레나룻이 엉망진창이시군요 깎으시지요---
[소오린] (구레나룻을 쓰다듬으면서) 내 생애의 비극이 나는 젊었을적부터 술독이 오른것 같은
행색하고 다녔다. 여태 난 색에 빠져 본 일이 없(자리에 앉으면서) 네 어미는 어째 우울해 할
[뜨레예쁠레프] 어째서냐구요 쓸쓸하거든요(나란히 자리에 앉으면서) 질투하고 계세요 어머님께서는
자기아니라 자레예치나야가 주역을 맡았기 때문에 내게도 연극도 내 각본에도 반감을 품고 계시는
거예요 내 각본을 보지도 않고 무턱대 미워만 하고 계세요
[소오린] (웃는다) 그게 무슨 소린가---
[뜨레예쁠레프] 어머니께서는 이 조그만 무대에서 성공하는게 자기 자신이 아니라 자레예치나야라는
게 몹시 비위에 거슬리거든요(시계를 본다) 저의 어머니는 변태심리병자이나까요 확실히 재능도 있고
똑똑하기도 하고 책을 읽고 울줄도 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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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끄라소프의 시를 전부 외기도 하고 천사와 같이 앓는 사람의 간호도 해요 그렇지만 어디 어머니
앞에서 듀우제를 칭찬이라도 해보세요 벼락이 떨어져요! 그저 어머니만을 칭찬하고 어머니에 관해서만
쓰고 어머니의 "La dame aux camelias" 와"삶의 흘림"에서의 비범한 연기에 탄성을 발하면서 감격의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만 이 시골에는 그러한 마취제가 없기 때문에 쓸쓸해하고 성을
내고 있는겁니다 그리고 우리는 모두가 그 원수가 되고 죄인이 되는 거지요 게다가 어머니는
미신가이고 세자루의 양초나 열셋이란 수를 두려워하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인색하기도 해요 오데사의
은행에는 칠만루블의 예금이 있어요 그건 틀림없는 일이예요 그러면서도 돈을 빌리기만 하면 울상을
하거든요
[소오린] 너는 네 각본이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않는 줄 지레짐작하고 공연히 흥분하고 있어 진정해
네 어머니는 널 우러러 보고 있으니까
[끄레예쁠레프] (조그만 꽃의 화판을 문지르면서)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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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웃는다) 어머니는 <<0>><<>>사랑하지 않을줄 모르세요 말할 필요조차 없어요
어머니는 살고 싶은거예요 사랑이 하고 싶은거 <<0>><<>>좋은 옷을 입고 싶은거예요 내나이 벌써 스물
다섯이니 나라는 존재는 어머니로 하여금 자신은 이제 젊지않다는 의식을 불러일으켜 주고 있어요 내가
없을때 어머니의 나이는 서른 두살 내가 곁에 있으면 마흔 셋이 되고 맙니다 그러므 나를
미워하는거예요 그리고 어머니는 내가 극장을 인정치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어머니는 극장을
사랑해요 그리고 그것으로 해서 자신이 인류와 신성한 예술에 대해서 봉사하고 있는듯 생각하고
있거든요 그렇지만 내 견해에 의하면 지금의 극장이란 관습에 얽매어 있고 편견이예요 막이 올라 가고
저녁 노을같은 조명이 비치는 세모진 실내에서 그들 위대한 천재들 신성한 예술의 사도들께서 인간이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걷고 양복을 입고 있는 모습을 재현하고 있읍니다 그러면 사람들은 평범한
장면이나 셰리프 가운데서 열심히 도덕-하잘것 없고 범상하고 일상생활에만 필요할 정도의 도덕을
끄집어 내려 해요 그렇지만 수천개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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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에이션도 제게 끼치는 것으로 말하면, 언제나 같은거예요 언제나 똑같은 겁니다-그러니 마치
모파상이 그 속된 품으로 해서 그의 뇌를 압박했던 에펠탑에서 도망간 것같이 저도 자꾸만 피하고
싶어져요
[소오린] 그렇지만 극장 은 필요하지
[뜨레예쁠레프] 필요한 것은 새로운 형식이예요 새로운 형식이 필요한 겁니다 만약 그게 없다면
차라리 아무것도 없는편이 낫습니다 (시계를 본다) 난 어머니를 사랑하고 있어요 무척 사랑해요
그렇지만 어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생활을 하고 있고 여전히 그 소설가를 상대로 해서 -신문에 늘
화제를 제공하고 있어요- 인젠 아주 지쳐버렸어요 때때로 전 마음속에 평범한 인간의 이기주의가
머리를 들어서 나의 어머니가 유명한 배우라는 게 유감되게 생각될 때가 있어요 전 어머니가 평범한
여자였다면 훨씬 행복할 것 같아요 외숙, 도대체 이보다 더 희망이 없고 바보같은 위치가 또
있을까요-예전에는 어머니의 응접실에 배우라든가 문인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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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가 여러분야의 저명인사들이 모여들곤 했어요 그리고 그들가운데 나하나만이- 아무것도 아니지만
그녀의 아들이라는 이유만으로 남들은 나를 허용하거든요 도대체 내가 누구일까요? 나란 존재는
뭐겠어요? 사정이 있어 삼년만에 대학을 뛰어나오고 재능도 없을뿐아니라 돈도 없으면서 여행중에는
키예프의 브르조아지라 적혀 있거든요 아버지는 역시 배우였지만 키예프의 브르조아지였음에
틀림없읍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의 응접실에서 이러한 배우나 문인들이 내게 은혜로운 관심을
기울여 주고 있을 경우 나로서는 그들의 그 시선이 내 무능함을 쏘아보는 것같이만 생각 됐어요-나는
그들의 마음속을 들여다 보고 굴욕감때문에 괴로왔어요---
[소오린] 근데 그 소설가란 어떤 사람인지 좀 들려 주지 않겠나? 정체를 알수없는 인물이야 늘
잠자코만 있으니
[뜨레예쁠레프] 슬기롭고 단순하고 말하자면 좀 우울한 사람이예요 대단히 훌륭한 사람입니다 아직
마흔살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꽤 유명해졌고 명성이 쟁쟁한 사람이예요--- 그 작품으로는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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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자면---뭐라고 해야 좋을지? 사랑스럽고 재능이 넘치긴 하지요---그렇지만---똘스또이나 졸라의
작품을 읽은뒤에 뜨리그오린 것을 읽울 수야 없겠지요
[소오린] 그런데 여보게 나는 문인을 무척 좋아하네 예전에 나는 두가지를 열렬히 바라던 때가
있었어- 곧 결혼하는 것과 문인이 되는 거였지 그러나 양쪽 다 뜻대로 되진 않았어 음 근데 조무래기
문인이 된다는건 결국 유쾌한 일이야
[뜨레예쁠례프] (귀를 기울인다)발걸음 소리가 들리네---(외숙을 껴안는다) 난 저 여자 없이
살아나갈 수 없어요---발걸음마저 예쁘뵈고---난 미칠듯 행복스럽습니다!(빠른 걸음으로
니이나.자레예치나야를 마중하러 나아간다)매혹적이어라 나의 꿈이시여---
[니이나] (흥분한 모양으로) 저 늦지 않았지요---전 물론 늦지 않았어요---
[뜨레예쁠례프] (그녀의 손에 키스하면서) 아니 아니 천만에---
[니이나] 전 온종일 불안하게 재내왔어요 아주 무서워 죽을뻔 했어요! 아버지가 나가지 못하게
할까봐 정말 걱정했어요--근데 지금 어머니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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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외출하였어요 하늘은 벌써 빨개지고 달이 떠오를것 같애요 제 말을 마구 몰아왔어요(웃는다)
그래도 전 행복해요 (소오린이 손을 꽉 쥔다)
[소오린] (웃는다) 눈에 눈물이 고이고 있는것 같군요--- 에헤! 좋지않아요!
[니이나] 그건요---이것 보세요 숨이 가쁘지않아요 전 삼십분 뒤에는 가야해 서둘러야 해요 안돼요
안돼요 붙들지 마세요 아버지는 제가 여기 와 있다는걸 모르고 계세요
[뜨레예쁠례프] 정말 인제 시작할 시간입니다 사람들을 불러 들여야 하겠군
[소오린] 내가 불러다 주지 곧(오른쪽으로 가면서 노래한다)"프랑스로 향하여 두명의 척탄 병 - -
-"(돌아다본다) 예전에도 이런식으로 노래를 불렀더니 어떤 검사보가 날더러 "각하,각하의 음성이 아주
힘찹니다---"라고 말하더군 그리고는 좀 생각해 보고는 이렇게 덧붙였어 "그렇지만 좋은 음성은
아니예요"라고 (웃고 퇴장)
[니이나] 아버지와계모는 저를 이리로 오지 못하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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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들은 보헤미안이라고요--- 제가 여배우라도 될까봐 겁을 집어먹고 있어요---그렇지만 저는
갈매기와같이 이곳 호수쪽이 늘 그립거든요---제 가슴은 당신생각으로 가득해요(돌아다본다)
[뜨레예쁠례프] 우리둘 뿐이요
[니이나] 저기 누가 있는것 같은데요---
[뜨레예쁠례프] 아무도 없소 (키스한다)
[니이나] 이거 무슨 나무예요
[뜨레예쁠례프] 느름나무
[니이나] 왜이렇게 새까마요?
[뜨레예쁠례프] 벌써 저녁때가 됐으니 모두가 검게 보이는거지요 그렇게 빨리 들어가지 마세요
부탁이니
[니이나] 안돼요
[뜨레예쁠례프] 그럼 내가 당신네 집으로 가면 어떻소 니이나? 나 밤새도록 당신네 정원에 서서 당신
방 창문을 올려다 보고 있겠어요
[니이나] 안돼요 야경군에게 들킬걸요 그리고 뜨레조오르를 사귀어 놓지 않았으니 짖어댈거예요
[뜨레예쁠례프] 난 당신을 사랑하오
[니이나] 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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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레예쁠례프] (발걸음 소리를 듣고) 거 누구세요? 야아꼬프 아니예요?
[야아꼬프] (무대뒤에서) 그렇습니다
[뜨레예쁠례프] 모두 제자리로 갔소? 시작할 시간이요 달이 뜨고 있읍니다
[야아꼬프] 네 그렇습니다
[뜨레예쁠례프] 알콜은 있나? 유황은 준비됐나? 붉은 눈이 나올때는 유황을 눈에 쬐어야 해 ( 니 이
나에게) 자 이리 오십시오 모두 준비가 갖추어졌읍니다 흥분하셨군요?---
[니이나] 네 아주 흥분하고 있어요 당신 어머니는-아무렇지도 않아요 전 그이가 두렵지 않아요
그렇지만 뜨리고오린이 오셨지요---그 이 앞에서 연극을 한다는게 어쩐지 두렵고 부끄러워요---그는
유명한 문인이예요---그이는 젊은가요?
[뜨레예쁠례프] 그렇소
[니이나] 그이 소설은 참 좋아요!
[뜨레예쁠례프] (쌀쌀하게) 모르겠읍니다 읽지 않았으니까
[니이나] 당신의 각본은 연기하기가 힘들어요 거기에는 산인간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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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레예쁠례프] 산인간이라고! 하지만 인생이란 있는 그대로도 아니고 있으리란 기대로서도 아니라
공상에 비친 모양대로 그려야 해요
[니이나] 당신의 각본에는 움직임이 적고 그저 셰리프뿐이예요 그리고 제생각으로는 연극엔 연애가
있어야 될것 같아요---(두사람 무대뒤로 숨는다)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와 도오른 등장)
[뽈리이나] 습해졌읍니다 집에가서 오우버 슈우즈를 신고 오세요
[도오른] 전 덥습니다
[뽈리이나] 당신은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으세요 그건 고집이라는거예요 당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습한 공기가 당신에게 좋지않다는걸 잘 알고 계시면서 절 괴롭히려고만 하세요 어제 저녁은 줄곧
테라스에 앉아 계셨지요---
[도오른] (노래한다) "청춘이 갔노라 말하지 말아다오"
[뽈리이나] 당신은 이리아나.니골라예프나의 이야기에만 열중하시고---추위마저 잊고 계셨어요
사실대로 말씀하세요 그 여자가 마음에 드시지요---
[도오른] 내 나이가 지금 쉰 다섯살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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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리이나] 그런건 아무렇지도 않아요 남자로서는 그정도로 아직 많다고 할수는 없어요 그리고
당신은 여전히 미남이니 그 여자의 마음에 드실거예요
[도오른] 그러니 어쨌으면 좋단 말씀이세요?
[뽈리이나] 여배우라고 하면 당신네들은 그저 무턱대고 좋아하시는군요 모두가 그래요!
[도오른] (노래한다)"나는야 또다시 당신한테---"만약에 사회사람들이 배우를 좋아하고 그들에 대한
태도가 말하자면 장사치들에 대한것과 다르다는건 당연한 노릇입니다 이런걸-일컬어 이상주의라 합니다
[뽈리이나] 여자들이 언제나 당신에게 반해버리고 당신의 목에 늘어붙었어요 이것 역시 이상주의라는
거겠지요?
[도오른] (어깨를 움찔한다) 그게 어떻단 말씀이세요? 제게 대한 여자들의 태도에는 좋은 점이 많이
있었읍니다 제가 사랑을 받은건 주로 우수한 의사였다는것 때문이었읍니다 아시는 바와같이 십년-십
오년 전에는 이 지방 전체를 통해서 믿을만한 산과의사는 저 혼자 뿐이었읍니다 게다가 저는 늘
정직한
[페이지] 김-017,, 0A0170
사람었으니
[뽈리이나] (그의 손을 잡는다) 내 귀중한 사람
[도오른] 조용히 인기척이 나요
(소오린과팔짱을 끼고 아르까아디나 뜨리그오린,샴라아예프,메드베젠꼬,그리고 마아샤 등장)
[샴라아예프] 천팔백 칠십 삼년의 뽈다바의 정기시에서 그여자는 아주 뛰어난 연기를 보여 주었
읍니다 바로 환희 그거였어요! 놀라운 연기였읍니다 혹시 희극배우 차아진과 빠아벨.세모오노비치가
지금 어디 있는지 아세요? 라스쁠류우베를 하던 아무도 견줄 사람이 없을거요 사도오프스끼이상이지요
정말 그래요 마님 그분은 지금 어디 가 있나요?
[아르까아디나] 당신은 아주 옛날 배우에 관해서만 물으시는군요 제가 그걸 어떻게 알겠어요!
(앉는다)
[샴라아예프] (한숨을 짓는다) 빠아쉬가.차아진! 지금은 그런 배우가 없어요 무대의 수준이
낮아졌어요 이리나.니꼴라예프나! 예전에는 우러러 뵈는 참나무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루턱만이 남은
셈이요
[페이지] 김-018,, 0A0180
[도오른] 빛나는 천재가 지금은 적어졌어 그건 사실이요 그렇지만 중간치기 배우는 한결 질이
높아졌읍니다
[샴라아예프] 당신의 의견에 찬성치 못하겠읍니다 그렇지만 이건 취미에 따라 같을수 없겠지요 "De
gustibus aut bene aut nihil" (뜨레예쁠례프 무대 뒤에서 나온다)
[아르까아디나] (아들에게) 얘야 언제 시작하는 거니?
[뜨레예쁠례프] 곧 시작해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아르까아디나] (헴리트의 독백을 외운다) "내아들아! 내눈이 내마음 속을 굽어보고 가슴속에
보이는건 시꺼멓게 멍들은 자국들-아무리 씻는대도 지워지지 않으리!"
[뜨레예쁠례프] (마찬가지로 햄리트에서) "어째서 어머니는 악덕에 몸을 던지고 죄악의 심연에
정욕을 구하시려는가요?" (무대 뒤에서 피리소리가 들린다)
[뜨레예쁠례프] 여러분 시작합니다! 조용해 주십시오!(사이) 제가 먼저 시작하겠읍니다 (스티크로
땅을 두들기고 커다란 목소리로 말한다) 오오, 저밤중에 호수위를 엇갈려 나는 거룩한 태곳적
그림자여, 우리들을 잠들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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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만년 뒤에 일어날 사건을 꿈속에 비쳐주려무나!
[소오린] 이십만년 뒤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될거야
[뜨레예쁠례프] 그렇다면 그 아무것도 없는 것을 보여 드리겠읍니다
[아르까아디나] 해봐 우리는 잘테니
(막이 오른다 호수위의 광경이 전개된다 달은 수평선 위에 걸리고 그 그림자가 물위에 떠있다 커다란
돌 위에는 흰옷을 걸친 니이나.자레예치나야가 걸터 앉았다)
[니이나] 사람도 사자도 독수리도 황새도 뿔달린 사슴도 거위도 거미도 물속에 사는 말없는 물고기도
바닷별도 눈으론 볼수도 없었던 것까지라도- 한마디로 말하면 모든 생물, 생명을 지닌 그 모든것들은
슬픈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노라--- 벌써 수십만년이래 지구위에는 생명을 가진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저 가련한 달은 할일없이 그 등불을 밟히고 있는것이다 이미 풀발속에서 학이
눈을 뜨면서 울어대는 일도 없어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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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숲에 우는 오월의 소똥벌레 날개소리도 들리지 않노라 춥다 춥다 춥다 쓸쓸하다 쓸쓸하다
못견디게 쓸쓸하다 무서웁다 무서웁다(사이) 생물의 몸뚱어리는 먼지속에 꺼져버리고 영원의 물질은
제각기 돌,물,구름따위로 모양을 바꾸었다 그러나 그 넋은 모두 하나로 녹아버리고 말았다 공통한
세계의영혼-그것은 나---나로나---나에게는 알렉산더 대왕의영혼도, 지아자르것도, 셰익스피어 것도,
나폴레옹의것도 최하등 동물의 영혼도 모두 살아 있는거다 나에게서는 인간의 의식이 동물의 본능과
뒤섞였다 그리고 나는 모든것을 모든것을 기억하고 있어 그리고 하나하나의 생물을 나는 내가슴 속에서
매분마다 새롭게 경험하고 있는거다 (연못의 불이 나타난다)
[아르까아디나] (나직하게) 어쩐지 데까당이야
[뜨레예쁠례프] (비는듯 또는 꾸짖는듯) 엄마!
[니이나] 나는 혼자뿐이다 나는 백년에 한번씩 말을 하려고 입을 연다 그러나 내 목소리는
허공속에서 서러웁게 메아리될뿐, 누구 한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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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기울이는 이 없어--- 새파란 불이여, 너희들도 내말을 듣고 있지는 않는다---날이 새기전에 썩은
연못이 너희를 낳으면 아침 햇살이 비치기 전에 그곳을 거칠긴 하지만 너희들은 사상도 없고 의지도
없고 약동하는 생명력도 없어 너희들 가운데서 생명이 우러나옴을 두려워하여 영원의 물질의 아버지인
악마는 돌이나 물에서처럼 너희들 속에서는 끊임없이 원자의 전환을 하고 있어 너희들은 자꾸만 변해
가는거다 온 우주에서 영구불멸하는 것으로 남아있는 건 오직 영혼 뿐이다 (사이) 마치 깊숙한 빈
우물가운데 갇힌 죄수와마찬가지로 나는 자신이 지금 어디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될른지 전혀 모르고
있다 다만 현재 내게 명백한 것은 물질력의 근원인 악마와의 집요하고 잔인한 투쟁이 마침내 나의
승리로 돌아가고 그후 물질과영혼이 아름답게 어울려 녹아들고 세계적인 의지의 왕국이 오리라는
것뿐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차차로 몇천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을 거쳐 달도, 빛나는 시리우스별도,
지구도 모든것이 먼지가 된 뒤에야 비로소 오게될거야--- 그때까지는 무서워--- 무서워
[페이지] 김-022,, 0A0220
(사이 호수의 배경에 두개의 붉은 점이 나타난다)
[니이나] 저기 나의 강적 악마가 가까이 오네 그 무섭고 새빨간 눈이 보여---
[아르까아디나] 유황냄새가 나네 이것도 필요한 건가?
[뜨레예쁠례프] 그럼요
[아르까아디나] (웃는다) 음, 그것도 효과로군
[뜨레예쁠례프] 어머님!
[니이나] 악마는 인간이 없어 권태롭다---
[뽈리이나] (도오른에게) 모자를 벗으셨군요 쓰세요 감기 드세요
[아르까아디나] 의사 선생님께서는 영원의 물질의 아버지인 악마에 대한 경의의 표시로 모자를
벗으신 거예요
[뜨레예쁠례프] (발끈 성을 내고 커다란 목소리로) 연극은 그만이요! 이것으로 충분하오! 막을 내려!
[아르까아디나] 너 뮤때문에 성이 났니?
[뜨레예쁠례프] 됐어요! 막을 내려 막을 내리란 말이야! (발을 동동구른다) 막을 내려!(막이 내린다)
실례했읍니다! 저는 각본을 쓰거나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것은 소수의 선출된
[페이지] 김-023,, 0A0230
사람에게만이 가능하다는 진리를 그만 깜박 잊어버리고 있었읍니다 저는 그 특권을 침해했읍니다!
제게는--- 저는---(무엇인가 말을 더 하려고 했으나 손을 흔들고 왼쪽으로 사라진다)
[아르까아디나] 웬일일까?
[소오린] 이리이나 젊은 애들의 자존심을 그렇게 무시하는게 아니야
[아르까아디나] 제가 그 애더러 뭐라 그랬는데요?
[소오린] 너는 그애를 모욕했어
[아르까아디나] 그렇지만 그 애 자신이 그저 웃음거리로 알아달라고 미리 말했으니 저도 그런
기분으로 이야기했는걸요
[소오린] 그렇더라도---
[아르까아디나] 근데지금에 이르러 보니 그애는 훌륭한 걸작을 썼음을 알겠군요! 그렇지 않으세요!
그러구 보니 그애가 이런 연극을 꾸미고 유황냄새를 풍기고 한것도 웃음거리로서가 아니라 시위를 하기
위해서였군요--- 말하자면 그는 우리들에게 각본 쓰는 법이나 연기하는 방법을 가르치려고 했던거예요
못살 일이예요 저런 식으로 제게 대들고 자꾸 저를 비꼬기만 하니 오빠야 어쨌든 그걸 누가
좋아하겠어요! 버르장머리 없고
[페이지] 김-024,, 0A0240
자존심이 강한 녀석이예요
[소오린] 그애는 네가 만족하리라 생각했던거야
[아르까아디나] 그래요? 그렇지만 그애는 여느 각본을 택하지 않고 저희들에게 저런 데까당적인
잠꼬대를 들려주고 있지 않아요? 그저 웃음거리로 같으면 저라도 잠꼬대를 들어줄 용의가 있지만
그속에는 새로운 형식에 대한 야심, 예술계에 새로운 기원을 가져오려는 야심이 있거든요 그렇지만
저의 견해에 의하면 거기에 새로운 형식이 있기는 고사하고 몹쓸 성벽이 있을 따름이예요
[뜨리고오린] 누구든지 자기가 좋은대로 또 자기가 할수있는 범위안에서만 쓰면 되는겁니다
[아르까아디나] 저애도 자기가 좋은대로 자기가 할수있는 범위안에서만 쓰면 되는거예요 제게는
상관치 말았으면 되지 않겠어요
[도오른] 쥬피터여 당신은 노하셨소---
[아르까아디나] 전 쥬피터가 아니라 한사람의 여자에 지나지 않습니다(담배에 불을 붙인다) 전
노하고 있지 않아요 그저 저렇게 훌륭한 젊은이가 저렇게 따분하게 시간을 보낸다는게 안타까울
따름이예요 전 그애를 모욕할
[페이지] 김-025,, 0A0250
생각은 털끌만큼도 없었어요
[메드베젠꼬] 누구든지 물질과 영혼을 구별한 근거는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어쩌면 영혼 그것
자체도 물질적 원자가 결합한 것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의기양양하게 뜨리고오린에게)
어떻겠읍니까 저희들 고원들의 생활을 각본으로 써서 상연하면 어떻겠어요 정말 괴로운 생활이니까요!
[아르까아디나] 정말 그래요 그렇지만 각본이나 원자에 관한 이야기는 그만두기로 해요 참 상쾌한
밤이로군요! 노래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귀를 기울인다) 참 좋아요!
[뽈리이나] 건너편에서 들리는 소리에요 (사이)
[아르까아디나] (뜨리고오린에게) 제 곁에 앉으세요 십년이나-십오년전 이곳 호수에는 매일같이
밤에는 음악이나 노래가 들려왔읍니다 이 호숫가에는 지주의 저택이 여섯 있었거든요 줄곧 웃음소리나
속삭이는 소리 그리고 총쏘는 소리가 들려와서 늘 여러가지 로맨스가 있었던 걸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당시 이 여섯채의 지주 저택의 Jeune premier 에서 인기를 집중했던 이를 소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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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리겠어요 (도오른에게 흘끗 눈짓하면서) 이 의사선생님 예프게에니.세르계예비치였읍니다 지금도 이
어른께서는 상당히 매혹적입니다만 그 당시로 말하던 그야말로 절대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읍니다 그건
그렇다 하고 저 마음이 좀 거리끼기 시작해요 제가 왜 그 가련한 애를 모욕했을까요? 저 걱정스러워요
(커다란 소리로) 꼬오스짜! 얘야! 꼬오스짜야!
[마아샤] 제가 가서 찾아보겠어요
[아르까아디나] 네 그래주세요
[마아샤] (왼편으로 가면서) 여보세요! 꼰스딴찐.가브리일로 비치씨!---여보세요! (퇴장)
[니이나] (무대뒤에서 나오면서) 인제 계속하지는 않을것 같으니까 저 나가도 괜찮아요 안녕하세요
(아르까아디나와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에게 키스한다)
[소오린] 브라아보! 브라아보!
[아르까아디나] 브라아보! 브라아보! 저희들 아주 반해버렸어요 그렇게 훌륭한 몸맵시와 그러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면서 이런 시골 구석에 쳐백혀 있다니 안될말이예요 죄악이예요 당신에게는
틀림없이 재능이 있어요! 아시겠어요! 당신은 무대에 서야 할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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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어요!
[니이나] 오오, 그건 저의 공상이예요! (한숨을 지으면서) 결코 실현될 수는 없는 공상이예요
[아르까아디나] 그걸 누가 단정하겠어요? 자 이분을 소개해 드리지요- 이분은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 뜨리고오린
[니이나] 아이, 저 정말 기뻐요---(어쩔줄 모르는 모양으로) 저 선생님의 작품을 애독하고 있어요---
[아르까아디나] (니이나를 자기 옆자리에 앉게 하고는) 조금도 어려워하지 마세요 이분은 명성을
가지셨지만 순박한 분이시니까요 이것보세요 오히려 이편이 어려워하시는걸요
[도오른] 인제는 막을 여시지요 그렇지않으면 숨이 막힐것 같애요
[샴라아예프] (처다란 소리로) 야아꼬프, 자 막을 열게! (막이 열린다)
[니이나] (뜨리고오린에게) 참 이상스런 각본이지요?
[뜨리고오린] 전혀 이해할 수 없었읍니다 그렇지만 저는 만족스럽게 볼수 있었읍니다 당신이 열심히
연기를 해주셔서요 그리고 배경이 아름다왔기 때문에요 (사이) 이 호수에는 아마 물고기가 많겠어요
[니이나] 그래요
[뜨리고오린] 전 낚시질을 좋아합니다 저녁때 물가에 앉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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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찌를 보는것만큼 즐거운 일은 별로 없을줄압니다
[니이나] 그렇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일단 창조의 기쁨을 맛본 사람에게 있어서 그 이외의
즐거움은 다시 없을것 같애요
[아르까아디나] (웃으면서) 그런 말씀은 하시는게 아니예요 이분에게 그런 말씀을 하시면 더 입을
열지도 못하실거예요
[샴라야예프] 잊지도 않았읍니다 언젠가 모스크바의 오페라 극장에서 저 유명한 실바가 저음 도를
노래한 일이 있읍니다 그런데 이때 난데없이 계획적인양 상층석에 들어와있던 교회의 저음 합창대가
별안간 그 상층석에서 "브라아보,실바!"라는 완전히 한 옥타아브 낮은 소리를 내지 않았겠읍니까
어떻게 놀랐는지 몰라요---이렇습니다(낮은 바아스성으로) 브라아보,실바--- 순간 극장안은 쥐죽은듯
조용해 졌읍니다 (사이)
[도오른] 조용한 천사가 날아든 게로군요
[니이나] 전 물러나야겠읍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아르까아디나] 어디로? 이렇게 일찍 어디로 가신단 말씀이세요?
[페이지] 김-029,, 0A0290
저희들이 보내지 않을테예요
[니이나] 아버지가 기다리셔요
[아르까아디나] 정말, 그이는 뭘 그러실까---(키스한다)그럼 하는수 없군요 섭섭해요 보내려니 정말
섭섭해요
[니이나] 저도 여기를 떠나가는게 얼마나 섭섭한지 몰라요!
[아르까아디나] 누가 바래다 드렸으면 좋을텐데
[니이나] (놀라면서) 아니, 아니예요!
[소오린] (그녀에게 빌듯이) 좀 더 있다 가세요!
[니이나] 안되겠어요, 뽀오뜨르.니꼴라예비치씨
[소오린] 한시간만이라도 더 계세요 한시간이면 괜찮아요 뭐 어떻겠어요---
[니이나] (조금 생각해 보고 눈물 지으면서) 안되겠어요! (악수하고 빠른걸음으로 퇴장)
[아르까아디나] 참말 불행한처녀예요 저애의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그 막대한 재산을 한 까뻬이까
남기지 않고 그 남편에게 물려주지 않았겠어요 그런데 그이는 그걸 몽땅 후처에게 줘 버려서 저
처녀에게는 한푼도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불쾌한 이야기지
[도오른] 그래요 처녀의 아버지란 사람도 말못할 그태아를
[페이지] 김-030,, 0A0300
입니다 암, 틀림없어요
[소오린] (언 손을 문지르면서) 여러분, 인젠 헤어집시다 습기가 끼기 시작합니다 전 다리가
아파와요
[아르까아디나] 오빠 다리는 마치 나무로 만든것 같군요 간신히 걸으시네 그럼,갑시다,불운한 영감님
[샴라아예프] (아내에게 손을 내밀면서) 마담?
[소오린] 개짖는 소리가 또 들려오는군(샴라아예프에게)일리야.아파나아시예비치씨, 저놈을
놓아주도록 말씀해 주실수 없으세요
[샴라아예프] 안돼요,뽀오뜨르.니꼴라아예비치씨 창고에 도둑이라도 들면 큰일이예요 수수가 가득
들어 있으니까요(나란히 걷고 있는 메드베젠꼬에게) 사실입니다 완전히 한 옥타아브 낮은 소리로
"브라아보,실바!"하고 했단 말씀이예요 근데 이게 직업적인 성악가가 아니라 교회의 성가대란
말씀입니다
[메드베젠꼬] 근데 교회의 성가대원들은 보수를 얼마나 받습니까? (도오른을 제외하고 모두 퇴장)
[도오른] (혼자서) 내가 아무것도 몰라서 그런지 또는 내 머리가 돌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여하튼
[페이지] 김-031,, 0A0310
나는 그 각본이 마음에 들었어 거기에는 무엇인지 있어 그 처녀가 외로움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라든가
나는 흥분하여 손이 떨릴정도였어 산뜻하고 나이브하다---아아 마침 그 사나이가 오는군 될수록
좋은말로 대해서 그를 기쁘게 해야겠는걸
[뜨레예쁠례프] (등장) 인젠 아무도 없구먼
[도오른] 내가 있소
[뜨레예쁠례프] 마아센까가 나를 찾아 정원안을 뒤지고 있읍니다 정말 죽을 노릇이요
[도오른]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씨, 난 당신의 희곡이 무척 마음에 들었소 매우 색다른 것이었고
마지막판은 듣지 못했지만 그래도 대단히 강한 인상을 받았읍니다 당신에게는 재능이 있읍니다
계속해서 쓰세요 (뜨레예쁠례프, 그의 손을 꽉 쥐고 와락 껴안는다)
[도오른] 제기랄 꽤 신경질적이로군 눈에 눈물까지 고였네---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건 말씀입니다
당신은 테에마를 추상적인 사상의 세계에서 택하셨읍니다 그건 있을수 있는 일인즉,
[페이지] 김-032,, 0A0320
예술적인 작품은 반드시 무엇인가 커다란 사상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직 진지한 것만이
아름다운 법입니다 근데 얼굴이 왜 그렇게 창백하시우!
[뜨레예쁠례프] 말하자면- 계속하라는 거지요?
[도오른] 그렇소--- 다만 중요하고 영원한 것만을 쓰라는 겁니다 당신도 아시겠지만 나는 여러가지
색다른 취미와생활을 보내 왔읍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족하고 있읍니다만 만약에 내가 예술가들이
창작할때 체험하는 정신의 상승을 느끼는 일이 있다고 하면, 그때야말로 나는 나자신의 생활을 덮고
있는 물질적 껍데기나 거기 부속되어있는 모든것을 경멸하고 이 땅위에서 될수록 고차원의 세계로
올라가버렸으리라 생각됩니다
[뜨레예쁠례프] 실례합니다만, 자레예치나야가 어디 있는지 모르시겠읍니까?
[도오른] 그리고 하나 더, 작품에는 뚜렷하고 일정한 사상이 있어야 합니다 당신으로 말씀하더라도
자신이 뭣때문에 쓰고 있는지 그것을 알고 있지 않으면 안됩니다 그렇지않고 만약에 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길을 일정한 목적도 없이 나아간다면 당신이라도
[페이지] 김-033,, 0A0330
길을 잘못들어 자신의 재능 때문에 오히려 몸을 망치는 결과가 될고 말거예요
[뜨레예쁠례프] (못견디겠다는듯) 자레예치나야는 어디 있읍니까?
[도오른] 집에 갔읍니다
[뜨레예쁠례프] (낙담하여) 나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는 그녀를 만나고 싶습니다---아무래도---
만나지 않으면 안되겠어요--- 가겠읍니다---(마아샤 등장)
[도오른] (뜨레예쁠례프에게) 여보게 진정하게
[뜨레예쁠례프] 여하튼 저는 가겠읍니다 가지 않을수없읍니다
[마아샤]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씨, 댁에 돌아가세요 당신 어머니가 기다리고 계세요 아주
걱정하고 계세요
[뜨레예쁠례프] 저는 가버렸다고 전해주세요 그리고 여러분, 부탁이니 제게 상관치 말아 주십시요!
가만 둬두세요! 저를 따라 다니지 마십시오!
[도오른] 아니,아니,아니, 여보게---그럼 못써---좋지 않은 일이야
[뜨레예쁠례프] (눈물을 지으면서) 안녕히 계십시오, 의사선생님 감사합니다---(퇴장)
[페이지] 김-034,, 0A0340
[도오른] (한숨을 짓는다) 젊은이들이란, 젊은이들이란 어쩔수 없군!
[마아샤] 하실 말씀이 없어지면 곧잘 젊은이들이란, 젊은이들이란 어쩔수 없다고 하세요---(코로
말던 담배 냄새를 맡는다)
[도오른] (그녀의 손에서 담배를 빼앗아 덤블속에 내던진다) 더러워! (사이) 집에서는 노름을 하는
모양이군요 가야겠어요
[마아샤] 잠깐 기다려 주세요
[도오른] 뭡니까?
[마아샤] 전 한번 더 당신에게 말하고 싶어요 잠깐 이야기 하고 싶어요---(흥분한다) 전 아버지가
싫어요---그래도 당신은 그리워요 웬일인지 저는 진심으로 당신이 저와가까운것 같이 느껴져요--- 저를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렇지않으면 저는 바보 같은 짓을 해서 제 스스로 저의 생활을 파탄시키고
말겠어요--- 이상 더 어떻게 할수 없어요---
[도오른] 뭣 말씀이세요? 뭘 도우라고 그러세요?
[페이지] 김-035,, 0A0350
[마아샤] 저 고민하고 있읍니다 아무도 그 아무도 저의 고민을 알지 못해요! (그의가슴에 머리를
묻고 조용히) 저는 꼰스딴찐을 사랑해요
[도오른] 어째서 모두가 이렇게 신경질적일까! 왜이렇게들 신경질이야! 그리고 사랑이 왜 이다지
많어-- 오오,마술의 호수여! (부드럽게)얘, 내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니? 말해봐야 어떻게? 어떻게
하라고?)
-막-
[페이지] 민-001,, 0B0010
[막] 제2막
(자그마한 크로케트장.오른쪽 꾸석진 곳에 커다란 테라스가 달린 집.왼쪽에는 호수가 보이고 거기
반사되어 해가 번쩍번쩍 빛나고 있다 화단.정오.무덥다.크로케트장의 옆에 오랜 보리수 그늘에 벤치가
있고 거기 아르까아디나,도오른,마아샤가 앉아있다.도오른의 무릎 위에는 펼쳐진 책)
[아르까아디나] (마아샤에게)자, 일어서봐요.(두사람 일어선다) 나란히 섭시다.당신은 스물 두살이고
나는 거의 그 두배요. 예프게에니,세르게예비치씨! 우리 둘중에 누가 더 젊어뵈요?
[도오른] 물론 당신입니다.
[아르까아디나] 그렇지요--- 그게 웬 일일까요? 일하기 때문이예요,느끼기 때문이예요. 나는 언제나
분주히 돌아다니는데 당신은 늘 한군데 들어백혀 있어서 생활을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거예요.그리고
내게는 규칙이 있어요 결코 미래를 내다보지 않는다는 거예요. 나는 늙는다는 일,죽는다는 일을 생각해
본 일이 없어요. 운명을 피할 도리는
[페이지] 민-002,, 0B0020
없거든요.
[마아샤] 그렇지만 전 오랜오랜 옛날에 이미 세상에 태어났던 것같이 느껴져요. 저는 제 생활을 마치
무한히 길다란 치마를 입은것처럼 줄줄 끌고 있어요---그리고 산다는데 대해서 흥미를 느끼지 않을때가
있어요.(자리에 앉는다)물론, 이런건 모두가 하찮은 일이예요.어디 몸을 흔들어 이따위 생각은 모두
떨쳐버리도록 하겠어요.
[도오른] (조용히 노래한다)"나의 꽃이여, 너 그녀에게 내 말 전해다오---"
[아르까아디나] 게다가 나는 영국 사람처럼 예의가 발라요. 나는요 언제나 줄넘기라도 하는 것같이
조심스러운 기분으로 지내고 있어요.그리고 언제나 예절 바르게 몸치장을 하고 머리를 보살펴요. 잠깐
이 뜰까지 나올 때일망정 잠옷바람으로 나오거나 머리를 빗지 않고 나온걸 보신 일 있으세요? 절대로
없어요 나는 어떤 여자들처럼 지저분한 꼴을 결코 스스로 용납지 않았기 때문에 젊음을 언제까지나
간직할 수 있었던 거예요---(두 손을 허리에 올리고 크로게이트장을 거닌다)이것 보세요 어린 새
같지요.열다섯 살 먹은 소녀의 역이라도 할수 있어요.
[페이지] 민-003,, 0B0030
[도오른] 과연 그렇군요, 여하튼 저는 계속해 읽겠읍니다.(책을 집어든다)우린 창고와 쥐 이야기에서
끊었었지요---
[아르까아디나] 쥐까지예요.읽으세요(앉는다) 근데 절 주세요,제가 읽겠어요.제 차례예요.(책을 받아
훑어본다)쥐까지이고---아,여기다---(읽는다)"그리고 말할 나위도 없이 사교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소설가들을 좋아하여 그들과 가까이 하는 것이 낟알 장사가 그의 창고 앞에서 쥐를 키우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그들을 좋아한다.그런데 여자가 문인을
골라잡고 그를 매혹하려고 할때는 우선 예절과 애교와 순종등의 방법으로 그의 마음을 붙드는
것이다---" 어마나, 이런건 프랑스 같으면 있을지 몰라도 여기엔 없어요.이따위 프로그램이 어디
있겠어요.여기 여자들은 문인을 매혹하기 전에 먼저 그의 목덜미에 매어달리는게 보통이예요 양해해
주세요.먼델 돌아보실게 아니라, 저와 뜨리고오린의 경우만 봐도 그런걸요.(스티프에 몸을 의지하고
소오린 등장,니이나도 함께 등장.메드베젠꼬가 그뒤로
[페이지] 민-004,, 0B0040
빈 안락의자를 밀고 나온다)
[소오린] (어린애를 달래는듯이)그렇지요? 우리는 즐겁지요? 마침내 오늘 우린 즐겁게 됐지요?
(동생에게)우리는 즐겁다!니이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뜨베리로 떠나가셨기 때문에 앞으로 사흘동안
자유스럽게 됐지.
[니이나] (아르까아디나와 나란히 자리에 앉아 그녀와 키스한다)저 행복스러워요! 인제 저는
당신거예요.
[소오린] (자기 안락의자에 걸터앉는다)오늘은 무척 아름다워
[아르까아디나] 참 맵시 있고 귀여워요--- 게다가 총명해요(니이나에게 키스한다)그렇지만 일을
그르칠까봐 너무 칭찬을 못하겠어요. 그건 그렇고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는 어디 있어요?
[니이나] 수영장에서 낚시질을 하고 계셔요
[아르까아디나] 싫증도 나지 않는가봐!(계속해서 읽으려한다)
[니이나] 그거 무슨 책이세요?
[아르까아디나] 모빠상의 "물위"예요.(소리를 죽이고 몇줄 읽는다.)이 앞으로는 별로 재미도
없거니와 사실도 아니예요.(책을 덮는다)저 기분이
[페이지] 민-005,, 0B0050
우울해요. 아들 녀석은 뭐가 어째다는 걸까요? 뭣때문에 그렇게 성가신 못한 얼굴에다 잔뜩 찌푸리고
있을까요? 매일 호수 위에서만 지내고 있기 때문에 요샌 통 볼수도 없어요.
[마아샤] 기분이 어짢으신 거예요.(니이나에게 어색한듯)미안하지만 그분의 각본을 읽어주세요!
[니이나] (어깨를 움찔한다)그걸 원하세요? 아주 재미 없는 걸요!
[마아샤] (환희를 억누르면서)그이 자신이 그걸 읽으실때는 눈이 타는것 같애지고 얼굴이
창백해져요.그이의 목소리는 아름답고 슬퍼요.그리고 제스추어는 마치 시인 같애요.(소오린의 코고는
소리가 들린다)
[도오른] 안녕히 주무십시오.
[아르까아디나] 뻬뜨루우샤!
[소오린] 무어!
[아르까아디나] 주무세요?
[소오린] 아아니. (사이)
[아르까아디나] 왜 치료하지 않으실까? 그럼 안돼요,오빠.
[소오린] 나는 즐거이 치료를 받을 생각이지만 이 선생님께서 싫으시다는거야.
[페이지] 민-006,, 0B0060
[도오른] 예수살이 돼가지고 무슨 치료를 하신단 말씀이세요!
[소오린] 예순살이라도 살고 싶은걸 어떻허란 말이요.
[도오른] (성가시다는듯)에구! 그럼 길초 유라도 마시세요.
[아르까아디나] 오빠는 어디 온천으로라도 가시면 좋을건데 그러세요
[도오른] 뭣이라고요? 그야 가셔도 좋지만 안가셔도 상관없읍니다.
[아르까아디나] 어려운 말씀이신대요.
[도오른] 어려울것 없읍니다 뻔한 소린걸요.(사이)
[메드베젠꼬] 뽀오뜨로.니꼴라예비치씨는 담배를 끊으시는게 제일이예요.
[소오린] 그건 말도 안돼요.
[도오른] 아니요,그렇지 않습니다. 술이나 담배는 개성을 빼앗는 겁니다.당신이 담배를 피고
보드까를 한병 들이키고 난 뒤에는 이미 뽀오뜨로.니꼴라예비치가 아니라 뽀오뜨로.니꼴라예비치
보태기 아무아무개 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의 자아가 녹아버려서 당신은 당신 자신을 제삼인칭인
-그로서 인식하게 되는 겁니다.
[소오린] (웃는다)당신은 말을 잘 하십니다. 당신은 스스로의
[페이지] 민-007,, 0B0070
생활을 보내 왔으니까요.그러나 저는 어떻습니까. 저는 법무부에 이십 팔년이나 근무해 왔으므로
생활이란걸 해보지 못했고 따라서 아무런 경험도 없읍니다.그러니 제가 생활을 열렬히 희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겁니다. 당신은 자신이 배가 부르니 아무일에도 흥미가 없어서 걸핏하면 철학을
들먹거리지만,나로서는 생활이 하고 싶으니 식사때 헤레스주를 마시거나 여송연을 태우거나 해서
여러가지로 변화를 지어보려하는 겁니다.말하자면 그렇단 말입니다.
[도오른] 사람들은 더욱 진지한 태도로 인생에 대해야 할줄로 압니다.예순이 되어 치료를 한다든가
젊었을때 충분히 즐기지 못했음을 억울하게 생각하는 따위는 실례지만 경박이라고 하는 겁니다.
[마아샤] (일어선다)인제 식사 때겠지,틀림없이.(게으름방이처럼 느릿느릿 걷는다)발이 저리군---
(퇴장)
[도오른] 저러고 가서는 식사 전에 두병 들이킬거요.
[소오린] 불쌍하게도 그 얘에겐 자신의 즐거움이란 없소.
[도오른] 시시한 말씀은 마시지요,각하.
[소오린] 당신이 생각하는 바는 배부른 사람이 하는 소리같이 들리오.
[페이지] 민-008,, 0B0080
[아르까아디나] 아아, 권태스럽다고는 하지만 이 그리운 시골 구석의 권태보다 더한 게 어디 있을까!
덥고 조용하고 모두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철학적인 논의만을 일삼고 있으니---여러분들, 당신들과
같이 있는것도 당신들의 이야기들 듣는것도 좋지만---그래도 방구석에 처박혀서 대사라도 외고
앉았는게-얼마나 좋은 일인지 모를 일이예요!
[니이나] (감격하여)옳소! 전 그말씀을 이해하겠어요
[소오린] 물론 도시가 낫지.자기의 서제에 앉아 있으면 하인은 승낙없이 들여보내 주지않고,전화가
있겠다---거리에는 마차가 있겠다,어디 없는게 있을라구
[도오른] (노래한다)"나의 꽃이여,너 그녀에게 내 말전해다오---" (샴라야예프,뒤따라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 등장)
[샴라아예프] 여기들 계시는군요.안녕하셨어요!(아르까아디나와 이어 니이나의 손에 키스한다.)몸
성하신 모습을 보니 기쁘기 한량 없읍니다.(아르까아디나에게)집의 사람의 말로는 당신과 함께 시내로
가리라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아르까아디나] 그래요,그럴 생각이예요.
[샴라아예프] 음--- 그건 좋은 일입니다.그런데 마님께서는 대체
[페이지] 민-009,, 0B0090
뭘타고 가실 생각이신지요? 오늘 저희들 집에서는 쌀보리의 운반을 하고 있고 일군들은 모두가
바쁩니다.그런데 어떤 말을 타고 가시려는지 알고 싶은데요?
[아르까아디나] 어떤 말을 타고 가느냐고요? 제가 그런걸 어떻게 알수 있겠어요!
[소오린] 집에는 외출용 말이 있지.
[샴라아예프] (흥분하여)외출용이라고요? 그렇지만 마구를 어디서 얻으란 말씀이세요? 놀라운
일입니다! 무어가 뭔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마님!실례지만 저는 당신의 재능을 숭배하고 있읍니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생애의 십년쯤은 바쳐도 아깝지 않을 각오지만 아무래도 말은 드리지 못하겠읍니다!
[아르까아디나] 그렇지만 나로서는 꼭 가야 하겠다면 어쩔래요! 모를 일이예요!
[샴라아예프] 마님! 당신은 살림이란걸 도무지 모르십니다!
[아르까아디나] (발끈 성을 내면서)또 상투적인 말문이 터졌군요 그렇다면 오늘 나는 모스크바로
가버리겠어요 마을 안을 뒤져서 말을 얻어 오도록 분부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난 정거장까지 걸어서 갈
테예요!
[페이지] 민-010,, 0B0100
[샴라아예프] (발끈 성을 내면서)그럼 저는 직책을 물러나겠읍니다! 다른 지배인을 찾도록 하십시오!
(퇴장)
[아르까아디나] 매년 여름두 이모양이예요,매여름마다 여기 와서는 모욕을 받곤 해요! 다시는 여기
오지 않을테예요!(왼쪽 수영장쪽으로 퇴장.) (잠시 뒤 집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인다.낚시대와
바께스를 든 뜨리고오린이 뒤따른다)
[소오린] (분한듯)너무 심한데! 뭐가 뭔지 도무지 모를 일이야! 인제 아주 지긋기긋해졌어. 말을
있는대로 전부 끌고 나와!
[니이나]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에게)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 같이 유명한 예술가의 부탁을
거절하다니 그분의 부탁이라면 그게 아무리 기분이라 해도 살림살이보다 중요한 일이 아니겠어요! 정말
뜻밖이예요
[뽈리이나] (절망적으로)제가 어떻허겠어요? 저의 처지가 되어 좀 생각해 봐 주세요 제가
어떻하겠어요?
[소오린] (니이나에게)동생한테로 가 봐주세요---가지말도록 부탁해 보십시오.그래야겠지요?
(샴라아예프가 간 뒤를 바라보면서)참을성 없는 사나이로군! 고집쟁이야!
[페이지] 민-011,, 0B0110
[니이나] (그가 일어나려는 것을 말리면서)앉으세요,앉으세요 저희들이 밀어다 드리겠어요---
(그녀와 매드베젠꼬,의자차를 민다)오오, 참 두려운 노릇이예요
[소오린] 네,네, 드려운 노릇입니다---그렇지만 그는 나가지 않을 겁니다.제가 가서 이야기를 하고
오겠어요.(도오른과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를 남겨놓고 모두 퇴장)
[도오른] 주체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당신 남편같은 사람은 모가지가
달아나는게 당연할테지만 결국은 저 할아범 뾰오뜨르.니꼴라아예비치가 그의 누이동생과 함께
사과할것이 틀림없소,어디 두고 보세요!
[뽈리이나] 주인은 외출용말을 뜰에 내놓았어요.그러니 매일같이 이런 일이 있지 뭐예요.제가 얼마나
속이 상하는지 여러분은 모르실 거예요! 속상해 죽겠어요.이 떠는 모양을 좀 보세요--- 이상 더 그이의
무례한 짓을 보고 있을 수 없어요.(비는듯)네,예프계에니,저의 소중한 님이시여,저를 데려가 주세요---
세월은 자꾸 흐르고 이미 우리의 젊은 시절은 지나가버렸으니 생애의 마지막판에서 일망정 남의 눈을
피하거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살아 보도록해요---
[페이지] 민-012,, 0B0120
(사이)
[도오른] 내 나이 이제 쉰 다섯이요.생활을 고치기엔 너무 나이가 많소.
[뽈리이나] 당신이 싫다고 하실줄은 이미 알고 있었어요.저 이외에도 가까이 지내는 여성이 또
있으니까요.그 여자를 전부 데려가실 수는 없을테니까요. 그 여자를 전부 데려가실 수는 없을테니까요.
알겠어요.실례하겠어요, 전 당신이 이제 미워졌어요.(니이나,집 근처에 나타난다.꽃을 꺾고 있다)
[도오른] 천만에,그럴수가 있나
[뽈리이나] 전 질투로 괴로움을 당하고 있어요.물론 당신은 의사이기 때문에 여성을 피할수는
없겠지요.그건 알고 있지만---
[도오른] (가까이 온 니이나에게)어떻께 됐읍니까?
[니이나} 이리이나.니꼴라아예프나는 울고 있고 뾰오뜨르.니꼴라아예비치씨는 천식을 일으키고
계세요.
[도오른] (일어난다)그럼 가서 두분에게 갈초유를 마시게 해야지---
[니이나] (그애에게 꽃을 준다)받아 주십시오!
[도오른] (집쪽으로 간다)
[페이지] 민-013,, 0B0130
[뽈리이나] (그와 같이 가면서)참 예쁜 꽃이예요!(집근처에서 목멘 소리로)제게 그 꽃을 주세요!
제게 그 꽃을 줘요!(꽃을 받아들자 갈갈이 꺾어서 길옆에 버린다.두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간다)
[니이나] (혼자서)저렇게 유명한 배우가 저렇듯 하찮은 일을 가지고 울다니 정말 모를 일이야!
그리고 저렇게 유명한 작가,대중의 인기를 모으고 있고 어떤 신문에든지 나고 초상화가 팔리고 그
작품이 외국어로까지 번역되는 사람이 온종일 낚시질만을 하고 앉아고 붕어가 두마리 잡혔노라고
그렇게 좋아하다니 정말 이상한 일이야.유명한 사람이라면 품위가 있고 거만하고 대중을 경멸하고
있고,그 명예와 찬란한 명성으로 해서,대중들이 가문이나 금력을 무엇보다도 우러러보는데 대해
대항하고 있는줄 나는 알고 있었어.그렇지만 저이하고 화투를 치고 웃기도 하고 성을 내기도 하지
않어.
[뜨레예쁠례프] (모자를 쓰지않고 총과 죽은 갈매기를 가지고 등장)당신 혼자세요?
[니이나] 혼자예요.(뜨레예쁠례프,그녀의 발 앞에 갈매기를
[페이지] 민-014,, 0B0140
놓는다)
[니이나] 이건 왜 그러세요?
[뜨레예쁠례프] 저는 오늘 이 갈매기를 쏘아 죽이는 따위의 바보짓을 저질렀읍니다.이것을 당신의
발밑에 바치겠읍니다.
[니이나] 이게 왠일이세요?(갈매기를 집어들고 들여다본다)
[뜨레예쁠례프] (사이를 두고)이윽고 꼭 이와 마찬가지로 저는 자신을 죽여버리고 말거예요.
[니이나] 당신이란 분은 알수가 없어요.
[뜨레예쁠례프] 그렇지요, 제가 당신을 이해할 수 없게 된 이후부터 말씀이지요.제게 대한 당신의
태도는 아주 변했어요.당신의 눈은 쌀쌀해졌소.나란 존재가 당신에게 귀찮은 모양이로군요.
[니이나] 요새 당신은 무척 신경을 곤두세우고 줄곧 무엇인지 상징적인 이해할 수 없는 말씀만 하고
계세요.갈매기도 아마 그 상징이겠지요.허지만 용서하십시오 저는 이해할수 없어요---(갈매기를
벤치에위에 놓는다)전 너무 단순해서 당신을 이해하지 못하나봐요.
[뜨레예쁠례프] 이러한 상태는 내 각본이 여지없이 실패하고,만 바로 그날 밤에 비롯한거요.여자란
실패를 용납지 않으니까요. 전 그걸 태워버렸읍니다.마지막
[페이지] 민-015,, 0B0150
한조각까지 죄다 태워버리고 말았어요.내가 얼마나 불행한지 당신은 모르실거요! 당신이 쌀쌀해진 것은
너무도 두려운 일이기 때문에 거의 믿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마치 눈을 뜨고 보니 별안간 이 호수가
바짝 말라버렸든가 땅 속에 흘러버리기라도 한것 같은 기분입니다.당신은 지금 금방 너무 단순해서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씀하셨지요.대관절 뭘 이해하지 못하겠단 말씀이세요! 당신은 내 각본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에 저의 영감을 경멸하고 흔히 볼수 있는 평범하고 시시껄렁한 부류와 같이
보게 된겁니다(발을 구르면서)나는 그걸 똑똑히 알고 있소, 아주 똑똑히 알고 있어요. 나는 마치
머릿속에 못이라도 박힌것 같소.이따위 버리는 내 무기력과 함께 저주를 받는편이 낮소.이 무기력이 내
피를 빠는거요.뱀과 같이 피를 빠는거요---(책을 읽으면서 걸어오는 뜨리고오린을 보고)저기 진짜
천재가 오고 있소.햄리트와 같은 걸음걸이에다 그와 같이 책을 들고 있소.(비웃는다)"언어여,언어여,
언어여---"태양이 아직 당신곁에 오기도 전에 당신은 벌써 미소를 짓고 계십니다.당신의 눈은 그의
광채에
[페이지] 민-016,, 0B0160
녹아들었소--- 방해는 하지 않으리라.(빠른 걸음으로 퇴장)
[뜨리고오린] (노우트에 기입하면서)담배 냄새를 맡고 보드까를 마신다. 늘 검은 옷을 입고
있다.교사가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
[니이나] 안녕하세요,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씨!
[뜨리고오린] 안녕하십니까. 사정이 이상스럽게 돌아가서 우린 오늘이라도 떠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서로가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르겠군요.섭섭한 일입니다.제게는 젊은처녀,젊고 재미있는 처녀들과
만날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십팔구 세의 사람들이 어떤 느낌을 가졌던지를 까맣게 잊어버리고 또
그것을 똑똑히 상상할수도 없읍니다.그러므로 제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 처녀들은 모두가
거짓입니다.저는 비록 한시간이라도 좋으니 당신의 처지가 되어서 당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전체적으로 당신이란 어떤 사람인지 그걸 알았으면 좋겠읍니다.
[니이나] 그렇지만 저는 잠시라도 좋으니 선생님의 처지가 되어 봤으면 좋겠어요.
[뜨리고오린] 왜요?
[니이나] 유명한 천재적인 작가가 자기 자신을 어떻게
[페이지] 민-017,, 0B0170
느끼고 있는지 그걸 알고 싶기 때문이예요.유명하다는건 어떤 느낌일까요? 션생님께서는 자신이
유명하다는데 대해서 어떻게 느끼고 계세요.?
[뜨리고오린] 어떻게냐고요? 아마 아무렇지도 않겠지요.거기 대해서는 생각해 본 일도
없으니까요.(생각에 잠긴다)그런데 말씀이지요,당신이 저의 명성을 과장하고 계시거나 일반적으로
말해서 명성이라는게 도대체 느낄수 없는 것이거나 이 두가지 가운데 어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니이나] 신문에서 자신에 관계된 기사를 읽으실때는 어떠세요?
[뜨리고오린] 칭찬을 들었을 땐 기쁘고 악평을 들었을땐 이삼일 동안 기분이 나쁘지요.
[니이나] 이상한 세계로군요!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선망하는지 선생님은 아마 모르실 거예요!
인간의 운명이란 참말 가지가지예요.한편에는 고달프고 눈에 띄지 않는 생활을 보내고 모두가 한결같이
불행한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다른 한편에는 선생님과 같이,백만명에 한사람 정도일,선생님같이
재미있고 화기에 차고 의의 있는 생활을 보내시는 분도 계세요---선생님은
[페이지] 민-018,, 0B0180
행복하셔요---
[뜨리고오린] 제가요! (어깨를 움찔하면서)음---당신께서는 명성이니 행복이니 또는 화기에 찬
재미있는 생활이니 말씀하시지만 제게 있어서 그렇게 아름다운 말은 실례지만 여태껏 맛도 보지 못한
드롭프스같은 겁니다.당신은 매우 젊고 착하십니다.
[니이나] 선생님의 생활은 아름답습니다.
[뜨리고오린] 도대체 어디가 그처럼 옳단 말씀이세요? (시계를 들여다본다)전 이제 가서 작품을
써야겠읍니다.양해하십시오.전 시간이 없읍니다---(웃는다) 그렇지만 당신은 나의 소위 제일 귀여운
물집을 밟아주셨기 때문에 저는 이렇게 상기하여 조금 성을 냈읍니다. 그럼 어디 이야기를
해봅시다.저의 아름답고 화기에 찬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도록 합시다--- 자, 뭣으로 부터
시작했으면 좋겠읍니까?(조금 생각하고)사람이 이를테면 낮이나 밤이나 달에 관해서만 생각할때 흔히
강박 관념이라느것을 말하게 되지요. 제가 꼭 그와같은 말을 가지고 있읍니다. 곧 낮이나 밤이나- 쓰지
않으면 안된다.----쓰지 않으면 안된다. 쓰지 않으면 안된다---는 하나의 악착스러운 관념이 저에게
엄습해 옵니다.
[페이지] 민-019,, 0B0190
이윽고 소설 하나를 쓰기가 빠쁘게 웬일이지 또다른 소설을 쓰지 않으면 안된다.그리고 또 다음 그리고
또 다음- 이런식으로 나는 마치 역마차에라도 타고 있는것 같이 줄곧 써제껴야지 가만 있을수가
없어요.여기에 도대체 무슨 아름다움과 화기가 있겠읍니까? 정말 얼마나 따분한 생활인지 몰라요! 지금
저는 당신과 같이 있으면서 흥분하고 있읍니다.그렇지만 한편에서는 쓰다 만 소설이 기다리고 있다는
생각이 잠시도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저 피아노와 닮은 구름을 보고 있지요.그러면 저는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어떤 소설에다가 피아노와 닮은 구름이 흐르고 있다.써야 한다고
말씀이지요.헬리오트코프의 냄새가 난다.그러면뼉안간 머릿속을 획 지나갑니다-달콤한 향기,미망인의
꽃,이건 여름날 저녁때의 교사에 써먹자,이식입니다.그래서 이처럼 당신과 같이 이야기 하고 있어도
당신의 말 한마디 당신이 낱말 하나를 붙잡아둬서 얼른 그것을 저의 문학 속 빨아넣습니다.언젠가는
쓰일날이 있으리라는 거지요! 일이 끝나면 극장이나 낚시질하러 달려갑니다.행여
[페이지] 민-020,, 0B0200
거기에 모든것을 잊어버리고 쉬어 보자고 생각해서입니다. 그렇지만 헛일이예요-머릿속에는 이미
무거운 무쇠포탄이-말하자면 새로운 제목이 빙글빙글 맴돌고 있어서 책상께로 마음을 이끌으므로 급히
집으로 가서 또 쓰기 시작해야만 될 판입니다.늘 이렇기 때문에, 늘 이런 식이기 때문에 저에게는 저
자신을 위해서 마음이 가라앉을때가 없읍니다.그러니 저는 저 자신과 저의 목숨을 파먹어 들어가는 것
같습니다.말하자면 누군가를 주기 위해서 넓은 공간에 뿌려줄 꿈을 위해서 자기의 가장 중요한 꽃에서
꽃가루를 모으는 결과 꽃을 그르치는 정도가 아니라 뿌리까지 짓밟아버리는 셈입니다.이래-정신이
온전타고 할 수 있을까요 이래도 나의 친지나 동료들이 나를 건강한 인간으로 대해 줄까요?"지금 뭘
쓰고 계세요? 다음번에는 뭘 보내 주시렵니까"언제나 똑같은,언제나 똑같은 질문입니다.그러므로
저에게는 이러한 친지들의 배려나 칭찬, 그리고 감탄이 마치 거짓말같이 생각됩니다.사람들이 병자를
속이는 것처럼 나를 속이고 있는게 아니라 이런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그래서 어쩌면 저는 당장에 누가
뒤로 살짝 다가와서 저
[페이지] 민-021,, 0B0210
뽀쁘리시친과 마찬가지로 정신병원으로 끌려가지나 않을는지 무서운 생각이 들때가 있읍니다.겨우 글을
쓰기 시작했던 일생과 가장 즐거운 청춘 시절,그당시의 저의 문필 생활은 한개의 끊임없는 고민이
되었읍니다.병아리 문인들은,특히 세평이 그다지 좋지 않을 시기에 있어서는 자기 스스로가 재주없고
투박스럽고 무용지물인것 같애서 신경과민이 되어 불안상태에 빠지고 신경질이 됩니다.그리고 문학이나
예술에 관계해 있는 사람들의 주위를 아무에게도 인정을 받지 못하고 또 아무의 주위를 끌지도
못하면서, 마치 돈떨어진 도박군같이 상대방의 눈을 똑바로 대담하게 바라볼 용기조차 없이 또 어떻게
억제할수도 없이 그저 빌빌 거닐고 있읍니다.나는 나 자신의 독자를 본 일은 없지만 독자들이란 웬
일인지 나의 상상에 비우호적이고 믿을수 없는 사람들이라 상상되었어요. 나는 대중을 두려워 했읍니다
그것이 무섭게 생각되었던 것입니다.그리고 나의 새로운 각본이 상연될 때에는 언제나 머리가 검은
사람은 내게 적개심을 품고 있고 금발을 가진 사람들은 차디찬 무관심으로 대하는 것같은 기분이었던
것입니다. 오오, 이건 얼마나
[페이지] 민-022,, 0B0220
무서운 일일까요! 얼마나 괴로운 일이었겠어요!
[니이나] 실례의 말씀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인스피레이션이라든가 과정 따위 같은 것이 고상한
행복의 순간을 주지는 않나요?
[뜨리고오린] 그렇지요.쓸때는 즐겁습니다.교정을 볼때도 즐거워요.그러나---책이 되어 나오자마자
못견디게 불쾌합니다.이건 이렇게 쓰는게 아니었다 이건 잘못이다,이건 쓰지 말아야 했을건대,이러한
생각이 들어서 억울한 생각이 들고 기분이 언짢아집니다---(웃는다)반면에 독자들은 그것을 읽고는-
"야아, 참 좋다,재능이 있다---참 좋아.그러나 똘스또이와는 역시 비교가 안 되는군"이라 하든 "훌르한
작품이로다,그러나 뚜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비하면 손색이 있지."라고들 말합니다. 무덤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이런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거든요 그저 참 좋다, 재능이 있다,참 좋다.재능이
있다뿐이지 이외에 아무것도 없읍니다.그러다가 죽은 뒤에는 천지들이 무덤옆을 지나치면서 이런 말을
하겠지요 "여기에 뜨리고오린이 누워있다.뚜르게네프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꾀 좋은 작가였다라고."
[페이지] 민-023,, 0B0230
[니이나] 실례되는 말씀이겠지만 전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을 믿지 못하겠읍니다.선생님께서는 그저
성공에 취해 버리신 거예요.
[뜨리고오린] 어떤 성공 말씀입니까? 난 여태 한번도 거기에 만족해 본 일이 없읍니다.나는
작가로서의 나를 사랑하지 않습니다.그리고 무엇보다도 궂은 일은 내가 일종의 독기에 싸여 있어서
자기 자신이 뭘 쓰고 있는지 똑똑히 알지 못할때가 있다는 겁니다---지금 나는 이 물이나 나무,그리고
하늘을 좋아합니다.나는 자연을 느낍니다. 그러면 자연은 내 가슴 속에 억누를길 없는 욕구를 북돋아
줍니다.그러나 나는 단순한 풍경화가가 아니라 하나의 사회인이기도 하기 때문에 조국을 사랑하고
민중을 사랑합니다.나는 작가인 이상 자연히 민중에 관해서나 그 괴로움이나 그들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과학에 관해서두 인류의 권리에 대해서도 기타여러가지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이렇게 생각하는 겁니다.게다가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나를 따르면서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나는 마치 사냥개에 쫓기는 여우 모양 여기저기에 몰려
[페이지] 민-024,, 0B0240
다니는 셈이지요.이런 까닭으로 인생과 과학은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나란 인간은 마치
기차를 놓친 촌뜨기 모양으로 점점 뒤로 쳐지고 있음을 느끼게 되지요.그리고 나는 결국 단지 풍경화를
그리고 있음에 지나지 않는다 그 이외의 방면에 가짜다.골수까지 가짜라고 느끼게 되는 거예요.
[니이나] 선생님께서는 일을 너무 하시기 때문에 자신의 값어치를 느낄 틈도 호기심도 가지지
않으시는 거예요.그러니 선생님께서 아무리 자기 자신에 대해서 불만을 품으신다고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대해서는 위대하고 아름다운 분이십니다! 만약에 제가 선생님과 같은 문인이라면 저는
대중을 위해서 전생애를 다 바치겠읍니다.허지만 그러한 경우에 저는 대중의 행복은 다만 저와 같은
높이에까지 향상시킬 수밖에 도리가 없느라고 틀림없이 의식했을거예요.그러면 대중은 저를 전차에
태우고 돌아다니겠지요.
[뜨리그오린] 아니,전차라고요---제가 아가멤는이라도 된단 말씀이세요!(두사람은 미소를 짓는다)
[니이나] 저는 작가라든가 여배우라는가 하는 행복한 위치에
[페이지] 민-025,, 0B0250
서기 위해서라면 이웃 사람들의 미움이나 가난이나 실망같은 건 참아 나가며 다락방에 살고 검은 빵을
먹는걸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할 거고 자기 불만이나 스스로의 모자람을 의식하는 괴로움도 달게
받겠어요 그러지만 그대신 저는 명성을 요구해요--- 실속있는 당당한 명성을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아아,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요---푸우!---
[아르까아디나] (목소리) (집 안으로부터 보이이스.알렉세예비치!
[뜨리고오린] 나를 부르오--- 아아 짐을 싸라는 거겠지.그렇지만 떠나기는 싫어(호수쪽을 바라본다)
아아 참 좋다!---좋은데!
[니이나] 저것 보세요,호숫가에 집과 뜰이 보이지요?
[뜨리고오린] 그렇습니다.
[니이나] 저건 돌아가신 어머님의 저택이예요. 전 거기서 낳았어요.저는 여태껏 여기서 살아왔기
때문에 여기에 있는건 아무리 조그만 섬이라도 알고 있어요
[뜨리고오린] 여긴 참 좋은 곳이로군!(갈매기를 보면서)저건 뭡니까?
[니이나] 갈매기예요.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가 저걸 잡았어요.
[페이지] 민-026,, 0B0260
[뜨리고오린] 어여쁜 색입니다.정말 돌아가고 싶지 않소 어디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를 설득해서 좀
더 있게 해 주세요.(노우트에 기입한다)
[니이나] 뭘 적고 계셔요?
[뜨리고오린] 네,잠깐 적고 있읍니다---주제가 떠올랐읍니다.자그마한 단편 소설의 재료예요. 어떤
호숫가에 당신 또래의 젊은 처녀가 한사람 어린 시절 살고 있읍니다.그 처녀는 갈매기처럼 호수를
사랑하고,갈매기처럼 행복스럽고 자유롭습니다.그러데 한사나이가 여기 나타나 그 처녀를
발견하고,심심풀이로 마치 이 갈매기같이 처녀의 몸을 망쳐줍니다.(사이.창문에 아르까아디나가
나타난다)
[아르까아디나]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씨, 어디계세요?
[뜨리고오린] 곧 갑니다!(가다가 니이나를 돌아다본다.창문가에서 아르까아디나에게)오 그러세요!
[아르까아디나] 떠나지 말아야겠어요 (뜨리고 오린,집안으로 들어간다)
[니이나] (푸틀라이트예로 다가온다.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막)
[페이지] 안-001,, 0C0010
[막] 제삼막
(소오린가의 식당 좌우에 문 찬장 약품이 든 찬장 방 가운데 식탁 트렁크와 종이 상자 등이
있는것으로 보아 출발준비가 된 모양이다 뜨리고오린은 아침밥을 먹고 있고 마아샤는 식탁옆에 서
있다)
[마아샤] 전 이런걸 모두 선생님을 작가로 알고 말씀드리는겁니다 이용하셔도 괜찮아요 저 정직하게
말씀드리지만요 만약 그분의 상처가 중하다면 전 단 일분이라도 이렇거고 있을순 없어요 그런데 전
무척 용감하거든요 그래서 이제 완전히 마음을 잡았어요 이 사랑을 제 마음속에서 뽑아버리기로요
뿌리째 뽑아버리기로요
[페이지] 안-002,, 0C0020
[뜨리고오린] 어떤식으로 말씀입니까?
[마아샤] 시집갈테예요 메드베젠 꼬에게가겠어요
[뜨리고오린] 그 선생님한테 가신단 말씀이세요?
[마아샤] 네
[뜨리고오린] 모를일인데요 뭣때문인지
[마아샤] 이루지 못할 사랑을 해서 만 일년 늘 무엇을 기대하고 있었어요 시집만 가버린다면 다시는
사랑 같은건 할수 없게 될테니까요 새로운 과업이 낡은 상처를 모두 삼켜버리고 말테니까요 여하튼
뭣보다도 변화가 있고 볼일입니다 한잔 더 하실까요
[뜨리고오린] 인젠 되지 않았읍니까?
[마아샤] 뭘, 고걸 가지고 그러세요(잔에도 붓는다) 절 그렇게 쳐다보지 마세요
[페이지] 안-003,, 0C0030
여자들이란 선생님이 생각하시는것보다 많이 마시는거에요 남이 보는 앞에선 저처럼 마시는 여자는
별로 없지만 남몰래 마시는 여자는 많아요 정말에요 더구나 그것들이 모두 보드까나 꼬냐끄거든요
(잔을 맞댄다)건강을 빕니다! 선생님은 소박한 분이시기때문에 작별하기가 섭섭해요(마신다)
[뜨리고오린] 저 역시 떠나기가 싫습니다
[마아샤] 그럼 좀더 머물도록 그이에게 말씀드리지요
[뜨리고오린] 안됩니다. 더 머무르진 않을겁니다 아들이 극단적으로 보채고 있으니까요 피스톨로
자살을기도하기도 할뿐 아니라 들리는 말에 의하면 제게 결투를 걸어 오리라고도 해요 도대체 어떡허란
말인지? 얼굴이 퉁퉁붓고 있거나 조롱해 보거나
[페이지] 안-004,, 0C0040
새로운 형식이 이러니 저러니 해보기도 하고---그렇지만 새로운 것이나 낡은 것이나 같이 존재할
자리가 있는겁니다 서로 다툴 필요가 어디 있겠어요?
[마아샤] 게다가 질투도 섞였어요 이건 제가 참견할 성질이 아니지만요 (사이 야아꼬프가 트렁크를
들고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건너간다 니이나 등장하여 창문가에 선다)
[마아샤] 저의 선생님은 그다지 똑똑한 사람은 아니지만 아주 착한 사람이고 불행한 사람입니다
그리고 절 무척 사랑해 주셔요 그이가 가엾어요 그리고 그의 늙은 어머니가 가엾어요 그럼 저의 앞날을
축복해 주세요 나쁘게 해석지 말아줘요 (손을 꽉 쥔다)여러 가지로 배려를 베풀어 주셔서 뭣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페이지] 안-005,, 0C0050
모르겠어요 돌아가시거든 선생님의 책을 보내주세요 꼭 싸인을 하셔야 돼요 (경애하는)이라고는
쓰지마시고 그저 육친의 정을 모르고 뭣때문에 살아 가는지도 모르는 마리야에게라고 간단히 써주세요
안녕 (퇴장)
[니이나] (주먹 쥔 손을 뜨리고오린쪽으로 내밀면서)하나예요 반이에요?
[뜨리고오린] 하나입니다
[니이나] (한숨을 지으면서)아니에요 손안에 콩 알이 하나 있을뿐이예요 배우가 될지 못될지 점을
쳐봤어요 누가 의논할 상대가 되어 줬으면 좋을건데
[뜨리고오린] 그런데 무슨 의논이 필요하겠어요 (사이)
[니이나] 저희들 인제 이별이군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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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뵙지 못하겠지요 이 조그만 메달을 기념으로 드리고 싶으니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성함의 이니시얼을 새기게 했어요 그리고 이쪽에는 낮이나 밤이나라는 선생님 책의 제목을 새겼어요
[뜨리고오린] 아 참 아름답소! (메달에 키스한다)매혹적인 선물입니다!
[니이나] 때때로 제 생각도 해주세요
[뜨리고오린] 여부가 있을라구요 그맑은 날의 당신을 생각할겁니다 기억하시지요? 일주일쯤 전
당신의 밝은 색깔의 옷을 입고 나오셨을 때 말씀입니다 우리는 여러가지 이야기를 했읍니다 그리고
그때 벤취위에는 하이얀 갈매기가 있었지요
[니이나] (생각에 잠겼다가)그렇지요 갈매기---(사이) 인제 이야기를 더 하지 못하겠어요 누가
이리로 와요--- 떠나시기전에 이분만 제게 시간을 내주세요
[페이지] 안-007,, 0C0070
소원이니--- (왼쪽으로 퇴장 동시에 오른쪽으로부터 아르까아디나 연미복에 훈장을 단 소오린 이어
짐꾸리기에 바쁜듯한 야아꼬프 등장)
[아르까아디나] 할아버지는 집에 계셔요 그런 루머티스병을 가지고 마을로만
다니세요(뜨리고오린에게) 지금 나간게 누구에요? 니이나지요?
[뜨리고오린] 그렇소
[아르까아디나] 파든 방해를 했군요 (앉는다)이제야 꾸려진 모양이에요 아이 고단해
[뜨리고오린] (메달의 글을 읽는다)"낮이나 밤이나" 백이 십일 페이지 십일 이행
[야아꼬프] 낚시대도 역시 꾸릴까요
[뜨리고오린] 그러시우 아직 좀더 필요하긴 한데 책은 누구에게든지 주시오
[야아꼬프] 알겠읍니다
[뜨리고오린] (혼자서)백이십 일 페이지의 십일 이행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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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뭐라고 씌어 있더라?(아르까아디나에게) 이집에 내가 쓴 책이 있던가요?
[아르까아디나] 오빠 서재의 구석 책장 안에 있어요
[뜨리고오린] 백이십 일 페이지라--- (퇴장)
[아르까아디나] 정말 빼뜨루우샤 집에 있어 줬으면 좋은건대---
[소오린] 너희들이 가버리고 없는 집엔 있기가 싫어
[아르까아디나] 그럼 도시에 가신다고 무슨 수가 있겠어요?
[소오린] 별로 신통한 수야 없겠지만 그래도 (웃는다)자치회관의 지형이라든가 여러가지 있으니까---
비록 한두 시간이라도 좋으니 이 새우같은 생활에서는 벗어나고 싶단 말이야 그렇지 않으면 나는 마치
낡은 파이프처럼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은게 되니까 한시까지 마차를 준비하도록 이야기해 두었다
같은 시각에 집을 떠나가도록 하지
[아르까아디나] (잠시 사이를 두고 있다가)제발 그런 말씀은 마시고 여기에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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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롭지 않고 감기에 들리지 않게 하고요 애를 돌보아 주시고 늘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주세요 그리고
잘 타일러 주세요(사이)이렇게 훌쩍 떠나버리면 꼰스딴찐이 어째서 권총자살을 하려고 했는지 알
까닭이 없어요 다만 으뜸가는 원인이질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될수록 빨리 뜨리고오린을 여기서
떠나보내면 괜찮으리라 생각할 따름이에요
[소오린] 내게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는지? 그 이외에 원인은 또 있었던거야 젊고 똑똑한 청년이
이렇게 쓸쓸한 시골에서 돈도 없고지위도 없고 장래성도 없이 살아가려니 그럴만도 하지 전혀 할일이
없으니까 말이다 말하자면 녀석은 자기가 놀고 먹는다는데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무서워하고 있어 나는
그애를 무척사랑하고 있고 그애 역시 나를 좋아하긴 하지만 그래도 결국에 그는 자신이 이집의
무용지물이고 밥벌레고 끼살잇군이라는 생각이 드는 모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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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럴만도 한일이 아니겠다 말하자면 그 자존심이란게---
[아르까이디나] 애 때문에 속상해 죽겠어요(생각에 잠긴다)일자리라 얻어 주면 어떻겠어요
[소오린] (휘바람을 휙 불고서는 어쩌는수 없다는듯)내가 제일 좋다고 생각하는것은 말이지 네가
그애에게---돈을 좀 줬으면 해 우선 무엇보다도 그 애로 하여금 인간다운 옷차림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지 너봐라 삼년동안이나 늘 똑같은 프록코우트를 입고다니면서 외투도 안입고 있지 않니---
(웃는다)그리고 젊은 놈이니 좀 다 나가 다니게해도 괜찮으니라 생각해--- 외국에라도 보내면
좋을테지--- 별로 돈이 드는것두 아닐테구
[아르까아디나] 그렇지만---옷정도 같으면 해줄수 있지만 외국에 간다면---아니요 지금같으면 옷도
안되겠어요(딱 잘라서)제게는 돈이 없는걸요 (소오린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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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까아디나] 없어요
[소오린] (휘파람을 분다)그래 그럼 실례했는데 기분 나빠하진마 난 너를 믿어---너는 마음이
너그럽고 훌륭한 여자야
[아르까아디나] (눈물을 지으면서) 제겐 돈이 없어요
[소오린] 만약 내게 돈이 있다면 그야 물론 내주었겠지만 내게는 한푼도 없거든 동전 한닢도 없어
(웃는다)내 연금은 전부 지배인이 받아서는 농사라든가 벌 치는데 집어넣어버려 그래서 내돈은 모두
하늘로 떠버리지 꿀벌을 죽어버리지 소도 죽지 말은한번도 써먹은 일이 없어
[아르까아디나] 그야 저에게도 돈이 있긴 있어요 그렇지만 전 배우거든요 저혼자 처리도 간신히 꾸려
나가는 걸요
[소오린] 너는 착하고 사랑스럽다---나는 너를 우러러보고 있어---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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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또다시 나는 어떻게 된 모양이다(비틀거린다)머리가 빙빙돈다 (테이블을 붙든다)난 기분이 언짢다
[아르까아디나] (놀라면서)빼뜨루우샤(오빠를 부축하려고 애쓰면서)빼뜨루우사 오빠(외친다)누가
와주세요 이리와주세요 (머리에 붕대를 감은 뜨레예쁠례프와 메드베젠꼬 등장)
[아르까아디나) 외숙이 언짢으시대
[소오린] 아니야 아무렇지도 않어(미소를 짓고 물을 마신다)인젠 괜찮어 아주
[뜨레예쁠례프] (어머니에게)놀라실 필요 없어요 어머니 별로 위험하게 아니니까요 요새 외숙은
때때로 이러실때가 있는걸요 (외숙에게)외숙은 좀 누우세요
[소오린] 조금 그렇지 그래도 역시 나는 도시로 갈테야 조금 누웠다가 떠나갈테야 그럴만한
일이지(지팡이에 의자하여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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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젠꼬] (그의 팔을 잡고 부축하면서)이런 수수께끼가 있소 곧 아침엔 네발로 다니고 낮에는 두발
그리고 저녁엔 세발로 다시는게 뭐냐고 거요
[소오린] (웃는다)그럴듯하군 그리고 밤에는 드러누울테지 고맙소 나혼자 갈테요
[메드베젠꼬] 뭘 사양하세요(그와 소오린 퇴장)
[아르까아디나] 아이 어찌도 놀랐는지
[뜨레예쁠례프] 외숙은 시골서 사는게 건강에 좋지 않아요 지루해하세요 그러니 여기서 어머님이
어디 큰맘쓰셔서 외숙에게 천 오백이나 이천 루블 빌려 주시던 일년쯤 도시에서 살다 오실 수
있을거에요
[아르까아디나] 나한테 무슨 돈이 있단 말이냐 나는 배우지 은행가는 아니야 (사이)
[뜨레예쁠례프] 어머니 붕대를 고쳐 감아주세요 어머님이 잘 감으시니까
[아르까아디나] (약품장에서 요오드포름과 붕대 재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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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상자를 끄집어 낸다) 의사님은 늦구나
[뜨레예쁠례프] 열시까지 오신다고 약속하셨는데 벌써 오정이예요
[아르까아디나] 앉아라 (그의 머리에서 붕대를 끄른다)마호메트고도들이 머리수건을 쓴것 같구나
어제 어떤 나그네가 부엌에 와서 네가 어느나라 사람이냐고 묻더란다 아아 인젠 거의 다 나왔구나
상처가 인젠 조금밖에 남지 않았다(머리에다 키스한다)근데 너 네가 내가 없을동안에 또 탕탕 하지
않겠니?
[뜨레예쁠례프] 천만에요 엄마 그때는 자기 스스로를 어떻게 주체할수도 없던 미칠듯한 절망의
순간이었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런일이 없을거에요 (그녀의 손에 키스한다)어머니 손은 약속이에요
아주 오래 전 어머니가 아직 국립극장에
[페이지] 안-015,, 0C0150
계실때- 나는 그때 어린애였지만- 저의 집 뒷뜰에서 싸움이 벌어져 집의 세탁녀가 얻어맞은 일이
있었던 걸 전 똑똑히 기억하고 있어요 어머님 기억하세요? 여자는 아주 의식을 잃고 운반되어 갔읍니다
그러자 어머님은 줄곧 그 여자를 돌보아 주시면서 약을 가져다 주시고 아이들에게 더운물을 쓰게
하셨지요 그걸 기억하지 못하시나요?
[아르까아디나] 생각나지 않아(새 붕대를 감아 준다)
[뜨레예쁠례프] 그때 우리와 한집에는 두사람의 발레리나가 살고 있어서---어머니한테 커피를 마시러
자주 오곤했지요
[아르까아디나] 그건 생각난다
[뜨레예쁠례프] 그들은 아주 믿음이굳은 사람들이었어요(사이) 요새 이삼일 동안은 저 어렸을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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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기분이 생겨서 무턱대고 어머니가 좋아져요 어머님 이외에 지금 제게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아요 그런데 어머니는 왜 그런 사람에게 꼭 잡혀있으세요?
[아르까아디나] 꼰스딴찐 너는 그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 그이는 다시없이 고결한 인격자야
[뜨레예쁠례프] 그러나 제가 결투를 신청하리란 말을 들었을땐 그 고결한 인격도 비겁자가 되지
않도록 붙들지는 못한 모양이군요 떠나려 하고 있으니까 수치스러운 패주예요
[아르까아디나] 그게 무슨 되지 못한 소리냐! 여기를 떠나기로 한건 내가 부탁했기 때문이다
[뜨레예쁠례프] 다시 없이 고결한 인격자라 저와 어머니는 그이 때문에 거의 매일같이 싸움이라도
할듯 으르렁대고 있어요 그런데도 그이는 지금쯤 응접실이나 뜰에서 우리를 비웃고 있을거에요
[페이지] 안-017,, 0C0170
니이나를 계몽해서 자기가 천재라는 신념을 확고히 그녀의 가슴속에 뿌리 박히게 하려 할거예요
[아르까아디나] 너는 내가 불쾌해 할만한 이야기를 하는게 즐거운 모양이로구나 나는 그이를
존경하고 있어 그러니 내앞에서는 그이에 대한 악담은 하지 말아줘
[뜨레예쁠례프] 그렇지만 전 존경치 않아요 어머님은 저 역시 그를 천재로 알아주기를 원하겠지만
미안한 이야기지만 전 거짓말을 할수가 없어요 그이의 작품을 읽으면 전 메스꺼울 뿐이에요
[아르까아디나] 그건 질투라는거야 재능은 없어면서도 야심만 강한 사람은 참다운 재능을 힐난할밖에
도리가 없었으니까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필요없지 자위책일테니까
[뜨레예쁠례프] (아이러닉하게)참다운 재능이라고요?
[페이지] 안-018,, 0C0180
(발칵 성을 내고)일이 이쯤 됐으니 하는 소린데 나는 당신네들 중 누구보다도 재능을 타고 났어요
(머리의 붕대를 잡아 뜯는다)당신네들 따위의 맹꽁이들이 예술계의 윗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면서
자기네들 하는일만이 옳고 정당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다른것을 압박하고 질식시키고 있어요 난
당신네들을 인정치 않아요!
[아르까아디나] 데까당!
[뜨레예쁠례프] 좋아하는 극장으로 곧 가서 보잘것 없고 흐리멍텅한 연극이나 하세요!
[아르까아디나] 난 여태 그따위각본에 출연해 본 일이 없어 나 한텐 상관을 말어 너야말로 보잘것
없는 익살극일망정 쓰지도 못하는 주제에 뭘 신소리냐 키예프의 부르좌아지 같으니 밥벌레!
[뜨레예쁠례프] 노랑이
[아르까아디나] 거지! (뜨레예쁠례프 앉아서 흐느껴 운다)
[페이지] 안-019,, 0C0190
[아르까아디나] 등신 (흥분한 모양으로 오락가락하면서)울지 말어 울것
없어---(운다)뮤때문에---(그의 이마뺨 머리에 키스한다)귀여운 내아들아 용서해라---죄많은 어미를
용서해라 불행한 날 용서해줘
[뜨레예쁠례프] (어머니를 껴안는다) 저를 이해해 주셨으면 좋으련만! 전 모든것을 잃어버렸어요 그
여자도절 사랑해 주지 않고인제 작품을 쓰지도 못하게 됐어요 제 희망은 이제 모두 사라졌어요---
[아르까아디나] 낙 망하지 말어---일이 풀릴거야 그 사람이 이제 떠나가면 그 애도 널 사랑하게
될거야 (그의 눈물을 닦아준다)여부가 있나 인제 우리 화해했지
[뜨레예쁠례프] (어머니 손에 키스한다)그래요 엄마
[페이지] 안-020,, 0C0200
[아르까아디나] (부드럽게)그러니까 그이와도 화해를 해줘 질투를 할 필요가 어디 있니---그렇지
않겠니?
[뜨레예쁠례프] 좋아요---그렇지만 어머니 그이와는 만나지 않도록 해주세요 그건 제게 고통이니까
---힘에겨운 일이니까요(뜨리고오린 등장)
[뜨레예쁠례프] 네 제가 가겠어요(재빨리 약장에다 약을 정돈해 놓는다)붕대는 의사 선생님에게
부탁하겠어요
[뜨리고오린] (책을 뒤적거린다)백이십일 페이지---십일 십이 페이지---아 아 여기로군(읽는다)
당신께선 언제건 제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서슴지 마시고 가져가 주시옵소서(뜨레예쁠례프 마릇바락에서
붕대를 주워 들고 퇴장)
[아르까아디나] (시계를 보고)곧 마차가 올 거에요
[뜨리고오린] (~혼자서)당신께서 언제건 제 생명이 필요
[페이지] 안-021,, 0C0210
하시다면 서슴지 마시고 가져가 주시옵소서
[아르까아디나] 짐은 다 꾸려 두셨겠지요?
[뜨리고오린] (못견디겠다는듯)그래요--- (생각에잠겨서)이렇듯 순진한 영혼의 부름 앞에서 어쩌면
내게 슬픔이 느껴지며 내 마음은 어째서 이렇듯 병적으로 타는 것일까? 당신께서 언제건 제 생명이
필요하시다면 서슴지 마시고 가져가 주시옵소서(아르까 아디나에게)하루만 연기합시다(아르까아디나
부정적으로 머리를 젓는다)
[뜨리고오린] 연기해요
[아르까아디나] 여기서 무엇이 당신을 붙드는지 알겠어요 그렇지만 자기 스스로를 좀 억눌 러 보세요
당신은 취해 있어요 정신을 차려셔야 해요
[뜨리고오린] 당신도 정신을 차리세요 슬기롭고 이해성있는 여자가 되어 주시오 그리고 제발
부탁이니 진정한 친구로서 이 사건을 바라보도록 해주세요---
[페이지] 안-022,, 0C0220
(그녀의 손을 쥔다)당신은 희생을 할수 있는 사람이지 내 친구가 되어 나를 놓아주세요
[아르까아디나] (몹시 흥분하여)홀딱 반하셨군요!
[뜨리고오린] 마음이 끌려요!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내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오
[아르까아디나] 그런 시골뜨기 처녀의 사랑이 말씀이세요? 아아, 어쩌면 당신은 그렇게도 자기
자신을 모르시는거예요!
[뜨리고오린] 인간이란 걸으면서 잠들기도 하지만 지금 나는 그와같은 기분이요 당신과 이야
기하면서도 나 자신은 마치 잠들고 있고 그꿈속에서 그 처녀를 보고 있는듯하오 달콤하고 신기한
공상이 나를 포로로 하고 만거요 나를 놓아 주시오---
[아르까아디나] (떨면서)안돼요 안되겠어요---전 평범한 여자이기 때문에 제게 대해서 그런 말씀을
하시면 안돼요---
[페이지] 안-023,, 0C0230
보리이스 저를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무서워요---
[뜨리고오린] 되려고만 애쓰면 당신은 비범한 여인이 될수도 있는 사람이요 젊음에 넘치고 아름답고
시적인 사랑 공상의 세계로 이끌어 주는 사랑-이 세상에서 인간에게 행복을 가져다 주는건 많지만
이것뿐이요! 이러한 사랑을 나는 여태 맛보지 못했소--- 젊은 시절엔 그럴 여유가 없었소 출판사의
문턱이 닿도록 드나들고 가난과싸워야 했으니---그러던것이 이제야 그런 사랑이 나타나서 나를 보고
있는거요 무엇때문에 그걸 피해야 한단 말이요?
[아르까아디나] (분격하여)당신은 정신이 나가셨어요!
[뜨리고오린] 그럴는 지도 모르지
[아르까아디나] 당신네들은 오늘 계획적으로 저를 괴롭히려는 거로군요! (운다)
[페이지] 안-024,, 0C0240
[뜨리고오린] (두손으로 머리를 움켜쥐고)날 이해하지 않는구료!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소!
[아르까아디나] 그렇다면 저는 벌써 그토록 늙었고 더러워진 걸까요 지금 제눈앞에서 그토록 꺼리낌
없이 다른 여자의 이야기를 하실수 있단 말씀이세요? (그를 껴안고 키스한다)오오 당신은 도셨어요!
아름다운 나의 내 귀중한---당신은 내 생애의 마지막 페이지예요! (꿇어앉는다)나의 기쁨 내 사랑 내
행복이셔요 (그의 무릎을 꺼안는다) 만약 당신이 단 한시간이라도 저를 버리신다면 전 살아 있지
않겠어요 정신이 나가버릴 거예요 더없이 어여쁘고 위대하신 이여 당신은 내 군주에요---
[뜨리고오린] 누가 들어올 는지도 모르오(그녀를 부축하여 일으킨다)
[아르까아디나] 무슨 상관입니까 저는 당신에 대한 저의 사랑을 부끄럽다고는
[페이지] 안-025,, 0C0250
생각지 않습니다 (그의 손에 키스한다)내 보물이여 어떻게 그런 절망적인 생각을 가지셔요 당신은 미친
사람같은 짓을 하시려고 해요 그렇지만 전 원치 않아요 내버려두지 않을 테에요---(웃는다)당신은
제거예요 당신은 제거예요--- 이 이마도 제것 이눈도 제것 이 아름다운 비단실 모양의 머리도 역시
제거예요--- 당신은 제거예요 당신은 정말로 재능을 가지신분, 슬기롭고 현대 작가요---당신의 작품은
어디까지나 진실하고 단순하고 시원한 기분과 건전한 유우모어에 차 있어요---당신은 단지 하나의
글발로써 인간과 자연의 주요한 특색을 그려내실수 있으세요 당신의 작품의 인물은 정말 살아 있는것
같애요 오오, 당신의 작품을 읽고 환희를 느끼지 않을 수는 없어요!
[페이지] 안-026,, 0C0260
당신은 이걸 알랑대는 말이라 생각하세요? 그럼 제 눈을 보아 주세요---봐 주세요--- 거짓말쟁이로
보이세요? 인제 아셨지요 당신의 참말 모습을 아는 사람은 저뿐이예요 나 혼자만이 당신에게 진실을
말해요 내 소중한 어여쁜 이--- 떠나 주시겠지요? 그렇지요? 저를 버리지는 않으실 테지요?---
[뜨리고오린] 나에게는 내 의지가 없소. 지금까지도 나 자신의 의지를 가져본 일이 없었소. 나는
언제나 남의 의지에 쫓기만 하는 껄렁하고 데데한 인간이요 이런 게 여자들의 호감을 살수 있겠소? 자
나를 들어 데려다 주오 한 걸음도 곁에서 떨어지지 않아야하오---
[아르까아디나] (혼자서)인제 내거로군
[페이지] 안-027,, 0C0270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대견스럽게)그렇지만 더 묵고 싶으면 그렇게 해도 좋아요 저 혼자서
갈테니 일주일 뒤에라도 오세요 사실 서두르실 필요야 어디 있겠어요?
[뜨리고오린] 아니 역시 같이 갈테요
[아르까아디나] 좋도록 하세요 같이 가실 테면 같이 가도 록해요---(사이)(뜨리고오린 수첩에다
뭣인지 기입한다)
[아르까아디나] 뭘하세요?
[뜨리고오린] 오늘 아침에 좋은 문귀를 들었소 처녀림이라는거요 언젠가 쓰일때가 있을거요 (하품을
한다)그럼 떠나란 말씀이지?또 기차 정거장 식당,다져 만든 커틀레트 잡담이겠군---
[샴라아예프] 몹시 섭섭하게 됐지만 마차의 준비가 다 됐읍니다 이제 정거장으로 떠나셔야 할
시간입니다 기차는 두시오분에 떠나기로 돼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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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씨, 대단히 죄송스러운 말씀이지만 스즈달리쩨프란 배우가 지금 어디
있는지 꼭 좀 알아봐 주실수 없으실까요? 살아 있는지? 건강한지? 옛날에는 같이 술도 많이 마셨는데
(약탈된 우체국)같은데 출연하면 감히 겨눌 사람이 없을 정도였읍니다. 지금도 기억하고 있지만 당시
그 사나이와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도 상당한 배우였읍니다 그렇게 서두르실 필요없읍니다 마님
아직 오분쯤 괜찮을겁니다 언젠가 어떤 멜로드라마에서 그들은 흠고자의 무리로 출연한 일이
있었는데요 그들이 별안간 일망타진을 당하게 되자 우리는 올가미에에 걸렸다라고 해야 될걸
이즈마일로프는 우리는 올빼미에 걸렸다라고 말했거든요---(하하 웃는다)올빼미라고요 (그가 지껄이고
있는 동안 야아꼬프가 바쁜듯 트렁크 주위를 분주히다니기도 하고 뽀이가 아르까아디나에게 모자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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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또와 우산과 장갑 등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일동 아르까아디나의 몸차림을 돕는다 왼쪽문에서
요리인의 얼굴이 나타나 안을 들여다보다가 곧 어슬렁 어슬렁 안으로 들어온다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
조금 뒤떨어져 소오린 메드베젠꼬 등장)
[뽈리이나] (작은 광주리를 가지고서)이건 오얏인데요 여행중에 잡수세요 아주 달콤해요 마음에
드실는지 모르겠읍니다---
[아르까아디나] 아이구 고마와요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
[뽈리이나] 안녕히 가십시오 마님 혹 실례된 일이라도 있었으면 용서해 주세요(운다)
[아르까아디나] (그녀를 껴안으면서)모든게 흡족했어요 무엇이건 부족함이 없었어요 다만 그렇게
우시는것이 불만이에요
[뽈리이나] 저희들의 시대는 점점 지나가버리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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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까아디나] 하는수 없는 일이겠지요
[소오린] (좁은 칼라가 달린 외투를 입고 모자를 쓰고 스티크를 들고 왼쪽 문에서 등장 방을
건너지르면서)얘야, 시간됐다 어떻든 늦지 않도록 해야 하니까 난 먼저 가서 탈테야(퇴장)
[메드베젠꼬] 저는 정거장까지 걸으렵나다 전송하러 말씀이지요 나는 곧---(퇴장)
[아르까아디나] 여러분, 안녕히들 계십시오--- 그때까지 아무 탈없이 살기만 한다면 여름에 다시
뵙겠읍니다---(뽀이 야아꼬프 유리인 일 루블을 준다)이걸 셋이서 나누세요
[요리인] 마님,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행중 무사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여러가지로 신세 많이
졌읍니다!
[야아꼬프] 하나님의 축복이 내려지시기를!
[샴라아예프] 도착하시면 곧 편지를 보내주세요! 안녕 보리이소.알렉세에비치!
[아르까아디나] 꼰스딴찐은 어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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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떠나간다고 말씀해 주세요 작별을 해야겠으니까 자 여러분 나쁘게 생각지 말아 주세요
(야아꼬프에게)저 요리인에게 일 루블을 줬어요 그건 세사람 분이예요(일동 오른쪽으로 퇴장 무대는 텅
빈다 사람을 전송할때 흔히 있는 떠들썩하는 소리가 무대뒤에서 들린다 뽀이가 테이블 위에 잊어버리고
갔던 오얏 광주리를 가지러 왔다가 곧 퇴장)
[뜨리고오린] (되돌아와서) 나는 스피크를 잊어버렸어 아마 테라스위에 있을거야 (걸어 가서 왼쪽
문에서 이때 들어온 니이나와 마주친다)아아, 당신이세요? 저 떠나는 길이예요
[니이나] 우리 다시 만날수 있을것 같았읍니다 (흥분한 모양으로)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 저 마침내
결심했어요 주사위는 던져졌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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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무대에 설 테야요 전 내일이면 지 이 지방을 떠나 있을 거에요 아버지의 곁을 떠나고 모든것을 집어
던지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렵니다 저 당신네들과 같이 여기를 떠나겠어요 모스크바로 가겠어요
거기서 또 뵙겠어요
[뜨리고오린] (뒤를 돌아다보고)모스크바에서는 슬라브.바자트에 묵으십시요---저에게 곧 소식을
전해 주세요 골차노프까 거리의 그로홀스끼의 건물입니다 지금은 서두르고 있으니(사이)
[니이나] 잠깐만
[뜨리고오린] (입속말로)당신은 참말로 아름답소---오오, 다시 만나리라 생각하니 뭐라고 말하지
못할 행복감을 느낍니다 (니아나 그의 가슴속에 파고든다) 나는 또다시 이 놀라운 눈과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이 아름답고 부드러운 미소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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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순한 얼굴과 천사처럼 깨끗한 표정을 볼수가 있겠군---나의 귀중한 그대---(오랜 키스)
-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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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 제4막
(제삼막과 제사막 사이에 이 년이 경과한다 소오린가의 응접실.지금은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
뜨레예쁠례프의 작업실이 되어있다 좌우 에 안방으로 통하는 문 정면에 테라스로 나가는 유리문 여느
응접실용 가구 이외에 오른쪽 귀퉁이에 책상 왼쪽 문 가까이에 터어키식 소파, 책장 책은 창문턱과
의자 위에도 흩어져 있다-저녁 띠 갓이 씌어진 램프가 하나 켜져 있다 어두컴컴하다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소리와 굴뚝속에서 울부짖는 바람 소리가 들린다 야경군의 딱딱 소리.메드베젠꼬와 마아샤, 등장)
[마아샤] (부른다)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주의를 돌아다본다)아무도
없군! 할아버지는 밤낮 고오스짜는 어디 있니,고오스짜는 어디있니라고 늘 물으세요---그가 없으면
잠시도 살지 못하실거야---
[메드베젠꼬] 혼자 계시기가 무서워서 그러시는 거요(귀를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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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 흉측한 날씨로군! 벌써 이틀째나 이모양이니
[마아샤] (램프의 심지를 돋운다)호수에는 파도가 쳐요 굉장한 파도예요
[메드베젠꼬] 정원은 깜깜하오 저 무대를 헐도록 해야겠소 마치 해골 모양 뼛대만이 앙상한 게 보기
흉한데다가 막만이 바람에 펄럭펄럭 나부끼고 있소 어제 저녁 그 옆을 지나다가 문득 들어보니
거기에서 누가 우는것 같읍 디다
[마아샤] 아니 또 그러세요---(사이)
[메드베젠꼬] 마아샤 집으로 갑시다
[마아샤] (부정적으로 머리를 젓는다)전 여기서 자고 가겠어요
[메드베젠꼬] (비는 듯이)가요 마아샤! 아기가 배를 곯고 있을거요
[마아샤] 괜찮아요 마뜨료오나가 돌봐 줄 테니까(사이)
[메드베젠꼬] 가엾은 노릇이로다 어머니와는 사흘이나 떨어져 있구먼
[마아샤] 당신은 참 따분한 사람이 됐어요 옛날 같으면 곧잘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시더니 지금은
걸핏하면 어린애 집에 가자 어린애 집가자를 되풀이하고 계셔요 그것이외에는 아무것도 얻어듣지
못하겠어요
[메드베젠꼬] 갑시다 마아샤!
[마아샤] 혼자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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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젠꼬] 당신 아버지가 말을 내주지 않을거요
[마아샤] 내주셔요 부탁해 보세요 내주실 거예요
[메드베젠꼬] 그럼 어디 부탁해볼까 그럼 당신은 내일 오겠단 말이요?
[마아샤] (담배 향기를 맡으면서)네 내일 인제 아주 진절머리가 나네--- (뜨레예쁠례프와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 등장 뜨레예쁠례프는 베개와 이부자리 뽈리이나.안드레예프나는 시이트를
가지고 와서 터어키식 소파에 놓는다 그리고 뜨레예쁠례프는 자기 테으블쪽으로 가서 앉는다)
[마아샤] 뭣하시는 거에요 엄마?
[뽈리이나] 뾰오뜨르 니꼴라예비치께서 꼬오스쨔 옆에 자리를 봐 달라는거야
[마아샤] 인 주세요(침대에 자리를 편다)
[뽈리이나] (한숨을 지으면서)늙은이란 곧 어린애야---(책상 곁으로 가서 팔꿈치를 고이고 원고를
들여다본다. 사이)
[메드베젠꼬] 그럼 난 떠나겠소 마아샤 안녕(아내의 손에 키스한다)어머님 안녕히 계십시오 (장모의
손에 키스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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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뽈리이나] (귀찮은듯)그만둬! 빨리 가기나 해요
[메드베젠꼬] 안녕히 계세요 꼰스딴찐.가브리일로비치(뜨레예쁠례프 말없이 손을 내민다 메드베젠꼬
퇴장)
[뽈리이나] (원고를 들여다보면서)꼬오스쨔 당신은 정말로 문인이 되리라고는 아무도 상상하거나
기대하지 않았는데 인젠 여기저기의 잡지사에서 돈을 보내 오게끔 됐군요(한쪽 손으로 그의 머리를
쓰다듬는다)그리고 이뻐졌어요---귀여운 꼬오스쨔,제발 우리 마아센까에게 좀더 상냥하게 대해 주세요
네!---
[마아샤] (건너다보면서)방해하지 마세요 엄마
[뽈리이나] (뜨레예쁠례프에게)참 좋은 애예요(사이) 여자라고 하는건 말이지요 꼬오스쨔 그저
부드러운 눈길로 와 달라는 것밖에 아무것도 바라지 않아요 이건 내 경험을 통해서 알수 있는건데
말이지요(뜨레예쁠례크 의자에서 일어나 말없이 퇴장한다)
[마아샤] 보세요 노하셨지 않아요 그렇게 시끄럽게구시는게 아니예요!
[뽈리이나] 난 네가 가엾어 못견디겠어! 마아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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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아샤] 쓸데없는 시중이예요!
[뽈리이나] 난 너 때문에 속이 푹푹 썩는다 나는 모든 걸 똑똑히 보고 있으니 다 알구 있어
[마아샤] 모두가 돼먹지 않은 일이예요 바랄 수 없는 사랑 이런 건 소설에만 있는 거예요 부질없어
자신을 허랑하게 하고 무엇인가를 기대한다는 것은 바다에서 맑은 날씨를 기대하는것 모양 부질없는
짓이예요--- 가슴 속에 사랑의 눈이 뜨여지면 이를 팽개쳐버려야해요 곧 주인은 딴 지방으로
전근하기로 되어 있어요 거기로 가버리기만 한다면-모든걸 잊어버릴거예요 가슴 속에서 뿌리째
뽑아버리고 말걸요 (두 간 건너방에서 우울한 왈츠가 들려온다)
[뽈리이나] 꼬오스쨔가 타는군 울적한 모양이지
[마아샤] (왈츠에 맞쳐서 소리도 없이 뭐 스텝을 밟는다)중요한 것은요 엄마 눈앞에 보이지 않는
거예요 저의 세묘온만 전근이 되면 만사 해결이예요 그렇게만 되면 한달안에 반드시 잊어버리고 말아요
이런 것들은 모두다 부질없는 일이예요 (왼쪽 문이 열리면서 도오른 메드베젠꼬가 소오린을 의자차에
태워서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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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드베젠꼬] 지금 저의 식구는 여섯입니다 그런데 밀가루는 한뿌드에 칠십 까베이 끼나 하거든요
[도오른] 그래서 야단이로군요
[메드베젠꼬] 당신은 웃을 수 있으니 괜찮은 겁니다 당신은 돈에 묻혀 살아요
[도오른] 돈에?삼십년의 개입기간 동안에 말이지 여보게 낮이나 밤이나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삼십년이란 세월 동안에 나는 겨우 이천루블을 모았을 뿐이요 그런데 이것마저 요새 외국에서 다
써버렸소 지금은 동전 한 푼 없는 신세요
[마아샤] (남편에게)아직 안 가셨어요?
[메드베젠꼬] (미안한 듯)할 도리가 있어?말을 내줘야 말이지!
[마아샤] (무척 진절머리가 나는 듯 나직한 목소리로)눈앞에서 썩 물러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의자차는 방왼쪽에 멎는다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 마아샤,도오른 그 곁에 앉는다 메드베젠꼬는 어색한
듯이 옆에 다가선다)
[도오른] 하여튼 당신네 댁은 무척 변했는데요! 응접실이 변해서 서재가 됐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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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아샤] 여긴 꼰스딴찐 가브리일로비치께서 일하시기 편리해서 그랬어요 언제든지 원하실 때마다
정원에 나가 서서 명상에 잠길 수도 있으니까요 (야경군의 딱딱한 소리)
[소오린] 여동생은 어디 있소?
[도오른] 정거장에 뜨리고오린 마중을 나가셨어요 곧 돌아오실거예요
[소오린] 내 동생을 이리 불러 올 필요성을 당신이 느끼신걸로보면 내 병이 매우 위독한
모양이로군요 (잠시 침묵하고)그렇지만 이상한 이야기야 내병이 위독하다면서 약을 먹이지 않으니
[도오른] 그럼 당신은 뭣을 필요로 한단 말씀이세요?길초유입니까?소오다?커니네요?
[소오린] 이크, 또 철학이 시작되었는걸 아아 이건 웬 봉인이냐!(소파에 머리를 대면서)이게 내가 잘
자리인가?
[뽈리이나] 그렇습니다 뾰오뜨르.니골라예비치
[소오린] 고맙소
[도오른] (노래한다)(달은 밤 하늘에 두둥실---)
[소오린] 나는 꼬오스쨔에게 어디 소설의 재료를 하나 제공 해 줄 생각이야 그건(욕망의 사나이) (L
`homme qui a voulu)란 제목을 붙여야 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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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었을 시절 나는 문학자가 될 꿈을 꾸고 있었지 그런데 되지 못 했어 아름다운 말을 쓰려고 했지만
흉측스런 말을 쓰게 됐지 (자기 흉내를 낸다)(이래서 결국 말이지.그렇단 말이야 아니---) 고작 이
따위거든 이것저것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면 땀이 배일 지경이야 결혼하려고 했지만-이것도 뜻대로 되지
않고 도시에서 살고 싶으면서 늘 이 모양이로 시골 구석에서 한평생 푹푹 썩게 마련이거든
[도오른] 사등관이 되려고 했다가 뜻대로 됐지요
[소오린] (웃는다)그렇게 되려고 별로 애를 쓰진 않았소 저절로 그렇게 된거지
[도오른] 예순 두 살이나 돼가지고 자기 생활의 불만을 표명하다니 될 말이요 별로 칭찬받을 일은
아니요
[소오린] 당신은 참 고집불통이군 나는 생활이 하고 싶다고 말하는거요!
[도오린] 그건 경솔이라고 일컫는 겁니다 대자연의 법칙에 의하면 모든 사물에는 끝장이라는 게
있읍니다
[소오린] 당신의 말투는 마치 배부른 사람이 하는 소리 같소
[페이지] 최-009,, 0D0090
당신은 배가 가득 찼기 때문에 인생에 대해서 무관심한 겁니다 당신에게는 어떻는 마찬가지겠지요
그렇지만 죽는다는 데 대해서는 비록 당신일지라도 틀림없이 공포감을 느낄거요
[도오른] 죽음에 대한 공포란 곧 동물적인 공포입니다---그런건 억눌려 버려야해요 의식적으로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다만 영생을 믿는 사람들뿐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기의 죄가 무서운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우선 신자가 아니고 둘째로는 당신에게 대관절 무슨 죄가 있겠읍니까 당신은
이십 오년 동안 법무부에 근무하셨읍니다 그것뿐이거든요
[소오린] (웃는다)이십 팔 년입니다 (뜨레예쁠례프 등장하여 소오린의 발머리에 있는 조그만 벤치에
걸터앉는다 마아샤는 잠시도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다)
[도오른] 우린 꼰스딴찐 가브리일로비치의 일에 방해가 되고 있군요
[뜨레예쁠례프] 아니오 조금도 방해가 되진 않습니다 (사이)
[페이지] 최-010,, 0D0100
[메드베젠꼬] 의사 선생님 조금 질문을 하고 싶은데요 선생님께서는 외국의 어떤 도시가 제일 마음에
드셨읍니까?
[도오른] 제노아입니다
[뜨레예쁠례프] 어째서 그렇습니까?
[도오른] 그곳 통행인들은 볼 만합니다 저녁 때 호텔을 나서면 거리는 군중들로 그득해집니다 그래
그 군중들 틈에 끼어서 정처 없이 이리저리로 밀려 다닐라치면 이윽고 군중들과 함께 생활하게 되고
심리적으로 융합하게 되고 그리고 마침내는 언젠가 당신의 각본에 의해서 니이나 자레예치나야가
출연한바 있었던 하나의 우주 혼이라 할수 있을 존재를 믿게끔 됩니다 그건 그렇다하고 자네예치나야는
지금 어디 있읍니까?어디서 뭘하고 있을까요?
[뜨레예쁠례프] 잘 있겠지요
[도오른] 제가 듣기로는 그녀가 좀 특별한 생활을 보내 왔다고 하더군요 어떤 일을 했나요?
[뜨레예쁠례프] 그걸 말씀 드리자면 이야기가 길어져요
[도오른] 그럼 어디 간단하게 이야기해 보시 요(사이)
[뜨레예쁠례프] 집을 뛰쳐나가서 뜨리고오린과 살게 되었읍니다
[페이지] 최-011,, 0D0110
그건 아시지요
[도오른] 압니다
[뜨레예쁠례프] 아이를 낳았어요 근데 아이는 죽었읍니다 뜨리고오린은 그녀에게 싫증을 느끼게 되자
짐작되었던 대로 예전 애인에게로 돌아가버렸읍니다 그렇다고 예전 사람을 버린일은 없었어요 모가진
성격이 아니기 때문에 얼렁뚱땅 양쪽을 속이고 있었던 거지요 제가 들을 수 있었던 소식으로
판단하건대 니이나의 개인적 생활은 전연 실패였던 것 같습니다
[도오른] 무대는 어떻습니까?
[뜨리예쁠례프] 한층 더 나빴던 모양입니다 우선 모스크바의 별장지대의 무대에서 데뷰하고는 처음
시골로 내려 갔읍니다 그때 저는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고 얼마동안은 그녀의 뒤를 어디든지
따라다녔어요 큰 역만을 맡았지만 연기는 조잡하고몰 취미하고 커단 소리를 지르거나 오우버액션을
하곤 했읍니다 때로는 멋진 고함을 지르거나 멋지게 죽어가기도 했지만 이건 짧은순간에 지나지 않는
거지요
[도오른] 그렇다면 역시 재능은 있는 게로군?
[페이지] 최-012,, 0D0120
[뜨레에쁠레프] 글쎄요 아마 있었겠지요 저는 그녀를 봤지만 그 편에 서는 저를 만나길 꺼려해서
하녀가 저를 방에 들여보내주지 않았읍니다 저는 그 기분을 알수가 있었으므로 무리하게 만나러 하지는
않았지요(사이) 이상 무엇을 더 이야기했으면 좋겠어요? 그 후로는 제가 집에 돌아온 뒤에 그녀에게서
편지를 받았어요 편지는 슬기롭고 온정이 깃들여지고 재미있는 내용이었읍니다 그녀는 자기의 신세타령
같은 건 하고 있지 않았지만 제 생각으로는 몹시 불행한 것 같았어요 편지의 줄줄이 병들고 긴장된
신경이 느껴졌으니까요 상상력도 상당히 헐어빠진 것 같았어요 갈매기라고 서명했더군요 (물의 요정)
(뿌쉬낀의 작품명-역자 주)가운데 한 물방앗간 주인은 자기가 까마귀라고 말하고 있지만 꼭 마찬가지로
그녀의 어떤 편지에겐 자기는 갈매기라고 되풀이해 말하고 있읍니다 지금 그 여자는 이 지방에 살고
있어요
[도오른] 아니 이지방이라니?
[뜨레예쁠례프] 시내 하숙집에 있어요 벌써 닷새동안이나
[페이지] 최-013,, 0D0130
그곳에 방을 얻어서 묵고 있읍니다 저도 한번 찾아가 보려 했지만 마리야.일리이니이치나가 갔는데도
그녀는 만나주려 하지 않는답니다 세묘은,세묘오노 비치의 말에 의하면 어제 오정을 조금지나 여기서
두 베르스따 떨어진 들판에 나왔던 모양입니다
[메드베젠꼬] 네 제가 봤읍니다 그 여자는 그 쪽으로 해 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이었어요 저는
인사를 하고 어째 우리한테 놀러 오지 않느냐고 물었지요 그랬더니 곧 가겠노라고 하더군요
[뜨레예쁠례프] 오지 않을 겁니다(사이)아버지도 계모도 그녀에 대해서는 알고 싶지도 않다는걸요
그래서 곳곳에 사람을 두어서 집 근처엔 얼씬하지도 못하게 하고 있어요(의사와 함께 책상쪽으로 간다)
선생님 종이 위에서 철학자가 되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실제로는 어려운 일인걸요!
[소오린] 좋은 애였느데
[도오른] 뭐라고요?
[소오린] 좋은 애였단 말이요 사등관인 소오린마저 한때는 반했을 정도니까
[도오른] 늙은 바람둥이 같으니 (샴라아예프의 목소리가 들린다)
[페이지] 최-014,, 0D0140
[뽈리이나] 정거장에서 돌아온 모양입니다---
[뜨레예쁠례프] 아아 어머니 말소리가 들리네(아르까아디나 뜨리고오린 이어 샴라아예프 등장)
[샴라아예프] (들어오면서)우리글은 모두 나이를 먹고 자연의 영향 밑에 점점 위축되어 가지만 마님
마님께서는 여전히 젊으시군요---훤한 웃옷이나 그 신색이란 참 아름답습니다
[아르까아디나] 당신은 또 저를 저주하려고 하는군요 밉상이세요?
[뜨리고오린] (소오린에게)안녕하세요 뾰오뜨로 니꼴라 예비치씨! 당신은 늘 앓기만 하시는군요?
좋지 않은데요!(마아샤를 보고 반가운 듯)마리야.일리이니이치나!
[마아샤] 절 기억하세요?(그의 손을 잡는다)
[뜨리고오린] 결혼하셨어요
[마아샤] 벌써 했는걸요
[뜨리고오린] 행복하세요?(도오른과 메드베젠꼬에게 인사하고는 우물쭈물 뜨레예쁠례프에게로 간다)
이리이나.니꼴라예프나의 말에 의하면 당신은 옛 날 일을 잊어버리고 성을 내지는 않는다고 해던데요
[페이지] 최-015,, 0D0150
(뜨레예쁠례프 그에게 손을 내민다)
[아르까아디나] 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씨께서 네 최근 소설이 실려 있는 잡지를 가져오셨다
[뜨레예쁠례프] (잡지를 받으면서 뜨리고오린에게)감사합니다
[뜨리고오린] 당신은 매우 친절하십니다 당신의 애독자들이 당신에게 문안을 드리고 있읍니다
페테르부르그에서도 모스크바에서도 다들 당신에게 흥미를 가지고 언제나 제게 당신에 관해서들 묻고
있읍니다 어떤 사람이라느니 나이는 몇이라느니 브류네트이나 브론드냐고 묻는 거에요 어째서 그런지
모두들 당신의 나이가 이제 지긋한 것으로 알고 있읍니다 그리고 당신은 늘 익명으로만 발표하시기
때문에 아무도 그 본명을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철가면 모양 신비로운 인물로 되어 있읍니다
[뜨레예쁠례프] 오래 머무르시겠읍니까?
[뜨리고오린] 아니요 내일은 모스크바로 갈 생각입니다 가야 됩니다 소설을 한편 빨리 써야 되고
그리고 어떤 전집 가운데 무엇을 하나 써주기로 약속했읍니다 요컨대-뻔한 이야기지요 (그들이
이야기하고 있는 동안 아르까아디나와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는 방 한가운데 테이블을
[페이지] 최-016,, 0D0160
놓고 탁보를 씌운다 샴라아예프 양초를 켜고 의자를 놓는다 찬장에서 로또를 끄집어낸다
[뜨리고오린] 이번에는 날이가 우리를 맞는 데 있어서 상냥하지 못했읍니다 바람이 몹시 불었어요
내일 아침 혹 바람이 잔잔해지면 호수에 낚시질 가겠읍니다 가는 길에 정원도 한 바퀴 돌고 거기
기억하시지요? 당신의 희곡을 상연하던 곳도 돌아보고 싶습니다 머릿속에 어떤 주제가 떠올랐기 때문에
그 사건의 무대가된 곳의 기억도 새로이 할 필요가 절실한 것입니다
[마아샤] (아버지에게)아버지 애 아버지에게 말을 내주세요! 집에 가셔야해요
[샴라아예프] (흉내를 낸다) 말 집으로---(엄하게) 너도 눈뜨고 보면 알것아니냐 금방 정거장에
다녀왔지 않어 그렇게 줄곧 부려먹기만 해서야 되겠니
[마아샤] 그렇지만 다른 말이 있지 않아요---(아버지가 가만 있는 것을 보고 손을 흔든다)이젠
상대하지 않을테야요---
[메드베젠꼬] 나는 마아샤 걸어서 갈테야 정말---
[뽈리이나] (한숨을 짓고)이런 날씨에는 더러 걸어 가면어때요
[페이지] 최-017,, 0D0170
(테이블에 앉는다)자아 여러분
[메드베젠꼬] 6베르스따나 되는 길 아닙니까 ---안녕---(아내의 손에 키스한다)안녕히 계십쇼 장모님
(장모 성가신 듯 키스를 받기 위해서 손을 내민다) 전 아무에게도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지만 어린애가
있으니깐 하는 수 없군요---(일동에게 인사한다) 안녕히 계십시오 (퇴장 송구스러운 듯한 걸음걸이)
[샴라아예프] 괜찮아 갈 거야 장군도 아닌데
[뽈리이나] (테이블을 두들긴다)자아 여러분 쓸데없이 시간을 보내지 맙시다 곧 저녁을 먹으라고
부르러 올 데니까 (샴라아예프 마아샤 그리고 도오른 테이블에 마주 앉는다)
[아르까아디나] (뜨리고오린에게)여기에서는 기나긴 가을 밤이 되면 반드시 로또를 해요 보세요-꽤
오랜 로또예요 밤참 때까지 어디 한판 해보지 않으시겠어요?(뜨리고오린과 함께 테이블에
앉는다)따분한 노름이지만 익숙해지면 아무것도 아니예요(일동에게 석 장씩 나눠준다)
[뜨레예쁠례프] (잡지를 들추면서)자기의 소설은 읽히지만 내것은 잘라두지도 않았소---
[페이지] 최-018,, 0D0180
(잡지를 책상 위에 놓고 이윽고 왼쪽 문 있는데로간다 어머니 곁을 지나치면서 머리에 키스한다)
[아르까아디나] 꼬오스쨔 너는?
[뜨레예쁠례프] 하세요 저는 어쩐지 내키지 않아요 좀 산보하고 오겠어요(퇴장)
[아르까아디나] 십 까베이까씩을 걸어요 의사 선생님 제몫도 내주세요
[도오른] 그럽시다
[마아샤] 모두 내셨어요?제가 시작해요 스물 둘이예요!
[아르까아디나] 있어요
[도오른] 좋아요
[마아샤] 셋에다 거셨어요?여덟 여른 하나요! 열이요?
[샴라아예프] 서두르지 마
[아르까아디나] 하르꼬프에서는 저를 대대적으로 환영하던군요 그걸 생각하면 머리가 빙글빙글
돌아요!
[마아샤] 서른 넷(무대 뒤에서 우울한 왈츠가 들린다)
[아르까아디나] 대학생들이 굉장히 환영해 줬어요 꽃 바구니 세개의 부케가 두 개와 또 이것
(가슴에서 브로치를 끌러서 테이블 위에 던진다)
[샴라야예프] 오오 그렇군요---
[페이지] 최-019,, 0D0190
[마아샤] 쉰이요!
[도오른] 틀림없이 쉰이요?
[아르까아디나] 그때 제 분장은 굉장했어요 뭐니뭐니 해도 입는 데 있어선 자신 있거든요
[뽈리이나] 꼬오스쨔가 피아노를 치고 있어요 울적한 모양인데요 가엾게
[샴라아예프] 신문은 그를 몹시 나쁘게 평하고 있어
[마아샤] 일흔 일곱!
[아르까아디나] 그런 건 상관 없어요
[뜨리고오린] 그는 운이 좋지 않아요 여전히 자기의 진실한 가락에 맞추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어쩐지 기묘하고 흐리멍텅한 데가 있어서 때때로는 마치 잠꼬대같이 생각될 때가 있어요 산
인물이라고는 하나도 없어요
[마아샤] 열 하나!
[아르까아디나] (소오린을 돌아다보면서)뻬뜨루우샤 지루하세요?(사이)잠이 드셨네
[도오른] 사등관은 주무십니다
[마아샤] 일곱! 아흔!
[뜨리고오린] 만약 제가 이런 호숫가의 저택에 살았다면 소설따위를 썼겠어요?저는 그런 정열일랑
뱃속에 정복해버리고 그저 고기만을 낚고 있었을 거외다
[페이지] 최-020,, 0D0200
[마아샤] 스물 여덟!
[뜨리고오린] 일어나 농어라도 낚아 올린다면-그것이야말로 행복한 거니까요!
[도오른] 어쨌든 나는 꼰스딴찐 가브리일리치를 믿습니다 무엇인가 있어요! 무엇인가 있읍니다! 그의
사색은 구상적입니다 그의 소설은 색채가 강렬해요 전 그걸 절실히 느낍니다 다만 애석한 것이 있다면
그가 일정한 문제를 가지지 않았다는 거겠지요 인상은 끼쳐줍니다만 그 이상 아무것도 없어요
인상만으로는 멀리 나가진 못하니까요 에리이나.니꼴라예프나, 당신은 아들이 문인이어서 퍽
좋으시겠어요?
[아르까아디나] 별것 있나요 전 아직 읽지도 못했는데요 읽을 시간이 있어야지요
[마아샤] 스물 여섯(뜨레예쁠례프, 조용히 들어와서 제 책상쪽으로 간다)
[샴라아예프] (뜨리고오린에게)보리이스.알렉세예비치씨 당신 물건이 저희들 집에 있읍니다
[뜨리고오린] 뭔데요?
[샴라아예프] 언젠가 꼰스딴찐 가브리일리치가 갈매기를
[페이지] 최-021,, 0D0210
잡았을때 당신은 그걸 박제로 해 달라고 부탁했었지요
[뜨리고오린] 기억하지 못 하겠는데요(생각해 보면서)기억하지 못하겠는데요
[마아샤] 예순 여섯! 하나
[뜨레예쁠례프] (창문을 활짝 열고 귀를 기울인다)깜깜절벽이다! 내 마음은 왜 이리 불안할까
[아르까아디나] 꼬오스쨔야 문을 닫아라 바람이 부니까 (뜨레예쁠례프 문을 닫는다)
[마아샤] 여든 여덟
[뜨리고오린] 자아 됐읍니다 여러분
[아르까아디나] (쾌활하게)브라아보! 브라아보!
[샴라아예프] 브라아보!
[아르까아디나] 이분은 늘 운수가 좋아요 (일어난다)인젠 이 정도로 하고 저기서 뭘 좀 먹읍시다
손님들은 오늘 점심들을 드시지 않았으니까요 식사를 하고 또 계속하지요 (아들에게)꼬오스쨔야 있다가
쓰기로 하고 지금은 식사를 하자
[뜨레예쁠례프] 전 먹지 않겠어요 어머니 배가 불러요
[아르까아디나] 그럼 좋도록 해(소오린을 깨운다)뻬뜨루우샤 식사이요 (샴라아예프와 팔짱을
낀다)제가 하르꼬프에서 얼마나 환영을 받았는지 이야기해 드리겠어요
[페이지] 최-022,, 0D0220
(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 테이블 위의 양초를 끄고 도오른과 함께 의자차를 민다 일동 왼쪽 문으로
퇴장) 무대에는 뜨레예쁠례프 혼자 책상 앞에 남는다)
[뜨레예쁠례프] (집필을 시작하려고 먼저 쓴 부분을 훑어본다)나는 새로운 형식에 대해서 쾌 많이
지껄여댔지만 지금은 나 자신 점점 매너리즘에 빠져 간다는 것을 느끼군 해(읽는다)(담장에 붙은
삐라는 말하고 있었다---검은 머리에 초록색을 띈 창백한 얼굴)말하고 있었다 초록색을 띈 이건
졸렬하다(지워버린다)주인공이 빗소리에 눈을 뜨는 대서부터 시작하기로하고 나머지는 모두
삭재해버리자 달밤의 묘사는 기다랗고 아름답다 뜨리고오린은 이제 자신의 루를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식은죽 먹기지---그의 표현에 의하면 담장 위에 깨어진 병 조각이 반짝반짝 빛나고 물방아의 그림자가
거무스름하게 되어 있지 이것으로써 훌륭히 달밤의 정경이 묘사되는거야 그렇지만 나는 부르르 떠는
광선이라거나 조용히 고속삭이는 별들이나 조용한 향기로운 공기속에 퍼져 가는 피아노 소리의 멀리
퍼지는 여운이라
[페이지] 최-023,, 0D0230
거나 고작 이 따위거든---괴로운 일이로다 (사이)아아 점점 그게 뚜렷해지는군 문제는 낡았다거나
새롭다거나 하는 형식에 있는 게 아니라 형식 같은 건 전혀 염두해 두지 않고 쓰는 데 있는 거다
왜냐하면 그것은 인간의 마음 밑바닥에서 자유스럽게 흘러 나오는 것이기 때문이다(누군가 테이블에서
가장 가까운 창문을 두들긴다)뭣일까?(창문으로 내다본다)아무것도 보이지 않는걸---(유리문을 열고
정원을 내다본다)누군가가 계단을 뛰어내려간 모양이다(소리 지른다)거 누구요?(퇴장 테라스의 위를
빠른 걸음으로 걷는 그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삼십초 뒤 니이나,자레예치나야와 함께
돌아온다)니이나! 니이나!(니이나 그의 가슴에 머리를 파묻고 흐느껴운다)
[뜨레예쁠례프] (흘분하여)니이나! 니이나! 당신이었군요---당신 전 예감이라도 있었던 듯 온종일
기분 이 무척 울적했읍니다(그녀의 모자와 외투를 벗긴다)오오 나의 소중한 귀여운 그대가 돌아왔구려!
울지 마세요 울지 말아요
[페이지] 최-024,, 0D0240
[니이나] 여기 누가 있는 것 같애요
[뜨레예쁠례프] 아무도 없읍니다
[니이나] 문을 잠거 주세요 누가 들어오면 큰일이니까
[뜨레예쁠례프]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니이나] 존 이리이나 니꼴라예프나가 여기와 있는 걸 알고 있어요 문을 잠거 주세요---
[뜨레에쁠레프] (오른편 문을 잠그고 왼쪽으로 간다) 여기는 잠겨지지 않습니다 이 의자를 받쳐
둡시다(문곁에 안락의자를 놓는다)걱정 마십시오 아무도 들어오지 않습니다
[니이나] (그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본다)얼굴을 좀 보게 해 주세요 (주위를 돌아다보면서)따뜻한
게 기분이 좋군요 예전에 여긴 응접실이었지요 전 무척 변했지요?
[뜨레예쁠례프] 네---당신은 여위었어요 눈이 더 커졌읍니다 니이나 이렇게 당신을 바라보고 있으니
이상한 생각이 들어요 저를 왜 만나 주지 않으셨어요? 왜 여태 찾아 주시지 않았읍니까?당신이 여기
오셔서 이 일 주일이 됐다는 걸 저는 알고 있어요---나는 하루에 도 몇 차례씩 당신 숙소로 가서 마치
거지처럼 당신의 창문밑에 서 있었읍니다
[페이지] 최-025,, 0D0250
[니이나] 당신이 절 미워하는 줄 알고 두려웠어요 저는 당신이 절 뚫어지게 바라보시면서 누군지
알아보시는 못하는 꿈을 매일 밤 꿔요 그걸 알아주셨으면 좋을 텐데! 여기에 도착했던 바로 그날부터
줄곧 저는 이 근방 호숫가를 산책했읍니다 당신 댁 근처에도 몇번이나 왔지만 들어올 용기가 없었어요
자아 앉읍시다 (두사람 앉는다)앉아서 터놓고 이야기하기로 해요 저게 뭐예요 바람 소린가요?
주르게네프에게 이런게 있었지요 (이러한 밤 지붕 밑에 있는 이는 행복스럽다 따뜻한 집을 가지는
이는 행복스럽다)저는---갈매기에요---아니 이런 게 아니예요 (자기의 이마를 문지른다)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했을까?그렇지---뚜르게네프(그리고 아마 하나님께서는 집없이 떠돌아다니는 모든
사람들을 도울 것이다)아무것도 아니예요(흐느껴운다)
[뜨레예쁠례프] 니이나 당신은 또다시--- 니이나!
[니이나] 괜찮아요 전 이게 더 편해요 전 벌써 두 해 동안을 울지 않았어요 전 어젯밤 늦게도 이
뜰에 그 당신의 그 무대가 그대로 있는지 보려 왔었어요 아직 그대로 있던데요 전 두해만이 처음으로
울어봤어요
[페이지] 최-026,, 0D0260
그랬더니 마음이 가벼워지고 머리속이 한결 깨끗해진것 같아요 이것 보세요 저 울고 있지 않아요 (그의
손을 잡는다)당신은 벌써 작가가 되셨네요 당신은 문인이고 저는 여배우예요 당신과 저는 마침내 같은
순환에 몸을 던지게 됐어요--- 저는 그 때 어린 애같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어요 아침에 눈을
뜨면 곧 노래를 불렀어요 그리고 당신을 사랑하기도 하고 명예를 꿈구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때요?
내일은 아침 일찍기 삼등열차에 타고 농군들 틈에 끼어 엘리이쯔로 가야해요 비단결 같은 소리를
하면서 따라붙이겠지요 거치러운 생활이예요!
[뜨레예쁠례프] 엘리이쯔에는 뭣하러 가세요?
[니이나] 겨울 동안 계약을 했어요 인젠 떠나가야 해요
[뜨레예쁠례프] 니이나 나는 당신을 저주하고 증오해서 당신의 편지와 사진을 모두 찢어버렸어요
그렇지만 내 마음이 영원히 당신에게 맺어져 있다는 것을 늘 의식하고 있었읍니다 당신에 대한 사람을
끊는다는 것은 되지 않을 일입니다 니이나 내가 당신을 잃어버리고 창작을 발표하기 시작하고서부터
생활은
[페이지] 최-027,, 0D0270
견딜수 없게 돼버렸어요 나는 고민하고 있어요 내 청춘은 난데없이 무엇인가에 빼앗겨버리고 나는 벌써
구십 년이나 이세상에 살아 온 것 같이 느껴져요 나는 당신을 부르고 당신이 믿는 땅 위 곳곳에 키스
하겠읍니다 어디를 보거나 어디에서나 나는 당신의 얼굴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나의 생애의
몇년 동안을 나를 위해서 빛나 준 상냥한 미소인 것입니다
[니이나] (얼떨떨한 듯)이분이 왜 이러실까 이분이 왜 이러시는걸까?
[뜨레예쁠례프] 나는 외로운 사람입니다 누구의 사랑으로도 위안을 받을 수 없읍니다 마치 땅
밑에라도 있는 것같이 서늘한 기분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쓰건 모두가 메마르고 바삭바삭하고 침울한게
되어버려요 니이나 당신은 여기 계십시오 니이나 소원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나와 함께 가시도록 해요!
(니이나 부리나케 모자를 쓰고 모자를 쓰고 외투를 입는다)
[뜨레예쁠례프] 니이나 왜 그러세요? 제발 니이나....... (그녀가 옷을 입는 모양을 바라본다. 사이)
[니이나] 제 마차가 사립문 곁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마중나오지 마세요 저 혼자 가겠어요 (눈물을
지으면서)물 좀 주세요
[페이지] 최-028,, 0D0280
[뜨레예쁠례프] (물을 준다)지금 어디로 가시는 거요?
[니이나] 거리로 가는 거예요 (사이)이리아나 니꼴라에프는 어디 계셔요?
[뜨레예쁠례프] 네 목요일에 외숙께서 위중했었기 때문에 곧 와달라고 전보를 했었어요
[니이나] 제가 디딘 땅에 키스하겠노라니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나 같은 건 때려죽여도 시원치
않으실건대(테이블 위에 엎어진다)피곤해 못견디겠어요! 쉬어야겠어요? (머리를 쳐든다)나는
갈매기예요--- 아니 나는 여배우에요 그럼 그렇지! (별안간 아르끼 아디나와 뜨리고오린이 웃는 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왼쪽 문으로 달려가서 자물쇠구멍으로 내다본다)그이도 여기 계시군요
(뜨레예쁠례프에게 돌아가면서)그럼 그렇지---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림은요 그이는 연극을 불신하고 늘
공상을 비웃고 만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차차로 그것을 믿지 않게 되어서 잃고 말았어요 게다가 사랑의
쓰라림이라든가 질투 그리고 갓난아이 때문에 당하는 끊임없는 공포의 감정 등 이런 것 저런 것으로
인해서 저는 보잘것없는 범녀가 되어버려 무대에 대해서도 열의가
[페이지] 최-029,, 0D0290
없었어요 손은 어떻게 했으면 좋은지 어디에 서 있어야 할지 알지 못했고 목소리도 제대로 쓰지
못했어요 당신은 아마 배우가 자기 스스로 졸렬한 연기를 하고 있음을 의식할 때의 기분을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겁니다 나는- 갈매기에요 아니 그게 아니지--- 당신은 갈매기를 쏘았던 걸 기억하세요?
우연히 한사나이가 나 심심풀이로 몸을 망쳐줘요--- 짤막한 소설을 쓰기 위한 재료입니다 이것도
아니지 (이마를 문지른다)이게 무슨 사설일까 저 무대 얘기를 하는 거예요 지금은 저 그런 식이
아니에요 인제 저는 진짜 여배우가 되었어요 저는 기분이 좋고 환희에 차서 연기를 하고 있어요 무대
위에는 취한 사람 모양이 되어 스스로 아름다운 여자라고 느껴요 그렇지만 지금 이 지방에 있는 동안은
줄곧 걸어 다니면서 자꾸 생각해요 그리고 자신의 마음의힘이 매일같이 성장해 감을 느껴요--- 전
인제야 알았어요 이해하게 됐어요 꼬오스쨔 저희들이 하는 일은 무대에서 연기를 하는거나 창작을 하는
거나 마찬가지만 중요한 것은 명예도 아닐 뿐 아니라 성공도 아니며 또 제가 꿈꾸고 있던 것도 아니고
다만 한가지 참는다는 것뿐이예요
[페이지] 최-030,, 0D0300
사람들은 자신의 십자가를 짊어지고 신앙을 가지지 않으면 안 됩니다 인제 저는 신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다지 괴롭지 않아요 그리고 자신의 사명을 생각하면 인생에 대한 두려움도 없어져요
[뜨레예쁠례프] (슬픈 듯)당신은 자신의 길을 발견했소 그래서 자신의 나아가는 길을 알고 있소
그러나 나는 여전히 그것이 누구에게 뭣 때문에 필요한 건지 알지 못하고 몽상과 환상의 혼둔 속에
방황하고 있읍니다 내겐 신념이 없고 자신의 사명이 어디 있는지 그것마저 모르는 형편입니다
[니이나] (귀를 기울리면서)쉿 저 가겠어요 안녕히 계세요 제가 훌륭한 배우가 되거든 그 때
찾아봐주세요 약속해 주시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은 (그의 손을 잡는다)너무 늦었어요 전 간신히 일어서
있어요 아주 골았어요 뭘 먹고 싶어요
[뜨레예쁠례프] 잠깐 기다리세요 먹을 걸 갖다 드 릴 테니---
[니이나] 아니예요 아니예요 마중 나오지 마세요 혼자 가겠어요---마차는 가까운데 있어요---
어머니께서 그이를 데려오셨군요?좋아요 마찬가지지요 뜨리고오린을 만나셔도 저에 대해서는 말씀을
드리지
[페이지] 최-031,, 0D0310
말아 주세요 저는 그이를 사랑하고 있어요 예전보다 더 사랑할 정도예요 짤막한 소녀의 재료---저는
사랑해요 무척 사랑해요 정신 없이 사랑하고 있어요 예전에 좋았지요 꼬오스쨔! 기억하세요?얼마나
밝고 따뜻하고 환희에 찬 깨끗한 생활이었을까요, 또 그런 감정이었겠어요- 마치 부드럽고 우아한 꽃과
같은 감정이었어요 기억하세요?---(암송한다) (사람도 사자도 독수리도 황새도 뿔 달린 사슴도 거위도
물속에 사는 말 없는 물고기도 바닷별도 눈으론 볼 수도 없었던 것까지라도 한 마디로 말하면 모든
생물 생명을 지닌 그 모든 것들을 슬픈 순환을 마치고 사라져버리고 말았노라 벌써 수십만 년 이래
지수 위이는 생명을 가진 것이 하나도 없는 상태이다 그리고 저 가련한 달은 할 일아없어 그 등불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이미 풀밭 속에서 학이 눈을 뜨면서 울어대는 일도 없어지고 보리수 숲에 우는
오월의 소 벌레 날개 소리도 들리지 않노라)(와락 뜨레예쁠례프를 껴안고 유리문 밖으로 뛰어나간다)
[뜨레예쁠례프] (사이를 두고)정원에서 누가 여자를 보고는 나중에 어머니에게 일르면 곤란한데
틀림없이 어머니는 좋지
[페이지] 최-032,, 0D0320
않게 생각하실거야 (이 분쯤 말없이 있다가 자기의 원고를 갈기갈기 찢어 버리고 그것을 책상 위에
내동댕이치고는 오른쪽 문을 열고 퇴장)
[도오른] (왼쪽 문을 열려고 애쓰면서)이상한걸 쇠가 잠겨 있는 모양이야(들어와서 안락의자를
제자리에 갖다 놓는다)장애물 경주로군 (아르까아디나,뽈리이나 안드레예프나 뒤따라 술병을든
야아꼬프와 마아샤 그 뒤로 샴라아예프와 뜨리고오린 등장)
[아르까아디나] 포도주와 보리이스 알렉세예비치가 마실 맥주도 여기 테이블 위에 놔주세요 같이
내기를 하면서 마십시다 자아 여러분 자리에 앉으시지요
[뽈리이나] (야아꼬프에게)차도 빨리 가져와요(촛불을 켜고 테이블 앞에 앉는다)
[샴라아예프] (뜨리고오린을 책장 곁으로 데리고 간다)이게 먼저 말씀 드렸던 물건입니다 (책장에서
박제 갈매기를 끄집어낸다)당신이 주문하신 겁니다
[뜨리고오린] (갈매기를 바라보면서)기억 나지 않는걸요! (오른쪽 무대 뒤에서 총 소리 모두들 깜짝
놀란다)
[페이지] 최-033,, 0D0330
[아르까아디나] (놀라서)뭘까요?
[도오른] 아무것도 아니요 저건 아마 내 약가방 속에서 뭣이 터지는 소릴 겁니다(오른쪽 문으로 퇴장
삼십초 뒤에 돌아온다)역시 그렇습니다 에에테르의 유리병이 깨졌어요(노래한다)(나는 또 너의 미모에
넋을 빼앗겨 우두커니)
[아르까아디나] (테이블에 앉는다)피이 깜짝 놀랐네 그 소리가 생각났거든요 이전에 왜(손으로
얼굴을 가린다)눈앞이 아득해졌어요
[도오른] (잡지의 페이지를 들추면서 뜨리고오린에게)두어달 전에 이 잡지에 한 기사가 실렸었읍니다
---미국에서 온 소식이라고 하는데 거기 대해서 선생께 좀 물어보고 싶은 게 있읍니다(뜨리고오린의
허리를 껴안고 푸틀라이트 쪽으로 데리고 온다)나는 이 문제에 대해서 대단히 흥미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목소리를 낮추어서 속삭이듯)이리아나 니꼴라예프나를 어디엔가 데려가 주셨으면
좋겠읍니다 다름이 아니라 꼰스딴찐 가브리일로비치가 자살했읍니다--- -막- (1896년 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