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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명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
DNA 대조 통해 범인 검거 전해져…당시 체포됐던 용의자와는 달라
20여년 간 발전된 생체정보 기술에 경찰 노력 더해져 용의자 검거 추정
범행 당시 사용됐던 권총 확보 여부 주목…사건의 진실 밝혀질 지 관심
[사진=연합뉴스]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 대전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발생한 이른바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의 용의자 2명이 최근 경찰에 검거됐다.
법원은 27일 '도망 우려 및 증거 인멸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용의자들은 현재까지 범행을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비넷 속에 '콜드케이스(장기미제)'로 남아있던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지 주목된다.
이러한 가운데 세간의 관심은 "용의자를 어떻게 잡았을까"에 쏠리는 분위기다.
살인사건 검거율 99%라는 우리나라의 경찰 수사력에도 지난 20여년 동안 '국민은행 강도살인'은 전국의 대표적인 미제사건 중 하나로 꼽혀왔기 때문이다.
용의자와 관련, 경찰은 사건 발생 이듬해인 2002년 20대 남성 등 3명을 체포했지만, 이후 이들은 경찰의 강압수사로 인한 허위자백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범행에 사용된 권총 등을 확보하지 못한 점 등을 들어 증거불충분 등으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졌다.
이후 경찰은 수많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그러다 20여년이 지난 최근 용의자 2명을 검거한 것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경찰이 사건 당시 현장에 남아 있던 DNA 대조를 통해 용의자를 특정했고, 과거의 용의자들과는 다른 인물이라는 게 전부다.
여기서 의문점은 범인들이 남긴 생체인식정보, 즉 DNA다.
1991년 국내에 도입된 유전자 분석은 신체 세포에서 특정 DNA를 분리 검사해 동일인 여부 등을 밝혀내는 수사 기법으로 사건 발생 당시에도 활용됐고, 경찰은 이를 중요한 토대 중 하나로 수사를 진행했다. 이 경우 2002년 검거했던 용의자 3명의 DNA 대조 수사도 자명한 사안이다.
그럼에도 당시 용의자들의 DNA가 아닌 진술에만 의존했다는 의미는 사건 발생 과정에서 범인들이 남긴 생체인식정보(예를 들어 차량 내 흔적, 범인들이 착용했던 복면 등)에서 채취한 유전자 정보가 부족했거나 기술이 미흡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후 유전자 증폭 기술(현재는 1ng, 즉 10억 분의 1g의 유전자 증폭) 발전 등으로 인해 경찰은 당시 범인들의 흔적에서 이른바 '유전자 프로파일'을 확보했고, 이후 경찰의 수사 노력이 더해졌다는 추정이 제기되고 있다. 보다 강화된 유전자 정보를 확보했다고 해서 사건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검거된 용의자들은 국가(검찰·경찰)가 보유한 이른바 '유전자DB'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범인 검거가 더욱 빠르게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이다.
결국 경찰은 강화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한 뒤, 우범지대를 중심으로 일일이 대조작업을 펼치며 수사를 진행했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또하나 주목되는 점은 경찰이 수사과정에서 사건 발생 당시 범인들이 사용한 권총의 소재를 파악했거나 확보했는지 여부다.
20여년이 지난 지금도 범죄 발생에서의 권총 사용은 낯설다. 현재도 범죄도구로 둔기나 흉기가 주로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사건에서의 권총 사용은 어색한 면이 없지 않았다. 더욱이 당시 경찰은 총기 출처와 관련해 이후 순찰 중 피습당한 경찰관 소유로 추정, 수사를 벌였지만 뚜렷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다음 달 1일 공식 브리핑을 갖고 검거 경위, 범행 동기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21년 전 사건의 진실이 밝혀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세영 기자 sy6262@daejonilbo.com다른 기사 보기 + 구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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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지]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범행에서 피의자 검거·공개까지
송고시간2022-08-3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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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발생일로부터 7천553일만에 붙잡아
21년 만에 잡힌 대전 국민은행 강도 피의자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3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열린 2001년 대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검거 브리핑장에서 사건 피의자 이정학의 체포 영상이 공개되고 있다. 2022.8.30 coolee@yna.co.kr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대전경찰청은 30일 21년 전 발생한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52)과 이정학(51)의 신상을 공개하고 그간 수사 과정을 설명했다.
대전경찰청 미제전담수사팀은 범행에 이용한 차 안에서 찾은 마스크와 손수건을 감식 의뢰해 유전자(DNA)를 발견해 이와 일치하는 이정학 등을 붙잡아 지난 27일 구속했다. 사건 발생 7천553일만이다.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살인 브리핑
(대전=연합뉴스) 이주형 기자 = 백기동 대전경찰청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대전경찰청에서 2001년 경찰관 총기 탈취 및 은행 권총 강도살인 미제사건 피의자 검거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2.8.30 coolee@yna.co.kr
다음은 범인들이 사건에 사용한 권총을 강탈한 시점부터 피의자들이 구속돼 신상이 공개되기까지 일지를 정리한 것이다.
◇ 2001년
▲ 10월 15일 오전 0시 = 대전 동구 비래동(현 송촌동)서 도보 순찰 중인 경찰을 차로 치고 권총 1개 강탈.
▲ 12월 1일 = 수원 영통구 영통동에서 시동이 걸린 채 주차 중인 그랜저XG 차량 탈취.
▲ 12월 21일 오전 10시 = 서구 국민은행 둔산지점 지하 주차장에서 은행직원 김 모(당시 45) 과장에게 실탄을 쏘고, 현금수송차량에서 3억 원 강탈해 도주.
▲ 12월 21일 오전 10시 4분 = 경찰, 현장 도착.
▲ 12월 21일 오전 10시 7분∼10분(추정) = 범인, 130여m 인근 빌딩 지하 주차장 도착해 범행 차량 버리고 다른 차량으로 갈아타고 도주.
▲ 12월 21일 오후 6시 = 경찰, 빌딩 지하 주차장에서 범행 차량 발견. 범인 지문 검출 실패
▲ 12월 21일 = 충남경찰청 수사본부 설치
◇ 2002년
▲ 1월 3일 = 수사본부, 관련 용의자 신고 62건 접수 후 43건 종결.
▲ 1월 21일 = 수사본부, 관련 용의자 신고 198건 접수 후 158건 종결. 폐쇄회로(CC)TV 39개 판독. 수사 범위 전국 및 최근 10년 이내 교도소 출소자로 확대.
▲ 1월 22일 = 사건 범인 현상금 1천만→2천만원 상향.
▲ 1월 24일 = 사건 범인 현상금 2천만→4천만원 상향. 수사본부, 용의자 2명 수배 전단 20여만 장 제작 후 배포. 시민제보 200여 건 접수 후 종결.
▲ 3월 12일 = 수사본부, 둔산서 형사계 등 10개 반 70여 명→ 5개 반 40여 명으로 축소
▲ 8월 29일 = 수사본부, 송 모(당시 21) 씨·김 모(당시 22) 씨·박 모(당시 23·육군 상병) 씨 등 용의자 3명 검거. 구속영장 신청.
▲ 8월 30일 = 대전지방법원, 육본 보통군사법원 '범죄증거 및 소명 부족'으로 구속영장 기각.
▲ 12월 30일 = 충남경찰청, 수사본부 해체(목격자·전과자 등 5천321명, 차량 9천276대 조사, 2만9천260개소 탐문). 이후 대전 둔산경찰서에서 현장 수거품 보관.
◇ 2011년
▲ 12월 = 대전경찰청 중요미제사건 전담수사팀 사건 인수
◇ 2015년
▲ 7월 31일 = 형사소송법 개정안(태완이법) 시행,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
◇ 2017년
▲ 9월 = 마스크, 손수건 등 사건 당시 현장 유류물에서 동일인 DNA 검출.
▲ 10월 =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사건 유류물 DNA와 2015년 충북 불법 게임장 현장 유류물 DNA 일치 결과 회신.
◇ 2022년
▲ 3월 = 대전경찰청, 이정학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
▲ 8월 25일 = 대전경찰청, 이정학·이승만 검거. 사건 발생일로부터 7천553일 경과.
▲ 8월 27일 = 이정학·이승만 구속
▲ 8월 30일 = 대전경찰청, 피의자 2명 신상 공개. 수사 결과 브리핑
coole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2022/08/30 17:04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