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니에르병은 40~50대 여성에서 발병이 많고 완치는 되지 않지만 생활습관을 조절하고 꾸준히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진은 제주대학병원 최승효 이비인후과 교수가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 /사진=강경민기자
귓속 림프액 압력증가 탓 40~50대 여성 발병 많아 치료 위해 생활습관 조절
#1. 64세 K(여)씨는 3년 전부터 어지러움과 난청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서울의 유명 3차 의료기관의 이비인후과 및 신경과에서 수년간 치료를 받았던 환자였다. 증상의 호전 및 악화가 반복되던 환자는 왼쪽 감각신경성난청이 심하게 진행돼 있었다. 우측은 만성중이염으로 인해 전음성 난청 상태로 의사 소통이 어려웠다. 잦은 어지러움으로 인해 일상 생활이 힘들었다.
#2. 52세 Y(여)씨는 2년 전 갑자기 왼쪽 귀가 멍멍하고 가벼운 난청이 있어 병원을 찾았다. 가벼운 급성 저음역 돌발성 난청으로 진단돼 치료하던 중 왼쪽의 증상이 호전되다가 오른쪽에 같은 증상이 나타나 입원 치료를 했다. 치료 중 다시 왼쪽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어지러움도 동반했다. 청력 및 어지러움 증상이 잘 조절되고 치료돼 퇴원했다. 하지만 2년 동안 4회 가량의 청력 저하가 반복해서 나타났으며 심한 어지러움은 10회 이상 발생했다. 메니에르병으로 진단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메니에르병=앞의 환자의 사례에서처럼 메니에르병은 수분에서 수시간 지속되는 간헐적으로 반복되는 어지러움, 변동이 있는 감각신경성 난청, 이명(귀울림), 그리고 이충만감(귀가 꽉찬 느낌)이 특징적이다. 1861년 프랑스 의사 매니에르는 이러한 4가지 임상 증상을 특징으로 하는 질환의 원인이 뇌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이(內耳) 전정기관(前庭器官=몸의 운동감각이나 위치감각을 감지하여 뇌에 전달하는 기관으로 특히 눈의 움직임에 의한 평형감각을 담당한다)의 장애라고 최초로 보고했다.
빈센트 반 고흐와 같은 위인 뿐만 아니라 얼마전 방송됐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여주인공(두루미 역의 이지아)이 메니에르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로 등장했었고 최근 유명 연예인들 역시 이 병으로 투병 중이라는 사연이 기사화되며 주변에서 비교적 흔하게 접하게 됐다. 현재까지 보고된 메니에르병의 발병률은 적게는 인구 10만명당 7.5명, 많게는 인구 10만명당 157명까지 다양하게 보고되고 있다. 연령별로 보면 40~50대에 가장 많고, 65%에서는 50세 이전에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은 편이다.
▶원인=질병의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져 있지 않고 있다. 다만 스트레스와 연관성을 가진 일종의 문명병이며 사회와 산업이 고도화되면서 풍요의 이면에 나타나는 정신적 스트레스의 영향으로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일반적으로 메니에르병의 발생에 내림프수종이라는 병리학적 변화가 중요하게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다. 내림프수종은 쉽게 설명하면 '귀의 녹내장'이라고 할 수 있다. 녹내장이 안구의 압력이 높아져 생기는 병인 것처럼 내림프수종은 내이를 채우고 있는 액체인 내림프액의 압력이 증가해서 발생하는 병이다.
그 밖에 메니에르병의 가족성 경향을 보이는 경우는 2.6~12% 정도로 보고되고 있으며 알레르기, 짜게 먹는 식생활 습관 등도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주된 증상은 앞에 언급된 것처럼 어지러움과 난청, 이명 그리고 이충만감이다. 어지러움은 회전성으로 나타나며 구역감 및 구토가 동반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난청은 환자의 80%는 한쪽 귀에서, 나머지 20%는 양쪽 귀에서 감각신경성 난청이 발생한다. 이명은 청력이 감소된 쪽 귀에서 파도 소리나 윙윙거리는 소리와 유사한 귀울림 증상이 나타난다. 이충만감은 귀가 꽉 막히거나, 뭔가 가득 찬 듯한 압력을 받는 느낌이 든다. 이러한 증상들이 반복돼 나타난다면 더욱 메니에르 병의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치료=메니에르병의 치료의 1차 목적은 발작적인 어지러움의 발생을 줄이는 것이다. 돌발적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청력 저하나 이명, 이충만감의 증상을 치료하는 것은 가능하다. 그러나 재발하는 경우에 장기적으로 나빠지는 청력 저하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법은 없는 상황이다. 치료를 위해 우선 생활 습관을 조절해야 한다. 그리고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약물 치료로 널리 사용되는 것은 이뇨제이다. 내림프수종이 병의 원인이라고 앞에서 설명했는데, 이것은 나트륨(sodium)의 축적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나트륨의 배설에 관여하는 이뇨제는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치료이나 이뇨제 사용시 칼륨(potassium)과 같은 몸에 필요한 전해질이 같이 배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평소 보다 칼륨의 섭취를 높이기 위해 바나나와 오렌지를 많이 먹도록 교육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이러한 칼륨의 배설을 막고 순수하게 나트륨과 물의 배설에 관여하는 삼투성 이뇨제인 이소바이드(isosorbide)의 사용이 1차 치료로 인정되고 있다. 급성 청력 저하나 어지러움 발생시 스테로이드를 복용하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의 재발방지를 위한 생활습관
1. 저염식이(싱겁게 먹는 습관) 2. 수분 섭취(물을 자주 마시는 습관) 3. 금주·금연, 카페인 섭취 줄이기 4. 스트레스 억제 5. 적절한 수면(좋은 수면 습관) 6. 우울감의 해소
/조상윤기자 sycho@ihalla.com
[ Q & A ]
1. 어지러움, 난청, 이명, 이충만감의 4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야 메니에르병인가?=일반적으로 메니에르병의 자연 경과에서 어지러움과 난청을 비롯한 이명, 이충만감과 같은 청각증상이 발병 초기 6개월 이내에 나타날 가능성은 약 42% 정도이다. 청각 증상만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42%, 어지러움만으로 시작되는 경우는11% 정도로 보고돼 있다. 따라서 4가지 증상이 모두 나타나는 경우는 전체 메니에르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절반도 안된다.
2. 메니에르 병의 난청이나 어지러움이 재발되는지 알 수 있나, 그리고 진행하나? 수술적 치료 등으로 완치할 수 있나?=일단 메니에르병은 완치되는 병이 아니고 조절하는 병이다. 또한 질환의 재발 및 진행 여부를 예측할 수 없다. 초기 난청의 경우 빠른 시간에 스테로이드를 투약하거나 고실 내로 주사해주면 청력을 회복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발 빈도가 잦아지고 시간이 경과되면 결국 진행하는 경우가 많으며 50~60dB의 중등도 난청 상태가 된다. 어지러움은 일반적으로 약물로 조절되거나 치료에 관계 없이 저절로 좋아지기도 한다.
3. 갑자기 청력이 떨어져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에 따라 돌발성 난청과 메니에르병이라는 각기 다른 진단이 내려진다=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돌발성 난청은 넓은 의미의 진단이고 메니에르병의 시작이 돌발성 난청인 경우가 많다. 메니에르병은 이러한 돌발성 난청이 재발한 경우에 더 적합한 진단명이다. 그러나 위의 두번째 환자 사례처럼 저주파 영역만 청력이 갑자기 저하되는 급성 저음역 돌발성 난청의 경우 메니에르 병과 관련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경우라면 메니에르 병에 준해 생활 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좋다.
[ 전문의 의견/최승효(이비인후과) ] "가족 도움 약물보다 중요"
제주에서 근무한 지 2년6개월 정도 지나고 있다. 현재까지 많은 환자들을 보고 있지만 종전에 근무했던 서울지역의 병원에 비해 메니에르병으로 제주대학교 병원 이비인후과를 찾는 환자가 매우 많다.
본원에서 메니에르병으로 진단을 받고 치료하고 있는 환자들이 200명에 이르고 있다. 다른 지방의 대형 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내려와 본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도 매우 많다.
제주지역에서 발병률이 조사되거나 보고 된 적은 없으나 과거 폐쇄적일 수밖에 없었던 지역 조건상 메니에르병으로 고생하는 환자들이 다른 지방 보다 많다고 느껴진다. 메니에르병의 특성상 현재까지 완치가 될 수 없는 병으로 알려져 있으며 재발을 막고 증상을 조절해주는 것이 현재의 치료수준이다. 하지만 적절한 치료만 시행된다면 앞에서 언급한 첫번째 환자처럼 오랫동안 고생하던 환자들도 좋아질 수 있는 병이다.
메니에르병의 경과는 마라톤 경주와 같아 환자와 의사 모두 끈질긴 지구력이 필요하다. 또 병자체도 중요하지만 메니에르병은 환자의 몸과 마음을 모두 지치게 하므로 환자에 대한 의사와 가족들의 정신적 지지는 약물보다 더 중요하다.
메니에르병의 치료는 먼저 생활 습관의 조절로 시작된다. 음식을 싱겁게 먹고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잠을 잘 못자는 환자에서 증상의 재발이 흔하므로 적절한 수면도 매우 중요하다. 재발이 잦기 때문에 정기적인 병원 방문도 게을리 하면 되지 않는다. 생활습관 조절로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 경우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이 때 무조건 약물 치료를 거부하시는 환자들도 있는데 이것은 좋지 않다. 자칫하면 병의 진행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므로 환자의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정도에서는 정기적인 투약을 하는 것이 좋다.
간혹 메니에르병으로 잘못 진단돼 지내다가 본원을 찾아 적절한 진단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돼 잘 지내는 환자도 많기 때문에 무엇보다 정확한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꾸준한 자기 관리와 증상의 악화 방지를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