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윈난성 수도 쿤밍에서 출발하는 고속철은 국경도시 징홍을 거쳐 라오스의 루앙남타-우돔사이-루앙프라방-방비엥-폰홍-비엔티엔 역을 거치게 된다. 중국과 라오스는 당초 이 사업을 양국 수교 50주년인 2011년 착공해 공산정권 수립 40주년인 2015년 완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동안 사업성과 재원조달 방식 등을 놓고 이견을 보이다 결국 중국이 차관하는 방식으로 가닥을 잡았다.
예정대로 2018년 공사가 끝나면 고속철이 중국과 라오스를 오가며 최대 시속 160km로 사람과 물자를 실어 나르게 된다. 라오스로선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유일하게 바다에 접하지 않고 ‘내륙에 갇힌(Land-Locked)’ 나라에서 ‘내륙으로 연결된(Land-Linked)’ 나라로 탈바꿈하는 역사적 사건이다.
하지만 고속철 사업이 내륙에 갇힌 소국 라오스를 세계와 연결하는 다리가 되어줄지, 중국 경제권으로 편입만 앞당길지는 미지수다. 라오스 의회에서도 10여명의 의원들은 고속철 사업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70억달러에 달하는 차관이 라오스 재정을 고려할 때 너무 과도한 규모”라며 “결국 이 차관으로 인해 중국에 예속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염려한다.
착공이 예정된 국경도시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다. 중국 국경에 접한 북부 소도시 보텐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북적대던 곳이었다. 중국인 사업가가 대규모 카지노단지를 건설한 뒤 주말마다 중국 부자들이 몰려왔다. 중국인을 상대로 한 식당과 상가가 잇달아 지어지고 지역경제에 활기가 돌았다.
하지만 라오스 정부는 지난해 말 보텐 카지노 영업을 금지했다. 돈세탁과 강도, 인신매매 등 범죄가 급증했다는 이유에서였다. 보텐에서 만난 택시 운전사는 “중국 손님들이 오지 않아 택시 손님이 크게 줄었다”면서 “정부가 중국인들을 환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라오스를 시작으로 태국 베트남 싱가포르까지 고속철 노선을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범아시아 고속철은 이미 100년 전에 처음 밑그림이 그려진 사업이다. 당시 아시아 각국에 식민지를 건설한 프랑스 영국 등 열강이 식민지 자원수송을 위해 중국-싱가포르, 베트남-중국 노선 등을 구상한 것.
실제로 20세기 초반 프랑스 자본에 의해 베트남 하이퐁 항구에서 중국 쿤밍을 잇는 철도가 놓여지고, 나중에 베트남 남부 호치민까지 노선이 확장됐다. 여기에 더해 영국은 태국과 말레이시아를 잇는 해안철도를 건설했다.
하지만 이후 제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쟁, 인도차이나 공산혁명 등을 거치며 해당 철도노선들은 폐기되다시피 했다. 그러다 지난 2000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를 계기로 범아시아 고속철 사업이 다시 추진되기 시작했다. 기존 철도노선을 연결할 수 있는 쿤밍-싱가포르 먼저 고속철을 건설하자는 것.
특히 중국이 의욕을 보이고 있다. 동부연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서부지역 개발을 위해선 서쪽 국경을 접한 동남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이 필수기 때문이다. 중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수정안을 통해 쿤밍-싱가포르 노선 외에 왼쪽으로 미얀마를 거치는 노선과 오른쪽으로 캄보디아 베트남을 거치는 노선을 추가했다.
이번에 중국과 라오스가 건설에 합의한 노선은 쿤밍-싱가포르 노선의 출발점이다. 태국에서 출발해 말레이사 싱가포르를 연결해서 쓸 수 있는 다른 노선과 달리 중국-라오스 구간은 새로 철로를 놓아야 하기 때문에 5년 가까운 공사기간이 소요된다.
중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범아시아 고속철 전체 구간 완공은 2020년 이후로 예상된다. 천문학적인 공사대금 조달이 최대 과제다. 범아시아 고속철 노선 가운데 중국-미얀마, 캄보디아-베트남 노선도 기존 철로가 없어 처음부터 새로 건설해야 한다. 동남아 국가들 대부분 고속철 사업을 감당할 재정이 부족해 결국 중국이 ‘돈줄’을 대야 한다. 하지만 이들 나라들은 중국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면서도 중국으로부터 정치정 입김이 강해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최근 철도소식]
태국, 고속철도 일본에 맡기나…중국, 강하게 반발
전 잉락 친나왓 총리는 중국과 협상…쁘라윳은 일본기술 선호, 갈림길에
아세안투데이(2015년6월10일) 박창일 기자
태국의 군사정부가 내륙고속철도 건설 업체로 일본 신칸센 도입을 검토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현재 권력 남용과 부정부패 혐의로 권좌에서 물러난 전 잉락 친나왓 총리의 공약 사업이던 태국고속철도는 계획 당시 중국이 유력한 건설후보로 거론되었다.
그러나 최근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한 '쁘라윳 찬 오차' 군부 정권이 들어서면서, 일본기술 도입을 추진하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며 태국 정부의 선택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앞서 태국과 일본정부는 지난달 27일, 수도 방콕과 북부 치앙마이를 연결하는 고속철도 건설을 둘러싸고 양해각서를 주고받았다.
이 노선의 전체 길이는 총 660km로 총 공사비는 2,730억 바트, 우리 돈 9조 원에 달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이 양해각서로 인해 중국과 일본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 신화사통신 산하 한 경제신문은 지난 5일자 기사에서 태국이 신칸센을 최종 선택한 이유는 태국 내 정치적인 요인과 관련이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또 태국이 결정은 일본에서 장기 저리(연리 1.5% 이하)의 차관을 약속한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태국의 외국인투자 가운데 일본이 약 60%를 차지하는 것을 예로 들며, 일본의 막대한 태국 투자도 한몫 거들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중국은 가격에 비해 성능 면에서 중국의 고속철도가 우위에 있고, 향후 중국 노선연계 등을 고려한다면 태국의 신칸센 선택은 장기적으로는 국익에 반한다고 전문가들은 판단하고 있다.
태국에 이어 두 나라의 고속열차 수주전이 인도로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철도가 열악한 뭄마이와 구자라트주를 연결하는 고속철도공사 역시 두 나라 간 대결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일본이 수주전을 펼치는 가운데 중국경제신문은 "일본과 인도, 중국과 인도 관계를 따지면 또 다시 신칸센이 선택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불안감이 든다"고 초조함을 보였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의 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한 업체가 선정되는 것이 좋으며, 특히 중국의 경우 윈난성에서 싱가포르와 인도네시아까지 고속철도 건설을 계획하고 있어 일본과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은 윈난(운남)성을 출발해 라오스-태국을 잇는 고속철도를 건설하고 있다. 중국이 전체적으로 그림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태국만 일본의 신칸센으로 조성할 경우 연계의 문제점 등 운행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