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란 듯… 폴란드, 韓 무기 앞세워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msn.com)
러 보란 듯… 폴란드, 韓 무기 앞세워 ‘대규모 군사 퍼레이드’
유태영별 스토리 •1시간
폴란드가 15일(현지시간) 국군의날을 맞아 한국에서 사들인 K2 전차, K9 자주포 등을 앞세워 냉전 시대 이후 최대 규모의 군사 퍼레이드를 벌였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러시아의 맹방 벨라루스에 의해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자 군사력을 과시해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폴란드 국방부는 이날 수도 바르샤바에서 미국산 M1A1 에이브럼스 전차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한국산 K2 전차 및 K9 자주포 등 군 장비 200대, 미국의 F-16과 한국의 FA-50 전투기 등 항공기 92대, 장병 200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병식을 진행했다.
한국이 폴란드에 수출한 FA-50GF 경공격기 2대(왼쪽)가 15일(현지시간) 폴란드 ‘국군의날’을 맞아 현지 첫 비행을 실시하고 있다. 오른쪽은 폴란드 공군이 쓰는 옛 소련제 미그-29 전투기.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제공© 제공: 세계일보
폴란드 국군의날은 1920년 소비에트와의 전쟁 당시 볼셰비키군의 바르샤바 진격을 저지한 날을 기념해 소련 붕괴 후인 1992년 제정됐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기간을 제외하고는 2007년부터 매년 이날 퍼레이드가 열렸지만, 올해는 과거와 차원이 달랐다”며 “1989년 이후 최대 규모였다”고 전했다.
관련 동영상: [영상] 폴란드 열병식에 K방산 명품무기 총출동…FA-50 현지 첫 비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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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폴란드 열병식에 K방산 명품무기 총출동…FA-50 현지 첫 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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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북한, 러시아 등의 열병식을 연상시키는 대규모 퍼레이드를 한 것은 대러시아 메시지라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인 폴란드는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대고 있어 러시아의 서진(西進)에 커다란 위협을 느끼는 나라이다.
특히 최근에는 벨라루스에 러시아 바그너 용병부대가 주둔하자 동부 접경지에 1만 병력을 추가 배치하기도 했다. 벨라루스가 흐로드나 일대에서부터 칼리닌그라드를 잇는 약 65㎞ 길이의 폴란드·리투아니아 접경지대 ‘수바우키 회랑’ 차단에 나서면 발트 3국이 고립될 위험이 커 나토 역시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에서 '국군의 날' 기념식이 열린 15일(현지시간) 병사들이 한국산 K2 전차를 타고 군사 퍼레이드를 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접경국인 폴란드가 이번 퍼레이드를 통해 대규모 군사력을 과시, 러시아와 벨라루스에 일종의 메시지를 보내려고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AFP연합뉴스© 제공: 세계일보
폴란드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서 크름반도를 강제 합병하자 최신 군사장비 마련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어 유럽을 이끄는 군사 강국 중 하나로 성장했다. 지난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에는 우크라이나 측에 서방 군사 무기·장비를 적극 지원하는 한편, 자국군의 현대화 작업에도 더욱 박차를 가해 올해에만 무기 확보 예산으로 1400억즈워티(약 45조원)를 책정했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제이미 시어 연구원은 “이런 계획을 유지한다면 폴란드는 유럽연합(EU)과 나토에서 군사 초강대국이 될 것”이라며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은 탱크를 보유하게 된다”고 CNN에 말했다.
마리우시 브와슈차크 폴란드 국방장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우리가 주저하지 않고 국경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는 강력한 군대를 구축했다는 점을 보여주기에 완벽한 날”이라고 자부했다. 극우 성향인 집권 법과정의당(PiS)의 야로슬라프 카진스키 대표는 고대 로마의 군사전략가 베게티우스가 남긴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말을 인용하며 “병력을 30만명으로 늘리고 많은 무기를 사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17만5000명의 두 배에 육박하는 규모이다.
DW는 폴란드 정부가 이를 위해 미국뿐 아니라 주로 한국과 협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냉전 해체 이후 주요 파트너였던 독일과는 PiS정부 들어 관계가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무력 과시는 꼭 두 달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서 안보를 최대 이슈로 끌고 가 3연임에 유리한 구도를 만들려는 집권세력의 국내정치적 의도도 깔려 있다고 외신들은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