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12
중앙칼럼, 옥형길 논설위원
또 한해가 간다. 달려오고 밀려오고 하다 보니 어느새 세모의 끝자락에 서게 되었다. 이제 농부들이 가을걷이를 하듯 보내는 해를 거두어 마무리 하고 새해의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송년의 시간이 되면 우리는 언제나 보내는 것에 대하여는 아쉬움을 남기지만 거두어 얻은 것에 대하여는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에 대한 불만과 자책으로 남는다.
이제 우리는 송년의 남은 시간에, 보내는 해의 일들을 되돌아보면서 어떻게 하면 불만과 회한의 쓴맛을 남기지 않는 새해의 삶을 살 것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불만의 마음이 남지 않도록 살아가려면 평소 매사에 최선을 다해야 하겠지만 닥치고 보면 그렇게 안 되는 것이 인간사다.
그렇다면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하여 반성은 하되 불만과 자책으로 괴로워하지는 말자. 우리는 한 해의 일들을 집약해서 다사다난(多事多難)이라한다. 이는 12월의 언어 중 가장 사용빈도가 높은 단어로 조사되고 있다. 풀어 말하면 “일도 많고 탈(어려움)도 많았다”는 뜻이다.
그러나 여기서 난(難)을 낙(樂)으로 바꿔보면 다사다낙(多事多樂)이 된다. “열심히 일하는 가운데 즐거움도 많았다”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매사에 감사하다는 긍정의 마음이 되지 않겠는가.
우리의 마음을 바꾸어 놓는 것은 이렇게 ㄱ과 ㄴ의 차이로 생각하기에 따라 간단한 것이기도 하다. 다음은 너무 걱정에 휘말려 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걱정 없는 세상에서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지만 우리는 너무 많은 오만가지 걱정에 휘둘리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어느 핸들 그렇지 않았을까마는 임진년 한 해도 정말 다사다난했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어려움이 가장 많은 사람들의 고통이었고 성폭력, 학교폭력, 사회전반에 걸친 비리와 범죄는 물론 이념적 폭력 또한 사회를 혼란하게 만들었다. 이 모두가 직 간접적으로 모든 사람들의 걱정꺼리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우리가 걱정하는 것 중에 대부분은 이미 지나간 것이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다 해결될 수 있는 것이고 어쩔 수 없는 것은 1~2%에 불과하다고 한다.
올해 세계인들의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지구의 종말론만 보더라도 그렇다. 2012년 12월 21일 오후 3시 14분 35초 지구의 종말이 온다는 것이 고대 마야 인들의 예언이었다.
이날이 다가오자 세계 곳곳에서 갖가지 소동이 벌어졌다. 그러나 종말은 오지 않았고 다음 날 아침 태양은 더욱 찬란하게 떠올랐다. 가장 오랫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걱정이 기우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또 하나 후회와 자책을 남기지 않고 걱정꺼리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매사에 방심하거나 행동을 가벼이 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송년을 맞는 기업의 총수들은 엄청난 흑자를 발표하면서도 한 결 같이 긴장을 풀지 말고 도전하고 또 도전하자고 사원들을 독려 한다.
경쟁사회에서 자칫 방심에 따른 뒷날의 후회와 회한을 남기지 않으려는 때문이다. 내가 가장 감명 깊게 읽고 회사의 경영에 가장 많이 우려먹은 책은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의 ‘긍정이 걸작을 만든다’로 “도전하는 승부사 윤 석금의 경영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은 책이다. 몇 번을 읽었는지 아주 너덜너덜해 졌다.
윤 회장은 자신의 성공사례를 책으로 역어내고 많은 강의를 통하여 이를 전파 시켰다. 그의 도전과 경영은 많은 젊은 경영인들의 목표며 경영철학이 되었다. 그러나 정작 웅진그룹은 올해 법정관리를 받게 되지 않았는가. 회장님께서 밖으로 한 눈 파는 사이에 창업주와는 경영마인드가 다른 관리자들이 판단과 운영을 소홀히 하였거나 아니면 창업주의 지나친 자신감으로 판단이 흐려진 면도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CEO가 책 내고 강의 나서면 그 기업은 무너진다”는 말이 있다. 이는 징키스칸의 말과도 같은 것이다. 징키스칸은 “우리 민족이 벽돌로 집을 짓고 비단옷을 입게 되는 날 몽골은 망할 것이다”라고 몽골족의 방심을 경계하였다.
그렇다. 몽골민족은 양떼들과 함께 초원을 찾아 옮겨 다니며 사는 유목민족이다. 그들이 한 곳에 정착한다는 것은 삶의 터전을 개척하는 일을 포기하는 것이니 그것이 곧 망하는 길이 아닌가. 무엇이든 공짜로 해 주겠다는 우리의 무상 복지이론 또한 이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마지막 달 12월이 며칠 남지 않았다. 금년 12월은 참 특별한 달이다. 토·일·월요일이 각각 5번씩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824년 만에 한 번 닥아 오는 행운의 달이라고 한다. 모두에게 큰 행운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행운이 새해로 이어져서 새해에는 아무 걱정 없이 모두 잘 사는 대통합의 세상이 되기를 소망한다.
아듀(Adieu)란 절대 다시 볼 기약이 없을 때, 아주 보낼 때 하는 인사말 이라고 한다. 송년과 함께 가난과 불행 그리고 질병의 고통, 지역이기주의, 당리당략만을 위한 정치, 성폭력, 학교폭력을 비롯한 사회폭력과의 아듀를 고한다. 2012년, 이제 보내면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역사에 묻혀 영원 속으로 사라 질 것이다. 쓸만한 건 남기고 쓸모없는 것은 모두 가지고 가라.
아듀!! 2012.
(재경향인/한국문인협회·국제펜클럽한국본부·한국수필가 협회·서울시우문학회 회원/산림문학회 이사/거경문학회 회장/의령옥씨대종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