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에 만나는 아가씨들^^
방계정(둥근나라 한문자원봉사자)
처음에 중학생 여자아이 셋을 만났을 때 느낀 인상은 조용하고 소극적인 여학생들이었다.
깔깔 웃거나 떠드는 일 없이 조용히 한자만 썼다. 필순 쓰는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다 아이들이 나와 눈이 마주치면 몹시 부담스러워 해서 학생들을 지켜보는 것이 당연한 교사로서는 조금 당황스러웠다. 그러던 아이들과 시간이 지나면서 이제는 서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하고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다. 수업 시간에는 배운 한자를 활용하여 다른 글자와 조합해서 여러 가지 단어를 만들고 그 단어의 정확한 의미를 깨달아 가는 학생들을 보면서 한자를 가르치는 일에 재미와 보람을 느낀다.
그중에도 민주는 기말고사를 잘 보기 위해 시험 준비를 따로 요청해서 도와주었는데 좋은 성적을 내니 교사로서 즐겁고 보람을 느꼈다. 요즘 청소년들은 가족 수도 적은데다 바삐들 사느라 어른과 밥상머리 교육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시절이어서, 비록 미미하지만 고사성어를 공부하면서 학교 공부에도 도움이 되고 역사, 생활 문화에 걸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며 교양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어서 봉사를 하고 있는데 둥근나라를 방문할 때마다 늘 밝은 얼굴로 교육열이 높은 어머니가 과외 선생님을 마중하는 것처럼 이모가 맞아 주신다. 자녀들이 결국 부모의 영향을 받고 자라듯 전인교육에 관심이 많은 이모의 열정 덕에 둥근나라 아이들도 가정교육을 잘 받은 아이들 같은 차분하고 반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래서 화요일마다 이 아가씨들에게 오늘은 어떤 이야기가 흥미있고 자양분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만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