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제천 감악산산행기
2016.9.10(토) 날씨 맑음
가슴이 설렜다. 가고싶었던 인천뫼오름등반클럽 원거리산행-감악산 등산때문일 것이다. 눈도 일찍 떠졌다. 평소보다 가볍게 요가명상을 마치고, 여벌옷과 얼린 물을 넣은 배낭을 들고 5시40분 정각에 전세버스에 올랐다. 강효숙총무님과 동갑내기 안선님이 반갑게 맞아줬다. 너댓군데 들려 참가자들을 태우고 연수, 동춘을 지나 막 톨게이트를 벗어나면서 사고가 생겼다. 화장실간 산악대장이 미처 승차하지 못한게 뒤늦게 확인되면서 비상이 걸린 것이다. 여기저기로 연락이 갔고, 다행히도 집에서 쉬고있는 등반클럽 회장님이 도움을 줘서 40여분만에 다시 탑승하였다. "화장실 다녀온다고까지 얘기해놓고 갔다 와보니 당연히 있어야할 버스가 없지, 휴대전화도 차에 놓고 왔지, 그때 정말 머리가 하얘졌어요" 정말 황당했겠지만, 그순간 들었던 생각을 진행자가 얘기하랬다고 순순히 하시는 대장님 표정이 얼마나 우스운지 입을 막고 한참 웃었다.(등산을 다녀보면서 일행을 두고 버스가 출발한 것은 난생처음 경험이다.) 잠시 충북 금왕휴게소에서 쉰 뒤 9시반쯤 되어서 목적지인 원주시 신림면 황둔리 감악산입구에 도착하였다.
감악산은 강원도 원주 치악산 동쪽에 있고, 충북 제천에 걸쳐있다. 차에서 받은 전단지에 감악산을 설명하는 글귀가 이러했다. "봄에는 야생화,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눈덮인 계곡과 설화가 인상적인 산이다" 감악산(紺嶽山)을 뜻으로 풀어보면 감색감 혹은 연보라감에 큰바위악과 뫼산, 즉 연보라색깔의 큰바위 산이 된다. 과연 정상 가까이 수없이 많을 암석표면에서 정말 연보라색이 돌까? 크기 역시 집채만할까? 궁금증을 가지고 단체사진 인증 후 9시45분 쯤 등산을 시작했다.
늘 그렇듯 쉬운 산은 없다. 능선을 향해 숨을 몰아쉬면서 한발한발 내딛었다. 바람도 없다. 15분쯤 지났을까, 숲 한쪽에 아담한 돌탑이 보였다. 잠깐 멈춰서 쌓은 이의 정성과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염원하는 사랑의 화살을 보내드렸다. 25분정도 걸려 능선에 올라섰다. 10시40분 쯤 선두쪽에 있던 분들과 함께 처음 쉬었다. 일행중 한분이 가져온 오이한쪽을 나눠주신다. 얼려온 물까지 입에 들어가자 온몸의 열기와 갈증이 한방에 날아가는 기분이었다. 등산 초입부터 여기까지는 흙산이자 잡목구간이라 할 수 있다. 참나무, 상수리나무가 제일 많고 산목련, 철쭉, 싸리나무, 소나무, 물푸레나무 등이 있다. 땅바닥에는 풀과 아직 떨어지지 않은 작은 들국화들이 군데군데 피었다. 여기서부터 급경사구간이 시작된다. 그러나 로프와 발판이 돼있어 크게 위험해보이지는 않았다. 오르는 과정에 수많은 기암괴석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고인돌처럼 양쪽에 돌을 고여 거대한 평석이 올려져 놓인 것은 정말 놀랍고 신기했다. 그리고 능선에 늘어선 거대한 바위 가운데 여러 개가 주름이 잡힌 것처럼 눌려진 모양을 하고 있었다. 억만년전의 융기와 활발한 단층운동, 그리고 오랜 침식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된게 아닌가 싶었다. 대체로 화강암이고 표면은 무척 단단해보였으며, 밝은 바탕에 작은 검은 반점이 들어있다. 가까이서 본 눌린 바위 대부분은 철분이 섞여서인지 약간 붉은 색을 나타내주고 있어서 파란 하늘과 어울리면서 감색깔의 인상을 받았다.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하면서 고도가 높아지자 등산초입에서는 없던 바람이 불어주었다. 깍아지른 절벽아래서 골짜기를 타고 올라오는게 '냉장고바람' 처럼 정말 시원했다.(감동의 자연바람을 공업용바람에 비길 수 없지만 그에 적절한 설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후 약15분정도 걸려 감악2봉에 도착했다. 전체 일행이 다 모여서 간식거리를 먹고 사진을 찍으면서 충분히 휴식을 취했다. 사방이 탁트여 조망이 훌륭했다. 휴식을 마치고 부지런히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시계가 11시 59분을 가리켰다. 정상은 감악3봉 혹은 일출봉으로 불린다. 이곳 표지판에 제천시 봉평면이라고 쓰여져있다. 감악산이 제천과 원주에 걸쳐있는 산임을 웅변한다. 크지않은 정상석이 바위아래 다소곳이 세워져 있다. 나는 인증샷을 하고 바위를 뚫고 우뚝 선 소나무 한그루를 말없이 바라봤다. 영월의 관음송이나 속리의 정이품송, 고창 삼인리의 장사송, 부산수영동의 곰솔처럼 마을의 수호신이나 조선수군을 지켜낸 군신목, 풍수의 길지를 나타내는 표송에 견줄거는 아니지만 비바람과 사계절 풍상을 질긴 생명력으로 이겨낸 모습에서 명목의 기개가 느껴졌다.
일행은 간식거리로 가져온 떡, 어묵등을 맛있게 나눠먹었다. 12시 반부터 하산하였다. 일행들은 도토리줍느라 천천히 내려온다. 중간중간에 나즈막한 돌탑이 있었다. 처음 올라올 때 본 돌탑과 비슷했다. 아마도 한사람이 만들었지 않았을까 싶었다. 어느정도 내려와 500∼400m 쯤 아래로 들어서면서 계곡에 물이 흐른다. 서녀명이 먼저 몸을 씻었다. 나도 '알탕'을 하고 옷을 갈아입었다. 원점회귀로 산행을 마쳤다. 총무님과 기사님, 일부 남은 분들이 다리밑에다가 삼겹살과 점심상을 차려놓았다. 4시 출발할때까지 맛있게 먹었다.
6시 49분 인천도착하여 귀가하다.
첫댓글 즐거운 산행후기 잘 읽었네요
그때 생각하니 절로 또 웃음이 나오네요 ㅋㅋㅋ .
재밌게 읽고 나갑니다.^^
문장실력이 탁월합니다good
감악산을 한눈에 보는듯한 산행후기 잘읽고 갑니다.
정회원등업되셨습니다.
다음산행에도 좋은 후기부탁드릴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