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오늘도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서 나를 쳐다보는구나.
아주 어렸을 때 이 앞을 지나다 나를 사달라고 조르던 그 때,
저건 파는 게 아니라는 형의 말을 듣고서야 돌아서던 그 때 이후
넌 늘 같은 모습이야, 알고있니?
그냥 지나가다 우연히 생각났다는 듯한 포즈를 취하며 그냥
무심한 듯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서서 잠시 내 앞에 서 있다간
그냥 가는 거 말이야.
하지만 난 알아.
너의 주머니 속 손에 해마다 더 많은 돈을 쥐고 온다는 걸.
이젠 너도 글을 읽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언젠간 많은 돈을 내면
나를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바보야,
그 정도 돈이면 여기서 제일 비싼 건 아니어도 꽤 좋은 걸 살 수 있어.
저 애 좀 봐. 예쁘지 않니? 이 애는 태엽을 감으면 제법 예쁘게 춤도 춘다.
이것봐, 내가 비밀을 하나 말해줄까?
Not for Sale이란 말은 팔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그건 달리 말하면 정말 많이 아끼고 원하는 사람에겐 그냥 줄 수도 있다는 뜻인 거야.
그 뜻을 모르는 한 니가 아무리 오랫동안 많은 돈을 모아도
이렇게 낡은 나지만 가질 수 없을 거야.
가려구..?
넌 오늘도 나에게 말을 걸지 않았고 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듣는구나.
그래서 비밀을 말한 거기도 하지만..
안녕..
비밀 하나만 더 말해줄께.
다음번에 니가 여기 왔을 땐 어쩌면 내가 여기 없을지도 모르겠어.
나 요즘 움직이는 연습 하고 있거든,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땐.
아직 서툴고 뻣뻣하지만
다른 인형들은 나더러 그냥 인형답게 가만 있으라고 하지만,
난 꿈을 꾸며 계속 연습을 해.
언젠가 내 발로 걸어나가 저 진열장 밖의 세상을 직접 느껴보겠다고ㅛ..
니가 비밀을 깨닫는 게 빠를까,
내가 걸어나가는 게 빠를까..
-최수정 님의 글-
카페 게시글
스케치북
[한도시이야기]Not for sale
스케치북
추천 0
조회 32
01.03.03 01:38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