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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당집 제10권[2]
[경청 화상] 鏡淸
설봉의 법을 이었고, 월주越州에서 살았다. 선사의 휘諱는 도부道怤이고, 온주溫州 사람이다.
처음 민으로 들어가서 설봉을 뵙고 다음과 같이 물었다.
“행각行脚의 큰 일을 어떻게 지시하십니까?”
설봉이 대답했다.
“절중 지방에는 쌀값이 얼마 하던가?”
이에 선사가 말했다.
“하마터면 쌀값으로 알 뻔하였습니다.”
이어 상골象骨에게 가니,
상골이 물었다.
“그대는 어디 사람인가?”
선사가 대답했다.
“끝까지 온주 태생이라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자 이번에 설봉이 물었다.
“그렇다면 일숙각一宿覺이 그대 고향 사람이 아닌가?”
선사가 대답했다.
“그 일숙각이라는 이는 어디 사람입니까?”
“이 놈은 몽둥이로 얻어맞기 딱 좋지만 우선 놓아주노라.”
선사가 또 물었다.
“예로부터 조사와 대덕들이 한결같이 들어가는 길을 말하였는데, 맞는 것입니까?”
“그것은 학인이 초심한 연후에 배우는 것이다.”
“스님께서 들어갈 길을 일러 주십시오.”
“그저 여기서부터 들어가라.”
“학인이 어리석으니, 다시 가르쳐 주십시오.”
이에 설봉雪峰이,
“오늘은 내가 몹시 불편하구나” 하고는 벌렁 누워 버렸다.
또 다음과 같이 물었다.
“예로부터 조사, 대덕들은 마음으로써 마음을 전하신 것이 아니었습니까?”
설봉이 대답했다.
“그냥 문자나 어구를 세우지 않았을 뿐이다.”
“문자나 어구를 세우지 않았다면 스님께서는 어떻게 전하시겠습니까?”
이에 설봉이 양구良久하였다. 이에 선사가 절을 하고 물러서려 하니, 설봉이 말했다.
“나에게 다시 한마디 묻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화상께 질문 하나를 다시 드립니다.”
설봉이 말했다.
“그것뿐인가, 아니면 달리 따져 볼 것이라도 있는가?”
선사가 대답했다.
“화상께는 그리 말씀드리면 됩니다.”
“그대한테는 어찌하면 되는가?”
“참으로 사람을 저버리십니다.”
“저버리지 않는 일은 어떠한가?”
그러자 선사가 하직 인사를 하였다.
또 어느 날 설봉이 대중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당하면서도 비밀스러운 것이다.”
이에 선사가 나서서 물었다.
“무엇이 당당하면서도 비밀스러운 것입니까?”
설봉이 침상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말했다.
“무슨 소리를 하는가?”
이에 선사가 물러서서 서 있었다.
또 어느 날 울력을 하는데,
설봉이 물었다.
“위산이 말하기를,
‘색色을 알면 마음을 안다’ 하였는데, 허물이 있는가?”
선사가 대답했다.
“옛사람들이 무슨 일을 위하였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나는 그대와 함께 따져 보려 한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렇게 따지는 것이 제가 땅에 삽질 한 번 더 꽂는 것만 못합니다.”
또 어느 날 길을 걷는데,
설봉이 문득 물었다.
“온 건곤이 한 찰나를 벗어나지 않는다 하는데, 그 한 찰나를 벗어나지 않는 일을 지금에는 어디를 향해 설명하면 되는가?”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더 이상 누구와 헤아리려 하십니까?”
“나에게도 대답할 것이 있으니, 그대는 묻기만 하라.”
이에 선사가 얼른 물었다.
“지금 어디를 향하여 설명해야 하겠습니까?”
설봉이 이에 두 손을 활짝 펴면서 말했다.
“그저 여기를 향해 설명하라.”
“그것은 화상께서 중생을 위하시는 간절한 마음이십니다.”
이에 설봉이 웃었다.
또 설봉이 언젠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어쩌면 그렇게도 존귀하고, 어쩌면 그렇게도 치밀한가?”
선사가 대답했다.
“제가 이 산문에 이른 지 몇 해가 지나는 동안, 화상께서 그렇게 설법하심을 들을 수 있었습니까?”
“내가 전에는 없었지만 지금 있어도 방해됨이 없지 않는가?”
“천만에요. 이는 화상께서 그만두시지 않는 것뿐입니다.”
이에 설봉이 말했다.
“그대로 나를 내버려 두어라.”
그리고는 또 말했다.
“자질을 헤아려서 직책을 맡기느니라.”
그리하여 말에 따라 뜻을 알아듣고는 두루 제방을 돌아다녔는데, 무릇 만나는 기연마다 모두 다 깊이 깨달았다. 이에 동월東越로 돌아가 처음에는 경청鏡淸에서 살았고, 나중에는 천룡天龍의 용책龍冊에서 살았는데, 전왕錢王이 그의 도덕을 흠모하여 자주색 가사[紫衣]를 하사하고, 순덕順德이라는 법호를 바쳤다.
어느 날 선사는 자기를 보러오는 새로운 이를 보고 불자를 들어 세우니, 납자가 말했다.
“경청鏡淸의 소문을 들은 지 오랜데, 와서 보니 아직도 무늬가 남아 있군요.”
이에 선사가 말했다.
“오늘 사람을 만나긴 했으나 도리어 만나지 않은 것과 같도다.”
나중에 어떤 사람이 물었다.
“오늘 사람을 만났으나 도리어 만나지 않은 것과 같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한 상의 어반御飯이 도리어 서민의 밥이 된 꼴이니라.”
“머무르지 않는 근원이 없고, 돌아가지 않는 길이 없을 때는 어떠합니까?”
“이 중아, 자리를 잡았거든 빨리 앉아라.”
“어떤 것이 마음입니까?”
“그것은 둘째 것이니라.”
“그렇지 않을 때에는 어떠합니까?”
“그래도 옳지 않으니라.”
“옳고 그름이 모두 그렇지 않을 때에는 어찌합니까?”
“허물이 더욱 많아지느니라.”
“어떤 것이 현묘함 가운데 현묘함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떤 것인가?”
“그러면 맞기는 하겠습니까?”
“나무토막도 말귀를 알아듣느니라.”
선사가 이를 인하여 다음과 같이 송했다.
한결같이 남을 따라 달리면
또다시 내가 아님이 된다.
설사 그렇지 않다 하여도
남에게 피해를 주나니
긴요한 곳을 알고자 하거든
두 가닥 모두에 얽히지 말라.
어떤 이가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에게 마음이 없다면 도와 계합한다’ 하였는데, 어떤 것이 사람에게 마음이 없어 도와 계합하는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어째서 도가 무심하여 사람에게 계합되는 도리는 묻지 않는가?”
“어떤 것이 도가 무심하여 사람과 부합하는 도리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흰 구름이야 잠시 푸른 봉우리를 찾아올 수 있겠으나, 달이 어찌 푸른 하늘에서 내려올 수 있으리.”
새로 온 이가 문안을 드리니,
선사가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왔는가?”
“불국佛國에서 왔습니다.”
“부처는 무엇으로 나라를 삼던가?”
“청정한 장엄으로 국토를 삼습니다.”
“나라는 무엇을 부처로 삼는가?”
“묘하고 고요하고 참되고 항상함으로 부처를 삼습니다.”
“그대는 묘하고 고요한 곳에서 왔는가, 장엄한 곳에서 왔는가?”
스님이 대답하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선사가 말했다.
“쉿! 다른 곳에 갔을 때, 누가 물어 오면 그대는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되느니라.”
어느 때 선사가 상당하여 대중이 모이자, 선사가 양구良久했다가 말했다.
“내일 아침에 다시 초왕楚王에게 바쳐 보라. 잘 가라[珍重].”
“밝아서 서로 볼 수 있는 도리는 어떠합니까?”
“그대에게 말해 주기에는 아까운 일이니라.”
“말씀하시기 아깝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보물을 아까워해도 보시하게 되느니라.”
“어떤 것이 보물을 아까워하는 것입니까?”
“말하기 아까우니라.”
“보시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은 또 무엇입니까?”
“그대에게 벌써 말해 버렸느니라.”
“콧속에 보물이 있는데, 어째서 외롭고 힘들게 고생을 하였습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허물이 누구에게 있던가?”
“만약 보물이 있음을 알았다면 어찌되겠습니까?”
“더욱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다.”
“알았는데, 어떻게 외롭고 힘들게 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이미 갖고 있음을 부끄러워하지 않느니라.”
“어떤 것이 가죽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분명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뼈입니까?”
“면밀綿密한 것이니라.”
“어떤 것이 골수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면밀한 것보다 더 면밀하니라.”
“어떤 것이 쓰레기로 만든 한 벌의 누더기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가섭이 입은 지 오래니라.”
“누더기 밑의 일이 어떠합니까?”
“친히 아난에게 전하느니라.”
“어떤 것이 천룡天龍의 한 구절입니까?”
“그대의 대담함을 굴복시키느니라.”
“그러면 학인은 한 걸음 물러서야 되겠습니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엎지른 물은 다시 거두기 어려우니라.”
“어떤 것이 문수의 검입니까?”
선사가 찌르는 시늉을 하니,
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 검에서 살아남는 자가 있으면 어찌합니까?”
“살아남기 힘든 길이었는데, 정녕 그렇다면 크게 두려워해야 한다.”
그리고 선사가 다시 말했다.
“그렇게 놀랄 것은 없느니라.”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밖에서 들리는 것이 무슨 소린가?”
학인이 대답했다.
“빗소리입니다.”
“중생들은 자기를 잘못 알아서 현상만을 쫓느니라.”
“화상께서는 어떠하십니까?”
“자기를 잘못 알지 않았느니라.”
나중에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물었다.
“화상께서 그렇게 말씀하신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육신에서 벗어나기야 쉬이 벗어날 수 있다지만 도를 깨닫는 것은 여전히 어려우니라.”
선사가 또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어디서 왔는가?”
“응천應天에서 왔습니다.”
“장어[鰻鯉]를 보았는가?”
“보지 못했습니다.”
“그대가 장어를 보지 못했는가, 아니면 장어가 그대를 보지 못했는가?”
“두 가지 모두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대는 처음은 조심할 줄 알지만 끝을 보호할 줄은 모르는구나.”
선사가 시중하여 말했다.
“몹시 맑은 날씨에 몹시 내리는 비로다.”
또 말했다.
“몹시 맑은 날씨이기 때문에 맑은 날씨라 하는 것이 아니요, 몹시 내리는 비이기 때문에 몹시 내리는 비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일 말을 따라 알려고 하면 자기의 신령한 본바탕을 잃느니라.”
이에 어떤 스님이 물었다.
“스님의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다음과 같이 송했다.
몹시 맑은 날 몹시 내리는 비를 기묘하게 행하고 지녀라.
말을 따라 이해하면 금시에 떨어진다.
현묘함을 말하는 것, 티끌 속의 묘함을 얻으려는 것이니
묘함을 얻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아끼지 않음과 같다.
어떤 이가 물었다.
“경 첫머리의 첫 글자는 무슨 자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귀고리를 한 오랑캐 중[胡儈:달마 조사]이 빙그레 고개를 끄덕인다.”
“서쪽에서 오신 비밀한 뜻은 어떻게 전합니까?”
“한 사람의 입에서 나와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간다.”
“어떤 것이 한 사람의 입에서 나온 것입니까?”
“석가께서 말씀하지 않으심으로써 말씀하셨느니라.”
“어떤 것이 천 사람의 귀로 들어가는 것입니까?”
“가섭은 듣지 않음으로써 들었느니라.”
“학인이 누더기를 입으려는데, 스님의 뜻은 어떠하십니까?”
“마음대로 높이 날아라.”
“깃털을 갖추지 않았음을 어찌합니까?”
“그저 희롱하기에 알맞으니라.”
“어떤 것이 희롱함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인연을 만나도 짓지 않고 경계에 대면하여서도 무심하느니라.”
“어떤 것이 높이 나는 것입니까?”
“우담발화를 낙엽같이 여기는 것이다.”
“어떤 것이 우담발화입니까?”
“한 겁에 한 번 피는 것이다.”
“어떤 것이 낙엽입니까?”
“그것은 참된 것이 아니니라.”
“그렇다면 향상사向上事가 더 있는 것이겠습니다.”
“분명히 그러하니라.”
“어떤 것이 향상사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한 입에 경호鏡湖의 물을 다 마시면 그때 가서 그대에게 말해 주리라.”
“깨달았는데, 어째서 도리어 뜨겁게 괴로움을 당합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저쪽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니라.”
“어떤 것이 저쪽 사람입니까?
“이쪽에서 건너간 사람이니라.”
“이쪽을 어찌하여야 건너갑니까?”
“깨닫고도 깨닫지 않은 것이니라.”
“깨닫고도 깨닫지 않을 때는 어떠합니까?”
“노반魯班이 실수하였구나.”
“어떤 것이 빛과 소리 속의 모습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사람에게 보여 주어도 보지 못하는 것이다.”
“몹시도 세밀한 것이군요.”
“본체는 원래 이러하니라.”
“학인이 어떻게 나아가야 합니까?”
“사람을 살리려면 기회가 맞아야 하느니라.”
“듣는 감관은 어째서 듣기만 할 뿐 보지는 못하며, 보는 감관은 어째서 보기만 하고 듣지는 못합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각각 제 연緣에만 반연할 뿐 다른 것을 반연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사가 상골산송象骨山頌을 읊었다.
밀밀密密하니 누가 그의 요지를 알랴?
밝디 밝아서 헛됨이 조금도 없다.
삼라만상이 본 성품을 머금었나니
산봉우리마다 모두 여여하다.
“12시時 중에 어떻게 준비하오리까?”
선사가 대답했다.
“한 걸음도 옮겨서는 안 되느니라.”
“학인은 알지 못하겠습니다.스님께서 들어갈 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이것뿐이니라.”
이에 선사가 다음과 같이 송했다.
이 가닥길을 감당할 수 있다면
여러 겁의 공덕보다 월등하리라.
많은 길로는 이르지 못하니
한 길로 원만히 통함이 오묘하도다.
선사가 어떤 스님에게 물었다.
“네 이름이 무엇인가?”
“성초省超입니다.”
이에 선사가 다음의 게송을 지었다.
깨달아서 뛰어넘을 때 지켜서 머무르지 말지니
다시 한번 몸을 솟구쳐야 예전의 근기보다 준수하다.
허공은 금오金烏의 왕래를 방해하지 않는데
푸른 하늘인들 어찌 옥토끼가 나는 것을 방해하랴.
선사가 휘장 안에 앉아 있는데,
어떤 스님이 물었다.
“총림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선사께서 곧은길을 지시해 주십시오.”
선사가 대답했다.
“그대가 정히 그러하다면 내 어찌 인색하랴? 가까이 오라.”
학인이 가까이 다가서자,
선사가 손으로 휘장을 활짝 열면서,
“헤헤” 하니,
학인이 절을 하고 일어나서 말했다.
“제가 이제야 들어갈 곳을 알았습니다.”
선사는 그가 모든 것을 알음알이로만 이해했음을 알고 다음과 같이 송했다.
내 아까 그대를 적잖이 억눌렀으나
그대는 화급함에 맞닿지 않은 이치만을 이해하였구나.
세워 보여도 여전히 계합하기에 부족하니
그림자 숨어서 미치기가 어렵구나.
장경이 상당하였는데도 대중들이 오래 서 있게 되니,
이때 어떤 스님이 나서서 말했다.
“그러시면 대중들은 방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그러자 장경이 그 스님을 때렸다.
나중에 어떤 스님이 초경에게 고하니, 초경이 말했다.
“그때 스님이 무엇이라 했는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이에 초경이 말했다.
“그 스님이 대중을 위해 있는 힘을 다했거늘 자기 집안에 재앙이 생기게 되었노라.”
얼마 후 어떤 스님이 화도化度에게 이야기하니,
화도가 그 스님에게 되레 물었다.
“장경이 그렇게 방망이를 휘두른 것이 공정한 것이겠는가?”
스님이 대답했다.
“공정합니다.”
“어떤 사람이 ‘공정하지 못했다’ 한다면, 어찌하겠는가?”
“만일 그런 사람이라면 그를 출세 시키는 것이 마땅합니다.”
이에 화도가 말했다.
“진나라에 있을 때는 진나라를 보호해야 하느니라.”
그리고는 화도가 선사에게 이 일을 알리면서 말했다.
“장경은 그러한 차제에서 그러한 방망이를 쓰지 말았어야 할 것입니다.”
이에 선사가 물었다.
“대사께서 장경을 대신한다면 어떻게 바꾸어 생각하시겠습니까?”
화도가 대답했다.
“그저 일어나서 왔다갔다할 것입니다.”
이에 선사가 말했다.
“그렇다면 표주박 자루가 그 스님의 손아귀에 들어갈 것입니다.”
이때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선사에게 물었다.
“장경長慶이 그러한 방망이를 쓴 뜻이 무엇입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종사는 노련할 뿐 아니라, 스스로 몸을 벗어날 수 있느니라.”
선사가 또 언젠가 상당하여 말했다.
“온 세계가 온통 무너지지 않는 금강의 체라 하여도 오직 고양각牯羊角만은 두려워하느니라.”
이때 어떤 사람이 물었다.
“어떤 것이 무너지지 않는 금강의 체입니까?”
선사가 말하였다.
“세계가 무너질 때에는 어떻게 무너지던가?”
“어째서 고양각만을 두려워합니까?”
“그대더러 모두 다 없애라 하기 때문이다.”
“어떤 것이 고양각입니까?”
“자칫하면 그대를 깜짝 놀라게 할 뻔했느니라.”
“몸이 허물어질 때에도 뿔은 남아 있습니까?”
“여름을 지내는 데 쓰이는 물건은 아니니라.”
“그저 고양각이 다할 때에는 상응할 수 있습니까?”
“그대가 돌아가려 하는 뜻과는 같지 않느니라.”
“돌아가려는 뜻이 같지 않다 함은 무엇입니까?”
“천 냥의 돈으로도 농사로써 생계를 도모함을 바꾸지 않느니라.”
“고양각은 어느 쪽의 일을 밝히십니까?”
이에 선사가 대답했다.
“상등의 사람은 듣자마자 곧 알지만, 중등ㆍ하등의 사람은 그 뜻을 알지 못하느니라.”
나중에 어떤 사람이 이 일을 들어 자복資福에게 물었다.
“어떤 것이 무너지지 않는 금강의 몸입니까?”
자복이 손으로 가슴을 가리켰다.
“어떤 것이 고양각입니까?”
자복이 두 손을 머리 위에 얹어 염소 뿔의 모양을 했다.
어떤 이가 이 일을 들어 선사에게 물으니, 선사가 이 일로 인하여 시중하였다.
“뿔끝이 조밀하지는 않으나 참으로 잘 드러나고 잘 나타났다. 무너지지 않는 금강의 몸은 오직 고양각만을 두려워한다. 그 뿔을 잡아서 그 본체를 끌어내면 본체와 뿔이 모두 갖추어지나니, 여러분들은 이것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그리고는 담체송談體頌을 읊었다.
본체가 뭇 형상을 머금어서 형상이 분명하지만
본체를 여의고 형상을 머금으면 형상은 더욱 정미롭도다.
맑고 밝아서 오묘한 청정을 누가 가릴 수 있으랴?
석가는 마갈타성에서 문을 닫고 숨었었네.
또 경선景禪을 찬탄한 끝에 다음과 같이 송했다.
그대, 경선 어찌 그리 빨리 갔는지 한탄스럽구나.
비록 도반은 아니지만 안목이 상통하고
지금까지 영원한 겁에 이지러진 적 없어
지地ㆍ수水ㆍ화火ㆍ풍風 4대大가 고향으로 돌아가누나.
좋고도 좋아라, 몹시도 신기해라.
망망한 우주宇宙 안에서 몇이나 알던가?
밝고 맑으니, 어찌 뒤쫓을 길을 끊을 수 있으리.
푸른 산, 푸른 봉우리에 흰 구름이 달린다.
부르기 좋은 노래 부르고, 우스운 일에 웃으니
누가 이 경지에 곡조를 붙일 수 있으랴마는
난제難提가 그대 위해 기미機微를 한 곳에다 모으니
그 뜻이 요지와 조화롭지 않음이 없어라.
품격과 의지는 남다르고 기골은 고상하니
삼라만상 모두 한 신령한 터럭에 모이노라.
비록 번개같이 모든 것을 보였으나
산에서 나와 다시 봉우리에 숨으니 생각만 공연히 수고롭구나.
희귀하구나, 취모검吹毛劍이여.
그물과 용수를 벗어나서 마음대로 노닌다.
이 세상 저 세상이 물속의 달과 같아서
몇 차례나 자취를 보이면서도 묘하게 소요했던고.
또 오현송悟玄頌을 다음과 같이 읊었다.
사람의 걱정을 덜어 주는 길이 있거늘
현묘함을 배우는 이가 즐거이 찾는다.
기틀을 돌리어 본체와 뼈를 드러낸다면
다시 침통할 필요 무에 있으리오.
얕아서 맞지 않는다 탓하지 말라.
생각 깊은 것보다는 훨씬 나으리라.
고기에게 용의 뼈가 있었다면
크고 작은 일 모두를 감당할 수 있으리.
어떤 이가 물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절대로 남을 따라 찾지 말라. 아득히 나와는 멀어진다’ 했는데, 어떤 것이 절대로 남을 따라 찾지 말라는 것입니까?”
선사가 대답했다.
“법령을 어겼느니라.”
“어떤 것이 아득히 나와는 멀어진다는 것입니까?”
“10만 8천 리뿐만이 아니니라.”
“어떤 것이 나 이제 홀로 간다는 것입니까?”
“단 한 마리의 말을 타고 나섰느니라.”
“어떤 것이 곳곳에서 그를 만난다는 뜻입니까?”
“온몸이 눈이니라.”
“어떤 것이 그가 지금 바야흐로 나[我]인 것입니까?”
“몹시도 분명한 일이니라.”
“어떤 것이 ‘나는 이제 그가 아니다’라는 것입니까?”
“상전과 종을 가릴 줄 알아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