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반야바라밀경론 하권
29. 여래는 어떤 중생도 제도한 일이 없다
【經】
“수보리야,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너는 여래께서 스스로 ‘나는 중생들을 제도한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수보리야, 그렇게 생각하지 마라.
왜냐하면 진실로 어떤 중생도 여래는 제도한 일이 없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수보리야, 만약 여래가 진실로 제도할 중생이 있다고 한다면, 그 여래에게는 나라는 모습ㆍ남이라는 모습ㆍ중생이라는 모습ㆍ오래 산다는 모습이 있는 것이니라.
수보리야, 여래께서 말씀하신 나라는 모습이 있다는 것은 곧 나라는 모습이 아닌데 모도(毛道) 범부 중생들이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니라.
수보리야, 여래는 모도 범부 중생을 중생이 아니라고 말하니, 그런 까닭에 모도 범부 중생이라고 말하느니라.”
【論】
또 의심하기를
‘만약 법이 평등하여 그 모습에 높고 낮은 것이 없다고 한다면,
어째서 여래께서는 중생을 제도한다고 말할까?’라고 할 것이므로
이 아래의 경문에서는 이런 의심을 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어떻게 의심을 끊는가?
게송으로 말하리라.
평등한 진법계(眞法界)에서는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지 않으니
모든 이름은 저 음(陰)과 함께 하기 때문에
법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 게송의 뜻은 무엇인가?
임시로 붙여진 이름인 중생은 5음(陰)과 함께 하기 때문에 그것을 일컬어 그 음과 함께 한다고 하였다.
게송에 이르기를
“법계를 벗어나지 못한다”라고 한 것은 그것이 법계와 차별이 없기 때문이요,
게송에 이르기를
“부처님께서 중생을 제도하지 않는다”라고 한 것은 경에서
“‘왜냐하면 진실로 어떠한 중생도 여래가 제도한 일이 없기 때문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수보리야, 만약 여래가 진실로 제도할 중생이 있다고 한다면 그 여래에게는 나라는 모습ㆍ남이라는 모습ㆍ중생이라는 모습ㆍ오래 산다는 모습이 있는 것이다’”라고 한 것과 같다.
이것은 무슨 뜻을 밝힌 것인가?
게송으로 말하리라.
내가 제도한다고 집착하면 허물이 되니
그것은 법에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생을 제도한다는 데 집착하는 것은
집착해서는 안 될 것에 집착하는 망집(妄執)인 줄 알아야 한다.
이 게송은 무엇을 뜻하는 것인가?
만약 여래에게 ‘5음 가운데 제도할 중생이 있다’라는 이와 같은 마음이 있다면, 이것은 곧 모습에 집착하는 허물이 된다. 그것은 법에도 집착할 것이기 때문이다.
게송에 이르기를
“중생을 제도한다는 데 집착한다는 것은 집착해서는 안 될 것에 집착하는 망집인 줄 알아야 한다”라고 한 것은 5음 가운데 중생이 있다고 집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생을 제도한다는 데 집착하기 때문이다’라고 한 것은 모든 중생들을 해탈케 해야겠다는 이와 같은 상(相)이 있기 때문이다.
경에 다시 말하기를
“수보리야, 여래께서 말씀하신 나라는 모습이 있다는 것은 곧 나라는 모습이 아닌데 모도 범부 중생들은 나라는 것이 있다고 생각하느니라”라고 하였는데,
이 의미는 무엇인가?
게송에 이르기를
“집착해서는 안 될 것에 집착하는 망집이라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라고 한 것이 그 이유이다.
이것은 또 무슨 뜻이 있는가?
그것은 진실한 뜻이 아니니, 그런 까닭에 그것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집착해서는 안 될 것’이라는 것은 곧 모도 범부에 집착하는 것이니, 이것에 집착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집착해서는 안 될 것에 집착한다고 말한 것이다.
또 ‘수보리야 여래는 모도 범부 중생을 중생이 아니라고 말씀하신다’라고 한 것은 성인의 법에서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중생이 아니라고 말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