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경 제4권
32. 불설무구경(佛說無懼經)
옛날에 어떤 사람이 있었는데 성품이 어질고 현명했으며 경전과 계율을 받들고 닦으면서 정진하며 덕을 지켰다.
태어날 때마다 스스로를 채찍질하여 나쁜 짓을 하지 않고 천하의 도리에 맞게 그 일신의 행동을 하며 사부대중과 오고 가는 일이 있어도 생각을 쉬고 나쁜 일을 하지 않으며, 행이 바르고 미혹된 데가 없었다.
보시(布施)와 지계(持戒)와 인욕(忍辱)과 정진(精進)과 일심(一心)과 지혜(智慧)를 갖추고 원하는 것이 없으며, 법으로 자신을 지키며 동학(同學)들과 오고 가도 다른 계책을 쓰지 않았다.
만일 법회가 있으면 즉시 가서 경을 들으며 그것을 싫증내지 않고, 여래(如來)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신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며, 그 넓은 은혜를 널리 알리고 법의 뜻을 칭찬하며 뜻은 오직 무위(無爲)에 두었으니, 그 법은 본래 부드럽고 윤택하여 그 법의 향기가 멀리까지 스며들어 시방에서 다 알았다.
악을 버리고 선을 취하며 집에 머물면 더러움에 물들게 되니, 출가하여 잘못이 없게 하고 뜻은 항상 법을 생각하며 법으로 의무를 삼고 부지런히 경법을 독송하여 마치 감로를 마시는 것과 같이 하였다.
법을 도의 약[道藥]으로 삼아 많은 이를 치료하며, 법을 다리로 삼아 여러 오고 가는 이들을 통하게 하며, 법을 배로 삼아 여러 건너지 못한 이들을 건네주었다.
법을 해와 달로 삼아 밤낮으로 비춰주고 여러 가지 어두운 것들을 없애주고 어두운 덮개를 걷어내어 형태가 없는 것도 보게 하며 또한 성스러운 대중들을 믿게 하니, 대중들 가운데 배우는 이가 마치 큰 물결이 큰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것과 같았다.
성스러운 대중들 가운데 어떤 이는 도적(道跡:須陀洹)을 증득하고,
어떤 이는 왕래(往來:斯陀含)를 얻고
어떤 이는 불환(不還:阿那含)을 성취하고
어떤 이는 무착(無着:阿羅漢)을 이루거나, 연각(緣覺)의 과를 증득하고
어떤 이는 보살행을 하여 불퇴전(不退轉)에 이르니,
일생보처(一生補處)와 위없는 바른 깨달음이 이에서 생기게 된다.
[일생보처(一生補處): 일생만 지내면 부처님의 지위에 후보로 오른다는 뜻으로 등각(等覺)의 지위를 말함.]
이는 즉 한계가 없는 것[無極]으로 깊은 도의 바다는 보살이 받드는 바로 오고 가는 것을 거듭하며 일체를 벗어나서 받들지 않는 이가 없다.
도의 지혜는 높고 미묘해서 걸림이 없다.
그 사람은 모든 행에 있어서나 사부대중에 출입할 때에나 항상 삼보를 선양하고 몸은 스스로 귀의하며 아울러 일체를 교화하되, 항상 세 가지 일을 존중하였다.
첫째는 공덕을 세우고 불사(佛寺)를 보살피는 일이요,
둘째는 경을 독송하고 도를 생각하면서 전교(典敎)를 선포하는 일이요,
셋째는 일심으로 마음을 다잡아 방일하지 않는 일이다.
자ㆍ비ㆍ희ㆍ호의 네 가지 평등한 마음을 받들고,
공(空)ㆍ무상(無相)ㆍ무원(無願)의 법을 행하며,
[무상(無相): 고려대장경 본문에는 ‘무상(無想)’으로 되어 있으나 이 내용은 삼삼매(三三昧)를 뜻하는 내용이므로 공(空)하므로 차별상[相]이 없는 것을 관하는 무상(無相)으로 보아야 합당하므로 고쳐 바로잡았다.]
방편을 잘 알아 써서 때에 맞게 사람을 교화하며 도 닦는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으니,
그 사람이 늙어서 죽으려고 할 때 사부대중들과 여러 친척들과 다섯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와서
‘장차 공포가 없어지리니, 안심하고 두려워하지 마시오’ 하고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사람은 즉시 게송으로 여러 사람에게 대답했다.
나는 여러 가지 악을 버리고
여러 가지 공덕을 받들어 행하였네.
이제 몸이 이러해도
두려운 마음은 하나도 없다네.
마치 다리가 있는데 그 기둥이 튼튼하여
위아래 단단한 것과 같고
사람이 견고한 배롤 타고
저 피안에 도달하려는 것과 같다네.
많은 사람들이 그 말을 듣고 모두 기뻐하며 뛰었다.
그는 수명이 다하여 목숨이 끊어진 뒤에 도술천(兜術天)에 태어나 미륵불(彌勒佛)에게 머리 조아려 예를 올리고 불퇴전(不退轉)을 증득하였으며,
여러 보살들과 더불어 경에 대하여 강설하고 법에 대해 논하여 편안치 못한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 교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