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페어는 1959년 영국에서 시작되었지만 스위스 바젤아트페어, 미국의 시카고아트페어, 그리고 프랑스의 피악을 세계 3대 아트페어라 부른다. 아트페어는 말 그대로 미술시장, 의미를 확장해 본다면 국제적인 미술시장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최근에는 영국의 프리즈 아트페어, 미국의 아모리쇼, 홍콩 국제아트페어, 상하이 아트페어 등 신생아트페어들이 생겨나면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이제 부산도 본격적인 아트페어의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벡스코 신관에서 6월 7일부터 11일까지 열릴 예정인 '아트 쇼 부산 2012(Art Show Busan 2012)'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술과 시장과의 관계
미술과 시장은 오래전부터 동거를 해 왔지만 관계가 그렇게 매끄럽지는 못했다. 많은 예술가들은 자신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작품을 팔지 않은 것을 자랑으로 여기곤 했다. 그런데 여기에는 석연치 않은 오해가 있다. 미술시장을 단순히 팔리는 그림이 유통되는 상업적인 시스템으로만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런 면을 온전히 부정할 순 없지만 결국 미술시장은 미술사의 맥락과 동행한다. 하나의 작품은 끊임없는 재평가의 과정을 거치며 역사화된다. 비록 시장이 이러한 평가에 순발력 있게 대처하지 못하더라도 결국에는 예술적 평가를 인정하게 되고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TV쇼 진품명품'이라는 프로그램을 보면 예술품에 가격을 매기는 아주 정교한 관점이 존재하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감식안은 작품 진위만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그 작품이 가지고 있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폭넓은 성찰을 요구하는 행위이다. 위대한 화상들은 그림을 보는 탁월한 안목을 소유했던 사람들로 시대를 앞서 나간 사람들이다.
1987년에 고흐의 작품 '해바라기'는 런던에서 2천500만 달러라는 기록적인 가격에 팔렸다. 하지만 고흐는 생전에 자신의 작품을 팔기 위해 거래하는 화랑에 100프랑에 작품을 내놓기도 하였다. 물론 팔리진 않았다. 고흐는 동생에게 보낸 편지에서 "50프랑 정도의 가격에 내 그림이 팔린다면 숨은 좀 돌릴 수 있을 것"이라고 고백한 적이 있다. 3프랑 정도의 하루 방세를 내지 못해 전전긍긍했던 고흐의 아픔이 느껴진다. 고흐처럼 시장에서 외면한 작가도 있지만 반대로 화상에 의해 유명해진 작가도 많다. 현대미술의 시작을 알리는 인상파도 폴 뒤랑 뤼엘(1831~1922)이라는 화상이 있었기에 미술사에서 기억할 수 있게 되었고, 앙브루와즈 볼라르(1868~1939)라는 출판업자이자 화상은 피카소를 세계적인 작가로 성장시켰다. 레오 카스텔리는 앤디워홀, 재스퍼 존스, 로버트 라우젠버그를 통해 미국미술의 자존심을 세웠으며 그 외에도 컨바일러, 페기 구겐하임, 헤르바르트 발덴, 드니즈 르네 등 화가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미술계를 움직인 든든한 후원자들이 존재해 왔다.
'아트 쇼 부산 2012'에 대한 기대
과거에는 개인 화상의 뛰어난 안목과 자본으로 작가를 후원하였지만 최근에는 아트페어가 미술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트페어는 경매와 함께 미술시장의 가장 고도화된 시스템이다. 미술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도 크고 작은 아트페어들이 열린다. 국가경제에 비해 미술시장의 규모는 작지만 그 성장가능성이 매우 높은 점은 한국미술시장이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이다. '아트 쇼 부산 2012'는 국제적인 규모의 '메이드 인 부산' 아트페어다. 추바키 갤러리, 요시아키 갤러리, 갤러리 셀러와 같은 일본 메이저 갤러리들이 참가를 결정하였고 20개 정도의 해외 유수의 갤러리들이 참여를 통보해 온 상태다. 국내 갤러리들도 50% 정도가 이미 부스를 예약하였다. 아시아 신진작가들을 위한 쇼케이스, 대안공간 연계프로그램, 아시아 어워드, 야외설치전을 비롯해 다양한 부대행사와 학술프로그램을 통해 아시아 컬렉터들의 네트워크 중심지로서의 부산의 의미를 창출할 예정이다. 국내외 70개 갤러리가 참여할 예정인 이번 아트페어를 통해 지역작가의 등용, 시장의 확대 및 국제화라는 아트페어 그 본연의 성과를 이루어 '아트 쇼 부산 2012'가 부산비엔날레나 부산국제영화제 못지않은 위상을 갖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자료 출처_부산일보_이영준 김해문화의전당 전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