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3일
몽골+시베리아 횡단열차 22일 여행 18일차
모두가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하바롭스크에 도착.
우선 숙소로 가서 체크인을 했습니다.
다들 씻고, 빨래하고
재정비의 시간을 가진 후,
한시간 반 뒤에 상큼한 모습으로 다시 만나
시내구경을 나섰습니다.
이미 해는 기울기 시작한 시각.
레닌광장도 그림자에 덮이기 시작했습니다.
이곳의 비둘기들은 사람을 따라 다닙니다.
사람이 걷는 방향으로 걷습니다.
콤소몰 광장까지는 40분 가량 걸렸습니다.
오랜 기차여행 끝에 피곤할 법도 했지만
오히려 오랜만에 실컷 걸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우스펜스키 교회와 전쟁기념비 사이로
노을이 집니다.
여기는 아무르강
우리에게 좀 더 익숙한 이름으로는
흑룡강입니다.
구름에 가렸지만 기차 아닌 강가에서 보니
석양이 더 좋습니다.
해는 완전히 넘어가고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식으로 저녁식사를 한 후
다시 레닌 광장을 거쳐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피곤하면 택시를 탈까 생각도 했지만
아직은 조금 더 걷고 싶었습니다.
2018년 9월 13일
몽골+시베리아 횡단열차 22일 여행 18일차
다음날은 다시 기차를 타는 날입니다.
12시간짜리 짧은(!) 기차를 타고
시베리아횡단열차의 종착역
블라디보스톡으로 갑니다.
기차는 저녁에 탈 예정이었으므로
오늘 하루 온전히
하바롭스크를 즐길 수 있습니다.
우선 향토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뉘신지 모르겠으나,
박물관 앞에 동상이 서 있습니다.
첫번째 건물만 보고는 약간 실망했습니다.
동물이나 공룡의 모형이나 박재만 가득하고
그닥 흥미로운 것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산고양이인지 뭔지가 새를 잡는 모형은
생동감 넘치게 보였습니다.
통나무집의 내부도 볼 수 있게 만들어져 있고
지도도 있었는데
한국이 그려져있다 아니다,
이것이 한국이다, 저것이 한국이다 하며
우리끼리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시라소니
우리에게는 장군의아들 김두한과 더불어
한 사람으로 유명하지만
실제는 고양이과 동물.
귀 끝의 털이 특이합니다.
여러 이콘들이 전시된 교회도 있고
전쟁 때의 모습을 전시한 곳도 있습니다.
군인들의 생활, 민간인들의 생활을 나타낸.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을 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다음은 극동미술관입니다.
유럽의 미술관엔 이렇게 책상과 의자를 두어
관람객들이 미술작품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둔다고 합니다.
세계적인 거장들의 작품을 보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뭔가 나의 교양을
아주 약간 끌어올린 것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미술관 안에 이런 조각상이 있었습니다.
천을 뒤집어 쓴 아이의 모습입니다.
천을 뒤집어 쓰고 있는 모습을
정말이지 정교하게 표현한 것에
모두들 놀랐습니다.
우테스 전망대 앞에는
동시베리아의 총독이었던
무라비요프 아무르스키 백작의 동상이 서 있습니다.
5000루블짜리 지폐에 그려져있는 동상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아무르강
이 전망대 입구에 2001년 김정일이 방문했었다는
안내판이 서 있습니다.
여기는 무기박물관
성모승천성당, 우스펜스키 교회입니다.
하바롭스크 시내에도 전쟁기념비와
꺼지지 않는 영원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고,
오늘도 무언가 행사가 있었습니다.
다시 아무르 강가로 돌아왔습니다.
해지는 강가에서
하바롭스크와 작별할 시간입니다.
어제 도착한 것과 같은 시각에
다시 넘어가는 해를 보며 떠나야 합니다.
아무르 강변에서 우스펜스키 성당까지 이어지는
이 계단을 천국의 계단이라 한다죠.
아래에서 바라보는 성당은 더 예쁩니다.
해가 집니다.
석양은 어제보다 못했지만
하늘은 여전히 예쁩니다.
석양을 뒤로 하고 숙소로 돌아가 짐을 챙겨
마지막 기차를 타러 갔습니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 블라디보스톡으로.
아무르 강가에서 -박정대
그대 떠난 강가에서
나 노을처럼 한참을 저물었습니다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낮이
밤으로 몸 바꾸는 그 아득한 시간의 경계를
유목민처럼 오래 서성거렸습니다
그리움의 국경 그 허술한 말뚝을 넘어 반성도 없이
민가의 불빛들 또 함부로 일렁이며 돋아나고 발밑으로는
어둠이 조금씩 밀려와 채이고 있었습니다, 발밑의 어둠
내 머리 위의 어둠, 내 늑골에 첩첩이 쌓여 있는 어둠
내 몸에 불을 밝혀 스스로 한 그루 촛불나무로 타오르고 싶었습니다
그대 떠난 강가에서
그렇게 한참을 타오르다 보면 내 안의 돌멩이 하나
뜨겁게 달구어져 끝내는 내가 바라보는 어둠 속에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날 것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초저녁별들이 뜨기엔 아직 이른 시간이어서
야광나무 꽃잎들만 하얗게 돋아나던 이 지상의 저녁
정암사 적멸보궁 같은 한 채의 추억을 간직한 채
나 오래도록 아무르 강변을 서성거렸습니다
별빛을 향해 걷다가 어느덧 한 떨기 초저녁별로 피어나고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