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권대익 선생님과 이야기 하다가 생활복지운동 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인사 겸 글을 남깁니다.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은 2015년 처음으로 인사캠페인을 했습니다.
이름은 오픈마인드 (가양5단지를 변화시키고픈 마인드로 주민들의 마음을 여는 캠페인).
제가 속한 서비스제공2팀 핵심사업으로 시작하였지요. 아래는 한 해동안 캠페인을 한 후 후기입니다.
인사만
잘해도 인정 넘치는 동네가 됩니다 (2015년 인사캠페인 후기)
“인사부터 해봐요”
2014년 12월 가양5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주민들 50여분을 모시고
지역주민공청회를 열었다. 복지관이 입지한 가양5단지의 이슈와 문제를 서로 이야기하고 주민들과 복지관이 어떻게 하면 될지를 이야기하는 자리였다.
2,411세대에 7,000분에 가까운 주민들이 살고 있다 보니 다양한 문제들이 나왔다.
특히 소외, 고독사, 자살, 쓰레기투척, 층간소음, 화재, 음주, 공제협동조합만들기, 이웃돌봄도입,
독거어르신, 장애인세대 다수입주 등 다양한 이야기였다. 문제들의 원인으로는 주민의식과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그게 서로 관계가 깊지
않아서라고 하셨다. 주민들에게 해결책을 여쭤보니 몇몇 분이 인사를 말씀하셨다. “주민 간에 인사를 잘 하고 지내면 될 것 같습니다”, “인사부터
해봐요” 그래 2015년에는 주민들과 함께 서로 인사부터 시작해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인사캠페인을 복지관에서만 진행하면 복지관에서 하는 ‘좋은 이야기’로만 그칠 것 같았다.
주민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이니 주민들과 함께 하여 인사도, 캠페인도 주민들의 삶이 되기를 바랐다.
인사캠페인은 재미있습니다
어떻게 시작할까. 먼저는 인사캠페인이 어렵고
부담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는 일, 의미있는 일이라는 것을 인식시켜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재미있게 참여하다보면 의미를 찾게 되고 함께 할
사람들도 늘어날 거라고 보았다. 사업 시작시점인 5월에 어버이날이 있으니 어버이날에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행복하세요’, ‘건강하세요’ 같은 문구가 담긴 인사판넬을 8개를 만들어서 어버이날
어르신들에게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고 인사판넬을 선택하시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드렸다. 며칠 후 인화한 사진을 어르신들께 나누어 드리면서 선택하신
인사문구 대로 인사를 잘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어르신들은 사진을 드린 것에 대해 맘에 들어 하시면서 그렇게 하겠다고들 하셨다. 그렇게 만난
어르신이 150분이 넘었다.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복지관이고, 우리 단지에 어르신들이 많이 살고 계신다. 어버이날을 활용해
어르신들에게 올해 인사캠페인을 시작한다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복지관에 활동 열심히 하시는 어르신 열 분을 모시고 어버이날을 맞아
하고 싶은 활동을 여쭈었다. 그랬더니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를 보자고 하셨다.
어르신들 말씀대로 영화를 보자고 하고 어르신들에게 그럼 어떻게 준비할지를 여쭈었다. 그랬더니 홍보, 준비,
당일 업무도 모두 역할을 나누어서 알아서 하시기로 하셨다. 대신 담당자로서 영화상영 전에 인사캠페인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드렸다. 어르신들이 영화초대권을 만들어 달라고 하셨고 초대권으로 적극적으로 홍보하셨다. 전에는 사회복지사가 홍보하느라 바빴는데 어르신들이 그
역할을 해주신 것이다. 그랬더니 예전보다 두 배가 넘는 팔십분의 어르신들이 모이셨고 영화도 잘 즐기셨다. 거기에 인사캠페인에 대해 설명도 드리고
‘내 나이가 어때서’를 개사한 ‘인사하기 딱 좋은 나인데’를 함께 불렀다.
담당자의 포석은 잘 맞아떨어졌다. 어르신들은 인사캠페인에 대해 우호적으로 생각하셨고, 인사다짐사진이나
영화상영도 잘 즐기셨다. 무엇보다 이후 캠페인에 어르신들이 주축이 되어 참여해주셨다. 참여하신 어르신들은 “그럼 인사해야지. 근데
우리(어르신)는 인사 잘해요. 애들이나 젊은 사람들도 인사 잘 하면 좋겠어” “내가 만나는 사람들 마다 인사 잘하고 지내자고 그래” “암 인사
잘하면 좋지”하며 인사캠페인에 적극 호응해주셨다. 어버이날과 영화상영이라는 수단을 사용하여 어르신들에 대한 인사캠페인이라는 목적을 달성한
것이다.
관계가 먼저다
어르신 다음은 아동,
청소년들이었다. 마침 7월 말에 복지관에서 어린이살림장터가 열릴 예정이었다. 담당자는 대학생 실습생들과 함께 아이들에게 어떻게 인사캠페인을 할지
논의했다. 그 결과 ‘가위, 바위, 보’ 모양이 새겨진 실리콘 인사팔찌를 제작해서 인사놀이를 보급하기로 했다. 인사놀이는 인사팔찌를 찬 사람
둘이 만나면 먼저 인사를 한 후 뒤를 돌아 ‘가위, 바위, 보’ 중 하나를 선택하여 놀이를 하고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이 원하는 것 하나를
들어주는 놀이였다.
인사팔찌를 두 개씩 준비했다. 하나는 장터에 온 친구에게 주고, 하나는 앞으로 인사 잘하자는 메시지를 라벨에
적어 붙여 자기 친구에게 전해주라고 했다. 어린이살림장터에서 진행한 인사놀이 역시 호응이 좋았다. 장터 당일 곳곳에서 인사놀이가 진행되었고,
돌아간 아이들은 정말로 친구들에게 팔찌를 전했다고 했다.
하지만 어르신들과 진행한 캠페인과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으니 지속성이었다. 팔찌가 전해진 시점에는 뭔가 호응이
있었지만 지속되지는 못한 것이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결국 관계라는 답이 나왔다. 어르신들과는 복지관과 단지 안에서 자주 얼굴보고 안부를
나누는 관계지만, 아이들과는 자주 만날 일이 없었다. 어르신들과 가끔 만나면 인사캠페인 이야기도 하고 여쭙기도 했지만 아이들과는 그러지를
못했다. 다른 일들도 마찬가지이겠으나 결국 일보다 관계가 먼저라는 것과 관계가 중요함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악플이 무플보다 낫다
9월부터 본격적으로 인사에 관심 있는 주민들을
모집했다. 이리저리 동분서주한 결과 기존 어르신들 외에 열 분의 주민이 관심을 나타내셨다. 주민들과 어떻게 캠페인을 하면 좋을지 회의를 해보니
단지 중앙에 있는 ‘풀피리공원’ 놀이터에서 10월에 한번 해보자고 하셨다. 그래서 열 분과 함께 준비해서 캠페인을 했는데 막상 당일이 되니
놀이터는 썰렁했고 준비팀 열 분조차 모이지 않았다. 그래도 준비해간 대로 인사앙케이트 스티커설문과 인사다짐사진 촬영을 하며 캠페인을
했다.
옆에서 그 장면을 지켜보시던 허준작은사랑나눔회 회장님이 담당자를 찾으셨다. “아니 어떻게 캠페인을 이렇게
대충할 수가 있어. 사람들도 없는 시간에 나와가지고는 이렇게 하면 캠페인이 되나. 그리고 관장님도 안 나오고 도대체 뭘 하겠나는 거야.
복지관에서 대충 하는 시늉만 하는 거야.” 원래 주민들과 함께 준비했고 주민들 의견에 따라 해봤다고 하고 관장님이 다른 일로 못오셨다고도
설명드렸다. 그래도 제대로 하라고 계속 안좋은 말씀을 하셨다. 내일 다시 만나서 이야기 좀 나누자고 하고 연락처를
받았다.
다음날 연락을 드려서 만났다. 어제보다는 좀 누그러지셨지만 그래도 여전히 같은 말씀을 하셨다. “맞는
말씀이에요. 회장님 그럼 어떻게 해보면 좋을까요?” 여쭈었더니 자기 의견을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셨다. “우리 단체랑 한번 해보지. 그리고 한군데
있을게 아니라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하면 좋겠어. 관장님도 좀 나오시고. 그래야 아 이게 중요한 거구나 할 거 아니야.” 임원분들과 다음에 다시
만났고 날짜와 시간,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했다.
그리고 11월 24일 허준작은사랑나눔회 회원들과 함께 가양5단지 가두인사캠페인을 했다. “이제야 좀 제대로
하는 것 같네” 캠페인 후 소감나누기에서 회장님과 회원들 모두 뿌듯해하셨다. 담당자는 이 기회를 놓칠세라 그럼 내년에도 두세번 같이 해볼지를
여쭈었고 회원 전원이 흔쾌히 동의해주셨다. 어떤 사업을 하다보면 비판적인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비판을 한다는 것은 그 일에 어떤 관심이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니 그 관심을 놓쳐서는 안된다.
내년에도 인사캠페인
어르신캠페인, 인사놀이, 가두캠페인 말고도 복지관 아래층에 있는 장수경로당과 함께 인사캠페인도 했고,
가양2동주민축제에서도 부스 공간을 얻어서 캠페인을 했다. 첫해라 좌충우돌하기도 했고 메르스정국에는 아예 캠페인 자체를 못하기도 했다. 그래도
올해 인사캠페인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재미있게 시작하기, 관계 먼저 세우기, 관심을 참여로 돌리기 같은 배운 점 외에도
캠페인 도구, 방법들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경로당, 허준작은사랑나눔회 라는 지속적으로 함께 할 파트너가 생겼다. “이거 잘하는 거야. 그럼
인사를 잘해야 사람 사는 것 같지” 마지막으로 인사캠페인에 대한 주민들의 이미지는 덤이다. 이 글 제목처럼 인정 넘치는 동네가 되는 그 날까지
인사캠페인을 쭈욱~ 이어가겠다.
첫댓글 동네에 이런저런 문제가 있어도, 문제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고, 이웃 사이 관계를 살리려 했습니다.
악플보다 무서운 게 무플.
외로움이 두려워 고통스러워도 모임 속에 들어가려한다는 청소년 이야기가 떠오릅니다.
사람 사이 관계를 잇는 사회사업가의 일이 귀합니다.
"올해 인사캠페인을 하면서 얻은 것이 있다. 앞서 살펴본 것처럼 재미있게 시작하기, 관계 먼저 세우기, 관심을 참여로 돌리기 같은 배운 점 외에도 캠페인 도구, 방법들이 정착되었다. 그리고 경로당, 허준작은사랑나눔회 라는 지속적으로 함께 할 파트너가 생겼다."
올해 진행하는 캠페인 이야기도 꾸준히 나눠주세요. 김상진 선생님 실천이 귀하고, 함께 생활복지운동(캠페인) 진행하는 분들에게도 도전이 되고, 배움이 됩니다.
이렇게 함께 생활복지운동 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든든해요.
이 시대, 우리 사회에서 복지관이 적극적으로 나서야하는 일이 생활복지운동이라 생각해요.
올해 여러 선생님 실천 이야기 잘 모아 정리하여 소개하면, 내년에는 더 많은 분들이 함께할 겁니다.
응원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