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17~18년전 이병철회장님을 모시던 안양골프장 총지배인 시절의 이야기를 하나 하고자 한다. 그때 사무실과 고객의 탈의실 등에 글귀를 하나 써서 액자로 게시하였는데, 이것 때문에 마음이 조마조마하여 상당기간 신경을 쓴적이 있었다. 회장님이 이 글귀를 보신다면 혼날까 봐서였다. 그 글귀는 다음과 같았다.
나의 회사는
처음에는 내가 필요로한 회사였으며
지금은 회사가 필요로하는 나이어야겠으며
떠난 후에는 다시 나에게 필요한 회사가 되어야겠다.
- 안양맨의 평생직장
둘째줄 까지는 좋았는데 ‘떠난후에는...’이라고 세번째 줄을 거론한 것이 무척 신경쓰였었다. “너는 직원들이 회사를 나가기를 원한단 말이냐? 아니면 불안을 조성하려느냐?" 라고 질책이 떨어질까봐 조마조마했던 것이다.
그 당시만해도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영원히 한곳에 머무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 글귀는 오해하기 십상이었다. 물론 끝내 꾸중은 듣지 않았었고 많은 고객들은 그 글귀를 베껴가곤 하였다.
세월이 흘러 IMF가 오면서 평생직장이 평생직업으로 바뀌는 것까지는 온 국민의 상식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러나, 우리들은 평생직장의 일하는 장소를 한곳이 아니고 무한대의 범위까지 넓혀 어느 곳에서 일을 해도 평생 마음을 같이 한다면 평생 같은 한국의 하늘 아래 아니면 지구상에 같이 일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느냐? 하는 마음의 직장을 뜻하는 것으로써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과 같은 정신을 직장에서도 적용해야 한다는 정신세계를 슬로건처럼 내걸었던 것이었다. ‘회사를 그만두면 그 슬로건의 정신하에서는 삼성을 떠난 사람도 영원한 삼성맨이 되고, 거의 대부분 골프계통에 일하는 사람인 안양골프장 출신들은 ‘어는 골프장에 가 있어도 한가족처럼 지내는 큰 정신세계가 우리들의 정신세계이다.’라고 천명하는 것이 되었고, 그것을 우리는 실천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래서 그 당시에 저는 흘러간 OB가족을 위한 골프장 초청 일을 벚꽃이 만발할 때 맞추어 시행하고, 평소에는 옛 가족들이 회사와 무엇이든 의논하고, 상담하고,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오게 하고, 각 부서마다 최고참을‘가문담당’으로 지명하여 OB가족이 찾아오면 가문담당은 사내에서 지출하는 모든 비용은 예산과 관계없이 사전에 집행하도록 하여 떠난 후에도 다시 찾아올 수 있는 곳을 회사 스스로가 만들어 주었던 것이 지금부터 17~18년전 일인 것이다.
요즘은 제가 일로서 하고 있는 몇 군데의 캐디아웃소싱 골프장에서도 캐디들에게 이 정신적 슬로건을 실천하고 있다. 퇴직 후 시집을 가도 그들의 가족까지도 함께 의논하고 걱정하며 살아가는 ‘함께가기 운동’을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들이 바라고 원했던 ‘평생직장’이라는 뜻을 거듭 강조해보면 ‘평생 어느 곳 어느 직장이든 우리는 함께!’라는 뜻으로 최소 대한민국 전체 땅을 한 장소로 보기운동이고, 지구 어느 곳이든 한 곳으로 보자는 운동인 것이다. 우리의 좋은 만남의 인연은 누구도 그 관계를 뗄 수 없다는 것으로써 그것은 마치 내딸이 시집가서 부산에 살고 있어도 부녀간인 것처럼...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모두 다 좋은 만남이 끝까지 좋게 가는 것은 아니어서 안타까울 뿐이다. 직장을 그만두면 마치 적군처럼 생각하던 옛날 인식은 거의 사라지고 있지만, 단 하루라도 흘린 땀을 소중히 여긴다면 하루근무하고 떠나는 일용인부조차도 그 땀을 인정하고 함께 못함을 아쉬워 할 줄 알 때, 10년지기 애인과도 아름다운 이별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OB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하나 더 하고자 한다. 그리고 무척 궁금하다. 전국 각 골프장의 통계를 조사해 보고 싶은 것이 있다. 전직 임원들이 친정의 골프코스에서 라운드시 어떤 대우를 하고 있는지? 이다. 골프장마다의 가치관과 철학을 엿볼 수 있을 것이다. 크게 보는지 작게 보는지, 혹여 소탐대실의 잔계산은 하고 있지 않은지? 그 계산은 전적으로 CEO의 계산이라기보다는 대부분은 오너의 계산 아니면 멍청한 맹목적인 충성꾼의 계산인 것을 잘 안다. 여하튼 정부의 관리들에 대한 전관예우는 없어도 땀 흘린 그들에게 마음을 쓸 가치는 무척 크다고 본다. 가령 어떤 사람의 진심을 알려면 그 사람의 숨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근거리의 사람의 말을 들으면 제일 잘 알 것이다. 즉 그들이 바로 OB가족들인 것이다. 모르는 타인에게 아무리 다른 말로 미사여구를 써서 그런 철학이 아니라고 변명을 해도 통하지 않는 것은 그들을 통하여 진실이 탄로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OB가족들을 잘 대우해주면 현재 근무하고 있는 YB의 사기가 올라간다는 진리를 알아주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어제의 YB’가 ‘내일의 OB’를 위한 따끔한 충고임을 깨달을 줄 알아야 하는데도, 마치 한국의 정치판처럼 전임자의 구속 등 역사의 단절을 통해서 자신의 위상을 만들어가는 그러한 악습을 골프장업계에서는 본받지 말았으면 하는 목적에서 한 이야기들이다. 골프사업은 정치학이 아니고 경영학책대로 해야 하기 때문에...
나는 지금 이 순간에도 평생직장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 더없이 행복하다고 자신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