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성탄 대축일 밤미사
“하늘 높은 곳에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가 사랑하시는 사람들에게 평화.”(“δόξα ἐν ὑψίστοις θεῷ καὶ ἐπὶ γῆς εἰρήνη ἐν ἀνθρώποις εὐδοκίας”, “gloria in altissimis Deo et in terra pax in hominibus bonae voluntatis”: 루카 2,14) 대림 시기동안 중단되었던 대영광송의 찬송이 오늘 아기 예수님의 탄생을 맞아 다시 선포됩니다.
구세주의 성탄을 맞이하여 하느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축복과 평화를 풍성히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주님께서는 어둡고 힘들고 차가운 이 세상에 구원과 평화를 주시려 한 인간으로 태어나셨습니다. 특별히 우리 곁에 있는 가난한 이, 우는 이, 고통 중에 신음하는 이, 외로움 속에 버려진 모든 이에게 오신 주님의 위로가 가득하고, 찢어진 우리 사회와 분단의 상처를 깊이 안고 있는 이 땅 한반도에, 구세주께서 당신 평화를 베풀어주시기를 간절히 빕니다.
성탄절의 메시지는 ‘희망과 기쁨을 선포하는 것’입니다.
아기 예수님의 성탄의 기쁨을 오늘 제 1 독서에서 이사야 예언자는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암흑의 땅에 사는 이들에게 빛이 비칩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 사람들이 당신 앞에서 기뻐합니다, 수확할 때 기뻐하듯 전리품을 나눌 때 즐거워하듯.”(이사 9,1-2)
오늘 복음에서 천사가 들에서 양을 치는 목자들에게 “두려워하지 마라. 보라, 나는 온 백성에게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너희에게 전한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μὴ φοβεῖσθε, ἰδοὺ γὰρ εὐαγγελίζομαι ὑμῖν χαρὰν μεγάλην ἥτις ἔσται παντὶ τῷ λαῷ, ὅτι ἐτέχθη ὑμῖν σήμερον σωτὴρ ὅς ἐστιν χριστὸς κύριος ἐν πόλει Δαυίδ.”: 루카 2,10ㄴ-11)고 말합니다. 이 기쁜 소식은 2000년 전 베들레헴에 있었던 지나간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전해지는 기쁜 소식, 곧 하느님의 복음입니다.
이 소식을 듣고 겁에 질려 떨고 있는 목동들에게 천사는 이어 “너희는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를 보게 될 터인데, 그것이 너희를 위한 표징이다.”(“ καὶ τοῦτο ὑμῖν τὸ σημεῖον, εὑρήσετε βρέφος ἐσπαργανωμένον καὶ κείμενον ἐν φάτνῃ.”: 루카 2,12)고 말합니다. 이 말씀이 끝나자 수많은 하늘의 군대가 갑자기 나타나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느님께 영광, 땅에서는 그분 마음에 드는 사람들에게 평화!” 하고 하느님을 찬양합니다.
그 옛날 이스라엘 백성들을 사로잡았던 불안과 어둠은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전쟁, 특히 하느님을 믿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과 가자의 전쟁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불안에 떨고 있고, 또 많은 이들이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대통령의 계엄 선포로 국민들의 기본적인 주권이 부정되고, 경제 불황으로 많은 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우리 인간을 지극히 사랑하시어 하느님께서 비천한 인간 모습을 취하신 이 밤입니다.
사랑이 무엇일까요? 어떤 이는 사랑의 어원을 ‘사량’(思量), 곧 ‘생각의 양’이라고 말하면서 사랑을 ‘생각한다.’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면 계속 그 상대방이 생각납니다. 그렇다면 얼마만큼 생각해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 번? 두 번? 아닙니다. 현철 씨의 노랫말처럼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사랑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성탄과 관련해 예로니모 성인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주님의 성탄이 아무리 수백ㆍ수천 번 되풀이된다 할지라도, 우리 각자 마음 안에 예수님께서 탄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예수님께서 수천 번 오신다 해도 우리 자신이 그분 때문에 변화되지 않는다면 주님 강생의 의미는 없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 예수님의 탄생을 마음으로부터 기뻐하고 축하하면서 나 자신의 새로운 변화를 다짐해야 합니다.
아버지 어깨를 주무르면, 내 어깨가 풀리고,
어머니 등을 두드리면, 내 등이 더 시원합니다.
아내의 발을 씻겨 주면, 내 발이 깨끗해지고,
남편의 손을 잡아주면, 내 손이 더 힘을 얻습니다.
주고서 기쁘고,
힘을 쓰고 힘을 얻고
낮아지고 감사한 일은
사랑밖에 없습니다.
이제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 예수님의 기쁜 성탄을 맞이하면서 바로 지금 그 기쁨을 함께 했으면 합니다. 그때 우리는 바로 지금 우리 옆에 계신 예수님을 느낄 수가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