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 여주문학 32호 장강/강 희수 7/28
숨을 쉴수록
더 깊이 발목을 삼키는 늪
나는 오래도록
세월의 늪에 갇혀
발자국보다 무거운 흔적을 끌어안고
빛 한 줄기 닿지 않는 곳으로
조용히 가라앉는다.
잊으려 할수록
더 선명해지는 기억
지우려 할수록
더 깊어지는 자국
몸부림은 물결만 일으킬 뿐
늪은 말없이 나를 품는다.
허상 같은 시절을 좇았고
욕망의 그림자를 사랑했다.
벗어던졌다고 믿었던 시간들이
다시 발목을 감아 오고
나는 끝내
제 그림자를 끌어안은 채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
갈망은 늪이 되고
희망마저 진흙이 되는 밤
숨을 들이쉴수록
어둠은 더 짙어지고
희미한 하늘 한 조각만
늪 위에 떠있다
서글픈 가을
들녘은
익은 숨결을 내려놓고
느리게 빛을 접는다.
바람은 스쳐 지나가며
이름 없는 것들의 시간을 흔들고
사라지는 것들만이 또렷해진다.
환하게 웃던 날들의 가장자리에
기쁨은 이미 먼 계절의
그림자처럼 손끝에서 부서진다.
비워진 들녘
낮게 내려앉은 적막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침묵으로 흔든다.
순리라 불리던 길은 이별을 준비하고
늦은 빛 하나
끝내 식어가는 자리에
계절은 스스로를 덮는다.
서글픔은 이름도 없이
겨울로 스며들고
사람 꽃
어느 날 문득
한 송이 꽃이 내게 왔다.
꽃밭은 수없이 짓밟혀도
꽃은 끝내 피어나고,
상처 깊은 곳에서 번지는 향기는
가슴 한켠에 오래 머물며
지독한 사랑을 심어 놓는다.
다가설 수 없을 만큼 버려진 마음에
눈물은 뿌리처럼 스며들고
울음을 견디는 침묵 끝에서
한 송이 꽃은 더욱
깊은 향기를 피워 올린다.
미처 알아보지 못했던
사람이라는 꽃.
말없이 내 등을 다독이며
목련 한 그루의 향기로
봄을 건네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