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글을 읽지 못하던 두 살 정도부터 잠자리에서 함께 책을 보곤했다. 아이가 나중에 ‘읽게’ 되었을 때는 10권 중 3 권 정도를 영어 책으로 정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영어 비디오를 볼 때는 함께 앉아 보면서 재미있다고 깔깔거리는 ‘오버’를 해보이는 식으로 작전을 바꿨다. 이맘때 아이가 보는 책이나 비디오에서 나오는 영어란 그 한계가 나름대로 분명해서 자주 보는 비디오에서 “Look at that~!” (저 ~ 좀 봐!), “Come and see~.” (이리 와서 ~를 좀 봐.)라는 식의, 자주 나오는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책에서도 만날 수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더욱 강하게 힘을 주어 두어 번 더 반복해서 읽어줘 아이의 귀에, 머리에 그 표현을 ‘덩어리’로 인식하게 했다. 비디오를 함께 볼 때 ‘주요 표현’이다 싶은 것이 나오면, 엄마인 내가 옆에서 마치 배우는 학생처럼, 몇 번을 따라 말해보는 모습을 일부러 보여줌으로써 아이로 하여금 조금 더 특별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책을 읽어줄 때는 큰소리로 또박또박 감정을 잔뜩 실어서 읽어주는 게 좋다. 나중에는 아이와 한 줄 한 줄, 또는 한 페이지씩 번갈아가며 나눠 읽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좀더 집중해서 내용과 언어에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 그림과 소리를 함께 접하게 함으로써 어떤 표현이 어떤 상황에서 주로 쓰인다는 것을 이해하게 한 다음, 상점이나 거리에서 다른 상황과 사물들을 놓고 새로운 문장으로 만들어 말해주었다.
즉 “Look at that. That’s an apple. A red apple! It looks delicious!” 등으로 아이가 충분히 이해할 정도의 단어나 간단한 문장으로 응용해서 말해보는 것이다. 책과 비디오(또는 오디오 테이프나 인터넷, 컴퓨터 자료도 훌륭한 자료가 되는 것은 물론이다) 등으로 아이가 한 번 경험한 내용을 이제 아이의 실생활에서도 활용해본다면, 백지에 100번을 반복해서 써보는 것보다 훨씬 아이에게는 ‘살아있는’ 영어로 느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런 식으로 처음에는 단어만을, 그 다음에는 두 개의 단어를 서로 이어 붙여 말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즉 처음엔 apple만 알게 하고 다음에 a red apple을 말하게 하는 것)그러면서 문장 안에 단어 수를 조금씩 늘려갔다. 그 다음에는 “Do you want this?” (너 이거 줄까?)같이 Yes 나 No 또는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만도 답변을 할 수 있는 간단한 질문을 알아듣게 하는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이어가는 것이 아이에게나 부모에게 고통스러운 부담을 주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에게 “영어 환경”을 마련해준다는 것이, 하루 종일 영어 TV만을 크게 틀어놓고 원어민 선생님과 1대1 회화 과외를 받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기다려주지 않고 급하게 억지로 한꺼번에 많이 떠먹이려는’ 영어 공부는 오히려 어린 아이에게 영어에 대한 부담만을 주고 결과적으로 아이가 커서까지 영어에 대한 ‘안 좋은 추억’을 갖게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는 숱한 실패담을 통해 알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하느냐’에 있다고 봐야 한다.
작은 일이라도 아이가 진심으로 관심을 가지고 즐겨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그 안에 영어를 조금만 끼워 준다는 식이면 충분하다. 그러나 자주 조금씩 반복해줄 때 아이는 비로소 영어를 부담 없는 친구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