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가깝더라구요
달그락 시작
제일고에 달그락 신입 청소년 모집을 하러 갔다. 50여 명의 교내 동아리 대표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달그락 공간에 대해 알리고, 활동할 수 있는 내용을 설명했다. 활동 소개 시간이 끝난 후 더 궁금한 점이 있는 청소년들은 그 교실에 남아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10명의 청소년들이 남았다.
“어느정도의 주기로 활동해야 하나요?”, “동아리원들을 설득해서 데려와야 하는데 어떻게 하죠”, “달그락에서는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나요?” 여러 질문이 오갔다. 학교 석식을 먹는 시간에 남았던 청소년들은 그 시간이 끝나가고 있는데 계속 그곳에 있었다. 모두가 가고, 마지막에 조심스레 종이 하나를 꺼내던 친구가 있었다. 민준 청소년 이었다. 자원봉사 동아리를 만들려고 친구들을 모았는데 활동이 막막했다며 달그락과 함께 하고 싶다고 했다. 그 종이는 몇글자의 글자가 적힌 교내 자율동아리 신청서 였다. 시간이 없었고 몇마디를 나눈 후 명함을 주고 학교를 나왔다. “선생님 몇 개의 동아리가 신청할까요?‘, ”글쎄요. 저는 마지막 친구는 올 것 같더라구요. 그 시간까지 이야기를 하겠다고 남은 것이 대단하던데요“ 이번 활동소개는 제일고에서 희망을 본 것 같다며 이준혁 간사와 대화를 나누며 달그락으로 돌아왔다.
그 다음주 전화가 왔다.“선생님 안녕하세요 저 지난주 자치기구 상담했던 박민준이라고 합니다. 잠시 통화 가능하실까요? 제가 친구들하고 이야기를 나누어 봤는데 달그락으로 한번 찾아뵈려구요.” 만날 시간을 전하고 전화를 마쳤다. “감사합니다.” 공손히 인사하던 민준 청소년은 늦지 않게 가겠다며 학교가 마치는 시간을 자세히도 알려주었다. 혹시나 늦으면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부대표로 활동하기로 했다며 기훈 청소년이 민준 청소년과 같이 달그락으로 왔다. 학교에서 자치기구 가입상담을 나누었을 때 동아리에서 이루고 싶은 목적에 대해 구성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고 달그락으로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달그락을 두리번거리던 민준 청소년은 이내 파일을 하나 가방에서 꺼냈다. 파일에서 하나씩 테이블에 내려놓는 종이에는 동아리원 명단, 그들과 활동에 대해 의견을 나눴던 기록들이 적혀 있었다. “친구들과 모일 시간이 따로 없어서 각 반에 제가 찾아갔어요.” 10명의 반에 일일이 찾아간 것이 지금까지는 쉽게 볼 수 없던 열정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민준 청소년은 오히려 모여서 의논하지 못해 너무 아쉬웠다고 했다. 부원들의 생각을 듣기 위해 찾아갔을 민준 청소년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작을 잘해보고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러 가지로 바쁜 학기 초 온누리 자치기구는 시작을 알렸다.
"자자- 지금부터는 경어를 사용해 주시길 바라며 1차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민준 청소년의 외침. 제일고 한 교실에서 만난 청소년들은 연간 활동을 계획하고 회칙을 만들었다. 동아리 담당이라고 소개하는 교사도 함께 인사를 나누었다. “저는 달그락 이라는 곳을 처음 들어봤어요. 민준이가 오늘 중요한 날이라고 꼭 오라고 해서 왔더니 열심히 잘 논의하네요. 기회를 같이 만들어 가는 것 같아 감사해요.” 인사를 전하신다. 첫 번째 모임에서 군산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사회변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를 나누는 청소년들. 아름다운 지역사회 건설에 이바지하겠다는 목적을 정했다.
군산 시장 찾기
군산은 도농복합도시라고 불리운다. 1~4차 산업에 해당되는 지형적 조건과 산업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중 전통시장은 6곳에 달한다. 어류, 어패류, 채소류, 육류, 건어물 등 여러 식자재들과 생필품들을 판매한다. 대기업의 ssm 사업 확장과 롯데몰 등 대형 쇼핑몰의 등장으로 시장을 찾는 발길이 뜸한 최근, 군산의 경제위기 이후 시장의 사정은 더욱 어려워졌다. 규제를 피해 생겨나는 기업형 슈퍼마켓들은 한 골목 건너 하나씩 생겨나고 있다. 길거리에는 임대 표시를 붙인 가게들이 즐비하고 옷가게, 식당 등은 한자리에 들어왔다 나갔다를 반복한다. 그런 실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민준, 기훈 청소년은 시장을 한번 다녀와 보겠다고 말헀다.
달그락에서 첫 번째 전체모임 아침 일찍 모인 청소년들은 본격적인 활동계획을 잡는다. 군산에 있는 6곳의 시장을 알리는 공익광고를 제작하는 것이 주요 활동이라고 밑줄을 쳐본다. 시장별로 사전조사 팀을 구성하고 그곳에서 어떤 점을 알아볼지 고민했다. 어떤 물건을 판매하는지, 가기 위한 대중교통 노선은 어떻게 되는지 알아보려 했다. 위생과 다양한 판매물품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을 찾으려고 말이다.
“나 얼마전에 학교에서 현장체험학습 장소 고르라고 해서 대야시장을 가보았는데 장이 열리는 날이 아니라 아무것도 못보고 그냥 돌아왔어. 우리 시장이 열리는 주기도 꼭 알리자” 민준 청소년이 이야기에 다들 동의하고 시장조사표에 들어갈 항목을 정한다. 각자의 의견을 모아 화이트보드에 목록을 적는 서기 민호 청소년. 모든 것을 적어 오는 것보다는 사진을 찍어 오자는 제안도 있었다. 가는 방법, 주요품목, 시장의 좋은 점 등이 결정되었다.
회의가 끝났다. 달그락이라는 공간이 신기한 듯 몇몇 청소년들은 남아서 이것저것 만져도 보고 사진도 찍는다. 서기를 맡은 청소년은 컴퓨터가 있어서 바로 검색과 문서작업이 되니 너무 좋다고 아예 자리를 옮겨 앉아 열심히 회의 내용을 옮겨 적는다.
그렇게 돌아오는 토요일 대야 시장을 갔다. 곳곳에 있는 표지판도 유심히 보고 이곳에서는 어떤 품목을 판매하는지 촬영한 것을 단톡방에 공유해주는 청소년들, 생각보다 잘 정리되어 있다며 놀라기도 하고, 번호만으로 표시된 곳을 간판이나 전체 안내표가 있으면 좋지 않을까 후기를 나눈다. 같은 날 또 한 팀은 공설시장을 찾았다. 야외 시장과 건물 안의 시장을 비교해보았다고 했다. 오늘 본 시장을 군산시민들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청소년들, 시장으로 가까이 가고 있었다.
청소년 유튜버의 시장에서 재료찾기
“유튜버 주인공은 요리를 하기위해 재료를 찾는다. 하지만 요리에 필요한 재료가 없다. 주인공은 부족한 재료를 사기위해 밖으로 나와 재료를 찾아보지만 영상을 찍으러 나왔던 새벽시간에 문을 연 가게가 없다. 주인공은 새벽시간에도 문을 여는 가게를 찾다가 인터넷에서 우연히 새벽시장을 다룬 영상을 보게 된다. 마침 집 근처 였던터라 곧장 시장으로 떠난다. 하지만 시장에 도착한 주인공에겐 의문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그 의문의 목소리는 주인공에게 새벽시장에 대해 소개해주고 주인공은 이를 따라 쇼핑을 한다. 구매한 물건을 다 산 후 주인공은 집으로 가려 하는데 자신의 손에 잔뜩 들려진 물건들을 보고 놀라면서 영상 끝(놀라는 모습은 끊어야함 이거 중요)” - 광고 제작 시나리오 초안-
온누리는 2달간 군산에 있는 5곳의 시장을 탐방하고 조사했다. 군산지역 특색을 담은 시장들의 모습에 놀라기도 하고 각자 다른 분위기와 구조를 비교해보기도 했다. 그중 어떤 시장을 컨셉으로 광고를 만들고 스토리를 구성할지 토론하는 시간이 있었다. 자신들의 각자 다녀온 시장에 대해 소감을 말하고 부곽 시켰으면 하는 점을 나누었다.
그런데 이야기 하다보니 역전 종합상가 새벽시장 한곳을 안간 것을 알았다. 그 주 새벽에 만날 일정을 정한다. 오전 6시 30분이라는 시간을 정하고 가능한 친구들 명단을 적는다. 전원 참석을 하자고 말하는 민준 청소년, 참석명단에는 모든 회원들의 이름이 적혔다.
광고의 유형에 대해 승재가 '브이로그'형식을 제안한다. 친구들이 브이로그가 뭔지 처음 들어본다고 물으니 학교 컴퓨터를 통해 재빠르게 검색해서 보여주는 임원 민호 청소년. “아 우리가 이렇게 어떻게 표현해”라며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었다, 그때 기훈 청소년이 생생정보통 리포터와 똑같이 할 수 있다는 친구들의 제보가 나왔다. “아아, 네 제가 새벽시장에 와봤는데요. 아무도 없네요 라고 하고 싶지만 정말 사람이 많군요! 그럼 저와 함께 들어가 보실까요?”시연을 해보는 기훈 청소년을 본 친구들은 이 정도면 우리가 광고 왕이 될 수 있겠다며 다같이 박수를 친다. 시나리오 구성담당과 편집, 주인공 등 각자의 역할도 자신들의 과거 경력을 이야기 하며 자신감을 보이며 결정했다. '청소년 유투버의 새벽시장 재료 구매기'가 이번 군산시장 공익광고 1편의 컨셉이다.
토요일 아침 6시 30분 역전 종합상가 앞에 모인 청소년들은 촬영을 하기위해 분주하다. 야채를 어떤 종류를 살지 어느 골목에 가야 우리가 원하는 재료가 있는지 한번 둘러본다. 군산의 역전시장 아침은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모여서 웅성웅성 이야기 하는 우리를 보고 한참을 웃던 떡집 아주머니는 아침에 나오느라 수고한거 같던데 떡을 먹어보라며 건네신다. 그렇게 꿀떡과 인절미를 하나씩 사서 나눠먹으며 촬영을 시작했다.
5월부터 공익광고 제작 달그락프로젝트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 유승지 청년은 놀라움을 말했다. “저 첫차 탔는데 친구들이 이미 다 모여 있어서 깜 짝 놀랐어요” 청소년들의 촬영 곳곳에 함께 한다. 영상을 다른 각도에서 찍어보기도 하고, 함께 셀카도 남기며 촬영팀을 중심으로 6명의 청소년들과 자원활동가가 이어져 있다.
함께해서 즐거운 시간
촬영을 마치고 시장에서 아침으로 국밥을 먹고 달그락 걸어오던 길이었다. 시간은 8시 남짓, 갑자기 날씨가 더워지던 날이었다. 성재 청소년은 자신이 아이스크림을 살 수 있는 쿠폰이 있다며 상가를 두리번 거렸는데, 아직 문이 열려있지 않았다. 그렇게 다같이 걸어오던 20여분 남짓, 자치기구에 들어오게 된 계기, 촬영 소감 등 후기를 나누게 되었다. “민준이가 동아리 만든다고 해서 가입했는데 이거 참 일이 커졌네요”, “친구들하고 이렇게 보람있는 일을 하러 다닌 다는 것이 신기해요”, “너무 배부른것도 같아요. 우리 다음에는 요리를 직접 달그락에서 해보죠!”, “선생님 선생님은 왜 우리 팀에 활동가로 지원했어요?” “군산은 역시 해산물도 시장에서 많이 파네요.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아서 너무 신기했어요”
9시가 땡하자 어디론가 나가는 성재는 기어코 아이스크림을 사왔다. 다같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평가회의가 이어졌다. 뿌뜻한 미소를 띄고 있는 성재와 고맙다고 말하는 친구들.
온누리 자치기구 청소년들은 달그락 달력에 들어갈 단체사진을 찍으며 새벽에 장을 봐 온 양파를 하나씩 집는다. 촬영 때 산 양파와 감자가 한가득 이었기에 진짜 카레를 만들어 먹을까 하다가 민준 청소년은 오후에 있을 대표자회의 회의 때 삶아먹기로 하고 보관했다. 영상을 보며 추가 촬영을 결정하는 청소년들, 우리 그때는 또 어쩐 즐거움이 있을까요? / 이경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