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각도 수련기
화명수련원 최 수 민
《입도동기와 기초수련》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건강하고 활발한 사회생활을 이어가고 있던 저에게 갑작스럽게 시작된 병고는 제 삶에 모든 부분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습니다.
독일 여행 중 좌측 다리에 견딜 수 없는 심한 통증으로 잠 못 드는 날이 많았고 입국 후 집으로 오는 길에 상태가 더욱 심각해져 저의 좌측 다리는 터질 듯한 통증 속에 코끼리 다리처럼 부어 있었습니다.
살을 찢는 듯한 통증으로 병원에 긴급 입원하게 되었고 병원 검사 결과 심부정맥 혈전증으로 가장 위독한 상태이며 조금만 늦었더라면 다리를 절단해야 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견을 듣게 되었습니다. 다리에는 온갖 기계를 꽂아 놓은 상태로 움직일 수 없었고 1박 2일간의 혈전 용해술과 여러 개의 필터 삽입을 위해 목 동맥을 뚫어 놓아 동맥에서 흘러나온 피로 온 침대가 흥건히 물들었으며 저는 이내 정신을 잃기도 했습니다. 풍선 성형 확장술도 받았으나 아무런 호전이 없어서 대정맥에 스턴트 3개도 시술을 하였습니다.
매일 참기 힘든 통증에 괴성을 질러댔고 예전처럼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황에 절망감만 더해 갔습니다. 설상가상 사용하던 약물인 헤파린마저 부작용을 일으켜 경련과 마비 증세로 하루하루를 고통과 공포 속에서 보냈습니다. 그렇게 호전이 더디고 다리 통증은 여전히 심한 상태임에도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었습니다.
퇴원해서도 매일같이 계속되는 통증을 견디지 못해 내 스스로 머리를 벽에다 찧어 피투성이가 되는 날도 많았으며 퉁퉁 부은 다리는 스치기만 해도 터질 듯한 고통에 휩싸였습니다.
그런 저에게 병원 교수님께서는 현대의학으로 할 수 있는 치료는 다 했으니 나머지는 환자의 몫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순간의 암담함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괴롭고 죽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던 중 저를 안타까워 하던 지인분의 적극적인 권유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2014년 화명수련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를 처음 본 도우 분들도 앉기도 서기도 힘든 저의 몸 상태를 보고 일주일도 채 수련을 하기 힘들 것 같다고 얘기할 정도였습니다. 여러 걱정 속에서 원장님으로부터 국선도 단전호흡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일단 한번 수련해보고자 마음을 먹게 되었습니다. 제 인생에 또 다른 길이 열리는 순간 이었습니다.
《중기단법 수련과정과 효과》
중기단법 전편 수련을 시작한 며칠 동안은 입문 호흡과 준비, 정리 운동의 동작을 익히는데 열중하였습니다.
원장님께서 호흡을 할 때는 모든 생각과 마음을 단전에 둔 채 자신의 호흡을 가만히 들여다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준비, 정리 운동 할 때는 자신의 몸에 맞게 무리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렇게 원장님 말씀에 귀 기울이며 하루하루 수련을 하였습니다.
행공하는 도중에 호흡이 원활하지 않으면 바로 행공을 접고 누워서 호흡을 가다듬고 호흡에 집중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저의 마음은 삶의 끈을 놓아 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우울감이 계속되는 상태였고 그로 인해 매일 수련에 임했음에도 호흡에 집중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러다 중기후편으로 들어서면서 서서히 정서적인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수련 중에 마음이 가라앉고 평온해짐을 느끼며 호흡도 조금씩 나아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며 그렇게 저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에 안정을 찾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꾸준히 수련에 임할 수 있게 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건곤단법 수련과정과 효과》
건곤단법 수련을 시작하면서 지식호흡 때문에 진땀을 흘렸던 기억이 납니다. 건곤단법부터는 임독을 유통하여 호흡을 해야 하는 동작이 있는데 생각으로만 돌릴 뿐 기가 움직이는 것을 느껴 볼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습니다. 건곤단법 행공 2~3주 동안은 다리가 많이 후들거렸는데 저의 몸 상태가 그에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인 듯 했습니다.
그 당시 저의 보행은 수련으로 인해 호전은 되었으나 정상적이지 못하여 다리를 끌고 절룩거리며 다니는 정도였고 통증으로 인해 애써 걸어도 10분도 채 걷기가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리고 이내 명현현상이 찾아왔습니다. 우측 엉덩이 바로 아래 고관절까지 근육이 심하게 땅겨서 아파 왔기 때문에 다리를 찢는 준비운동은 무리가 생겨 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얼마 후 그 증상은 사라지고 뻣뻣했던 몸은 점점 가벼워졌으며 안 되던 동작이 조금씩 바른 자세로 되어가면서 호흡도 수월해져 갔습니다.
건곤단법 끝날 무렵부터는 훨씬 보행이 나아졌고 조금씩 정상적인 보행에 가까워지는 저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은 곤의 축법도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게 되기 시작하였고 나름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국선도 수련을 통해 유연성이 길러지고 그로 인해 통증이 줄어들고 몸에 기운이 생기니 불면증도 자연스레 사라졌습니다.
《원기단법 전편 수련과정과 효과》
원기단법은 도인도송에서도 나오듯이 육체적 고행의 단법이어서 매번 그 동작이 바뀔 때마다 큰 고통이 수반되었습니다. 어떤 때는 관절이 몹시 아파서 끙끙 앓기도 하였고 며칠 동안 행공을 하지 못하다가 겨우 시작하기도 하였습니다.
무리한 동작으로 인대가 늘어나고 여러 가지 부작용을 겪기도 하면서 수련을 잠시 놓아야 하는지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 과정을 힘겹게 넘기곤 하였는데 결국 원인은 조급한 마음과 과한 욕심이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호흡이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충분히 들이 쉬지만 내쉬면서부터 숨이 답답했습니다. 제 호흡을 가만히 들여다보려 해도 그저 답답한 호흡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행공할 때의 마음처럼 그냥 몸이 원하는 대로 가장 편안한 호흡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제 몸이 반응을 보였습니다. 호흡은 점점 길어지고 고요하였습니다.
《원기단법 중편 수련과정과 효과》
원기단법 중편에서 변화가 생겼습니다. 저의 숨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흡지호지 상태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으로부터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억지로 숨을 멈추고 내쉬지 않아도 자연스러운 흡지호지가 되었습니다. 인위적으로 흡지호지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저절로 되는 것이었습니다.
팔과 다리에 기운이 뻗치고 얼굴색도 밝아지고 일상에서 마음가짐이 아주 여유로워졌습니다. 다리에 힘이 생겨 정상적인 보행으로 어느 정도의 등산도 가능하게 되었고 무엇보다 기쁜 일은 심부정맥 혈전증의 검사상 수치 결과도 좋아져 평생 복용해야 한다던 약을 끊게 된 것이었습니다.
《원기단법 후편 수련과정과 효과》
원기단법 수련은 인고의 수련이자 나를 단련시키고 변화시키는 수련이라고 생각합니다.
행공 수련 중 새로운 동작을 접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몸 전체에 힘이 들어가고 호흡도 가빠지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의식과 호흡을 단전에 집중하고 몸에 힘을 빼려고 노력했습니다.
어느 정도 수련이 진행되면서 행공 동작이 임의로워지고 어느새 몸과 마음이 편해짐을 느꼈습니다. 목 안에 단침이 고이고 눈가가 촉촉해짐이 제 안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원기단법에서 더운 열기를 느껴야 된다는데 더운 열기는 느껴지지는 않았으나 단전의 묵직한 기운과 함께 좌사법에서 따뜻한 바람의 온기가 등에서 머리로 오르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동작보다는 호흡이 호흡보다는 의식이 중요함을 깨닫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였습니다.
《축기 수련과정과 효과》
처음 축기 수련을 시작할 때 축기 기간 100일 동안 기도하는 마음의 자세로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짐하고 처음부터 다시 새로운 기분으로 정각도의 모든 단법을 복습과 기를 모으는데 전념하였습니다. 처음에 시작했을 때와는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호흡법을 달리 해 보니 제 몸을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축기 수련 과정에서 먼저 눈에 띄게 나타난 점이라면 허리가 많이 교정되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허리디스크 4,5번에 병변이 있어 머리를 감거나 몸을 숙이는 동작이 힘들고 일상생활에서 몹시 불편하였는데 그때부터 통증이 많이 사라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수련과정을 통해 긴 시간 스스로의 마음을 다지는 시간들을 가진 만큼 내면의 단단함도 한층 더 가질 수 있게 된 것 같아 그 또한 저에게는 가장 큰 기쁨이기도 합니다.
《수련 계획》
아직 완전하지 않은 동작들이 있지만 미진한 부분들을 보완하며 앞으로도 꾸준한 행공을 통해 제 몸과 소통해가고자 합니다.
저는 아픈 경험을 통해 제2의 인생을 살 수 있게 됨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처럼 건강을 잃거나 잃으셨던 분들 뿐만 아니라 건강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바쁜 일상생활 속에서 편안함을 느껴보고 싶은 분들도 경험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제 인생에 가장 잘한 것 중 하나가 국선도를 열심히 수련하여 진기단법 단계에 이른 것이라 생각합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수련하여 국선도로 세상을 밝게 보는 건강한 사회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며 건강을 잃은 모든 분들이 심신을 단련할 수 있는 국선도로 병을 치유하고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국선도를 적극 추천하고자 합니다.
제가 여기까지 올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봐 주시고 자상하게 지도해 주신 박은재 원장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함께 수련 해주신 도우님들께도 감사드리며 국선도를 만나게 해준 인연에도 감사를 드립니다.
첫댓글 축하드립니다 ~
아주 오랫만에 카페에 들어온것 같습니다.
최도우님~ 축하드립니다.
수련기를 읽고 찐한 감동이 와 닿네요~~^^
파이팅하시고 더욱 더 힘을 내시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