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인들에게 언제나 열려있는 지성과 야성을 겸비한 산우들의 공동체
동녘의 어진이들, 東仁郞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저는 경동동문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는 24기 이규성입니다. 오늘 여러분께 저희 동문산악회를 소개하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경동인을 대표하는 속성이라면 우리들이 공들여 가꾸어 온 지성을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 어려운 입시의 관문을 넘어 모교인 경동에 들어왔고 거기서 지식을 습득하고 지혜를 닦아서 다시 대학으로, 또 사회로 진출하였습니다. 사회에 나가서도 경동인들은 멋진 지성인의 역할을 다 하고 있으니, 우리가 뛰놀던 낙산 묏뿌리는 그야말로 지성의 운동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 경동인을 일컬어 참된 지성인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지성만으로 완벽을 이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지성을 보완할 한 짝을 고른다면 우리들은 야성을 고를 것 같습니다. 건전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는 서양속담을 들지 않더라도 우리들은 야성이 없는 지성을 창백한 지성으로 간주하고 지성을 보완하는 반면교사로 야성을 들고 있습니다. 저희 산악회 회원들은 일찌감치 이러한 지성의 한 짝인 야성을 찾아 로프에 의지하여 암벽을 타고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는 등반으로서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까지 튼튼히 하는 작업에 공들여 왔습니다.
지금 전국은 산행열풍으로 휩싸여 있다고 말할 정도로 휴일이면 근교산이나 명산에는 산객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산행은 온 국민의 스포츠이자 레저가 되었으며 21세기 한국 중년들의 특이한 자아발견체험이자 '신드롬'이라고 까지 말할 수 있습니다. 저희들은 이러한 열풍이 일기 전에 산을 알았고 산에 빠져서 고독하지만 의미있는 산행을 해 왔다고 자부합니다.
이제 산행이 소수 선택받은 자의 은총에서 온 국민의 운동이 되고 있는 요즈음 저희 산악회도 동인랑에게 문호를 더욱 활짝 열고 동인랑 전체와 소통하고자 합니다. 물론 지성을 바탕으로 한 경동의 예의와 품위는 유지되어야겠지요. 깊이와 의미가 있는 산행에 관심 있는 경동인이면 모두 모시고자 합니다.
야성을 갈구하는 경동인들에게 있어 산악활동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습니다. 많은 선배들이 대학시절은 물론 고교재학 시절부터도 산악활동에 매진하여 왔기에 경동인의 산악활동은 오늘까지도 면면히 이어져 오고 있으며 훌륭한 산악인들도 배출되었습니다. 경동인들은 한국산악회 이하 여러 단체나 클럽에 소속되어 산악활동을 활발히 해왔고 각 기별로도 산악회가 대부분 조직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경동이라는 이름하에 산을 사랑하는 선후배의 모임이 생기게 된 것은 저희 경동동문산악회가 효시였습니다. 기수에 얽매이지 않고 종적으로 졸업생들의 모든 기수를 묶겠다는 야심찬 계획하에 범동문적 산악회로 출범한 것이 1968년 10월 1일이었으니 이제 저희 산악회는 창립 40주년을 맞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발기인을 보면 22기 연기호, 정순영, 23기 김충효, 김광수, 윤여삼, 이진석, 정하선, 24기 함기영 동문 등 총 8명이었고, 초대회장으로 22기 연기호 동문이 선출되었습니다. 그후 23이진석, 21정명환, 22김용완, 24함기영, 27송기훈, 30김영일, 31강명세 등 여러 동문이 회장을 역임하였습니다. 최근에는 24이규성 동문이 2007년부터 지금까지 회장직을, 27기 송기훈동문이 부회장직을 맡고 있습니다.
초기 저희 산악회의 활동은 서울근교의 암벽에서 록클라이밍을 하는 것을 주로 하였고 동계와 하계에는 설악산 등으로 국내장기원정 산행을 감행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회원단체산행으로는 트레킹을 주로 하고 있으며, 회원 개인 산행도 장려하여 활발히 전개되고 있습니다. 회원 개인산행으로는 암벽에서 록클라이밍도 하지만 백두대간종주, 정맥종주, 한국의 100명산 산행 등을 활발히 하고 있습니다.
회고해 보건대, 저희들에겐 그 동안 영광과 기쁨도 있었지만 희생과 눈물도 있었습니다. 그동안 저희 동문산악회가 공들여 해왔던 작업들을 말씀드려 봅니다.
1. 도봉산 선인봉 재원길 개척 : 1차 1979.9.12.-9.16. 2차 79.10.29.-10.30.
대장 29조성대 외 6인 참여, 1977년 7월 알프스에서 산화한 22유재원 회원을 기리기 위한 암벽루트 개척
2. 설악산 토왕성폭포 등정 : 1984.2.4.-2.15.
대장 30김영일 외 8인 참여
3. 네팔 히말라야 아마다블람(6,812m)봉 원정산행 : 1988.8.17.-10.8
대장 이훈상 외 5인 참여
4. 한북천마지맥 종주 : 2007년 3월부터 7월까지 5회에 걸쳐 한북정맥 수원산에서 분기하여 예봉산 천주교묘지까지 뻗은 한북 천마지맥을 종주하였습니다.
5. 산악인 추모비에 동문산악회 회원 5인 등재 : 북한산 무당골에 금년 7월 5일 산악인 합동추모비가 건립되었는데 저희 산악회 회원 중 유명을 달리한 5분의 악우들(21정명환, 22유재원, 22정순영, 27김선택, 39송석인 동문)을 다른 산악인들과 같은 자리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6. 먼저 간 회원들에 대한 추모 : 지난 8월2일 산악인 합동추모비 앞에서 추도식 거행
해마다 실행하는 추모산행을 올해는 5악우가 모셔진 한 장소에서 거행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1972년부터 1977년까지 만 5년간 프랑스 샤모니에서 상주하며 알프스의 첨봉들을 오르며 코스개척과 암벽, 빙벽등반으로 불꽃같은 젊음을 태우다가 산화한 고 22유재원 동문을 합동추모비에 등재한 것은 산악운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외에 장비전시회와 산악사진전시회도 개최하여 산악문화를 일반에게 알리는 작업도 하였습니다.
최근에는 회원들이 모여서 산행을 하고 있는데 정기산행과 기획산행을 다음과 같이 실행하고 있습니다.
1. 정기산행 :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정기산행을 실시하고 있는데 서울근교의 산들부터 시작하여 차차 범위를 넓혀가고 있는데 9월에는 철원의 대성산을 산행하였고, 10월에는 양주의 불곡산을 산행할 예정입니다.
2. 기획산행 : 매월 셋째 주 일요일에 실행하는데 수피령에서 장명산까지 한북정맥을 14구간으로 나누어 종주하고 있는데 현재 12구간을 종주하였습니다. 산행인원을 보면, 최소 11인, 최대 17인이 참여하였는데, 12회 동안 연인원 176인으로 평균 참여인원은 15인입니다. 앞으로 2회면 종주가 끝나게 되며 다음의 기획산행으로는 한강기맥 종주를 고려중입니다. 종주대원중에는 동문들의 부인들도 3분이 계십니다.
저희 동문산악회는 상기한 산행활동 외에 한 달에 한번 오프라인 모임을 가져 회원들이 산악형제로서 우의를 다지도록 하고 있으며, 산악문화의 창조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특히 산악문화의 진작을 위해서 포탈사이트인 다음에 사이버 카페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산행사진과 산행기를 올려 서로 보고 읽으며 산행을 더욱 값지게 하고 있습니다. 카페의 오픈은 사이버시대의 시대정신과 부합하는 하나의 문화현상이자 경동동문산악회가 야성에서 시작하여 지성의 축까지 갖추는 큰 사건이라고 저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카페에는 집단 또는 개인의 산행기록을 산행기라는 이름으로 가능하면 많이 수록하고 산행 중 찍은 사진들도 수집하여 올렸습니다. 그 외에 개인의 산악수필이나 산행소설, 심지어는 산과 무관한 주제에도 사이버공간을 할애하여 저희 회원들의 지성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악인이 야성의 사람이라면 산악인은 자신에게 부족하기 쉬운 지성을 닦아야 한다는 것이 저희 회원들의 생각입니다. 그 지성은 바로 글쓰기이어야 합니다.
글을 쓰고 사진을 남기는 공간을 애써 마련하여 이를 음미하는 동안 자연스레 저희의 산행은 깊이를 갖게 되었고 회원간의 의사소통도 원활해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더 하나의 소망이라면 그 공간을 통하여 저희는 경동인 전체와 소통해 보고자 합니다. 산을 지향하는 경동인이라면 누구나 저희 카페를 방문하시고 저희와 소통해 주십시오. 그래서 경동인을 중심으로 하는 명품 산악문화를 같이 만들어 갑시다.
첫댓글 역시 명문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장문의 글 잘 쓰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