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끝을 잡고 (紀行文)
-충청효교육원, 덕향문학회 문학기행-
지온 김인희
깊은 가을 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새벽에 후두둑 무거운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문학기행 출발 직전에 작은 염려가 밀물이 되어 다가왔다. 나에게는 학수고대(鶴首苦待)하면서 설레던 시간들이었다. 오늘이 오기까지. . .
천안 충청창의인성교육원을 출발한 버스는 세종효교육원과 대전을 경유해서 부여백제휴게소에서 잠시 멈추었다. 군산으로 달리는 버스 안에서 나목으로 서 있는 가로수를 보았다. 날마다 하나씩 잎을 떨구어내고 실체를 드러내고 있던 그들에게 간밤의 비는 냉혹하게 다가왔으리라. 마지막 잎을 사정없이 낙하하게 했으리라. 군산금강 철새조망대를 관람하고 점심식사를 할 예정이었으나 시간의 흐름에 따라 순서를 바꾸었다고 인솔하시는 교수님께서 안내하셨다.
군산 고향우렁쌈밥 식당은 우리효우님께서 운영하시는 식당이었다. 효우사장님께서는 외국 여행 중이었기 때문에 만날 수 없어 아쉬움이 있었지만 고향집에서 푸짐하게 식사를 하듯 편안하고 맛있게 먹었다. 식사 메뉴로 나온 우렁이무침은 새콤 달콤 매콤해서 입안에 침샘을 자극해서 식욕을 돋우었고 풍성하게 나온 상추와 우렁된장의 궁합은 환상적이었다. 두말하면 잔소리요 사족(蛇足)이었다. 따뜻한 된장찌개 국물 또한 일품이었다. 디저트로 나온 누릉지탕은 배부름을 잊고 다시 숟가락을 들게 했다. 서천 효우선배님께서 서천의 명물 한산소곡주를 가져와서 식전에 거하게 건배를 하면서 재차 돈독하게 관계를 다지는 거룩한 제물(?)이 되었다. 식후에 커피를 한 잔씩 들고 밖에서 소소하게 대화를 하고 인사를 나누는 모습들이 정겨웠다.
군산금강 철새조망대에서 질서를 유지하면서 안내 해설을 들을 때 표정들이 사뭇 진지해서 침을 삼키는 소리조차 방해가 될 정도로 조심스러웠다. 거창오리 떼 20만 마리의 군무는 입을 다물지 못하고 감탄을 연신 토해내게 했다. 그 많은 수의 오리 떼가 부딪히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이동하는 모습이 무리의 아름다운 춤사위였다. 군무의 모양이 거대한 고래의 모습이 되었다가 흩어지고 다시모여 거대한 용의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봄부터 여름에 걸쳐 주로 시베리아 등지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우리나라를 찾아와 겨울을 나고 봄이 되면 다시 북으로 돌아가는 새를 겨울철새라고 한다. 겨울철새로는 기러기류, 오리류, 고니류, 두루미류 등이 있다. 봄에 동남아시아 등 남쪽으로부터 찾아와 우리나라에서 번식하고 가을에 다시 남쪽으로 이동하는 새를 여름철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4월말부터 5월 초순부터 9월 초중순까지 머문다. 여름철새로는 꾀꼬리, 뻐꾸기, 제비, 백로류 등이 있다. 나그네새라는 말을 들었을 때 흥미로웠다. 우리나라 북쪽에서 번식하고 우리나라 남쪽에서 겨울을 나는 새로써 우리나라는 봄과 가을에 북상 또는 남하하기 위해 거쳐가는 새가 나그네새다. 통과철새라고도 하며 도요새나 물때새류가 대표적이다. 도요새는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시베리아까지 지구 남쪽 끝에서 북쪽 끝까지 이동하는 가장멀리 나는 나그네새이다. 새의 부리와 발이 그새의 특징을 나타낸다. 갯벌에서 먹이를 먹는 새는 부리가 길고 뾰족하고 물속에서 먹이를 먹는 새는 넓은 부리를 가지고 있으며 물을 헤엄치는 새는 발에 갈퀴를 가지고 있었다. 새들도 각자 환경에 적응하며 잘 살아가고 있었다. 기특한 녀석들~~^^
안내 해설하는 분의 에필로그는 오랫동안 뇌리에 맴돌았다. 새는 집을 짓지 않는다. 새는 가지에서 살아간다. 둥지는 알을 낳고 키우기 위해 지을 뿐이다. 날마다 욕심으로 가득 내면을 채우고 있는 스스로가 부끄러움에 떨고 있었다.
버스는 자리를 옮겨 장항 송림산림욕장과 스카이워크에 도착했다. 소나무로 우거진 산림욕장을 걸을 때 발밑에 깔려 있는 소나무낙엽을 밟는 감촉이 마치 우아한 카펫을 걷는 기분이었다. 화하게 코끝을 자극하는 소나무가 품어내는 박하향이 비밀정원무대라는 영문으로 써 있는 작은 무대의 라이브음악과 어우러져 우리의 감동을 배가 되게 했다. 스카이워크를 걸을 때는 마치 하늘을 걷는 것처럼 두근거리고 무서웠다. 시선을 하늘에 두고 키 큰 소나무 잎을 만지면서 우쭐해지는 기분이 너무 좋았다. 다리 난간을 살짝 잡고(무서워서) 걸으면서 바닷물이 밀려왔다가 사라지는 백사장을 보았다. 어린 아기 손을 잡고 걷고 있는 젊은 부부의 모습과 그들을 따라가는 백사장에 찍한 세 개의 발자국은 한 폭의 멋진 회화작품이었다.
서천 국립생태원에서는 –또 하나의 작은 지구-라고 쓴 안내 팜플릿의 문구가 너무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상설주제전시관에 어린왕자로 꾸며 놓았고 관람객들은 어린왕자 옷을 입은 어린이들을 세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나도 어린왕자와 여우 옆에서 사진을 찍었다. 열대관에서 덥고 습한 열대우림지역의 기후와 동식물을 체험한 후 사막관에 들어갔다. 나는 잠시 멈추어버렸다. 마치 비행사가 불시착하여 어린왕자를 만난 그 사막이라고 착각을 했다. B612 소흑성에 있는 바오밥나무가 있었다. 어린왕자가 길들인 사막여우가 있었다.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가 있었다. -사람들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구렁이 그림을 보고 중절모라고 했었다.- 사막관에서 파노라마처럼 스치는 어린왕자의 장면들을 신나게 누렸다. 지중해관에서 양서류와 파충류를 관람하고 온대관에서 제주도의 단면을 보았다. 극지관에서 의자에 앉아서 눈이 내리는 남극의 펭귄을 관람했다. 뒤뚱하면서 걷는 펭귄이 마치 어린 아기 같다고 생각했다. 나의 시선은 하늘에서 눈이 내리는 중앙의 모습에 멈추었다. 손을 뻗어서 두 손에 눈을 받고 싶었던 충동을 애써 참아냈다. 옥상에서 따뜻한 커피를 마시면서 손을 뻗어서 하늘에 대고 ‘이대로 30분만 멈추었으면 좋겠어요.’하고 염원했다. 국립생태원을 뒤로하고 걸으면서 잠시 지구별을 여행하고 소흑성으로 돌아가는 어린왕자가 된 행복한 착각을 했다. (후후~~)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넘치는 감사를 주체하기 힘들었다. 6월에 부여에서 ‘효와 인성’이라는 수강을 위해 충청창의인성교육원을 만난 후 내 운명의 지침을 과감하게 돌려버렸다. 덕향문학회와의 만남은 너무도 향기로운 소중한 인연이었다. 다섯 손가락으로 꼽아도 두 개가 남은 적은 횟수의 만남이었지만 그 향기는 오랫동안 나를 감쌌다. 오늘의 문학기행은 카페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을 대하는 거룩한 만남이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꽃들 이었다. 천안, 세종, 대전, 사할린, 부여의 효우들과 문우들이 만들어낸 하모니를 이루는 걸작품이었다. 이 거대한 함선의 키를 잡고 계신 최기복교수님과 기라성(綺羅星) 같은 선배 효우님들과 문우님들께 미력한 글로 큰 절 올린다.
가을이 가고 있다. 그러나 결코 서럽지 않겠다. 찬란한 겨울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 지척에 와 있다. 오늘의 문학기행은 살면서 미소 짓게 하는 행복의 묘약이 되기에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었다. 졸필을 마감하려는 찰나에 텔레비전 뉴스에서 서천의 철새를 다루고 있다. 바보처럼 헤실 웃으면서 글을 맺는다. -지온-
첫댓글 자세하고도 정성스레 글을 써주신 지온 김인희시인님 감사합니다
장로님~~
감사합니다. 긴 글 읽으시고 친히 댓글 주셔서 영광입니다.
문학기행 다녀 온 감동이 사라질까 염려되어 부지런히 썼습니다.
장로님께서도 함께 다녀오신 겁니다. 제 글 읽으셨으니~~그렇지요?^^
한편의 드라마 를 보는 듯한생생한 표현력에 감탄을 자아냅니다
멋진 감성과 섬세한 글 솜씨로 멋지게 표현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역씨! 인희쌤 짱!♡♡♡
네~~ 감사합니다.
사무국장님~~ 격려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덕향문학회에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겠습니다.
지구생태계의 70%가 보존 되고 있는 아마존 의 비밀에 다가가는 느낌
그러나 더 중요한것은 人和
세월앞에 속수무책 익어가는 모습들은 연민과 사랑의 결정체 . 지온선생 좋은글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