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썸네일](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news.naver.net%2Fimage%2F224%2F2015%2F04%2F03%2F064854617_464518676.jpg%3Ftype%3Dw540) Ho Kang? ⓒ gettyimages/멀티비츠 |
메이저리그 개막전(4월6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스프링 캠프'라는 강정호(27·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첫 번째 관문도 끝나가고 있다.
강정호는 데뷔전 홈런을 포함해 첫 두 경기에서 4타수2안타 2장타(2루타 홈런)를 기록한 후 9경기에서 23타수1단타 2볼넷 10삼진이라는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클린트 허들 감독의 처방(마이너리그 타석) 이후 5경기에서 15타수5안타 3장타(2루타 3루타 홈런) 1볼넷 5삼진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ML 첫 해 스프링캠프 성적(타율/장타율/ISO)
2001 이치로 [타] .321 [장] .505 [ISO] .184
2003 히데키 [타] .324 [장] .515 [ISO] .191
2004 가즈오 [타] .192 [장] .308 [ISO] .116
2005 이구치 [타] .275 [장] .362 [ISO] .087
2012 아오키 [타] .308 [장] .477 [ISO] .169
2015 강정호 [타] .190 [장] .429 [ISO] .239
일본 타자들의 메이저리그 통산 성적
이치로 : .317 .360 .411 [ISO] .094
히데키 : .282 .360 .462 [ISO] .180
가즈오 : .267 .321 .380 [ISO] .113
이구치 : .268 .338 .401 [ISO] .133
아오키 : .287 .353 .387 [ISO] .100
눈에 띄는 점은 강정호의 순수 장타율(장타율에서 타율을 뺀 것)이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아시아 타자 중 최고 수준이라는 것이다(시범경기에서 때려낸 8개의 안타 중 5개가 장타다). 어려움 속에서도 장타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것은, 팀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고 있는 올바른 접근법이다.
지난해 KBO리그 최고의 타자(.356 .459 .739 40홈런 117타점)였던 강정호에 대한 우려는 타격시 다리를 높게 들어 올리는 '하이 레그킥'을 사용한다는 것이다(실제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 메이저리그 팀의 스카우트가 있었다).
추신수나 앨버트 푸홀스처럼 레그킥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타자들이 많은 메이저리그는 KBO리그나 일본프로야구에 비해 하이 레그킥을 쓰는 타자가 드물다. 하지만 호세 바티스타, 마이크 트라웃, 카를로스 곤살레스, 저스틴 터너 등 하이 레그킥을 쓰면서 좋은 성적을 내는 타자도 제법 많다(한편 바티스타는 드웨인 머피 코치와 타격폼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알렉스 로드리게스의 폼을 참고로 했고, 터너도 바티스타의 폼을 따라했다).
문제는 강정호의 하이 레그킥이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일반적인 하이 레그킥과는 다르다는 것. 메이저리그 타자들이 다리를 들어올렸다가 제자리에 다시 내려놓는 반면, 강정호는 원래 위치에서 더 앞으로 내딛는 스트라이드가 일어난다. 앞발의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더 긴 것이다. 여기에 다리를 내딛기 전에 잠깐 멈추는 지연 현상까지 있기 때문에 과연 그러한 레그킥으로 <메이저리그의 더 빠른 공>에 대처할 수 있느냐는 것이 우려의 시선이었다. 지난 시즌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의 평균 구속은 92마일, KBO리그는 88마일로 약 4마일(6.4km)의 차이가 난다. 또한 릭 반덴헐크와 레다메스 리즈가 평균 94마일로 가장 높았던 반면, 메이저리그에는 평균 100마일을 던지는 투수(아롤디스 채프먼)도 있다.
![썸네일](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imgnews.naver.net%2Fimage%2F224%2F2015%2F04%2F03%2F064856736_454387646.jpg%3Ftype%3Dw540) 하이 레그킥의 대표적인 선수 ⓒ gettyimages/멀티비츠 |
사실 강정호의 레그킥에 대한 우려는 스즈키 이치로가 일본에서 사용했던 '진자 타법'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다른 점이라면 이치로는 자신의 타격폼에 전면적인 수정을 가한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치로는 2001년 메이저리그 진출에 앞서 1999년과 2000년에도 시애틀 매리너스의 메이저리그 캠프에 참가했다. 이치로가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경험하고 나서 내린 결론은 지금의 타격폼으로는 구속도 구속이지만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무브먼트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에 이치로는 일본에서 정규시즌을 치르는 동안 다양한 타격폼을 시험해 본 끝에 보다 간결하게 만든 레그킥을 가지고 메이저리그 도전을 시작했다.
역시 변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마쓰이 히데키는 '홈런 아니면 삼진'이었던 접근법을 바꿨다. 이에 마쓰이는 일본에서 6.0%였던 타석당 홈런 비중이 메이저리그에서는 3.5%로 크게 떨어졌지만, 삼진 비중 역시 17.0%에서 13.6%로 줄었고, 2006년 수비 도중 손목 부상을 당하기 전까지는 나무랄 데 없는 활약을 했다(첫 3년 평균 .297 .370 .484 23홈런 110타점). 반면 메이저리그 진출 직전 개인 최다 홈런을 기록했던 마쓰이 가즈오는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았고, 이치로와 마쓰이 히데키처럼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성공적인 선수로 남지 못했다.
최근 서울대학교 학부생들에게 야구를 지도하고 있는 김용달 KIA 전 2군 총괄은 "결국은 레그킥을 메이저리그식으로 바꿔야 하지 않겠나"면서도 "강정호라면 그 변화에 충분히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강정호는 한국에서도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는 줄였던 레그킥을 최근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치로 같은 준비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도전에 대해 당시 일본 야구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었던 이치로와는 다르게, 강정호는 소속 팀이 아닌 메이저리그 팀의 캠프에 참가하는 기회를 가지기가 쉽지 않았다.
사실 강정호가 적응해야 할 것은 메이저리그 투수가 던지는 공 자체 만이 아니다. 메이저리그 타자들은 이른바 '게스 히팅'을 최대한 자제한다. 예측 타격에 의존하기에는 설령 구종을 맞히더라도 무브먼트가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이다. PITCHf/x를 기준으로 보면 지난해 메이저리그에서 뿌려진 패스트볼 중 포심 패스트볼이 아닌 공(투심 싱커)의 비율은 38.5%에 달했다. 즉, 패스트볼임을 알게 되더라도 '어떤 종류의 무브먼트인가'라는 다음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메이저리그에서는 공이 릴리스되는 모습과 궤적을 보면서 판단하는 '피치 셀렉션'을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에 대한 경험이 쌓여야 가능한 부분이다.
또한 지난해 KBO리그가 역대 최소의 스트라이크 존을 운영한 반면, 메이저리그는 스트라이크 존의 면적이 최근 몇 년 동안 계속 늘어남으로써 신임 커미셔너의 입에서 존의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승부구가 한 박자 빨리 들어오는 배터리의 볼배합 역시 한국과는 다르다. 이는 결국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다.
강정호의 미래와 관련해 또 다른 해답을 쥐고 있는 선수는 추신수(32·텍사스)다.
사실 추신수는 약점이 적지 않은 타자다. 그럼에도 추신수가 1억 달러짜리 선수가 된 비결은 너무나도 확실한 자신의 강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의 활약을 했던 2013년에도, 추신수는 좌완을 상대로 한 개의 홈런도 때려내지 못했으며(좌완 상대 통산 .242 .337 .342) 변화구에 대한 약점이 반복됐다. 하지만 그 해 추신수는 메이저리그에서 패스트볼 공략을 가장 잘한 타자였으며, 누구보다도 확실하게 우완을 두들겼다(우완 상대 통산 .301 .403 .504). 강정호가 바깥쪽 슬라이더에 약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추신수도 좌완이 던지는 바깥쪽 슬라이더에 대단히 약하다. 하지만 약점보다 강점을 먼저 보는 것이 메이저리그의 문화다. 강정호 역시 '잘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메이저리그의 최근 흐름도 나쁘지 않다. 플래툰 플레이어와 유틸리티 플레이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진 것이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수준급의 유틸리티 플레이어가 존재하면 그만큼 팀의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릴 수 있다(지난해 클리블랜드 같은 팀은 아예 불펜투수를 한 명 더 썼다). 최정상급 선수를 데려다 놓지 않는 이상 한 포지션을 두 명에게 나눠 맡기는 편이 더 효율적이라는 증명도 오클랜드 등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여기에 '중계권발 연봉 폭등'이 거듭되면서(평균 연봉 2013년 364만, 2015년 425만) 플래툰 플레이어나 유틸리티 플레이어도 충분한 대우를 받게 됐다. 이제 유틸리티 맨이나 플래툰 플레이어는 더 이상 '주전이 되지 못한 선수'가 아닌 팀에 꼭 필요한 존재다. 플래툰 혹은 유틸리티 맨으로 시작하게 될 강정호로서는 나쁘지 않은 입지에서 출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강정호에게 또 하나 다행인 것은 피츠버그가 그를 장기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피츠버그는 강정호를 기다려 주겠다고 선언한 팀이며,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닐 헌팅턴 단장의 지지와 클린트 허들 감독의 소문난 인내심이라면 강정호는 충분한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
중요한 것은 조바심내지 않는 것. 한 발 한 발, 차근 차근 나아가는 것이다. 이는 강정호를 응원하는 팬들에게도 필요한 자세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