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운 로비에서 열리는 힐링 콘서트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인도속담-
▲3월 21일 강남세브란스병원 로비에서 환우와 환우 가족을 위한 작은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트럼펫 독주도....
▲저마다 가슴을 저미는 아픔 속에서 병원생활을 하는 환우와 환우 가족에게 한줄리 청량제 같은 희망의 음악.
나는 다시 서울에 와 있다.
섬진강에 있을 때보다 아무래도 서울에 자주 오게 된다. 지난주에는 임진강에서 오갈피나무를 심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렇게 많은 나무를 심어 본 것도 내 일생에 처음 있는 일이다. 나무를 선택해서, 땅을 고르고, 나무를 심고, 물을 주고, 마지막엔 돌탑을 쌓아올렸다. 그러나 힘은 들었지만 보람은 있었다. 나무를 심는 자들이여, 천국이 그대들 것이니…
이번 주엔 아내는 병원외래가 여섯번이나 잡혀 있다. 아산병원 심장내과 3개월 검진, 내분비내과 3개월검진, 피부과 손톱치료, 강남세브란스병원 대장외과, 서울병원 건강검진… 그러니 3월 19일부터 말일까지는 병원에서 거의 지내야 한다. 아마 이런 내용까지 블로그 올린 사실을 알면 아내는 화를 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모든 글은 진솔해야 한다. 생긴 대로 살아가며 글을 쓰는데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설사 뭐라고 하든 관계없다. 자신의 아픔 곳을 드러낼 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하며 속알이를 하는 것보다 낫지않겠는가? 또한 나는 지난주에 조직검사를 한 구강암에 대한 결과를 받아보아야 한다. 인생은 망가지며, 걱정하며, 떨리며, 불안해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순간순간의 시간에 행복을 찾아보는 것이다. 아직 숨을 쉴 수 있고, 걸을 수 있고, 말을 할 수 있으며, 볼 수 있고, 냄새를 맡으며, 맛을 알 수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행복하지 않는가? 고통을 느끼며 살아 있는 순간까지는 인생은 행복한 것이다. 고통을 느끼지 못하면 그 삶은 이미 죽어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지난주에 나는 무심코 혀 밑에서 작은 구슬만한 종기를 발견 했다. 그렇게 크도록 아픔을 느끼지 못했다. 아팠더라면 일찍 병원에 갔을 텐데 아프지 않으니 늦게 알게 되고 늦게 병원에 가게 된 것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을 하고 동네 병원에 갔더니 악성 종기일 수도 있다며 무조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즉시 아산병원에 진료를 요청하고 다음날 진료를 받았다. 아산병원에서도 나이가 들면 구강암에 걸릴 가능성이 크다며 그 자리에서 혀에 마취를 해서 혀의 조직을 떼어내어 검사를 했다. 결과는 일주일 후에 나온다는 것.
지난 일주일동안 소염제와 진통제, 수시로 가글을 하며, 위장약을 복용하며 친구와 함께 오갈피나무를 심었다. 팔다리는 멀쩡하니 움직일 수는 있었다. 그러나 어찌 나라고 걱정이 되지 않겠는가? 걱정을 하면서 결과를 겸허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아내도 표현은 안하지만 은근히 걱정을 하는 눈치다. 아내 혼자만 아픈 것으로도 힘이 드는데 만약에 나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어쩌나 하는 우려와 함께 아내는 심히 염려가 되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아랑곳 하지않고 일주일 내내 오갈피나무를 심으며, 사진도 찍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고, 일상생활은 그대로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오늘(3월 19일) 아산병원에 결과를 보러갔다. 떨렸다. 인터넷을 보니 악성이라면 혀의 일부를 잘라내고 허벅지에서 이식을 하여야 한다고 했다. 예우도 별로 좋지 않게 나와 있었다. 아내는 내심 긴장을 하는 눈치다. 오후 2시 40분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불려 들어갔다. 병원에 가면 언제나 겸손해 지기 마련이지만 의사의 선언이 있기까지는 마음이 조마조마해질 수밖에 없다.
“다행이 악성은 아니군요. 그러나 좀 더 두고 보아야 합니다. 2주일분 약을 줄 테니 술 먹지 말고, 약복용 잘하고, 무리하지 말고, 그래도 낫지 않으면 다시 병원에 오시오.”
“선생님, 감사합니다.”
다행히 검사결과 악성은 아니라고 했다. 2주 분의 약을 타고, 한시름 놓으며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내는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 안도의 숨 속에 행복이 묻어 있다. 우리는 차 안에서 “하이파이!” 하며 손뼉을 마주 쳤다. 내내 불안해 하다가 그 순간은 행복한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그런 것이다.
그 다음 날은 아내의 건강검진이 있었다. 위와 대장내시경 검사를 하는데 물을 배가 터지도록 먹어야 한다나. 건강검진이 있기 하루 전 날 아내는 정말로 배가 터지도록 물을 16잔이나 마셨다. 옛날에는 어디 그런 검사를 했겠는가. 그냥 모른 채 지내다가 병에 걸려 죽고 그랬었지. 그러나 무료건강검진을 통보를 받고도 검진을 안 받으면 찝찝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모두가 예방차원, 조기발견 차원에서 건강검진을 받는다. 허지만 검사를 받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고 고통스럽다.
나는 이번에 간암검사와 대장암 검사를 받으라고 보험공단에서 통보가 왔다. 우리는 종전에 이사를 하기 전에 받았던 구의동 서울내과 병원에서 함께 건강검진을 받았다. 아내는 다행히 이상이 없다는 판정이 나왔고, 나는 2주일 후에나 결과가 나온다고 했다.
아침까지 쫄쫄 굶고 검사를 마친 우리는 봉천동으로 이사를 오기 전에 살았던 강변역 근처 <김밥나라> 집에서 김밥 한 줄과 부대찌게, 순두부로 점심을 먹었다. 그렇게 먹어도 점심값은 9,500원이다. 싸고 맛있는 집이다. 이 동네는 내가 20여 년간 살았던 동네이다. 골목 하나하나, 건물 하나하나도 속속들이 다 알고 있는 정든 동네이다.
3월 20일 날은 아내와 함께 강남세브란스 병원에 갔다. 아내가 변실금이 있어서 그 방면 전문의사인 손승국 박사로부터 간단한 시술을 받기로 되어 있었다. 아내는 면역억제제를 장기간 복용을 하다 보니 연한 근육들이 잘 말을 듣지않을 때가 있다. 6개월 째 손 박사 처방으로 치료를 받고 있지만 크게 나아진 것이 없어 간단한 시술을 받기로 했다.
간단한 시술이라고 수술은 수술이다. 봉천동 중앙시장 <생각보다 맛있는 집>에서 팥죽을 한 그릇 먹고 가려고 하는데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전화가 왔다. 1시 반이 예약시간인데 의사가 사정이 있으니 12시까지 올 수 없느냐는 것. 점심은 먹고 가야지. 1시까지 도착하겠다고 하고 세알 팥죽을 불이 나게 시켜먹었다. 지하철 타고, 셔틀타고 병원에 도착하니 딱 1시다.
시술은 정말로 간단한 모양이다. 딱 5분 만에 끝났다. 초음파 레이저 기계로 시술을 하는 것이라 간단 하단다. 그런데 시술 비는 무지하게 비싸다. 딱 5분, 눈 깜짝할 사이에 받은 시술인데 20만원이 나왔다. 보험까지 포함하면 50만원 돈이다. 오메, 너무 하네요 잉~ 눈 깜짝할 사이에 20만원을 까먹다니. 그래도 나으면 좋지 않겠소.
3층에서 1층 로비로 내려오니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트럼펫, 피아노의 앙상블이 들려주는 한줄기 <힐링 콘서트>가 한잔의 청량제처럼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의좌에 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병원 속의 작은 음악회! 그것은 희망의 오선지다! 쾌유를 기원하는 천상의 소리다!
오 솔레미오, 문 리버, 산타루치아 등 듣기에 아주 쉽고 감미로운 음악이 로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아내가 접수에서 번호표를 뽑아 계산을 하는 동안 나는 잠시 넋을 잃고 음악에 빠져 들어갔다. 그들은 매월 이곳에 와서 무료봉사를 16년 째 한다고 했다. 그들이 돈을 받고 봉사를 한다면 피곤했을 것인데 무료봉사를 즐기며 하는 차원이니 표정도 밝아 보였다.
병원이라는 정글 속에서 희망을 들려주는 그들이 천사처럼 보였다. 여기에 있으니 저런 멋진 음악도 듣게 되는군. 그러게 말이에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아프다. 아프면서 순간순간 행복과 즐거움을 찾는 것이 인생이 아니겠는가? 음악을 듣는 순간은 행복했다. 그 행복한 마음을 안고 우리는 병원을 떠났다.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은 그곳에 있을 것이다."
인도속담이 다시 떠올랐다. 병원에 있으니 그곳에서 음악을 들었고, 잠시나마 행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았는가? 당신이 어디에 있든 당신은 그곳에서행복을 찾아야 한다.
첫댓글 후유~~ 다행입니다. 조마조마 하면서 읽어 내려가다 반가운 소리에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오네요. 저도 몇 변 겪어본 그 숨막히는 시간, 그러고 나면 어른이 된 지도 한참인데 부쩍 자란 느낌이 들어요. 갑자기 모든 것이 모든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지곤 했거든요. 음악회는 정말 감동적이었겠어요. 요즘 병원 로비에 저런 행사를 많이 하더군요. 각박하다지만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곳곳에 참 많은것 같아요. 봄비가 옵니다. 칼국수가 먹고 싶어서 남편과 함께 사먹고 왔어요.
ㅎㅎ 많이 드셨나요
비오는라 수챟하를 그리며 칼국수 먹는 맛 그만이지요 ㅎㅎ
늘 염려 해주시어 감사합니다요 ^^
저도 지난 번에 올리신 글을 읽고 내심 걱정을 하며 기다렸어요. 스테에게도 이야기하고요. 악성이 아니라니 저도 안도의 숨을 쉬게 되네요. 받으신 약 잘 드시고 건강하세요.
덕분에 이렇게 건재하고 있는지 모릅니다. 세상은 보이지않는 손과 마음으로 착한마음을 내는 사람들때문에 굴러가고 있는 것 같아요. 스테까지 염려를 해주니 이를어쩌니 무쪼록 오래 오래 살아서 이 원수를 갚아야 겠네요 ㅋㅋ스테에게 안부 전해주세요 다음에 만나면 그 선한 마음 원수 갚아드리다고요 ㅋㅋ
각하님과 선생님의 바쁜 병원일정중에 잠시 휴식을 갖게 해준 아름다운 음악회였군요~ㅎㅎ
휴우~!
안도의 숨을 내쉬지만 이제는 연세도 있으시고하니,매사에 조심하셔야 겠어요~
선생님 건강이 약속되어야만 각하님의 건강도 챙겨주실테니까요...
검사결과로 보면 일단 안심은 되지만,금가락지의 영농생활이며 모든 일상사들이 만만하지는 않네요~
즐겁게 편안한 마음으로 임하시겠지만,건강 챙기고 돌보시며 일상을 이어가시를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