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기간이라 정책에 대한 이야기 좀 하겠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정책이 아니고, 실행절차에 대한 문제점 지적입니다.
혹시라도 교육감 후보가 본다면, 반성 좀 하시라고... ^^
경기도 교육청의 교장공모제 절차는... 냉정하게 말해서... 좀 심하게 말해서... 그렇지만 진실로... 쓰레기 같은 절차입니다.(제대로 잘 하는 교육청이 한 군데 있습니다만... 경기도 교육청은 정말 문제가 많습니다.)
무늬만 공모제이지, 공모하는 주체가 역할을 다 할 수가 없습니다.
이론상 주체는 학교의 구성원인데, 학교의 구성원들이 뭘 제대로 할 수가 없습니다.
편의점 알바를 뽑거나 음식점 알바를 뽑을 때도, 그렇게 뽑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업 망합니다.
(어떤 식이냐면... 알바 협회에서 정해준 절차에 의해, 정해진 심사 기준과 심사 방식으로 알바를 뽑는 거죠. 사장은 누구를 어떻게 뽑아야할 지 몰라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고요.)
누가 사람을 그런 식으로 뽑습니까?
누가 와도 상관이 없고, 누가 와도 똑같다는 전제를 깔고 있는 절차입니다.
물론 교육청 입장에서는 (상관도 없고, 똑같고) 그렇겠지요. 그러니 이런 말도 안 되는 절차를 매년 반복하고 있죠.
지금과 같은 절차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양심이 없는 사람들이고요. 충분하지 않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다는 사람들은 더 양심이 없는 사람들입니다.
교장 공모제는 참 좋은 정책이죠.
그런데 왜 이런 잘 못된 절차를 안 고치죠?
정책에 대한 교묘한 안티인가요?
(제가 보기엔 일부러 그러는 것 같습니다. 안티 맞을 겁니다.)
절차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답을 제시하고 건의하여도 고쳐지지가 않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절차 하나도 제대로 못 고치면서(고치기가 어려운 것도 아닌데!) 무슨 다른 좋은 정책을 들고 나온다고 하는지...
제가 보기에는 참 안타까운 사람들입니다.
누가?
교육감 후보와 그 주변 사람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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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나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고, 그냥 무턱대고 비판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하는 사람들이 계실지 몰라서, 간략하게 요약해서 문제점을 말씀드립니다만... 좀 깁니다.
그러니 관심 없는 분들은 이 아래로는 안 읽으셔도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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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의 장단점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고, 본 글의 핵심인 절차(구체적으로는 경기도교육청의 절차)에 대해서 주로 다루겠습니다.
문제는 여러 부분에서 드러나는데, 결국 해답은 한가지로 귀결됩니다.
첫 번째 문제.
일정이 너무 벅찹니다. 뭘 제대로 할 수가 없어요.
교육청에서 시키는 대로 쫒아가기도 벅찹니다. 교사들도 힘들고 학부모들도 힘들죠.
아주 잘 준비된 학교가 아니면 주체적으로 진행하기 어렵고, 그야말로 요식행위가 되기 쉽습니다.
이걸 어쩔 수 없다고 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단 모든 학교에서, 학교장이 학교를 떠날 것인지 말 것인지 확정이 되어야 공모제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데, 그게 확정이 되고 나서 시작하려니까 시간이 촉박합니다. 어마어마하게 서둘러도 그래요. 그래도 작년보다는 빨리 시작했어요. 저희들이 신경을 많이 쓰거든요.”
(과연 그럴까요? 이 비겁한 변명에 대해서는 정답풀이 과정에서 다루어보죠.)
두 번째 문제.
교장 공모제를 결정하는 것은, 최종적으로는 학부모의 선택입니다. 물론 교사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가중치는 학부모 쪽에 더 있습니다.
그런데 학부모들이 교장 공모제가 뭔지를 모릅니다.
아예 용어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도 많고요. 이름만 들어봤지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장점은 무엇이고 단점은 무엇인지, 우리 학교에 필요한 상황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없는 학부모가 태반입니다.(정보의 부족이죠. 정보화 시대에 살면서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찬반(투표)을 물어요... ㅠ.ㅠ
이게(모르면서 투표하는 것이) 무슨 뜻인지 교육자(또는 교육공무원)들이 모를 리가 없죠. 여기서부터 교장 공모제는 그냥 끝난 겁니다.
세 번째 문제.
일정이 벅차지만, 잘 모르는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어떻게 투표가 잘 되어서, 교장 공모제를 시작했다고 칩시다.
누구를 어떻게 뽑을 건데요?
아니, 먼저, 어떤 교장을 원하는데요? 그냥 좋은 교장? 좋은 교장을 우리 손으로 뽑자?
좋은 교장은 어떤 교장 인가요?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자고요.
사람을 뽑을 때는 이유가 있는 것이죠. 그 이유에 따라 어떤 사람을 뽑을 것인지가 결정이 되겠죠. 그리고 그 다음에는 적당한 사람을 가려내기 위한 기준과 방법을 결정하겠죠.
교장 공모제도 똑같습니다.
필요한 사람 뽑는 것과 완전히 같아요.
우리가 원하는 교장은 어떤 교장이고, 어떤 기준에 의해서 뽑을 지, 어떤 방법으로 뽑을 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누가? 우리(학교 구성원들)가요!
학부모(학부모회)와 교사(교원협의회)들의 의견(학생회 의견도 수렴하면 더 멋진 학교!)을 수렴하여 최종적으로는 학교 운영위원회에서 결정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게 세 번째 문제입니다.
상식대로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원하는 교장의 모습과, 기준을 공고해야죠.
(서빙을 잘하는 알바가 필요하면 친절함과 좋은 인상이, 청소를 잘하는 알바가 필요하면 꼼꼼함과 위생관념이, 계산을 잘하는 알바가 필요하면 정직함과 두뇌회전이 필요하겠죠.)
누가 결정해서? 학교 구성원들이!
그럼 그 기준에 부합되는 교장 후보가 응모하겠죠.
그 사람의 경영계획서는 그 기준을 중심으로 작성이 되어 제출될 겁니다.
경영계획서를 제출하면, 다음 절차로는 학교 구성원들이 정한 방식으로 심사가 진행되어야 합니다. 전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레젠테이션이 있을 수도 있고, 응모자들을 대상으로 공개토론회를 할 수도 있고, 공개 면접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뽑는 방식도 학교 구성원들이 결정하는 것입니다. 심사위원들은 결정된 심사기준과 심사방식에 의해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심사를 하면 되는 것이고요.
그런데 실제로는 어떨까요?
교장 공모학교로 결정 통지되면 그날 오후에 공고를 합니다.
학교 구성원들이 기준을 마련해서 공고할 시간이 없습니다.(미리 준비한 학교가 아니라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시간입니다.)
그러니 대다수의 학교가 표준 예시를 따라 공고를 합니다.
그러니 대부분의 교장 후보들이 표준 경영계획서를 제출합니다.
그러니 표절을 막는다고 프로그램 돌리고 있죠. 표절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한 절차랍니다. 애초에 학교마다 원하는 기준이 다르면 표절하지도 않을 겁니다.(표절 해봐야 자질 없는 후보들은 면접에서 다 걸러집니다. 학부모들은 사람 안 뽑아 봤을까요? 절차가 상식대로 안 되니까 표절이 먹히는 거죠.)
그 이후로, 심사 위원의 선정과, 심사 방식은 물론이거니와, 심사 기준까지, 모조리 다 일정에 쫓겨서 표준 예시(교육청에서는 예시가 없다고 그러는데, 선생님들은 어떻게 그렇게 비슷한 심사 기준을 잘 만들어서 가져오시는지 모르겠네요. 교장·교감 협의회 같은데서 구해오나요?)를 따라갑니다. 심사 방식도 심사위원 면접으로만 끝나죠.(심사 길게 한다고 눈치 주는 교감도 있었습니다. ㅎㅎ)
일정이 빠듯하기도 하거니와, 말도 안 되는 모순도 존재합니다.
“심사 위원들이 모든 것(기준, 방식, 일정 등)을 결정한다. 그런데 심사위원들은 심사 당일에 처음 만난다. 그전에는 서로 누군지 알 수 없다.”
이게 핵심인데요. 심사 날짜를 결정 하는 게 심사위원인데, 심사 당일에 처음 만나야 한답니다. 그럼 심사 날짜는 어떻게 정하나요?
이 질문을 교육청에 던지면, “매년 같은 질문이 나옵니다. 모순인걸 아는데 방법이 없어요. 그러니까 결국 심사 위원이 결정할 것이 아니라 그냥 학교장이 결정 하는 대로 따라하면 됩니다. 운영위원장님들은 잘 협조하세요.”(교육부와 전북교육청 사례가 있는데 길어지니 패스~)
네. 핵심은 그겁니다. 심사기준이건, 방식이건, 무엇이 되었건, 잘 모르는 학부모들이 나설 필요도 이유도 없다. 그럴 시간도 없다. 그러니까 그냥 학교에서 정해준 방식과 심사기준에 따라 공정하게 점수나 잘 매겨라.(실제로 그랬습니다. “관심 있고 뭘 좀 아는 학부모가 몇이나 되나? 학교에서 하라는 대로 협조하는 것이 답이다.”라고요.)
앞에서 그랬죠.
알바를 뽑는데 알바 협회에서 정해준 대로 뽑는 것과 같다고.
뭘 모르는 사장은 협회에서 만들어 준 기준에 맞춰 점수나 매기라고.
아... 쓰다 보니 엄청 길어지네요.
다른 문제점들도 있지만, 여기서 마무리하고 정리할게요.
다 건너뛰고 답안을 제시합니다.(벌써 수차례 주장했지만)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은 핑계입니다.
당신들이 매년 이 업무를 보는 것처럼, 학부모들도 잘 알면 미리 준비해서 잘 할 수 있습니다.
우리 학교가 교장 공모제 신청 대상이 될지 안 될지 미리 가능성을 파악하고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절차가 시작되면 바로 학부모회에서, 교원협의회에서, 찬반 설문도 하고, 응모 기준에 대해 물어볼 수 있습니다.
심사 기준, 방식에 대해서도 미리 준비할 수 있습니다.
(모순도 제거할 수 있습니다. 전북교육청처럼 주관자를 학교운영위원회로 놓으면 됩니다. 전북교육청의 절차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좋은 것은 보고 배우세요.)
학부모 연수를 제대로 하십시오.
공모제 시작하면 형식적으로 ‘절차나 알려주는’ 그런 연수 말고요.
(교장의 자격 조건이나, 표절 감지 프로그램 소개, 교육청 홍보, 이런 거는 안 해도 되고요.)
교장 공모제가 어떤 의미가 있는지, 어떻게 ‘상식적으로’ 하면 되는지를 알려주세요.
(물리적인 절차는 운영위원이나 학부모회 임원들만 알아도 됩니다. 전체 학부모들에게는 교장 공모제를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각자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필요한 거죠.)
그런 연수는 미리 할 수 있잖아요?
그와 관련된 잘 구성된 매뉴얼도 만들어서 학교별로 배포하고요.
(잘 못 만들겠으면 물어보세요. 교육청에는 찾아봐도 없는 전문가들이 사방에 많습니다. 상상교육포럼에 의뢰해도 잘 만들어 줄 수 있습니다.)
교장 공모제 잘 하는 것, 가능한 일인가요?
네. 가능합니다.
그렇게 한 학교가 파주에도 여럿 있습니다.
미리 준비해서 만족스럽게 진행한 학교도 있고, 준비는 미리 못했지만 예시대로 따르지 않고 원하는 기준에 맞추어 심사를 진행한 학교도 있습니다.
알면 잘 합니다.
그리고 학부모들이 당신들보다 훨씬 더 잘합니다.
좋은 제도. 말아먹는 것은 누굴까요?
그리고 이런 건의 올려도 응답이 없는 사람은 누군가요?
전달이 안 되었나요?
지원청에, 교육청에 무수히 올린 내용인데... 심지어 비서실에도...
개인적으로, 교육감에게 바라는 것은 좋은 정책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학부모들이 전하는 개선책들 잘 들어야 합니다.
좋은 제도 말아먹는 공무원들 정신 차리게 해야 합니다.(그 사람들 그냥 두고서 뭔 일이 될까 싶네요.)
주변에 좋은 소리하는 지지자들만 바라보고, 쓴 소리 하는 사람들은 안보니 불통이라는 소리를 듣는 것 아닌가요?
무수히 많이 올라간 지적들이, 건의들이, 심지어 면전에서 실행하겠노라 한 것조차 실행되거나 고쳐지지 않는데, 당신을 지지하고 싶을까요?
차라리 교육감을 제대로 견제할 수 있는 도의원을 찾아서 지지하는 게 더 필요한 일이겠죠.
(그런 도의원 후보가 있지만 여기서 밝히지는 않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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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덧붙여 하고 싶은 말... 교육감 후보에게...
사실 교장 공모제 절차의 문제는 하위의 문제입니다.
더 큰 줄기는 바로 학교 자치에 반한다는 것이죠.
(학교 자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시작입니다. 학교가 학생들을 길러내는 곳이기 때문이죠. 그런 의미에서 학교 자치의 작동에 반하는 행동은 반 민주, 반 사회적인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에 제기한 문제들 중에서 학교 자치에 반하는 두 가지 큰 사실이 보이나요?
하나...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제대로 된 정보를 못 주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 자치의 시작은, 필요한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둘... 학부모 자치가 작동할 수 있는 경로를 교육청에서 차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장 말을 잘 들으라니요... ㅠ.ㅠ
시키는 대로 해서는 자치가 작동할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들을 고치지 않고 학교 자치를 지원하겠다고요?
예산 편성 자율권을 확대해봐야, 학부모 운영위원이나 학부모회가 동작할 절차들을 막아버리면, 학교 자치가 아니라 교장 자치가 되겠죠. 교장이 행복한 학교가 되겠군요.
정작 학교 자치를 경기도교육청이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유권자들이 이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쓴 소리도 귀 기울여 듣고, 이런 문제들을 확실히 고쳐나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