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영어보다 미국 영어에 더 친밀감을 느꼈던 글리는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떠나기로 했다. 미국과 가까우니 당연히 미국 영어를 사용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캐나다에 와서 알게 됐다. 캐나다 영어는 미국 영어와 다르다는 사실을!
캐나다 영어가 따로 있다고?
캐나다인 리치(Richi) 씨는 “미국에서 캐나다인을 만나면 무조건 구분할 수 있다”며 “미국으로 여행 가면 나를 영국인으로 보고, 영국에 여행 가면 미국인으로 본다”고 말했다. 캐나다 영어가 미국영어와 영국영어가 혼합된 새로운 영어의 한 종류이기 때문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캐나다 영어 존속을 중요시한다. 고등학교에서도 미국식으로 철자를 써 리포트를 제출할 경우 감점되며, 대학에선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한다.
캐나다 영어 탄생 비화
그 이유는 역사에서 찾아볼 수 있다. 1770년대 미국 독립전쟁 당시 영국에 강력한 반발을 보였던 미국과 달리 대부분의 캐나다인은 중립을 선언했다. 1775년 미국 독립군은 당시 북미 대륙에 주둔하는 영국군을 공격하기 위해 전략적 요충지인 퀘벡과 몬트리올을 공격한다. 하지만 미국 독립군은 대패한다. 이때 캐나다 내 소수인 독립군 지지자들에게도 미국 독립군의 이미지가 추락하게 된다. 독립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약 75,000명의 미국 내 영국을 지지했던 사람들이 캐나다로 피신해 자리를 잡았다. 이는 영국영어가 캐나다 영어의 기틀이 되는 배경이 됐다. 하지만 점차 영국의 이민은 줄어들고 미국과는 교류가 많아지면서 미국영어와도 섞였다. 여기에 원주민 언어와 캐나다인 특유의 습관이 섞여 캐나다 영어가 탄생했다.
▲ 토론토 ‘로저스 센터(ROGERS CENTRE)’ 영국 영어 철자를 따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영국식 영어
캐나다 영어는 대체로 영국 영어의 철자법을 기반으로 한다. 영국 영어와 같이 ‘u’를 사수해 컬러(Colour), 센터(Centre), 극장(Theatre)으로 적는다. 미국에서 더는 사용하지 않는 영국 영어 단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수도꼭지를 미국 단어 포싯(faucet) 대신 탭(tap)이라고 부르고, 의심스러운 사람을 미국 단어 서스펜더(suspenders)라고 하는 대신 브레이스(braces)라고 한다. 대부분의 발음은 미국 영어를 따라가지만, 알파벳 제트(Z)의 경우 대부분이 ‘지’라고 읽기보다 영국과 같이 ‘제트’라고 읽는다.
미국식 영어
철자와 단어를 영국 영어 기반으로 하지만, 몇 가지 단어는 미국 영어를 따른다. 가스와 트럭의 영국영어인 페트롤(petrol)과 로리(lorry)대신 가스(gas)와 트럭(truck)을 사용한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외래어는 캐나다에서도 영국영어보다 미국영어를 따른다. 그 예로는 스케줄(schedule), 토마토(tomato), 미사일(missile) 등이 있다.
발음에서 가장 크게 차이 나는 것은 티(T)이다. 캐나다는 미국과 같이 거의 발음 하지 않고 디(D) 또는 알(R) 발음으로 표현한다. 영국의 ‘-ise’ 대신 미국의 ‘-ize’를 사용해 적는 점도 특이하다. 깨닫다(realize), 알아보다(recognize), 사과하다(apologize) 등이 그 예다.
캐나다식 영어
영국 영어와 미국 영어와 비슷한 점도 존재하지만, 캐나다 영어만의 특징도 많고 뚜렷하다. 특히 동질성이 눈에 띈다. 미국에선 여러 주에서 다양한 방언이 사용되는 데 비해, 캐나다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일한 캐나다 영어만의 특징을 보인다.
‘about’이라는 단어를 아마 대부분이 ‘어바웃’이라고 읽을 것이다. 하지만, 캐나다 특히 온타리오주 북부 사람들은 유(U) 발음을 강조해 이를 ‘오부트’라고 읽는다. 미국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놀림거리로 많이 사용하며, 지금은 대부분의 사람이 이 발음을 사용하지 않는다.
또 캐나다인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에(eh)?’다. 캐나다인은 되물을 때, 주의를 환기할 때 그리고 습관적으로 ‘eh’를 사용한다. 캐나다 공영방송국 CBC에서는 ‘eh’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료를 추적하는 영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약 150년 전부터 사용한 기록이 있다고 한다.
캐나다 원주민의 언어를 차용해 쓰기도 한다. 카약(kayak), 카리부(caribou), 파카(parka), 스쿠컴(Skookum, ‘강인한(strong)’이라는 뜻) 등이 그 예다. 캐나다(Canada)라는 이름도 마을을 뜻하는 원주민의 언어(Kanata)에서 온 것이다. 이외에도 캐나다에서만 소파(sofa) 대신 체스터필드(chesterfield), 냅킨(napkin) 대신 서비에트(serviette) 등의 단어를 사용한다. 이는 캐나다 최초 유럽 정착인이 프랑스인이라는 사실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캐나다 친구 애나(Anna) 씨와 리치(Richi) 씨는 “하지만 요즘 신세대는 변하고 있다. 미국 영어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캐나다 공영방송 CBC에서는 캐나다 고유 언어 특징인 ‘eh’를 요즘 신세대는 ‘라잇(right?)’으로 돌려 말하는 경향이 있다고 소개했다. 알면 알수록 새롭고 신기한 캐나다 영어. 캐나다에 여행 가거나 캐나다 사람을 만나 영어를 접하게 된다면, 그 차이를 여러분도 섬세하게 느껴보면 좋겠다.
참고문헌
https://www.thecanadianencyclopedia.ca/en/article/english
https://www.cbc.ca/news/canada/calgary/origins-of-eh-canadians-1.4115715
https://www.youtube.com/watch?v=El41sHXck-E&feature=youtu.be
Orkin, M. (2015) Speaking Canadian English. Routled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