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소리 그날 내가 너를 기다리다 못해 마중 나오다가 그만 개천물에 풍덩 빠져서
거의 죽게 되었는데, 몽은사 화주승이 그리 마치 지나가다 내 꼴보고 깜짝 놀라 훨훨 벗고 달려들어
이 나를 건져내어 등에 업고, 집을 물어 급히급히 돌아와서 옷을 벗겨 뉘어놓고 옷의 물을
짜내면서 하는 말이, 이생에 장님되기 전생의 죄악이라, 우리 절 부처님전 정성을 들였으면
이생에 눈을 떠서 천지만물 보련마는 집안꼴이 어려우니 안됐구려 불쌍하오, 내가 묻는 말, 재물을
안 드리면 부처님 힘 빌 수 없소? 중이 하는 말이, 다 정성인데 빈 손이야 할 수 있소, 내가,
제물 얼마 드렸으면 정성이 될 것이오 ? 중이, 우리 절 큰 법당이 비바람에 기울어져
다시 지으려고 집집마다 동냥하러 다니오니 백미 삼백석만 바치면 법당 짓고 난 다음
부처님께 청을 들여 눈을 뜨게 하오리다, 내가 불쑥, 백미 삼백석에 눈을 뜰 테면 그것 한 번 못하리까
그 책에 적어 주소 하니 중이 좋아하고 책을 펴놓고 쓰기를 황주땅 도화동 장님 심학규
백미 삼백석 감은 눈을 뜨게 하여 주옵소서, 쓰기를 마치고 약조 기일 잊지 말라 하고 그 중이 돌아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