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푸르나 라운딩
'안나푸르나 서킷'을 준비하고 계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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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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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나푸르나 서킷을 다녀왔습니다. 2007년, 2017년에 이어 세 번째 서킷입니다. 가지 않은 곳, 가고 싶은 곳이 많지만 왠지 모르게 안나푸르나 서킷에 필이 꽂혔습니다. 늘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혼자 떠난 트레킹이었습니다. 12박 13일의 야심찬 계획을 세웠지만 트레킹은 11박 12일로 끝났습니다. 아쉬움이 많이 남았지만 해발 5천 미터 틸리초 레이크와 쏘롱라를 넘은 것에 만족하였습니다.
트레킹이 끝난 후, 포카라에서 닷새를 보내고 귀국하였습니다. 트레킹의 여운이 가시기 전에 걸으면서 보고 느낀 것에 대해 정리해 보았습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트레킹을 준비 중인 분들에게 참고가 되리라 믿습니다.
안나푸르나 서킷을 위한
몇 가지 팁!
1. 개별 여행자들이 카트만두 공항에 도착한 후 처음 부딪히는 문제는 타멜까지의 이동입니다. 카트만두는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습니다. 숙소에 픽업 요청을 하지 않은 트레커는 택시로 이동해야 합니다. 공항 택시의 바가지 문제는 세상 모든 나라의 공통점이겠지요. 흥정은 대개 1,000루피에서 시작됩니다. 800루피 이하로 성사가 되면 적절한 요금일 것이고 혹, 600루피로 합의한다면 최선의 선택입니다. '인드라이브' 앱을 이용하시면 더욱 저렴한 요금에 이동할 수도 있습니다.
2. 트레킹을 위해서는 팀스 및 퍼밋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최근, 팀스는 유명무실해져 퍼밋만 발급받으시면 됩니다. 퍼밋 발급 비용은 안나푸르나의 경우 3,000루피였습니다.
3. 나 홀로 트레커가 아니면 에이전시를 이용하여 가이드나 포터 혹은 가이드 겸 포터를 고용하게 됩니다. 덩치가 큰 서양인들은 가이드를 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가이드 겸 포터를 많이 고용하였습니다. 카트만두에서 가이드 겸 포터를 고용하면 25$, 포카라에서 고용하면 3,000루피 정도였습니다. 물론 트레킹이 끝나면 적당한 수준의 팁도 필요하겠지요.
4. 안나푸르나 서킷은 베시사하르에서 시작하여 시계 반대 방향으로 안나푸르나 산군을 한 바퀴 도는 것입니다. 카트만두로 입국한 트레커들은 서킷을 끝낸 후 포카라에서 마무리합니다. 이번 트레킹에서 포카라로 이동한 다음 서킷을 시작하는 분들을 여러분 만났습니다. 무슨 사연인지 알 수 없지만 제 생각에는 시간과 비용 낭비인 듯합니다.
5. 트레킹을 위해 카트만두에서 베시사하르까지 버스나 봉고로 이동한 다음 지프로 다라파니나 차메까지 이동합니다. 지프 비용은 다라파니(2,000루피), 차메(3,000루피)였고 마낭까지도 5,000루피면 이동할 수 있습니다. 물론 네팔리는 외국인의 반값이고요.
6. 트레킹의 출발은 다라파니나 차메가 좋습니다. 제가 처음 서킷을 시작했던 2007년에는 불부레에서 두 번째는 참체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번 트레킹은 차메에서 시작하였습니다. 도로의 발달로 트레킹 코스가 점점 짧아지고 있습니다. 고도를 서서히 높여가는 것이 몸에 좋지만 차량 통행과 먼지 때문에 걷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겨울 비수기의 영향인지 알 수 없지만 차메에서 시작한 트레킹은 쾌적함 자체였습니다.
7. 이번 트레킹 기간 내내 화장실이 딸린 방을 사용하였고 전기 사정 또한 좋았습니다. 물론 틸리초 베이스 캠프와 쏘롱 패디는 예외였고요. 와이파이는 모든 숙소에 있어 편리하였고 데이터는 어느 곳에서도 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전기는 사용할 수 없는 곳에도 와이파이는 가능하였습니다.
8. 숙소에서는 여분의 이불이나 담요를 제공하였습니다. 과거처럼 대장급 동계 침낭은 필요 없을 듯합니다. 쏘롱 패디에서는 낮 기온이 영하 20도였지만 추위 때문에 고생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핫팩 몇 개 정도 준비하시면 더욱 좋겠지요.
9. 트레킹 기간 내내 날씨가 좋았습니다. 저희보다 앞서거나 뒤에 출발하신 분들은 아이젠 없이 쏘롱라를 넘었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가 쏘롱 패디에 도착한 후 눈이 내리기 시작하여 제법 많은 눈이 쌓였습니다. 그날 밤 다이닝 룸에서 우리나라 트레커 4명, 가이드 3명이 모여 회의를 하였습니다. 다음날 새벽 쏘롱라를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입니다. 저는 "마낭으로 내려가자"라는 의견을 표했습니다. 지금까지 20번 넘게 히말라야 트레킹을 하였지만 목숨을 걸고 산을 오르는 것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저를 제외하고 모두 초행이라 안절부절못하고 있는데 연식이 있는 가이드가 제안을 하였습니다.
"젊은 가이드 2명이 앞에서 러셀을 하고 본인은 후미를 맡아 쏘롱라에 오르자!"
라고 하였습니다.
10. 도착 시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 해발 5,416미터 쏘롱라를 무사히 넘을 수 있었습니다. 트레커 모두는 각자의 가이드에게 넉넉한 팁과 음식으로 사례하였다는 이야기를 포카라에 와서 들었습니다.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상치 못한 일 때문에 가이드나 포터를 고용하는 것이겠지요.
11. 대부분 트레커들이 묵티나트에서 트레킹을 종료하고 버스로 포카라로 가거나 따또파니로 이동한 다음 푼힐로 향합니다. 저는 루브라 패스를 권합니다. 이미 쏘롱라를 넘어 몸이 고소에 적응되었으며 루브라 패스 고도 또한 높지 않아 쉽게 오를 수 있습니다. 다울라기리의 진면목뿐만 아니라 황량한 무스탕의 풍경 그리고 아름다운 루브라 마을을 만날 수 있습니다.
12. 아름다운 마르파 마을에서 일박을 권합니다. 박범신 작가의 소설 '나마스테'의 배경이며 사과로 유명한 티베트 마을입니다. 칼리칸다키강의 거친 바람 때문에 가옥 자체가 성곽 같습니다. 마을은 유럽의 마을처럼 박석이 깔렸으며 마을은 온통 사과 내음이 진동합니다. 마을 뒤편에는 벼랑에는 곰파가 마을을 지켜주고 있으며 사이드 트레킹을 할 곳도 많습니다.
13. 마르파에서 포카라까지 버스 비용은 1,250루피였으며 외국인과 네팔리의 차이는 없습니다.
포카라는 이집트의 '다합', 파키스탄의 '훈자'와 더불어 3대 여행자들의 블랙홀입니다. 오랫동안 힘들게 걸은만큼 포카라에서의 여유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