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곳
최 방 식
여름이 시작될 무렵 모임에서 서부산권 여행을 시티투어 버스를 이용하기로 뜻을 모았다. 부산에 살면서도 서부산권은 남구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가깝고도 먼 곳이다. 그곳 명소는 평소에 발걸음이 잘 닫지 않아 한 번은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 지역이다. 부부 모임으로 구성된 8명은 함께 국내외여행을 한지도 30년이 넘는 지기知己이다. 모름지기 해외여행도 좋지만 내 고장의 명소를 둘러보는 것도 의미 있는 것으로 사료된다.
2023년 6월 29일 날씨는 장마철인데 오늘 일기예보는 흐린 날씨에 가끔 비가 온다 하여 햇볕이 쨍쨍한 날보다 오히려 여행하기에 더 좋은 날씨다.
부산역을 출발하여 자갈치 시장을 지나 천마터널을 비껴 돌아 나오니 탁 트인 시원한 바다가 펼쳐졌다. 멀리 송도 외항의 묘박지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많은 배들이 정박해 있다. 송도해수욕장의 해상 캐이블카가 바다 위를 수놓고 구름 산책로에는 관광객들도 군데군데 보인다. 아담하고 조용한 오전의 해수욕장 해변은 한가한 풍경이 마음을 평온하게 만든다. 내려서 해변을 거닐고 싶었지만 한정된 시간 때문에 감천문화마을과 다대포의 몰운대, 을숙도 현대미술관을 둘러보기로 했다.
암남공원으로 향하는 이차선의 좁은 길은 숲이 우거지고 발아래 펼쳐지는 송도해수욕장과 용궁구름다리가 바다와 어울려 아름답다. 감천문화마을로 가는 해안을 따라 규모가 큰 냉동 창고들이 감천항의 위용을 드러내며 부산의 어획량이 전국최대 규모임을 짐작케 하였다.
산자락에 있는 감천문화마을은 년30만 명이 찾는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 중에 하나라니 약간 놀랬다. 감천은 물이 달다고 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이곳은 가파른 산을 깎아 계단을 만들고 경사진 좁은 골목길과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이 최근 한국의 마추피추라 하여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6.25 피난민들이 신앙촌처럼 태극을 받아들인 사천여명이 개척한 삶의 애환이 녹아 있는 곳으로 현대사에 부산 역사의 단면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다. 좁디좁은 산자락에서 힘겹게 살아온 그들의 삶이 녹아있는 옛 풍경을 새로 꾸미고 단장하여 관광지로 만들었다. 담 벼락에 걸터앉아 바다 너머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는 어린왕자와 한 컷 찍고, 작은 박물관에 들러 흑백 사진들로 전시된 가난의 흔적들을 보며 안도의 숨을 쉰다. 마침 길 건너편에 정자가 있어 간식을 나누며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했다. 한복을 입은 가족들이 거리를 누비며 연신 사진을 찍어 댄다. 외국인들 같다. 마을 어귀에 도착하니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여름날의 열기를 식혀 주려는 듯 한줄기 소나기를 뿌리고 지나간다. 우리는 미로 같은 골목길을 내려와 다대포를 가기 위해 감천문화마을을 빠져 나왔다.
다대포 해수욕장 초입에 있는 음악분수대 광장에서 해수욕장으로 거쳐 몰운대로 가기로 했다. 지난봄 문학회에서 몰운대 걷기대회 행사에서 사전답사와 실제탐방을 한 탓인지 주위의 지형지물이 익숙하다. 들머리 해변의 잘 가꾸어진 푸른 송림 사이를 뚫고 해수욕장에 들어서니 광활한 백사장과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와 갯내음을 실은 시원한 바닷바람에 아!~~ 모두들 가슴 여는 소리를 지른다. 온통 하늘과 바다는 잿빛이다. 하늘과 바다의 경계가 사라지고 이슬비까지 시원함을 더해 감성을 돋운다.
몰운대의 낙조는 전국적으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저녁노을이 광활한 바다와 해변이 황금색으로 물들이면 관광객들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오늘은 흐렸다 개었다를 반복함에 노을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아 언제 다시 한 번 시간을 내어볼 참이다. 몰운대를 한 바퀴 돌면 그림 같은 해안가의 풍광이 아름답다. 다대진의 동헌과 임진왜란 때 부산포해전에서 순절한 정운 장군을 기념하는 순의비도 있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 버스시간에 맞춰 몰운대 입구에서 인증 샷을 남기고, 낙조와 해안가의 절경은 다음을 기약하며 걸음을 재촉했다. 빗방울이 하나 둘 떨어지기 시작하드니 버스정류소에 도착하자 소나기가 쏟아진다. 정류소 벤치에 앉아 내리는 비속에서도 모두가 오랜만에 이런 장면이 연출이 되니 즐거운 표정이다. “날 잘 받았다”고 누군가 한마디 던졌다. 오늘 같은 날은 야외활동 하기에 내리쬐는 햇볕보다는 가끔 소나기가 더위를 식혀주니 더 없이 좋았다. 우리가 관광 할 때는 비가 오지 않고 비를 피할 장소에 도착하면 신기하게도 소나기가 내렸다.
낙동강 강변을 따라 아미산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서 본 낙동강은 황톳물이다. 군데군데 길게 뻗은 모래톱이 물속에 잠긴 듯 보인다. 물안개 자욱한 아미산 전망대 입구에 도착할 때도 비가 계속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곳에는 타고 내리는 사람이 없어 차는 미끄러지듯 부네치아 장림포구로 향했다. 부네치아는 부산과 베네치아(베니스)의 합성어다. 차창으로 보니 하천의 방파제에는 어선들이 비를 맞고 한가하게 정박해 있다. 공장의 각종 폐수로 오염된 하천을 정비하여 가계와 주위 창고를 무지개 색을 입히고 여러 가지 조형물을 설치하여 관광지로 만들었다.
을숙도 현대미술관에 도착 했을 때 비는 거짓말처럼 그쳤다. 꽤 규모가 큰데 비해 무료로 운영되고 주차시설도 잘 되어있었다. 미술관의 외관이 특이하여 눈길을 끌었다. 2층부터 외벽에 수직으로 150종의 식물들이 평지처럼 자라고 있었다. 1층 로비에 들어서자 현대미술관답게 키가 나만한 로봇이 돌아다니며 음성 안내를 받으려면 자신을 터치 하라고한다. 1층 전시관에 부산모카 시네미디어 행사일정을 둘러보고 2층으로 향했다.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이곳에는 다른 관람객이 아무도 없었다. 푹신한 소파에 몸을 맡기며 헤드셋을 끼고 인간, 지구환경에 대한 자연 다큐영상을 감상하였다.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은 탓인지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생소한 디자인과 리듬 등, 창작영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함을 느꼈다. 지하 도서관과 여러 전시물을 둘러보고 밖으로 나왔다. 을숙도에는 학창시절에 한두 번 왔을까? 근 50년 만에 다시 찾은 것 같다. 그때는 갈대숲으로 에덴공원으로 가는 길에 학생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 주점들이 많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이 난다. 같은 부산이면서 50년 만에 다시 찾은 감회는 옛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 없고 너무 많이 변하여 생소한 느낌이다. 을숙도는 세계적인 철새 도래지라 겨울이면 철새를 관찰하기 위한 탐조객들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금은 문화예술 공간도 함께 자리 잡았다. 을숙도 현대미술관은 아이들과 함께 한 번은 가볼만 한 곳이다.
어느 듯 시간이 오후 5시다. 낙동강하구 에코센터와 부산근대역사관은 다음으로 미루고 부산역 출발지로 돌아왔다.
첫댓글 부분적으로 가 본곳과 안 가본곳 있군요
우리나라도 모르면서 외국 여행만 고집하는것과 같은 마음입니다
마음맞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우리고장 답사는 정말 필요한것 같습니다
부네치아장림포구가 관광지로 개발되었다는데 한번 꼭 가 봐야겠네요.
서부산관광코스가 낙동강하구가 만들어 낸 곳이라 볼 만한 곳이네요.
즐거운 시간이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