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코칭과 자녀교육, 그리고 소통과 힐링의 시창작교실
부모도 욕구가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 주어야 한다. 또 부모의 삶을 실현해 나가는 과정에 바로 ‘너희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한다.
- 토니험프리스의 ‘가족의 심리학’ 중에서
소통은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따라서 소통에 대한 그 어떤 이론보다도 먼저 상대의 감정을 상하지 않게 소통하는 구체적인 실천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소통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상대의 마음을 열기 위한 칭찬이다. 그리고 칭찬 중에 가장 좋은 칭찬은 글로 써서 대중 앞에 공개하는 칭찬이다.
그래서 나는 칭찬하는 글로 소통을 시도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먼저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아이가 잘한 이야기를 쓰자.
둘째, 가급적 내 이야기를 쓰자.
셋째, 애써 교훈을 주려 하지 말자.
내가 먼저 아이들에게 실천하기로 했다. 어쩌면 이 글을 보게 될 아이들이 “아빠, 그때 그래서 그랬던 거야.”라고 할지 모르지만, 어쨌든 나는 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잘 한 것이 있으면 시로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쓴 시를 동인지나 지역에서 발간하는 문집에 발표했다.
그렇게 하면 일부러 보여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어떻게든 그 글을 보기 마련이다. 방바닥에 있는 잡지에서 아빠의 이름을 보고 누구 작품보다 먼저 아빠의 작품을 골라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기숙사 짐 푸는
열일곱 살 딸아이
괜찮다 괜찮아
강한 척
돌아섰지만
조잘조잘
가슴 적시는
차창 밖
버들강아지 개나리
목련나무
가지가지
함초롬 맺히는
망울망울
- 졸시 ‘봄비 때문에’ 전문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는 큰딸에게 집에서 혼자 밥 먹기 힘들면 가급적 기숙사 있는 학교에 가라고 했다. 그랬더니, 큰딸은 고민 끝에 적성을 살리고 싶다며 도예고등학교를 지원했다. 생긴 지 얼마 안 된 학교로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곳이었다. 집 근처에 있는 인문고에 갈 수도 있었지만, 아이는 중3때 도자기 동아리 활동을 할 때가 제일 행복했다며 적성을 살리고 싶다고 해서 말릴 수가 없었다.
딸아이가 기숙사에 들어가는 날에 촉촉이 봄비가 내렸다. 딸아이의 짐을 기숙사에 풀어놓고 돌아오는 길에 괜히 기분이 묘했다. 그 감정을 그대로 담아 시에 담아 보았다. 그리고 지역 잡지에 작품을 실었다.
며칠 후에 주말을 맞아 집에 들른 큰딸이 진지하게 물었다.
“아빠, 나 집에서 다닐까?”
“왜?”
“아빠, 외롭지 않아? 정말 괜찮은 거야?”
잡지에서 아빠의 시를 보고 괜히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는 거란다. 가뜩이나 동생마저 축구를 한다고 숙소생활을 하는데, 자기마저 기숙사로 들어가고 나니 아빠 혼자 있는 것이 안쓰러워 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은 그냥 시로 쓴 것일 뿐이라며 웃어주었다. 그리고 절대로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기숙사 생활 잘 하면서 공부 열심히 하는 것이 진정으로 아빠를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그때 말은 이렇게 했지만, 딸아이가 아빠를 신경써 주고 있다는 것을 알고 괜히 기분이 짠했다. 또 한편으로는 그래도 큰딸이 아빠를 생각해 줄 정도로 잘 크고 있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한 편의 시를 통해 딸아이와 소통하는 기쁨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경험담을 바탕으로 강의 시간에 이렇게 강조하곤 했다.
“아이를 위한 시를 써보세요. 아이들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어머니들은 거의 다 자녀교육에 민갑하기 때문에 이 말은 설득력을 발휘했다. 어머니들은 믿음을 갖고 아이와 관련된 이야기를 시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 편의 시로 아이와 소통했던 경험담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버스는 떠났다
남은 건 하염없이 흔들리는
열한 살 딸아이의 손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불 꺼진 스탠드
텅 빈 거실 주인 없는
책가방만
만지작만지작
잠자리에 들었다는
문자 메시지에
휴우, 안도하며
잠자리에 눕는다
엄마처럼
- 구리시 서정림 님의 ‘엄마처럼-딸의 첫수련회’ 전문
시창작 시간에 초등학교 4학년짜리 딸이 1박2일 수련회 갔을 때 느꼈던 마음을 시에 담아 집에 갔는데, 마침 아이가 이 시를 보고 갑자기 감동 먹은 표정을 짓더라는 것이다. 그래서 아이에게 이게 무슨 내용인 줄 아냐고 물었더니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엄마, 이거 내가 수련회 간 날 엄마가 많이 걱정했다는 거잖아? 그러니까 내가 괜히 눈물이 나려고 하잖아. 엄마, 고마워.”
그러더니 며칠 후에는 학교에서 가장 좋아하는 시를 가져오라고 했다며 이 시를 가져갔다고 했다. 그리고 발표 시간에 “우리 엄마가 쓴 시예요.”라며 낭송을 했더니 선생님이 엄청 칭찬을 해줬다며 집에 돌아와서 자랑을 하더라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이보다 더 좋은 자녀교육법이 어디 있겠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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