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칼럼8 (2021.2.8.)
삼도락(三道樂) 놀이터 – 해솔텃밭 사람들
안창옥(해솔문화다큐재단 이사장)
법으로 4월 11일이 무슨 날로 정해져 있는지 아시나요? 법으로 정해진 것도 일천하고, 시민들도 기억할만한 특별한 ‘꺼리’가 없기 때문에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시리라 생각된다. 사실 필자도 한 세대 동안이나 텃밭을 운영해 오고 있지만, 4월 11일이 도시농업의 날이라는 사실을 불과 며칠 전에야 알았다.
지난 삼십여 년 간 텃밭을 운영해 오면서 지금같이 가슴 설렌 적이 없다. 삼도락(三道樂)이란 생소한 이름의 야심찬 꿈을 준비하기 때문이다. 텃밭을 가꾸며 봉숭아 꽃길을 조성하고 꽃으로 만든 꽃차를 마시며 다도를 체험한다. 뿐만 아니라 봉숭아 노래 배우며 글을 써서 책을 발간하는 부푼 꿈에 가슴이 설렌다.
사업의 핵심 목표는 천안 봉숭아 꽃길을 조성하여 장차 봉숭아 마을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다. 해솔 텃밭과 맞닿은 100미터가 넘는 국도 양옆 갓길 넓은 공터에 아름답게 꽃길을 조성할 계획이다. 지금은 잡초만 무성하여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는 버려진 땅에 울긋불긋 아름답게 가꾸는 일이다. 상전벽해가 따로 있나 싶을 정도로 예쁜 꽃길로 변한 도로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을 줄 것이라 생각하니 벌써부터 뿌듯하다. 꽃길을 넓히고 홍보하면 천안 봉숭아 마을로 불려 곤지암 봉숭아 마을과 쌍벽을 이루는 것도 시간문제일 것이다.
해솔 텃밭 사람들 이십여 명과 업성동 어르신, 문학을 공부하는 문학회원, 희망하는 일반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다. 생활문화동호회 활동에서 시대의 흐름을 반영한 창의적 생활문화 활동 모범 사례로 확실하게 기록될 것이다.
해솔 비전인 해와 같이 따듯하고 밝으며, 소나무와 같이 푸르고 의연하게 도시농업 정상에 설 수 있으리라. 농업이 정서적 치유 목적이란 시대 흐름을 반영한 창의적 생활문화 활동 모델이 되는 것이다.
천안 봉숭아 학교 설립 계획도 마무리 단계이다. 학생들은 텃밭 길 건너 업성동 4통 사무소 노인회, 부녀회 어르신들과 해솔 텃밭을 가꾸는 텃밭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일반 시민들, 문학회 회원 등에게도 문호를 개방할 것이다. 최소한 육십여 명을 학생으로 모실 예정이니 한 학급으로 운영하기엔 아무래도 과밀학급이 될 것 같다.
전공별로 하거나 정원을 정해 선착순(?)으로 배정해야 하지 않나 걱정이니, 학생이 없어 심각하게 폐교를 걱정해야 하는 시골 학교에 비하면 얼마나 행복한 고민인가?
교과 과정은 꽃차 만들기, 봉숭아 꽃 물들이기, 봉숭아 노래 배우기, 꽃에 대한 글쓰기, 삼대가 같이 하는 캠프 화이어 등 실습 과목이다. 특강은 가정의 좁은 공간을 이용한 수직 실내정원 체험이다. 수학여행도 갈 것이다. 곤지암 봉숭아 마을과 용인자연농원 장미정원 등 도시농업 시범농장을 찾을 것이다.
도시농업은 농업을 생업으로 하는 농민들의 몫이 아니다. 여가 시간을 이용하여 텃밭이나 주말 농장을 통해 농업을 맛보는 도시민이다. 그들은 생명을 돌보는 주체로서 자존감과 사랑을 실천하며 스스로 힐링 한다. 직접 가꾼 먹거리
로 소유의식과 생명을 존중하는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다. 퇴직 후 소일거리와 안전한 먹거리를 고민하는 시민들이 늘어나 관심이 커지고 문의도 많다.
이제 농업은 단순히 먹거리 생산이라는 기본 단계에서 한 단계 더 높아진 가치를 갖게 되었다. 농업이 시민 여가 생활공간 조성이라는 녹색 치유를 감당하도록 업그레드 되고 있다. 도시농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뒷받침하도록 매년 4월 11일을 도시농업의 날로 제정하고 있다.
작년에 곤지암 봉숭아마을을 다녀와서 금년부터 꼭 시작해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마침 관련기관에서 활동지원 공모가 있어 “삼도락 놀이터”로 신청 한다. 삼도락이란 차도락(茶道樂), 락도락(樂道樂), 화화락(和花樂)이다.
차도락(茶道樂)은 꽃차를 시음하며 유유자적을 교육하는 것이다. 커피 위주의 차 문화에서 벗어나 건강에 좋은 우리 차를 보급하는 목적이다. 직접 가꾼 봉숭아. 솔잎, 여주, 구절초, 국화, 모과로 만든 차를 시음하며 다도를 배우는 것이다.
텃밭에서 가꾼 구절초 꽃 말린 것을 끓여 우려낸 꽃차를 마신다. 생전에는 꽃으로 아름다움을 선물하고 죽어서도 분홍색 차의 향긋한 꽃향기를 선물하는 보라색과 노란 구절초. 담백한 구절초 꽃차를 음미하는 유유자적의 멋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대로 차도락은 도시농업의 멋진 보너스 이다. 힐링이란 보너스를 원하시면 망설이지 말고 텃밭을 시작해 보시라.
락도락(樂道樂)은 꽃과 관련된 노래 배우기와 글쓰기를 말한다. “울밑에선 봉선화야 네 모습이 처량하다‘로 시작되는 봉선화 노래.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봉선화에 빗대어 부른 한 많은 전통 애국가요로 오래 살아 숨 쉬어야 한다. 가수 현철이 부른 ’톡하고 터지는 봉선화 연정” 많이 알려진 봉숭아를 선양하는 노래이다. 가사에 꽃이 들어 있는 노래를 배우고 부르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겠는가?
또한 꽃을 주제로 시나 수필 등의 글을 모아 책자를 엮는 것도 도시농업 콘텐츠의 창의적 발상이다. 유유자적 시리즈2로 “꽃같이 아름다운 마음들”이란 이름으로 책 제목을 정했으면 한다. 꽃을 사랑하며 즐거움과 체험을 나누는 아름다운 사연들을 널리 알리는 것도 진정한 생활문화 활동이다.
화화락(和花樂)이란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하려 한다. 화和를 위해서는 서로 통해야 한다. 통하기 위해서는 만나야 하고, 만나서 좋은 추억을 공유해야 하는데, 캠프 화이어와 실내 수직정원 체험을 하고자 한다.
일상에서 캠프 화이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녹록하지 않다. 더구나 할아버지, 아버지, 손자 삼대가 모이기도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지만, 삼대가 함께하는 캠프 화이어 체험은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 사랑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좁은 실내 공간에 수직 정원을 만드는 것은 마음의 휴식을 얻고 공기정화 효과로 일석이조 활동이다. 며칠 전 시청 민원실에 갔더니 기둥을 온통 푸르게 장식 하여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했다. 코로나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은 현실에서 벽에 꽃이나 공기정화 식물을 심는 체험은 실용적이고 바람직하다.
서로 소통하고 땀 흘리며 텃밭과 꽃을 가꾸는 건강한 모습은 사랑의 실천이다. 사랑과 힐링이 따로 있나, 땀 흘리는 진정한 사랑과 힐링을 도시농업에서 실천해 보시라. 올 여름에 천안 봉숭아 마을을 방문하시면 기꺼이 꽃차 한잔 대접할 것을 미리 약속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