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자귀나무
심영희
지난 6월 18일 아침에는 걷기 운동을 하면서 방향을 약사천을 따라 봉의초등학교 쪽으로 올라가며 다리 아래 벽에 걸린 시동인 "시를 뿌리다" 회원들 시화도 보고 오랫동안 걸려있는 서각 작품도 구경하면서 걷다 보니 어느새 공원 앞에 다다랐다.
그곳에는 화장실이 있어 무심코 들어갔더니 남자가 여자화장실 청소를 하고 있어 깜짝 놀라 나오는데 바로 앞에 핑크빛 자귀나무 꽃이 보였다. 반가워 쫓아가서 사진을 찍었다. 벌써 꽃이 지는 상태라 아쉽기는 한데 추억의 나무라 그냥 찍어왔다.
고향 집 마당가에는 가래나무와 함께 자귀나무가 나란히 자리 잡고 있었다. 가래나무에 매년 가래가 주렁주렁 열리듯이 자귀나무에는 해마다 붉은 꽃이 만발했다. 더 키가 큰 가래나무 밑에는 평상을 펴놓고 시원한 그늘에서 공부를 하거나 온 가족이 모여 모깃불을 피워놓고 저녁을 먹곤 했다. 자귀나무 일명" 미모사"라고 부르기도 했던 이 나무는 저녁이면 잎이 오무라 들었다가 아침이면 펴진다. 또 사람들이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파르르 잎을 오므리는데 그것이 재미있어 자귀나무에 장난을 치기도 했던 나무다.
고향 집과 함께 사라진 가래나무와 자귀나무를 생각하니 고향이 더욱 그립고 고향 집에서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내년에는 유월 초에 사진을 찍으면 싱싱한 꽃을 찍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