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수원의 고색동 작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주변에는 상가와 주택들이 인접해 있어 조금만 허술한 곳에는 쓰레기를 내다버리기 일쑤여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우리아파트에서는 철저하게 규격봉투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음식물 쓰레기나 분리수거에도 여간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일반 주택에서는 아직까지도 나 몰라라 하며 잘 지켜지지 않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우리아파트 후문 불법 쓰레기장 막을 수 없나요_1
쓰레기 종량제가 실시된 이후 나는 줄곧 우리아파트 후문을 지날 때마다 관심을 갖고 지켜봐왔다. 마치 다른 나라에라도 온 듯 규격봉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다니는 아파트길목에 남몰래 쓰레기를 무단투기 하는 것은 불법이며 언어도단이다. 이런 비양심적인 사람들이 내 이웃에 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저 치사스럽고 께름칙하기가 이를 데 없다.
지난 가을 어느 날이었다. 이곳 소방도로의 안쪽 골목 주택에서 나이가 지긋하게 들어 보이는 남자 한분이 규격봉투도 아닌, 검정비닐봉지의 쓰레기를 들고 나와 무단투기 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차라리 안 보았더라면 마음이 편했겠지만 평소부터 비양심적 행위들이 목에 가시처럼 걸려있던 터라 모른 척 지나칠 수가 없었다.
"아저씨! 거기다 쓰레기 버리시면 어떻게 해요" 하고 나는 전봇대에 걸어놓은 노란 경고판의 문구를 가리키며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이 양반 되레 화를 내며 어제 오늘에 버리는 것도 아닌데 당신이 뭣이기에 유별나게 그러냐는 식이었다. 그러면서 아파트 내의 은행나무 잎이 떨어져 날려 와 자기 집을 더럽힌다며 생떼를 쓰는 바람에 나는 하늘만 쳐다보며 도망쳐야 했다. 옛 말 에 소도 비빌 언덕을 보아가며 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우리아파트 후문 불법 쓰레기장 막을 수 없나요_2
그동안 아파트 주민들의 불편신고에 따라 당국에서는 대형화분을 설치해놓고, 불법쓰레기를 반출할 시 1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 받게 된다는 법문을 게시하기도 했지만 보는 것처럼 속수무책이다. 한때는 미화원들께서 불법투기를 막기 위해 치워가지 않고 그대로 방치해 둔 채 뱃심을 부려보기도 했고, 화분을 설치하여 깨끗이 환경을 바꿔보려는 노력을 보이기도 하였지만 어쩔 수가 없는 지금의 현실이다.
노란 경고 문구를 읽어보면 일반 주택에서는 내 집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내 집 문 앞에 내어놓도록 되어있다. 그것도 규격봉투에 담아서 버려야 하는 것을 무시하고, 아무 봉투에나 담아서 남의 집 앞에 멀리 내다 버리는 것과 뭐가 다른가. 한마디로 좀스럽게 몇 푼의 가계 경제를 아껴보자는 무임승차 근성은 척결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무단 불법투기 행위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포상금도 주워진다고 하지만 그렇다고 이웃 간에 의를 상해가며 야박하게 할 수만 도 없을 것 같다. 지금은 겨울철이 되어 덜하지만 여름에는 미관뿐만이 아니다. 코를 찌르는 가운데 악취는 말할 것 없고, 들끓는 파리모기 떼와 함께 위생문제도 말할 수가 없다.
우리아파트 후문 불법 쓰레기장 막을 수 없나요_3
자신의 양심을 쓰레기와 함께 몰래 내다버리는 비양심적 비민주적, 비문화적인 사람들을 위해서는 철퇴가 내려져야 마땅하지 않을까. 나는 이곳저곳을 살펴보았지만 방범용 카메라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왕 나선 김에 우리아파트 주변의 쓰레기 상태를 살펴보기로 했다. 또 다른 한곳에도 길가의 전봇대 밑에는 쓰레기장이 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곳은 사정이 달랐다. 주택에서 떨어져 있었고, 길 너머로는 공터인데다 사람들이 그리 많이 다니지 않은 곳이어서 보기에는 흉했지만 묵인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규격봉투를 사용했을 뿐만 아니라 분리수거할 것들을 일반 봉투에 담아 내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내 집 앞이 아닌 다른 일정한 장소에 내다 놓은 것 말고는 하자가 없었다. 우리아파트 후문과는 다르게 비교적 양심을 지키고 있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방범용 카메라 덕분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사방을 둘러보던 중 그곳을 비추고 있는 인근 사업장의 소형 카메라 하나를 볼 수가 있었다. 누가 보아도 이곳이 찍히고 있다는 것을 확연히 알 수가 있었다.
우리아파트 후문 불법 쓰레기장 막을 수 없나요_4
쓰레기 불법 투기장이 되어버린 우리 아파트 후문, 어쩌다 그 지경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그곳을 지날 때면 몸서리가 쳐진다. 개선하려는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의 갈등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이곳에 더 이상의 양심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방범용이던 쓰레기 불법투기 방지용이던 카메라를 설치하여 더 이상 방치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대 인식은 필요하다고 본다. 밝고 건강한 우리사회를 만드는데 누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 된 다는 것을 반드시 심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몰래카메라의 위력을 확실하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