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07-13 12:20:05
문학의 밤 행사에 노래를 불러 달라는 요청이 들어왔어.
너도 알다시피 나는 머리털 나고
가장 초유의 숫자 많은 대중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된 거야.
출세했지.
최선을 다해볼려고 난 리허설때도
가수들이 음반낼때나 연습때 신발 벗고
맨발로 한다고 오다가다 들은 기억이나서
그걸 흉내내 나도 힐을 벗고 맨발로 연습을 하고 또 하고.
그런데 벗어놓은 내 구두를 어디다 몰래
짖궂은 친구가 숨겨 놓아 맨발의 아줌마는
신발 찾아 이리저리 헤매다 높은 선반에서 겨우 찾아냈어.
나뭇꾼과 선녀로는 나이가 너무 많은 아줌마 아저씨.
신발 아무리 숨겨놔도 다 찾아내..
괜히 나뭇꾼 흉내내다 등짝이나 맞고 그러지.
드디어 결전의 그날 ~!
내 노래 순서를 기다리는데
수 없이 연습을 거듭했는데도 불구하고
목이 바짝 타고 떨리기 시작하더라
마른 침만 자꾸 꿀꺽 삼키는데
옆에서 제 순서 기다리던 친구가
<우리 맥주마시자! 그러면 안떨릴지도 모르잖어!>
<좋은 생각이다!>
한모금 마시다 생각해보니 아니네~
만약에 맥주 들이켜고 무대 올라가서
<가슴 깊이 맺힌 슬픔 영원토록 잊을길은 없는데~~ 꺼억~!!!!>
그런 사태가 벌어지면 어떻게해.
맥주 마시면 트림이 나오잖어..
내 순서가 되어 황혼의 부르스를 불러야만 되었어.
리허설때 나는 정면을 보고 부르는 것보다
옆으로 비스듬히 창가를 바라보며
옆얼굴 로 하는 것이 더 이뻐보인다고
조언해준 말이 생각나길래
무대 오르자 창가를 바라보니 나원~!
돌발상황!!!
창가로 바라본 풍경은
요란스러운 상가건물에 간판이 눈에 들어오는데
<오징어 순대 오대감!!!> <15000원>
도저히 분위기 안살고 감정을 잡아야되는 나는
웃음이 나올랑 말랑
<웃으면 안돼!!! ......>
<내 가슴을 울려주네...목이메어 불러보는 당신의 그 이이르음..>
이렇게 가장 슬프게 애절하게 불러야되는데....
달달 떨리는 바람에 고운태로 인사하려고 마음먹었는데....
막상 많은 시선을 받으니 쫄아서
우선 엉거주춤 고개숙여 인사를 하고
저어기~ 오드리친구가 창가에 앉아있네
잔머리를 써서
<그래~! 관중이 오드리 한명이라고 생각하며 부르자.
연습할때 세명 친구만 봐주며 하니 잘 되잖어?
입술도 마비가 안되고...
달랑 오드리 한명이다~!!!>
줄기차게 오드리만 쳐다보며 불렀단다.
다른 친구들에게는 눈길도 하나 안주고.
철천지 원수도 아닌데..
남의 속도 모르고 자기들은 왜 안쳐다보나 그랬을거야
잘 했냐구?
뭘잘해...2절 가사를 1절 가사로 바꿔 부르고
제 정신이 아니었지...에이구...
이런짓 자꾸 하다가는 심장병 생기겠다
대중앞에 선다는것. 노래부른다는것
아마 프로도 떨리는일일거야
나의 첫 대중앞에서의 노래부르기는 오십점!!!!
띵똥땡~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