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섯, 굼벵이, 음식 체험까지~ 즐길 거리가 한가득!
성장하는 체험농장, 삼구농원
1차 산업인 농수산업과 2차 산업인 제조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 복합된 6차 산업은 농업의 생산, 가공, 서비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닌 이들 산업의 유기적이고 종합적인 융합을 의미한다. 버섯 종균으로 시작해 생산, 육종, 부산물 활용, 체험장까지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농장이 있다. 육종이 교육이자 소득과도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삼구농원의 조영주·조자영 부부를 만났다.
취재_ 경기도 여주군 여주읍 점봉리 삼구농원 조영주·조자영 부부
글·사진_조영신 기자 saenongsa@hanmail.net
삼구농원은 종균부터 시작해 버섯 재배와 굼벵이 사육까지 3대째 농업을 이어가고 있다. 그 역사만으로도 45년쯤이다.
1대 농장주였던 故 조익현 씨는 당시 경기도 농업기술원 잠업계에 재직 중 빈 잠실(蠶室)을 대신해 키울만한 것을 고민하다 느타리 재배를 도입한다. 당시 남아돌던 볏짚에 느타리 종균을 접종해 심는데 그 방법이 느타리 재배의 효시가 된다. 그 뒤를 이어 현재 농장주인 조영주 씨(이하 조 대표)가 ‘병버섯 부산물을 이용한 굼벵이 사육 방법’으로 특허를 등록한다. 버섯을 수확하고 난 배지의 부산물 속에서 유충을 발견하고 2002년부터 연구하기 시작해 2006년에 특허 등록, 2007년에는 ‘농업인 기술개발과제’로 체계적인 연구를 시작했다. 3대인 조준근 씨는 영농후계자다. 여주자영농업고등학교에서 식품가공과를 전공하고, 한국농수산대학교 특용작물학과를 졸업했을 정도로 농업에 목표가 뚜렷한 젊은이다.
“아이가 할아버지,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기로 마음을 먹으면서 버섯 재배나 종균이 예전과 달리 모든 게 합쳐져야 전망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현재 버섯 요리 체험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 대표의 부인 조자영 씨는 가족과 함께 삼구농원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사계절 내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삼구농원은 버섯 종균 생산부터 재배까지 전 과정을 볼 수 있다. 버섯을 따서 가져가는 일반적인 체험에서 벗어나 톱밥의 배합, 입병, 접종, 숙성 등 모든 과정을 경험할 수 있어 다른 곳과 차별된다. 버섯 접종 시기인 봄과 수확 시기인 가을에는 버섯이 주를 이루고, 그 외의 시기에는 굼벵이와 음식을 비롯한 각종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일반적인 버섯 체험 농가들이 연료비 때문에 여름에 체험장 운영을 포기하는데 반해 삼구농원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그 점을 보완했다. 버섯과 굼벵이, 음식을 제외하고도 천연염색, 와플, 폼아트, 천연비누 만들기 등이 있다.
최근에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버섯 요리 체험장은 조 대표의 부인 조자영 씨가 운영한다. 체험장의 모든 음식에는 버섯이 들어간다. 수프와 빵에도 버섯가루를 넣는다.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 음식은 요리 방법이나 먹는 법을 달리하여 메뉴를 개발했다. 그렇게 개발한 요리가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져 이제는 예약을 해야 체험이 가능하다. 그녀는 못 먹는 음식을 먹게끔 하는 것도 일종의 체험이라고 말한다. 최근엔 버섯 메뉴 개발에 치중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는 방문객들이 직접 만들어 가는 버섯 요리 교실을 생각하고 있다.
특별한 버섯에서 나오는 특별한 맛
버섯은 온도와 습도보다 공기 순환이 더 중요하다. 무엇보다 자연 속에서 키워야 향이 좋다. 요즘 마트에 가면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버섯은 색은 좋은데 향이 없고 맛이 떨어진다.
“버섯은 톱밥으로 기르는 게 좋은데 톱밥 값이 비싸니까 저렴한 원료를 써요. 옥수수를 먹고 남은 대를 갈아서 쓰거나 싼 원료를 수입해서 씁니다. 솜을 짜고 남은 찌꺼기에 싼 원료를 이용해 버섯을 재배하는 경우도 있죠. 이렇게 재배하면 버섯의 향이 떨어집니다” 조 대표는 버섯의 향과 맛을 살리기 위해 톱밥에 쌀겨만을 사용한다. 이렇게 재배한 버섯으로 음식을 만들면 음식의 향이나 맛, 식감이 남다르다.
지역적 이점 살려 버섯 체험 박물관으로 이어갈 것
45년의 버섯 재배 역사를 가진 삼구농원의 다음 행보는 버섯 체험 박물관이다. 버섯 재배법을 개발한 故 조익현 씨 때부터의 방대한 자료를 이용하여 박물관의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5~8년 정도 후에 저희의 노하우를 살려 버섯 체험 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건물의 외벽이나 실내, 걸어가는 길, 조경까지 다 생각하고 있거든요. 입장료를 받고 볼거리, 먹거리, 즐길 거리 모두 제공하면서 판매까지 책임지는 박물관을 구상하고 있어요” 아직까지는 체험장이 공장 수준의 규모라며 갈 길이 멀다는 조자영 씨는 향후 목표를 자신 있게 말했다.
특히 여주는 명성황후 생가와 곤충박물관, 신륵사, 세종대왕릉, 첼시아울렛 등 연계하기 좋은 관광지가 많다. 이런 지역적 이점을 살리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6차 산업은 초기 자본보다 노하우가 먼저
조 대표는 자연 속에서 버섯을 키울 수 있도록 많은 농가를 지도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버섯을 키우려면 초기 자본이 많이 들어가는 데다 그렇게 투자해도 버섯 값이 떨어져 투자한 만큼 수익을 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귀농을 하거나 체험농장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거창하게 시작하려고 합니다. 처음부터 많은 돈을 투자한다고 잘되는 건 아니거든요. 기술을 먼저 습득하고 투자하는 게 중요합니다. 투자를 많이 하더라도 노하우가 없으면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니까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한 뒤에 귀농하세요. 저희가 기술을 지원하는 목적이 바로 그겁니다. 초기 비용을 많이 들일수록 수익을 내는 게 어렵습니다. 초기 자본을 덜 들이면서 기술을 먼저 습득하는 것이 6차 산업에 성공하는 기본입니다”
6차 산업을 준비하고 있다면 정보를 확실히 알고 기술을 습득하는 게 먼저다. 스토리텔링 역시 중요하다. 삼구농원이 6차 산업의 본보기가 된 것은 버섯에 관한 오랜 역사와 노하우, 3대가 운영하는 스토리텔링이 우선됐기 때문이다. 하루빨리 국내 최초의 버섯 체험 박물관을 만나볼 수 있기 바란다.